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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19, Aug 2016

빛과 물이 그려낸 황홀경, 베르사유를 뒤덮다

France

Olafur Eliasson
2016.6.7-2016.10.30 베르사유, 베르사유 궁전

다섯 살짜리 꼬마가 왕좌에 올랐다. 눈부신 왕관, 호화로운 궁전, 그리고 세상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최고의 권력. 아버지를 떠나보내며 흘린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이 모든 것들이 어린아이의 손에 쥐어졌다. 그러나 정작 아이는 자신이 차지한 왕좌의 자리가 가혹하리만큼 무거운 것임을 몰랐다. 또한, 아버지였던 선왕의 부재가 세상에 얼마나 큰 혼란을 불러일으킬지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어린 나이에 왕이 되는 자들의 운명이 보통 그러하듯, 그 역시 험난한 인생의 파고를 피해갈 수 없었다. 남부러울 것 없이 자랐지만, 그를 지키는 사람은 홀로 남은 어머니와 몇 안 되는 충신들뿐이었다. 자신을 얕보고, 자신의 왕좌를 탐내던 사람들에 둘러싸여 시키는 것을 곧이곧대로 따르는 어릿광대의 삶이 계속되던 어느 날, 마침내 반란이 일어난다. 한 나라의 운명을 세상의 모든 부와 권력을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에게 맡기는 것이 못마땅했던 귀족과 신하들은 결국 어린 왕을 향해 칼을 겨눈 것이다. 그가 타고난 질긴 운명 덕분이었을까, 아니면 그를 가엾이 여긴 신이 은총을 베푼 것일까. 생사를 넘나드는 위기의 순간들을 모면하며 그는 기어코 살아남았다. 죽음의 고비를 넘을 때마다 그는 단단해졌으며 더욱더 강해지기를 원했다. 만약 반란이 성공했더라면, 그때 이 어린 왕이 죽음을 맞이했더라면, 아마 ‘태양왕 루이 14세(Louis ⅩⅣ)’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며, 베르사유 궁전(Château de Versailles)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 정지윤 프랑스통신원

Installation view of 'The curious museum' at Palace of Versailles 2016 Photo: Anders Sune Berg Courtesy of the artist; neugerriemschneider, Berlin; Tanya Bonakdar Gallery, New York ⓒ 2010 Olafur Elias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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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윤 프랑스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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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궁전도 베르사유 궁전의 화려함에는 비할 수가 없다. 베르사유 궁전을 자신의 눈으로 직접 사람이라면,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결코 잊을 없을 것이다. 눈부신 태양 아래 휘황찬란한 금빛을 뿜어내는 베르사유 궁전을 보고 있노라면, 루이 14세가 꽃피운 절대왕정, 이제는 역사 속에 잠든 영광의 시절이 다시 돌아온 듯한 착각마저 든다. 20년이란 시간이 걸려 완공된 만큼, 베르사유 궁전과 정원은 방대한 규모뿐만 아니라, 건축적, 예술적, 장식적인 면에서도 독보적인 기록들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개중에는 지나치게 사치스러운 왕궁이라며, 베르사유 궁전의 존재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유별나게 화려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죽음의 고비를 여러 넘기며 잔혹한 생존의 법칙을 이른 나이에 터득한 루이 14세의 삶을 되짚어보면, 지독한 그의 권력욕과 그가 영위한 화려한 삶에 대해 마냥 비판만은 없다. 욕망과 배신, 피로 얼룩진 유년기를 보내며 받은 깊은 상처와 공포는 루이 14세에게 평생 지울 없는 트라우마로 남았기 때문이다






Installation view of <Your sense of unity> 

at Palace of Versailles 2016 Photo: Anders Sune Berg 

Courtesy of the artist; neugerriemschneider, Berlin; 

Tanya Bonakdar Gallery, New York 2016 Olafur Eliasson



  


자신을 태양이라 칭하며, 절대 권력을 휘두른 루이 14세의 삶과 그가 평생을 바쳐 쌓아 올린 베르사유 궁전은 단순히 사치와 향락으로만 실현될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약점을 남들에게 감출 있는 영리한 정치적 묘수였으며,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인 동시에 그의 유일한 생존법이었으리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라고 했던가, 아이가 겪은 절대고독은 절대군주를 탄생시켰다. 루이 14세가 누린 영광의 시대가 막을 내린 , 40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궁전과 정원의 아름다운 자태는 여전하다. 오히려 지금이 과거보다 화려할 수도 있겠다. 프랑스에서 내놓으라 하는 최고의 정원사들이 치의 어긋남 없이 정돈한 수목들과 철마다 계절을 대표하는 형형색색의 꽃들이 정원을 가득 수놓는다. 어디 이뿐인가, 8km 이르는 대운하를 중심으로 사방 곳곳에 펼쳐진 분수대의 물줄기들은 대지의 무한한 생명력을 뿜어내기라도 하듯, 하늘을 향해 솟구친다. 한때는 세상 모든 것들의 중심이었던 베르사유, 지금은 해마다 700 명이 넘는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하지만 지나간 세월이 무색하리만큼, 그때나 지금이나 베르사유 궁전의 아름다움은 건재하다. 정원을 부지런히 가꾸고, 오래된 문화재들을 보존하는 후손들의 끊임없는 노력 덕분이다






