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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20, Sep 2016

리우샤오동
Liu Xiaodong

이동하고 행동하는 예술가

올 초 리우샤오동(Liu Xiaodong)은 유럽에서 두 차례의 개인전을 가졌다. 지난 5월, 코펜하겐의 파쇼 파운데이션(Faurschou Foundation)에서 열린 'Painting as Shooting'은 그의 주요 작품들을 선보이는 회고전 형식의 전시로, 프랑스 출신의 독립 큐레이터 제롬 상스(Jérôme Sans)가 기획을 맡았다. 이보다 한달 앞서서는, 이탈리아 피렌체 스트로치궁(Palazzo Strozzi)에서 '이주(Migrations)'라는 타이틀의 개인전을 열었다. ‘이주’는 작가가 지난 십여 년간 줄곧 관심을 두고 다룬 주제로, 그는 내전을 피해 유럽으로 이주하고자 하는 시리아 난민들과 더 나은 삶을 위해 고향을 떠나 이탈리아에 정착한 화교 노동자들의 삶을 작품에 담아냈다. 두 번의 개인전을 앞두고 작가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적잖은 부담감을 내비쳤다. 이전에 비해 확대된 전시 규모 때문도 있지만, 이방인들이 호기심과 연민의 시선으로 중국미술을 바라보는 시대가 끝났음을 직시했기 때문이었다. 리우샤오동은 오늘날 중국미술이 시장의 주류로 급부상하며, 이럴 때일수록 ‘제대로 된 것’을 보여주지 못하면 도리어 반감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 조혜정 중국통신원 ● 사진 파쇼 파운데이션 제공

'Jincheng Airport' 2010 Oil on canvas 300×400cm Collection of the artist ⓒ Xiaodong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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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정 중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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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샤오동은 중국 ‘신생대(新生代)’ 작가군에 속한다. 이는 우리나라 ‘386세대’처럼 1960년대에 출생해 1980년대 대학교육을 받고, 1990년대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이들을 지칭한다. 중국 아방가르드 미술운동인 ‘85 신사조운동(85 New Wave Movement)’을 이끈 작가들이 홍위병과 지식 청년 등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접 겪은 것과 달리, 그들과 10년 터울의 신생대 작가들은 그 아픔을 간접으로만 경험했다. 시대의 격변 속에서 당시의 지식인들은 누구보다 숭고한 이상주의를 꿈꿨으나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이 반복되자 이내 굳게 입을 닫아버렸다. 이와 같은 시대적 배경이 곧 85 작가들의 창작의 근간이 되었다. 


반면, 이를 지켜보며 성장한 신생대 작가들은 일찌감치 현실을 직시하고 이상 추구 대신 일상적인 것들로 시선을 옮겨갔다. 중국의 예술평론가 인지난(尹吉男)은 신생대 작가들의 이와 같은 특징을 ‘근거리’라 정의했다. 리우샤오동이 지금처럼 국제적인 주목을 받게 된 것은 2003년 싼샤(三峽)댐 건설로 인한 이주 문제를 다루면서부터다. 그 무렵부터 시작된 ‘이동하는 프로젝트’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지난 2010년, 그는2008년 쓰촨 성 대지진 당시 가장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베이촨(北川)현을 찾아가 재난을 겪고 난 후의 도시의 풍경과 사람들의 삶을 기록했다. 




<Time>(detail) 2014 Oil on canvas 20 

canvases (60×60cm each) Overall dimensions: 

240×300cm  the artist; Courtesy of Lisson Gallery




작가는 이어 중국 내 대표적인 민족 분쟁지역인 신장(新疆)과 티베트, 그리고 대륙에 붙어있으면서 대만령에 속해 특수한 상황에 있는 진먼(金門) 등에서 프로젝트를 이어갔다. 최근 몇 년간 그는 해외로 활동 반경을 넓히며 일본, 태국, 쿠바, 파키스탄 등을 찾았다. 2013년에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지역을 찾았고 이듬해인 2014년에는 ‘광주 비엔날레’ 참여차 한국에 방문해 4주간 머물며 광주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작업을 선보였다. 이어서 작년 9월에 시작된 유럽에서의 여정에서 그는 줄곧 관심을 가져온 ‘타지(他地)에서의 삶’을 주제로 작업을 이어갔다. 그는 우선 유럽 내에서 중국인의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인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소도시 프라토에 머물며 피복 공장의 노동자로 살아가는 화교 이민자들의 삶을 화폭에 담았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과는 무관하게 그들은 오래전 중국을 떠나왔음에도 여전히 고향 사투리를 구사하고 마작 게임을 즐기며 자신들만의 커뮤니티 속에서 살아간다. 


