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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21, Oct 2016

과거, 현재, 미래를 잇다. 니콜라 다로의 아날로그 왕국

France

Nicolas Darrot Règne Analogue
2016.7.8-2016.9.18 파리, 메종 루즈

고갈되어가는 지구의 에너지를 대체할만한 자원을 찾기 위해 판도라 행성으로 떠나는 인간, 아바타를 기억하는가? 2009년 개봉한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감독의 '아바타(Avatar)'는 영화적 내러티브와 3D 기술을 가장 잘 결합한 수작으로 손꼽히며, 컴퓨터그래픽 영화의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해낸 바 있다. 당시 아바타와 관련된 소식들은 죄다 화제가 되었지만, 그중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것은 영화에 등장하는 ‘나비족’의 형상이다. 인간을 닮은 듯하지만, 푸른색 피부와 뾰족한 귀, 긴 꼬리를 가진 그들의 하이브리드한 형상은 언캐니(Uncanny)감정을 불러일으키며, 숱한 패러디를 낳았다. 이 기이한 생명체의 외관과 행위, 세밀한 감정묘사를 3D 그래픽기술로 재현했다는 사실도 놀라울뿐더러,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인간이 나비족을 완벽히 빼닮은 아바타를 만든다는 시나리오의 설정 역시 흥미롭다. 사실 우리는 아바타가 출현하기 전에도 수많은 SF 영화와 예술작품들을 통해 다양한 희귀생명체들을 만나왔다. 하지만 아바타가 유독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유는 영화의 안과 밖, 즉 영화 속 가상세계와 영화를 제작하는 현실 세계에서 모두 인간이 과학기술의 힘으로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해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인간이 자연 속에서 처음 발견한 그 무언가가 새로운 종(種)으로 간주, 기록되던 시대는 지났다. 첨단과학과 기술이 지배하는 오늘날 사회에서 ‘새로운 종의 등장’은 단순한 발견을 넘어, 인간이 직접 기획(projection)하고 제작(production)한 창조물(creation)로서, 그 의미가 확장된 것이다.
● 정지윤 프랑스통신원

Installation view of 'Règne Analogue' at La maison rouge 2016 Photographer: Marc Do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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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윤 프랑스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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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0-40년간 현대예술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보이는 동향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과학과 예술의 만남 것이다. 뉴미디어들의 등장, 나노 공학, 생명공학으로 대표되는 21세기 과학기술은 우리가 사는 삶의 양식과 사회의 시대적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변화시켰다. 그뿐만 아니라, 점점 가속화되는 과학기술의 대중화에 힘입어 창작자들은 기존에 없었던 표현수단을 획득하고 새로운 문화예술장르를 개척하기에 이르렀다. 예술의 그리스어 어원인 테크네(techne) 라틴어 아스(ars) 기술 의미한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요즘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기술과 예술을 접목하고자 하는 일련의 움직임이 그리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물론 고대의 예술과 현시대의 예술 사이에는 모방과 창작이라는 의미적 간극이 존재하나, 기술과 예술이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모방이든, 창작이든, 기술(technique) 없는 예술은 존재할 없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 시도되고 있는 과학과 예술의 만남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부분은, 창작행위로 여겨지던 예술 활동이 창조 행위의 단계로 마침내 접어들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중심에는 실제 하지 않은 새로운 종을 탄생시키는데 성공하며,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인 생물공학 자리하고 있다. 과학기술은 이제 창조적 예술행위에 있어 가장 매혹적인 모티브이자 영감이요, 동시에 가장 강력한 표현수단이 셈이다. 현재 파리, 메종 루즈(La Maison Rouge) 재단에서 진행 중인 니콜라 다로(Nicolas Darrot) 전시 역시 창조적 행태의 예술을 보여주는 예이다






<Providence> Matériaux divers couverture de survie et vérins pneumatiques 

400×800×400cm Courtesy galerie eva hober Paris






프랑스 출신의 작가, 니콜라 다로는 과학기술과 예술을 접목시키는 작업을 이어온 예술가 명으로, 이번 <아날로그 왕국(Règne Analogue)>전을 통해 이때까지 그가 탄생시킨 새로운 종을 낱낱이 공개한다. 80점에 이르는 희귀한 종들이 차례대로 진열된 전시관의 풍경은 마치 자연사 박물관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게 정도로 다채롭고 방대하다. 괴상한 목소리로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를 구사하는 섬뜩한 로봇 인형부터 초소형 동력장치가 탑재된 갖가지 곤충류, 고대 신화나 전설에 등장하는 상상 동물에 이르기까지 진기함으로 가득한 다로의 왕국으로 지금 들어가 보자니콜라 다로의 작품들은 크게 가지 형태로 분류할 있다. 모방한 자연에 기술적 메커니즘을 병치시킨 하이브리드형 인공체, 신화와 전설에 등장하는 상상 동물을 기술적으로 구현한 인공체,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계장치의 구조를 생물학적으로 변형시킨 미래적 인공체가 그것이다


