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Art World
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Art World
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Art World
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Art World
Issue 126, Mar 2017

예술의 기원에 관하여

Australia

On the Origin of Art
2016.11.5-2017.4.17 태즈메이니아, 태즈메이니아 현대미술관

어느 날 갑자기 억만장자가 된다면 당신은 무엇을 하겠는가? 허황된 질문인 줄 알지만, 누구나 한 번쯤 이에 대한 답을 상상해 봤을 것이다. 데이비드 월시(David Walsh)는 미술관을 세웠다. 데이비드 월시, 그러니까 하루아침에 억만장자가 된 어지간히 운이 좋은 사람. 그는 현대미술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태즈메이니아에 미술관을 만들면서 유명해졌다. 그에게 행운을 가져다준 부(富)의 근원은 다름 아닌 도박. 월시는 카지노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평소 좋아하던 미술품을 구입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호바트의 토지를 사들여 자신의 컬렉션을 전시할 수 있는 현대미술관(이하 MONA, Museum of Old and New Art)을 설립했다. MONA가 건립될 당시, 월시의 기가 막힌 성공 신화는 태즈메이니아 뿐만 아니라 호주 전역에 큰 화젯거리이기도 했다. 개인 컬렉션으로는 호주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MONA. 그 방대한 컬렉션과 미술관을 둘러싼 그림 같은 풍경 덕분에 MONA는 현재 태즈메이니아의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MONA가 단순히 랜드마크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월시는 매번 파격적이고 독특한 전시를 선보이면서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이번에는 좀 더 특별하고 심오하다. 이름하여 <예술의 기원에 관하여(On the Origin of Art)>. 월시는 본 전시가 지금까지 선보였던 MONA의 그 어떤 전시보다 의미 있고 훌륭한 전시가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의 지원군으로 네 명의 큐레이터-브라이언 보이드(Brian Boyd), 제프리 밀러(Geoffrey Miller), 마크 챈기지(Mark Changizi),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가 초대되었고 빌 헨슨(Bill Henson)과 패트리샤 피치니니(Patricia Piccinini) 등 호주를 대표하는 일곱 명의 작가를 포함해 미국, 영국, 프랑스, 뉴질랜드, 일본에서 총 스무 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 김남은 호주통신원 ● 사진 태즈메이니아 현대미술관(MONA) 제공

Left: Berlinde De Bruyckere 'Lange eenzame man, 2010' 2010 Wax, epoxy, cushion, glass, wood, iron Mona collection, Right: Berlinde De Bruyckere 'P XIII' 2008 Cast and modelled wax, epoxy, metal, rope Mona collection Photo Credit: Mona/Rémi Chauvin Image Courtesy Mona, Museum of Old and New Art, Hobart, Tasmania, Australia

Share this

Save this

Written by

김남은 호주통신원

Tags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욕망 혹은 아름다운 그림을 보고 싶어 하는 욕망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창조적 쾌락과 시각적 쾌락의 차이는 어떻게 다를까? 예술가와 관람객 사이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충동의 핵심은 과연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On the Origin of Art>는 흥미롭게도 미술이 생물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뛰어난 적응력을 지닌 미술은 환경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방식으로 살아남았으며 더러는 사라지기도 했지만, 다음 세대를 위해 더욱 발전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미술에도 진화론을 대입해 볼 만 하다. 


큐레이터로서 전시에 참여한 보이드, 밀러, 챈기지, 핑커는 모두 다윈주의자들로서 예술의 기원을 인류가 지닌 역사적인 배경보다는 원초적이고 생물학적인 인간의 심리와 행동 양식으로 설명한다. 심리학, 언어학, 생리학 등 각 분야에서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는 네 명의 전문가들은 문화인류학자의 관점에서 자신의 입장을 대변해 줄 전시를 선보인다. 네 명의 큐레이터, 네 개의 공간, 네 개의 전시. 각 공간을 살펴보면 하나의 독립된 전시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짜임새 있는 기획력을 보여주며 다양한 문화적 근원지를 반영하는 고대 미술품에서부터 최첨단 과학 기술을 선보이는 현대 미술품에 이르기까지 작품군도 화려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술의 기원에 관한 생물학적인 고찰. 초대 큐레이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Brigita Ozolins <GRAPHOS> 2016 Plywood, stain, speakers, 

sound Commissioned by Mona for <On the Origin of Art> 

Photo Credit: Mona/Rémi Chauvin Image Courtesy Mona,

 Museum of Old and New Art, Hobart, Tasmania, Australia





뉴질랜드의 영문학 교수 브라이언 보이드는 예술의 기원을 동식물의 ‘신호 체계(signaling systems)’에서 찾는다. 모든 생물은 여러 신호체계를 갖추고 서로 정보를 전달하는데, 생태계와 마찬가지로 작가와 관객 사이의 상호작용이 미술사를 이끌면서 다양한 양식과 기술로 발전해 왔다는 것이다. 예술을 인지적 놀이의 한 형태로 간주하는 보이드는 시대에 따라 미술의 양식과 유행이 변화한 것은 인간이 무의식적으로 두뇌를 사용하던 놀이가 진화하는 메커니즘이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그의 의견에 따르면 예술 작품을 창조하거나 감상하는 행위는 곧 예술가와 관람객 사이에 신호를 교환하는 인지적 놀이에 해당한다. 