이어지는 다음 여정에서 리우샤오동은 시리아 난민들이 유럽으로 넘어오는 경로를 따라 창작 길에 나섰다. 작가는 난민 무리에 섞여 생활하며 근거리에서 그들의 삶을 관찰하고 또 기록했다. 다행이도 난민들은 그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고 기꺼이 그의 피사체가 되어주었다. 이는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이 그들이 유럽에 수용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매일을 막막함과 불안 속에 살아가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고자 하는 단 하나의 목표에 집중하는 난민의 삶 속에서 작가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거룩하고 감격스러운 에너지를 느꼈다. 그들의 삶은 모든 것을 소유하고도 여전히 각종 번뇌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과는 극명히 대비되는 것이었다. 





<Xuzi at Home> 2010 Oil on canvas 

140×150cm Collection of the artist

  Xiaodong Studio  





리우샤오동을 소개하며 그와 영화계와의 인연을 빼놓을 수 없다. 이십여 년 전부터 중국 독립영화 운동에 참여해온 그는 <북경 자전거>로 잘 알려진 중국 6세대 영화감독 왕샤오슈아이(王小帥)의 데뷔작 <나날들>에 부인 위홍(喩紅)과 함께 주연배우로 출연했다. 또한 대만 영화계의 거장 허우샤오셴(侯孝賢) 감독도 그를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바 있다. 그러나 가장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현재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차세대 영화감독 지아장커(贾樟柯)와의 인연이다. 북경영화학원 재학 시절부터 리우샤오동의 팬임을 자처했던 그는2005년 리우샤오동의 작업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자 그의 여정에 동행했다. 경제논리를 앞세워 강행한 싼샤 댐 건설로 인해 사람들은 대대로 살아오던 터전에서 쫓겨나 강제로 이주당하고 문화와 역사는 수몰됐다. 그 현장에서 리우샤오동은 건설노동자들의 일상을 캔버스에 옮겼고, 지아장커는 그런 작가를 영상으로 담았다. 


그들이 공동작업을 이어가던 어느 날, 댐 건설 현장의 벽이 허물어지는 사고로 인부가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했다. 안타깝게도 사망자는 작가의 화폭을 채우던 모델 중 한 명이었다. 충격을 받은 그들은 작업을 중단하고 유족들을 찾아가 사망소식을 전했고 가족들은 의연하게 현실을 받아들였다. 남자들이 대부분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떠난 마을에서 이와 같은 소식은 이미 하나의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싼샤에서 겪은 경험은 이 둘 모두의 창작활동에 큰 영향을 끼쳤다. 싼샤 댐 건설현장에서 제작한 작품들은 리우샤오동 작업의 터닝 포인트이자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아장커도 리우샤오동의 창작 과정을 담은 작품 <동(東)>으로 ‘63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63th Venice International Film Festival)’에서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싼샤에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던 기간 중 지아장커는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나리오 한편도 완성했는데, 그 작품이 바로 ‘63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의 황금사자상의 주인공인 <스틸 라이프>다.




<K.O.>(still) A documentary by Yang Bo

 2015 Video 32.50 Min Faurschou Foundation

 and Xiaodong Studio  Xiaodong Studio  




리우샤오동은 예술가는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사건 속에 뛰어들어 땀 흘리며 작업하는 것을 고수하는 이유는, 현장에서 얻어낸 결과물은 대체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이십여 년간 그의 시선은 주변일상에서 중국 내 사회문제로, 또 최근 몇 년간은 글로벌 이슈로까지 확장하며 인류 보편의 화두를 다룬다. 작가로서의 활동 범위가 확대된 만큼 일상의 범위도 넓어졌지만. 그는 여전히 ‘근거리 관찰’을 고수한다. 일상성은 리우샤오동의 작업세계를 관통하는 특징 중 하나다. 작가는 어느 곳에 가든지 먼저 그 지역을 파악하고 사람들과 호흡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는 그가 거대서사나 영웅이 아닌 가장 평범하고 진실한 보통 사람들의 삶을 담아내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가 재현하는 대상은 끊임없이 변화하지만, 어떠한 대상이냐를 막론하고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닌 그 순간에만 포착 가능한 현장감, 그리고 오직 그 상황에 놓인 사람들만이 지니고 있는 쾌락과 미감이다.


