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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24, Jan 2017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휘트니 미술관, 브루클린 미술관을 중심으로

U.S.A

Museum Marketing in New York
2017.12.6-2017.12.9 뉴욕 일대, 미술관

길을 걷다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을 따라 들어간 갤러리에서 입장료를 지불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미술관·박물관에 들어서려면 일단 티켓 창구부터 거쳐야 한다. 그런데도 일반적으로 갤러리는 마켓 즉 미술시장과 떼어놓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반면 시장, 수익, 전략 같은 용어는 미술관과는 썩 어울리지 않는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한 기관을 운영하기 위해선 (그것이 작품 판매든, 입장료든 혹은 후원이든) 일정한 자금이 필요한 것, 이것은 상식이다. 그리고 자금을 창출하기 위해선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 두루뭉술한 목표, 뚜렷한 전략의 부재, 행운에 영광을 돌리는 태도는 점차 복잡해지는 예술 생태계 안에서 ‘질 떨어지는 경쟁력’을 의미할 뿐이다.
● 이가진 기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멤버십부서와의 만남 사진 송시영 사진제공 예술경영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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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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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예경)은 지난해 12월 6일부터 9일까지 4일에 걸쳐 큐레이터, 전시디자이너, 과학자 등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6명의 연구자와 뉴욕 소재 미술관의 실무자들이 함께하는 라운드테이블 형식으로 ‘2016 프로젝트 비아(PROJECT VIA): 미술관 홍보·마케팅’을 진행했다. 이 기회를 통해 만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하 메트, The Metropolitan Museum),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브루클린 미술관(Brooklyn Museum)의 마케팅 실무자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했다. “우리의 타깃(관람객)이 누구인지 알고, 그들을 미술관에 더 많이 데려오는 것이 핵심”이라고. 


이는 곧 관객 개발과 모집의 중요성을 의미한다. 언뜻 보면 기본적이고 원론적인 이야기 같지만, 얼마나 정교한 분석을 하고, 그에 대응하는 전략을 갖춤으로써 미술관 운영 전반에 어떻게 반영하는지는 또 다른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세 미술관은 각자의 단순 명확한 비전과 미션을 모든 구성원과 공유하고 있었다. 일정의 시작은 메트였다. 현재 메트를 관통하는 화두는 ‘다음 세대(Next Generation)’다. 작년 방문객만 670만 명, 100년이 넘은 방대한 규모의 세계적 미술관이지만, 세월에 비례하게 쌓여왔을 소장품, 인력, 노하우 등을 다음 세대로 전승하고, 나이 어린 관람객에게 어떻게 호감을 살지를 현안으로 삼고 그에 대한 답을 찾고 있는 것. 아시아 미술부에 재직 중인 이소영 큐레이터는 “이전보다 온라인 사이트, 소셜네트워크(이하 SNS) 등을 십분 활용해 젊은 층을 공략하는 프로모션이 월등히 많아졌다”고 귀띔했다. 




View of the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from Hudson River 2016 Photograph  Karin Jobst




멤버십 부서를 대표한 리사 크래스너(Lisa Krassner), 니콜라스 드보겔(Nicolas DeVogel), 피터 비어드(Peter Beard), 앨리슨 소카리스(Allison Sokaris)는 메트의 멤버십 제도와 관련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 주요 행사와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비록 처음엔2개 정도의 단순한 분류이긴 했지만, 멤버십 제도는 메트가 문을 연 1870년부터 꾸준히 실행하고 있다. 현재 약 13만 2,000명의 유료멤버가 레벨에 따라 1년에 70달러부터 2만 5,000달러에 이르는 회비를 낸다. 이러한 미술관 멤버십은 국내에서도 국립현대미술관, 대림미술관, 사비나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서울대학교 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규모나 참여도 면에서 해외와 비교하기는 어렵다. 미술관 회원이 되면 우선 무료입장, 아트숍 할인, 프라이빗 투어, 수장고 투어, 전시 프리뷰, 교육 프로그램, 파티 등 제공받는 혜택이 각양각색이다. 