그의 작품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생물과 기계장치의 결합형태는 하이브리드형 인공체에 해당하는 경우로, 드론캐스트(Dronecast) 호기심 많은(Curiosae) 연작에서 모습을 확인해볼 있다. 2002년부터 2011년까지 진행된 프로젝트 드론캐스트 곤충과 조류, 해양생물에 기계장치를 합성시킨 일종의 기계 생물이다. 20 , 생명공학 연구팀이 나비의 신경세포에 전자회로를 부착해 원격조정이 가능하게 했다는 소식을 접한 , 작가는 줄곧 기능성 높은 생명체를 개발하는 집중했다. 음파를 확장하는 확성기-달팽이, 날카로운 전동톱날이 부착된 사슴벌레, 드론 시스템이 탑재되어 원격조정이 가능한 사마귀 등이 바로 예이다






Installation view of <Règne Analogue> 

at La maison rouge 2016 Photographer: Marc Domage  






이처럼 기능성이 확장된 기계 생물은 호기심 많은연작에서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등장한다. 곤충들이 사투를 벌이는 상황을 극적으로 묘사한 설치연작 주인공들은 자연계의 생물들이 아니다. 외관만 유사할 , 차가운 금속기계와 디지털 기기를 장착한 이들은 태생적으로 부여받은 육체의 한계를 뛰어넘어 다른 종과 생존경쟁을 벌이는 생명체에 가깝다. 과학기술로 무장한 새로운 종의 능력은 실로 놀랍다. 하지만 놀라움도 잠시, 기계문명과 생물의 합성의 최전선이 결국 전투생명체라는 사실은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유기체에 무기체를 합성시키는 다로의 초기작업들은 무기체를 유기화 시키는 작업으로 점점 발전한다. , 기계 자체를 하나의 미래적 종으로 변형시키는 것이다


산소마스크와 특수렌즈가 장착된 우주인 헬멧 <알파 리더(Alpha leader)>(2012) 주변 환경에 반응할 알고, 말을 아는 미래적 인공체이다. 일반 보호헬멧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곤충이 가진 겹눈과 입의 구조를 그대로 응용하여 적용된 기계체임을 있다. 중저음의 목소리로 기괴한 언어를 내뱉으며, 관객들에게 반응하는 <알파 리더> 모습은 우리가 머지않은 미래에 만날 있는 기계로봇의 전형을 예고한다. 과학기술로 가능해진 것은 단지, 기계 생물과 미래적 종뿐이 아니다. 작가는 신화와 전설에 등장했던 허구적 존재 역시 현실의 것으로 실제화 한다. 과학기술만큼이나 문학작품과 영화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그는 인간의 상상력이 오늘날 어떻게 시각적으로 구현될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을 모색한다. 영적인 존재인 귀신을 로봇 인형으로 재현한 <주술사(Shaman)>(2008) 비롯해, 히치콕(Alfred Hitchcock) 영화 <(The Birds)> 나오는 까마귀 , 단테(Alighieri Dante) <신곡(Divina Commedia)> 등장하는 다양한 허구적 존재들이 현실로 귀환한다






<Dronecast> 2002 

Matériaux divers Collection privée France






과정에서 현실과 상상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과거와 현재, 미래는 하나의 축으로 이어진다. 시공간의 경계를 없애는 거대한 , 뒤에는 인류의 경험과 역사가 축적된 과학기술이 지탱하고 있다. 전시장 끝에 로마건국신화의 주인공, 로물루스와 레무스 쌍둥이 형제에게 젖을 먹여 키워낸 <암늑대(La louve)> (2006) 조각이 푸르른 빛을 내뿜으며 서있다. 대신 광섬유 회로를 통해 빛과 전기로 생명력을 얻은 암늑대는 21세기 다산과 풍요, 그리고 생명의 원천 상징이 된다. 그대로 상상이 현실이 되는 때다. 새로운 과학기술과 지식이 경이롭기도 하지만, 오히려 신의 영역으로만 여겨지던 창조 인간의 위험한 놀이 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도 높다. 르네상스 시대 이후, 유럽 지식인들의 서재로 등장한 호기심의 (Cabinet de curiosité) 지식의 요람인 동시에, 제국주의 시각이 내재한 욕망의 산물이기도 했다. 신비로움이 가득한 니콜라 다로의 아날로그 왕국이 인간의 맹목적인 욕망이 낳은 호기심의 방으로 전락해서는 것이다. 아날로그 말처럼, 과거, 현재, 미래가 하나의 매듭으로 연결될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이기를 바라본다.  




글쓴이 정지윤은 프랑스 파리 8대학(Vincennes-Saint-Denis) 조형예술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 현대예술과 뉴미디어아트학과에서 『기계시대의 해체미학』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동대학원 이미지예술과 현대미술 연구소에서 뉴미디어아트를 중심으로 예술과 기술의 상호관계분석에 관한 박사논문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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