모든 예술은 관람객의 시선을 끌기 위해 존재하고 이를 위해 여러 가지 색상, 패턴, 형태 등 각종 신호를 사용하는데, 어떤 사람이 예술에 반응한다는 것은 자신의 인지 능력을 미세하게 조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리학 교수 제프리 밀러는 예술은 신호 체계로 이루어져 있다는 보이드의 의견을 따른다. 벌이 일정한 형태를 그리며 춤을 춘다거나 고릴라가 하늘을 향해 가슴을 치는 등 모든 생태계의 현상이 의미가 담긴 신호이듯이 예술도 그러하다는 것이다. 이미 한 세기 전 다윈(Charles Darwin)이 주장한 바대로 모든 동식물은 동료에게 특정한 정보를 알리거나 자신의 건강상태를 뽐내기 위해 신호를 사용했고 이는 곧 번식으로 이어졌다. 밀러는 다윈의 이론과 마찬가지로 공작의 화려한 깃털은 동료를 유혹하기 위한 일종의 신호였다는 것을 예로 들면서 예술 역시 이러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Aaron Curry <Daft Dank Space> 2013 Silkscreen 

on cardboard, wood frame panels, silkscreen 

and spray paint on wood and cardboard Courtesy of Almin Rech

 and David Kordansky Gallery Photo Credit: Mona/Rémi Chauvin 

Image Courtesy Mona, Museum of Old and New Art, Hobart, Tasmania, Australia  





그는 이 시스템에서 예술가는 ‘발신자(sender)’로, 관람객은 ‘수신자 (receiver)’로 설정한다. 발신자는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때로는 위험을 무릅쓰며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고 수신자는 발신자가 창조한 특정한 색상, 패턴, 모양 등에 반응하며 기쁨을 얻는다고 한다. 하지만 보이드와 밀러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다윈의 견해는 20세기 이후의 미술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미술은 다양하고 복잡해졌으며 예술가와 관람객 사이의 상호작용 이외에도 수많은 기능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경생리학자 마크 챈기지에게 미술이란 음악이나 언어처럼 문명의 발명품에 속한다. 음악과 언어는 자연을 모방하면서 시작된 인류의 창조적인 행위가 발전한 것으로, 챈기지는 미술 역시 고대의 메커니즘이 새로운 환경에 맞게 진화하면서 생겨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그는 인류 문화의 원천을 자연에서 찾을 수 있기는 하지만 예술만큼은 타인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과적으로 예술 안에서 발생하는 환희와 비애, 그 모든 감정들은 인간을 둘러싼 무수한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타인과 교제하기 위한 본능 때문에 예술이 존재한다는 챈키지의 가설은 보이드와 밀러의 의견과 일맥상통한다.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는 다윈주의적 의미에서 예술은 인류의 미적 감각이 진화한 것을 보여주는 수단이라고 한다. 인간은 예술을 통해 쾌락을 얻으려 하는데 미적 쾌락이 가장 비범한 형태로 발전한 결과가 예술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향락의 기술(pleasure technology)’로 여겨지던 예술은 현대에 이르면서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되었고 애초 인간이 누리고자 했던 쾌락의 의미도 미묘하게 변하고 있다. 핑커에 의하면 예술은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생긴 부산물, 즉 사회에 적응하면서 생긴 부작용의 일종이기도 하다. 





Daniel Crooks <Static No. 12(seek stillness in movement) 2009-10>

 2010 Single-channel HD digital video transferred to Blu-ray, 

16:9, colour, sound; duration 00:05:23 ®œ Daniel Crooks. 

Courtesy of the artist and Anna Schwartz Galle





이에 대해 그는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를 예로 든다. 베블런 효과란 미국의 사회학자 소스타인 베블런(Thorstein Veblen)의 저서 『유한계급론(The Theory of the Leisure Class)』에 등장한 경제 용어로 상품의 가격이 치솟는데도 일부 계층의 허영심 때문에 수요가 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을 뜻한다. 상류층 사람들은 값비싼 제품을 구입하는 ‘과시적 소비(conspicuous consumption)’를 통해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려 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대표적인 상품이 바로 미술품이다. 부자들이 고가의 미술품을 소장함으로써 자신을 품위 있고 우아한 엘리트라고 규정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결국, 개인의 사회적·경제적 수준에 따라 예술의 가치와 효용성은 달라지며 이는 혼돈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핑커의 입장이다. 예술의 기원, 즉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이 중요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모인 네 명의 큐레이터들은 모두 다윈의 이론을 따르면서도 각각의 연구 분야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펼쳐 보였다.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미술을 설명하는 이들의 주장은 분명 독특하지만 생물학적인 시각만으로 예술의 기원을 설명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이들이 가장 중점을 둔 것도 결국은 예술가와 대중의 관계 아니었던가. 결코, 한 가지 방식으로 정의될 수 없는 예술의 기원은 밀러의 주장대로라면 예술이 수행하고 하고 있는 기능과 목적에 따라 매우 다른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United Visual Artists-UVA <440hz> 2016 An interactive installation 

where body movements are translated into light and sound: 

LEDs, steel frame, computer, driver electronics, custom software, 

computer vision camera, cabling Commissioned 

by Mona for <On the Origin of Art> Courtesy of the artists

 Photo Credit: Mona/Rémi Chauvin Image Courtesy Mona, 

Museum of Old and New Art, Hobart, Tasmania, Australia  





글쓴이 김남은은 숙명여자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대학원 예술학과에서 장-미셸 오토니엘의 작품연구에 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9년간 신한갤러리 큐레이터로 일하며 다양한 전시를 기획했다. 현재 캔버라에 거주하면서,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호주 미술을 소개하는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온라인 구독 신청 후 전체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구독하기 Subscribe 로그인 Log in



메모 입력
뉴스레터 신청 시, 퍼블릭아트의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시면 뉴스레터 구독에 자동 동의됩니다.
Your E-mail Send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