대부분 기관에서 비슷한 수준의 이벤트나 서비스를 마련하고 있는데, 메트는 자발적인 기부금 형태로 입장이 가능하므로, 고정된 액수의 입장료를 받는 다른 뉴욕의 미술관과 달리 무료입장이 그리 큰 혜택은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위해 사람들은 메트의 멤버가 되려고 할까. 멤버십 부서는 사람들에게 어린 시절부터 미술관에서 성장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는 갱신율과도 이어지는데, 첫해의 만족도가 높으면 그만큼 회원권을 갱신하는 비율도 올라간다는 것이다. 한번 인연을 맺은 회원들은 회비 외에도 1년에 한 번씩 추가 기부를 하거나, 이사회 운영진이 되는 경우도 있다. 멤버십을 통해 메트가 벌어들이는 돈은 매년 약 3천만 달러에 이르는데, 이는 미술관 운영 전체 예산의 10% 정도에 해당하는 액수다. 단순히 서비스 차원에서 접근할 수 없는 이유다. 실제로 멤버십 부서는 미술관 전체의 실제적인 자금 개발 및 모금(fund raising)을 담당하는 디벨롭먼트 부서(develop ment department)와 업무적으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휘트니 미술관 내부 2015 

Photograph  Timothy Schenck  





이처럼 멤버십, 펀드레이징에 집중된 미술관 마케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미국, 특히 뉴욕 미술계의 구조와 국내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대부분의 미술관이 공적자금으로 운영되는 유럽이나 한국과 달리 미국 미술관은 각자도생에 가깝다. 대부분 ‘비영리 기관’임을 내세우지만, 사설 재단에서 출발한 경우가 많고 살아남기 위해선 자금 마련에 방점을 둘 수밖에 없다. 소액부터 고액, 개인부터 법인까지 기부의 폭이 넓은 것도 단순히 예술 애호의 일환보다는 기부자에게 면세 혜택을 주는 정책 덕분이라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실질적인 보상이 더 많은 행동을 낳을 수 있는 동기 부여가 됨을 증명한다고도 볼 수 있다. 2015년 매디슨가에서 하이라인(High Line) 근처의 갱스부르트가로 이전한 휘트니 미술관의 대이동은 단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장소를 옮기는 문제만은 아니었다. 


브로이어(Breuer) 빌딩에서의 고별 전시였던 <JEFF KOONS: A RETROSPECTIVE>를 찾은 관람객 중 단 64%만이 이사 소식을 안다고 답했으니, 마케팅 부서에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21세기에 입소문보다 빠른 것은 바로 SNS. 인스타그램(Instagram)을 키 채널 삼아 공격적인 SNS 커뮤니케이션에 나서게 된 것이다. 소셜 미디어 홍보를 담당한 마케팅 시니어 매니저(Senior Manager of Marketing) 사라 멜러(Sarah Meller)는 “사람의 얼굴을 보여주는 콘텐츠가 특히 주요했다”고 설명했다. “큐레이터, 아티스트, 작품 지킴이 등 미술관과 관련 있는 이들의 경험을 공유했을 때 가장 반응이 좋았다”고도 덧붙였다. 특히 #newwhitney는 새 건물이 완공되기 전부터 그들이 맞닥뜨릴 변화를 효과적으로 예고할 수 있는 해시태그였다. 그 결과 인스타그램에는 2만 개가 넘는 #newwhitney가 넘실대며, 젊고 쿨한 이미지를 선점하는데 효자 노릇을 제대로 했다. 


물론 지하철 및 옥외 광고, 언론보도, 기업과의 협업 등 전통적인 방식의 홍보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렇게 공들여 만든 휘트니의 정체성은 과연 무엇을 말하기 위한 것인지 궁금증이 생긴다. 힌트는 새로 태어난 휘트니가 제일 처음으로 선보인 전시의 제목<America Is Hard to See>에 있다. 이는 다르게 말하면 “You can see America from here”다. 바로 ‘American Art’, 미국 미술, 미국적인 미술 등을 함의하는 이 키워드는 지난 시간 동안 휘트니가 내세우진 않았으나, 다른 기관과 가장 차별화할 수 있는 특색이기도 하다. 설립자의 증손녀인 플로라 밀러 비들(Flora Miller Biddle)의 슬로건, “휘트니는 한 채의 건물이 아니라, 하나의 아이디어다(The Whitney is an idea, not a building)”는 마케팅, 멤버십, 자금관리 등 모든 부서에서 유념하는 요소를 아우르는 가치였다. 




