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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67, Aug 2020

이교준: 분할(分割)

2020.6.4 - 2020.7.18 피비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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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심소미 독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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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된 시공간을 관통하는 하나의 태도에 대하여


이 전시는 이교준의 신작전도 근작전도 아니다. 시기적으로 2000년대 초반에 탐구된 기하학적 평면 회화를 담고 있다. 현재까지도 흔들림 없이 추구되는 그의 평면 작업을 생각해볼 때, 캔버스, 금속, 종이 등 다양한 질료를 오가며 평면성과 기하학적 질서를 탐색한 당시의 여정이 그다지 낯설진 않다. 오히려 이 전시를 통한 앞선 작업의 소개는 평면의 세계와 분할의 질서, 질료의 감각을 부단히 파고든 작가의 집요한 사유와 실천을 관람객과 공유한다. 그런데 그가 작년에 피비갤러리에서 가진 개인전을 떠올려 본다면, 이 두 전시의 시간대가 각기 1970-1980년대, 2000년대 초라는 특이점에서 의구심이 생긴다. 


1970-1880년대 개념적 사고관을 바탕으로 한 설치 및 사진 작업과 이번의 2000년대 초 기하학적 평면 작업은 어떠한 관계로부터 설정된 것일까? 혹자는 작업을 보지 않고서도 수월한 방식으로, 청년기의 실험 이후 본격적으로 추상회화의 세계에 천착한 시기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구획과 단순화는 미술의 서사를 지배적으로 구축해온 경향, 분류, 배제의 시선을 통한다. 그런데, 이 전시의 의의는 시기적 차이를 드러냄으로써 내세우려는 작업의 위상과 권위에 있지 않다. 의미는 오히려 그 반대편에서 발생한다. 장르, 매체, 시대적 차이, 그리고 이를 재단하려는 외부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업을 하나하나 관통하며 꾸준히 성찰되어온 ‘분할’에 대한 의지이다.


이교준이 추구하는 분할은 세계를 구획하여, 자기 수렴적 환경을 구축하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이보다는 그러한 지배적 구조와 시선의 논리에서 벗어나 이념과 장르, 매체에 선행하는 존재의 바탕을 자율적으로 모색하는 것에 더 가깝다. 1970-1980년대 개념 미술 작업에서 이에 대한 질문은 구체적인 시공간과 현상학적 접근을 바탕으로 하여 경험적인 방식으로 등장했다. 당시의 그는 현실의 틀과 대상을 인식하고 의심하는 행위자로서 이를 측량하고 측정하고자 하는 제스처를 부단히 취한다. 그러한 구체적인 시공간과 지시대상이 사라지고, 추상적 영역에서 회화의 질료를 탐구하는 시기가 1990년대이다. 

이후 작가의 개입과 최소한의 제스처까지도 배제하여 화면 그 자체를 작업의 총체적 구조로 다루기 시작한 것이 바로 2000년대 초반이다. 평면에 대한 연구는 금속, 종이, 납, 알루미늄 등의 질료를 다루는 방식 속에서 재발견되고, 화면의 표피, 두께, 분할의 비율 등의 요소는 질료와의 섬세한 교감의 과정을 통해 다양한 감각으로 열린다. 따라서 엄격하게 분할된 평면과 화면의 즉물성이 강조된 그의 작업은 모더니즘의 현학적 성찰과 미니멀리즘의 계보보다는 작가와 질료 사이의 대화를 찬찬히 따라갈 때,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재정립된 열린 공간으로 경험할 수 있다.


다시 초기의 질문으로 돌아가, 이 전시가 갖는 특수한 시간의 축을 짚고자 한다. 2000년대라는 시간의 설정은 한 작가의 여정 속에서 한시적이고 특정한 시공간에 머물지 않는다. 가깝게는 1990년대 추상회화의 제스처로 평면의 형식에 다가가고자 한 과도기적 시기와 그러한 실험 끝에 2000년대 또렷해진 분할의 명제를 더욱 분명하게 명시해 보인다. 더불어, 앞선 1970-1980년대 개념 작업과의 관계 또한 재사유하는 열린 시각을 제공한다. 이는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측량 불가능의 영역, 눈에 드러나지 않은 사유의 영역까지 향한다. 그렇게 구축된 기하학적 평면의 세계는 빈 화면, 관념의 잔상으로서 화면이기를 거부하고, 그 스스로가 하나의 강직한 매체로서 세상을 대면한다. 그렇게 이 전시는 개인적 서사로서 과거의 시간대를 초월하여, 흔들림 없이 화면을 구축해온 작가의 시간대를 확장적으로 경험케 한다.  



*전시 전경 © the artist and PIBI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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