Installation view of <Deep mirror (yellow)> at Palace of Versailles

 2016  Photo: Anders Sune Berg Courtesy 

of the artist; neugerriemschneider, Berlin; Tanya Bonakdar 

Gallery, New York  2016 Olafur Eliasson






오래된 과거의 유산에 쌓인 먼지를 연일 닦아내는 투철한 노력 외에도 최근 베르사유 궁전을 특별하게 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현대작가들의 초대 전시다. 2008년부터 시작된 프로젝트에는 초대작가, 제프 쿤스(Jeff Koons) 비롯해, 무라카미 다카시(Takashi Murakami), 주세페 페노네(Giuseppe Penone), 그리고 아니쉬 카푸어(Anishi Kapoor) 이르기까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현대예술거장들이 참여했다.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라인업이다. 그리고 2016, 명실상부 최고의 현대작가로 손꼽히는 올라퍼 엘리아슨(Oalfur Eliasson) 베르사유 궁전에 입성했다. 아이슬란드계 부모 밑에서 태어나, 덴마크에서 성장한 작가는 북유럽에서만 있는 자연의 신비로운 현상에서 모티브를 얻어 과학과 환경, 기후를 테마로 큼직큼직한 프로젝트들을 이미 여러 차례 선보인 있다. 초자연적인 공간을 연출하는데 정평이 엘리아슨, 그리고 바로크 건축의 웅장함과 자연의 숭고함을 품은 베르사유 궁전의 만남은 과연 어떠한 시너지 효과를 있을지 시작부터 기대가 크다.  여덟 개의 대형 설치작품으로 이루어진 이번 전시의 특징적인 점은 공간의 대비이다. 처음 베르사유 궁전을 방문했을 당시, 엘리아슨이 무엇보다 주목했던 것은 궁전과 정원, 내부와 외부로 나누어지는 왕궁의 건축구조였다. 궁전과 정원이 지닌 고유한 용도와 특성, 환경적 조건은 분명 다르지만, 동일한 중심축을 따라 설계된 개의 공간이 이루는 완벽한 조화에 작가는 깊은 인상을 받았던 듯하다






Installation view of <Fog assembly> at Palace of Versailles 

2016 Photo: Anders Sune Berg Courtesy 

of the artist; neugerriemschneider, Berlin; 

Tanya Bonakdar Gallery, New York  2016 Olafur Eliasson 






베르사유 궁전이 가진 공간의 변증법적 대립 효과 시각적으로 극대화시키기 위해 엘리아슨은 가지 소재만을 선택하여 반복적으로 사용하는데, 바로 빛과 물이다. 이미 궁전 내부는 화려했던 과거의 영광을 대변이라도 하듯, 호화스러운 장식품들과 황금빛을 오브제들로 가득한 빛의 공간이다게다가 정원은 대운하를 비롯해 수십 개의 분수가 자리한 물의 공간이다. 기존에 쓰인 소재를 대놓고 재사용하는 탓에, 자칫 엘리아슨 작품의 존재감이 하락하는 것은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다. 하지만 신의 수다. 엘리아슨이 선택한 빛과 물은 베르사유 궁전이 가진 역사적, 문화적, 예술적 의미와 가치를 유지한 , 공간의 웅장함을 배가시키는데 제격일뿐더러, 작가자신이 제일 다룰 아는 친숙한 조형언어이기 때문이다. 베르사유 궁전의 심장으로 불리는 거울의 끝에 강한 LED 빛을 내뿜는 거대한 원고리 여섯 개가 둥글게 놓여있다. 바닥에 설치된 거울판에 반사되어, 사방으로 반복 교차하며 펼쳐지는 빛과 원고리의 형상은 <당신의 일체감(Your sens of Unity)>이라는 제목이 시사하듯, 통일성이 강조된 궁전의 건축적 특징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무한히 확장된 빛과 원이 만든 신기루 같은 공간이 더욱이 경이로운 것은 현실을 이탈한 혼재된 시간성을 경험할 있다는 덕분이다. 앞에 펼쳐진 빛과 원을 관통할 때마다, 관객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시간의 지층을 체험하기 이른다. 빛의 황홀경에 빠진 관객들을 뒤이어 맞이하는 것은 정원의 <폭포(Waterfall)>이다






Installation view of <waterfall> at Palace of Versailles

 2016 Photo: Anders Sune Berg 

Courtesy of the artist; neugerriemschneider, Berlin; 

Tanya Bonakdar Gallery, New York  Olafur Eliasson 





대운하의 시작점을 알리며, 정원의 최중앙에 위치한 대형폭포는 완벽한 원근법적 구도를 구현해낸 프랑스식 정원의 미학적 특성은 물론 물에 내재한 대자연의 생명력을 표현해내기에 충분하다. 모든 것이 정확한 수치로 정의되는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밝힌 작가는 대지를 향해 수직으로 낙하하는 폭포의 높이를 끝내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분명 천공의 어딘가로부터 시작되는 물줄기의 길이는 우리만이 안다. 우리가 지각한 감각의 길이가 바로 폭포의 진정한 높이일 것이다. 빛과 물이라는 개의 무형이 그려낸 세상은 단지 영광스러웠던 과거의 향수가 아니다. 그것은 지금 현재, 살아있는 우리만이 감각할 있는 새로운 시공간이며, 과거와 현재가 포개어진 시간의 지층이다. 아무리 태양왕의 권세가 대단했을지언정, 그가 결코 보지 못한 황홀경이리라.  




글쓴이 정지윤은 프랑스 파리 8대학(Vincennes-Saint-Denis) 조형예술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 현대예술과 뉴미디어아트학과에서 「기계시대의 해체미학」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대학원 이미지예술과 현대미술 연구소에서 뉴미디어아트를 중심으로 예술과 기술의 상호관계분석에 관한 박사논문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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