작가가 그려내는 사람들은 삶의 터전을 잃는 재난을 겪고도, 버텨야 함에 순응하며 삶을 지속해 나간다. 여기에 ‘참혹한’, ‘비참한’ 같은 수식을 더하는 것은 그들 스스로가 아닌 이를 바라보는 우리다. 혹자는 리우샤오동이 마치 자신이 종군기자인 양 일부러 민감한 지역만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가 이 같은 문제에 주목하는 것은 결코 사회를 고발하기 위함도 치부를 드러내기 위함도 아니다. 엘리트의식으로 자신이 상황을 변화시켜보겠다는 영웅 심리와는 더더욱 거리가 멀다. 오히려 그는 수많은 사건을 접하며 자신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느끼며 예술가로서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예민한 감각으로 사회가 아픈 곳을 찾아내고, 또 잊히면 안 될 것들이 잊혀가지 않도록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뿐이라 말한다. 





<Into Taihu> 2010 Oil on canvas 300×400cm 

Collection Faurschou Foundation




리우샤오동은 예술이 상아탑 위에 놓이는 것을 거부한다. 그는 현대 중국사회에 만연해 있는 배금주의를 배격하며, 예술가가 돈을 좇기 시작하면 물품공급처로 전락하는 것이라 여긴다. 그러나 이와는 무관하게 그의 작품은 미술시장에서 수십억을 호가하며 거래되고, 미술관과 컬렉터들의 총애를 받으며 전당 안에 모셔진다. 작가는 싼샤의 건설현장에서 자신의 캔버스는 침대 매트리스보다도 쓸모없는 존재라고 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창작한 <싼샤신이민(三峽新移民)>은 2006년 경매에서 당시 중국 현대미술의 최고가인2,200만 위안(한화 약 38억 원)에 낙찰되며 자본주의적 가치로 환산됐다. 그것은 그의 작품이 평범하지만 다시 오지 않을 역사 속의 순간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예술평론가 왕민안(汪民安)은 만일 후대 사람들이 회화를 통해 20세기 말의 중국인의 삶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리우샤오동의 작품이야말로 의심할 바 없이 가장 중요한 창구가 될 것이라 평가한 바 있다. 그는 오는 17일 상하이에 위치한 크로노스 아트센터(Chronus Art Center)에서 전시 <Weight of Insomnia>를 앞두고 있다. 이는 한국의 백남준아트센터, 중국의 크로노스 아트센터, 그리고 독일의 미디어 전문미술관 ZKM(ZKM-Center for Art and Media)이 공동으로 기획한 ‘예술과 기술(Art & Technology)’ 프로젝트의 첫 번째 전시다. 작가는 그간 주로 다루던 회화, 사진 등의 매체를 넘어 컴퓨터영상 합성기술(CGI), 텔레매틱스(telematics) 등 테크놀로지를 융합한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는 내년 초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선보일 예정으로, 그간 국내에서는 접할 기회가 없었던 리우샤오동의 작업 세계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리우샤오동

Photo of the artist Liu Xioadong

 Photo by  Jiang Jia




리우샤오동은 1963년 생으로, 90년대 현대중국의 모습을 구상회화로 그려내는 네오리얼리즘 계열의 기수다.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글로벌한 문화, 사회, 환경, 경제 등의 주제를 풀어내는 목격자의 시선을 화폭에 풀어내며 지난 20년간 가장 영향력 있는 중국 현대미술 작가 중 한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베니스 비엔날레’, ‘상하이 비엔날레’, ‘시드니 비엔날레’ 등 세계 유수의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오스트리아의 쿤스트 그라츠, 베이징 울렌스현대미술 센터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현재 베이징에 거주하며 왕성한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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