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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23, Dec 2016

우연 사각

2016.11.16 - 2016.12.7 아트스페이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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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문예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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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유예와 풍경의 재발견



때로 전시는 그것의 의도나 구성이 어찌 되었든 전시가 위치한 장소와의 관계 속에서 인상을 남기는 경우가 있다. 장소성을 고려하는 공공미술이 아닌 화이트큐브 전시라 하더라도 그것이 위치한 장소가 주는 인상과 그곳으로 찾아가는 수고 속에서 경험하게 되는 풍경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전시를 대하는 감정의 풍광을 만들어낸다. 파주출판단지  가운데 위치한 아트스페이스 휴의 <우연 사각>전은 다소 불리한 장소의 특성을 이러한 경험과 절묘하게 결합함으로써 공간의 정체성을 부각시키는 전시라고   있다. 4명의 젊은 작가들이 사각의 프레임 안에 담아낸 풍경 작품들로 구성된  전시는 서로 다름에도 공유하는 지점을 놓치지 않도록 개별 작가의 독립적인 공간이 상대 작품들과 교차되고 중첩되다가 다시 개별 작가의 작품들로 이어지는 흐름을 갖고 있다. 





 변상환 <낙산돌, 지봉로7> 2016 59.5×80cm





관람객의 시선을 처음으로 맞이하는 전병구의 작품은 사건이   없는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들을 10 내외의 작은 캔버스에 담아낸다. 동네 산책길의 전경들, 작업실이나 욕실의  장면, 영화나 TV에서 접하곤 하는 화면들은 특징이나 인상이랄 만한 요소를 찾을  없는 그야말로 망각될 운명의 배경과도 같은것들이지만, 작가는 이러한 배경들에 개인적인 감정과 의미를 투사함으로써 사소설적인 풍경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어지는 변상환의 사진 작업은 작업실이위치한 창신동 일대의 풍경을 작가 자신이 아닌 대상의 시선으로 담아낸다. 변상환의 풍경에서 화자(話者) 달동네의 골목들에서 불현듯 출몰하는 제법 비정형의 돌들인데, 이들은 일제강점기 시절 채석장이었던 이곳의 역사를 기억하는 주목받지 못한 주인공들이다. 작가는 거울을 이용해  주인공들에게 자연광의 조명을 비춰줌으로써 객관적으로 대상을 기술하는 사진 매체의 속성을 이야기를 품은 하나의 장면으로 변환시키고 있다. 





전병구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2016 캔버스에 유채 24×32cm





다음으로 안경수의 회화 작업은 도시가 은밀하게 품고 있거나 도시와 경계가 맞닿아 있는  공터들이나 공사장의 흔적들을 클로즈업해서 기록한다. 장소에대한 명명은 경계를 필요로 하고, 그에 따라 유용하고 확정적인 안쪽의 공간과 그곳으로의 편입이 유예되거나 거절당한 불모지의 외곽이 존재하게 된다. 안경수는  외곽의 풍경에서 미시적인 독특한 미감을 포착해 냄으로써 장소를 규정하는 안과 밖의 경계를 와해시키고, 안과 밖이 서로의 존재를 보증하는 상호작용의 관계이자 교환의 관계라는 것을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감각적인 질감을 가진 목탄 작업을 보여주는 김현정의 작품들은 의식이 기억할  있는 것들보다 밑바닥의 무의식에서 올라오는 낯설면서도 익숙한 풍경들을 담아낸다. 


쉽게 뭉개지면서도 강하게 밀어붙일  있는 목탄의 특성처럼 김현정의 풍경들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이라는 점에서, 또한 개인적인 내밀한 경험이 아니라 죽음충동과도 같은 절대적인 바다의 어둠이나 이상향과도 같은  덮인 설산의 풍경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실재하는  너머의 원초적인 풍경이라고  만하다. 자질구레한 일상과 번잡한 고민에 얽혀있는 장소를 벗어나는 것은 때로 지나치게 익숙해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삶의 풍경들을 다시금 발견하게 해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전시는 각자의  속에 녹아있는 풍경들에 대한 단상들이지만, 우리 시대 젊은 예술가들이 몸과 가슴으로 감각하는 동시대적인 풍경이면서 동시에 일상의 유예를 통해 비로소 대면하게 되는  자신의 내면 풍경에 대한 발견이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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