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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25, Feb 2017

미스터(Mr.)_도쿄, 해질 무렵, 내가 아는 도시: 허전한 내 마음과 같은

2016.12.15 – 2017.2.18 갤러리 페로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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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영 문화예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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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콘 장인의 포장술

 


로리콘(롤리타 콤플렉스) 오타쿠라니, 최악이네. 언젠가 미스터(Mr.) 작품을 보고 그렇게 생각했다. 눈동자에 납작한 가슴을 가진, 절대 해를 끼칠 없는 얼굴의 발랄한 소녀를 집요하게 그린 그의 작품을 마주하는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온갖 알록달록한 것들이 이상화된(!) 여성을 둘러싼 모양새가 어찌 보면 알폰스 무하(Alphonse Maria mucha) 포스터 같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소녀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팬티를 노출한 작품에 이르러선 짜증이 났다. 무릎엔 색색의 반창고까지 붙이고 있었다. 슈퍼 플랫이고 네오 팝이고 좋다 쳐도 도대체 내가 이런 보고 있어야 하나?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오덕이니 십덕이니 한국화한 오타쿠의 별칭이 애칭처럼 붙어도 그들의 비틀린 섹슈얼리티를 대할 때의 생래적 불쾌감은 어쩔 없는 일이다. 갤러리 페로탕 서울에서 이번 전시에선 다행히 소녀 팬티 그림은 없었다. 작가는 갤러리 공간을 폐허로 꾸며 놓았다. 부러진 각목과 각종 미소녀 그림, 온갖 잡동사니가 뒤엉켜 널브러진 바닥과 , 천장에 물감이 마구 흩뿌려져 있는 공간에 들어가자마자 숨이 막힌다. 어휴, 한숨이 절로 나올 만큼 징하다. 화이트 큐브에 벽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알차게도 망쳐놓은 공간 구석구석을 들여다볼수록 징함 더해갔다.

 

미스터는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의 제자이며 아트 프로덕션 카이카이 키키의 설립 멤버다. 다카시에게 오타쿠 문화를 소개한 장본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실제로 행동은 하지 않는다지만 롤리타 콤플렉스를 지닌 오타쿠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전면에 드러낸다. 만화와 애니메이션 서브컬쳐로 일본 고유의 미학을 세계적 언어로 변화시켰다는 평을 듣는다고. 2014년엔 미국 시애틀 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가졌고, 작년엔 도쿄 긴자에 위치한 구찌 매장에 이번 전시와 유사한 방식으로 작품을 설치했다. 자연재해인지 무엇인지는 없지만, 갤러리는 여러 번의 재난을 겪은 작업실처럼 보였다


벽에는 편의점, 도쿄 타워, 지하철 내부 일상적인 도쿄의 풍경 사진을 인쇄한 천을 얼기설기 드리웠는데(그나마도 곳곳이 뜯겨 있다) 지하철 내부를 배경으로 오른쪽 벽에 걸린 2014 <I Wish to Be a Wind> 하나를 제외하면 공간 내부의 모든 작품은 크건 작건 모두 훼손되어 있다. 작게는 물감이 것부터, 뜯기고 뒤집히고 부서지고 꺾인 것까지재난의 레이어랄까?  마치 작가는 거듭되는 재난 속에서 훼손된 작품을 복구하고 떨어진 캔버스를 다시 걸고넘어진 조각상을 일으켜 세우며 멈추지 않고 계속 새로운 그림을 그렸던 같다. 그러니까 눈동자에 납작한 가슴을 가진, 절대 해를 끼칠 없는 얼굴의 발랄한 소녀 그림을 말이다. 징하디 징하다.

 

갤러리의 자료에 따르면 작품의시각적 유희 2 세계대전을 비롯해 2011 일본 전국을 강타한 쓰나미와 지진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의 재난을 겪은 일본 상황에 근거한단다. 평화롭고 질서 있어 보이는 국가의 겉모습 이면에는 일본 시민들의 정서에 잠재된 불안과 혼돈이 도사리고 있으며, 전시 공간에서 느낄 있는 무질서와 엔트로피는 이런 문제적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흥미로운 , 내가 이전에 미스터의 작품을 보면서 느꼈던 불쾌함과 불편함을 이번 전시에선 거의 느끼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스탠리 큐브릭의 <롤리타> 대해 그저 더러운 늙은이의 이야기일 뿐이지만 그걸 포장한 연출 덕에 모두가 영화를 봤다고 말했다. 한심하고 불편한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방법을 자신도 따르고 싶다고. 미스터는 효과적인, 또는 안전한 방법을 찾은 같다. 연출한 폐허 속에서 세심하게 설계한 징함, 일종의진정성 (적어도 내겐) 롤리타 콤플렉스에 빠진 오타쿠의 세계가 주는 불편함을 슬그머니 밀어냈다. 다른 인터뷰에서 그는 그동안의 자기 작업에 대해 로리콘 장인(craftman)으로서 지난 20년간 자신이 활동해 다양한 국가의 가치관에 맞춰 변화해 왔다고, 자신은 이상 팬티를 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문득 폐허 속에 소녀의 팬티 그림이 걸린 장면을 떠올리고 말았다.               

 

 

* <도쿄, 해질무렵, 내가 아는 도시: 허전한 마음과 같은>(2016. 12.15-2017.2.18, 갤러리 페로탕 서울) 전시 전경 Photo: Keith Park 2016 Mr./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Courtesy Galerie Perro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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