 Cory Arcangel <Diddy / Lakes> 2013

 Video, color, silent, looped, with media player 70 flatscreen monitor, 

armature, and various cables 79×36 1/2 ×11in.(200.7×92.7×27.9 cm)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Promised gift of Hilary and Mo Koyfman  P.2015.7  Cory Arcangel 




‘아메리칸 아트’로 귀결되는 하나의 아이디어가 새로운 장소에 새겨지며, 널리 확산하는 것을 목표로 말이다. 그러면서도 단정적인 ‘아메리칸 아트’를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중심으로 활발한 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을 채택했다는 것이 마케팅 디렉터(marketing director) 조에 잭슨(Zoë Jackson)이 강조한 내용이었다. 하나의 개별 전시보다 기관 자체를 홍보하는 것에 집중하는 정책 역시 ‘누구에게 말하고 있는가’를 염두에 둔 선택이었다. 관람객의 면면을 들여다보니 어떤 전시보다는 미술관 그 자체가 궁금해서 오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결과를 얻었고, 세부 마케팅 전략에 이를 반영했다. 이 내용은 멤버십 부서의 전략에도 거의 그대로 적용된다. 개인과 법인 멤버십을 구분해 운영하는 휘트니도 핵심 혜택이 미술관마다 엇비슷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혜택보다는 서로 다른 가치를 어필해야만하고, 외부 리서치 그룹과 계약을 통해 더욱 정교한 고객(관람객) 분석 데이터를 활용해 그들이 원하는 미션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브루클린 미술관은 다른 두 기관보다는 ‘지역(community)’에 집중한다. 통계적으로도 전체 방문객의 45-50%가 브루클린 지역민인 데다가, 1800년에 설립될 당시부터 브루클리나이트(brooklynite)들에게 세계적인 수준의 미술관을 경험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지난 20년간 특히 지역과 관계 맺기에 집중했는데, 그 결과 웹 트래픽(web traffic), 멤버십, 펀드레이징 등 모든 면에서 브루클린 내에서 참여도가 가장 높다고 한다. 이런 호응은 미술관으로 하여금 학교, 복지재단 등 지역 내 다른 기관과도 협업하고, 주민 특히 학생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하게 하는 등의 상호작용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렇게 어떤 사람이 오는지도 중요하지만, 여러 미술관에서 주목하는 데이터 중 하나는 관람객의 경험(visitor experience)다. 문턱은 넘었는데, 그 안에서 어떤 경험을 하는지가 다음 방문, 나아가 멤버십 가입 등 더 깊은 차원의 개입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브루클린 미술관 애플리케이션 애스크(ask) 메인 화면





이와 관련해 브루클린 미술관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단연 애스크(ask)라는 애플리케이션이었다. 상용화된 지 1년 반 남짓한 애스크는 미술관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를 표방하는데, 질문에 답을 해주는 이들은 실제 미술관 직원 6명이다. 일테면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가, 어떤 작품부터 아이에게 보여줘야 할지 물으면 잠시 후 알렉스(Alex)가 나름의 조언을 해주는 식이다. 질문자의 신원은 철저히 익명 보장되지만, 답변자의 이름은 대화마다 표시된다. 거리낌 없이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는 데다가 마치 브루클린 미술관에서 일하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듯, 친밀감과 유대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효과를 준다. 


개발 과정부터 참여해 온 사라 디바인(Sarah Devine)은 “동시에 반복되는 질문을 채집함으로써 전시 동선, 기획, 시설 운영 등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애스크는 블로그를 통해 기술 개발 과정 및 운영 현황 등을 알리며 톡톡한 홍보 효과도 누리고 있다.매년 10월, 11월이면 미국의 미술관들은 연간 보고서(Annual Report)를 발행한다. 7월 1일부터 다음 해 6월 30일까지를 1년으로 잡고, 한해의 소장품 변화, 전시 및 설치부터 출판, 기금 활용내역, 고용 현황 등 그야말로 살림명세를 샅샅이 밝히는 보고서다. 이 연간 보고서는 대부분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통상 피상적이고 불필요한 설명보다는 목록과 숫자 위주로 실질적인 분석 자료로 기능할 수 있게 만든다. 


아주 세세한 내용까지 공개되는 것을 꺼릴 법도 한데,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이렇게 철저하고 투명한 관리가 곧 기관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자기가 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확인하면서, 동시에 소속감을 느끼고 연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 이는 미술관이 더 많은 자금을 투자받을 수 있는 순환 구조의 바탕이 된다. 기관의 큐레이터 역시 펀드 레이징과 홍보의 중요성을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깊숙한 곳까지 관여한다. 좋은 전시를 만들기 위해선 기획부터 마무리까지 마케팅, 홍보, 출판, 디지털 등 모든 시스템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경험치가 쌓여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다. 어느 기관이든 작품과 전시의 질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데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이러한 콘텐츠를 누구에게, 어떻게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인지 고민하지 않는다면, 미술관의 존폐를 고민하는 날이 먼저 올 수도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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