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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26, Mar 2017

이응노미술관 소장품전_돌, 나무, 종이

2017.1.17 – 2017.3.26 이응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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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석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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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의 시대에 대한 이응노의 응답



이번 이응노미술관의 소장품전은 종이와 나무, 세라믹과 다양한 재료로 제작된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흔히 알려진 이응노의 문자 추상 작업이나 군상 계열의 수묵화 작업들은 다분히 이미지 중심의 관조와 해석을 동반하곤 했다. 이번 전시는 기존에 기회가 드물었던, 다양한 재료와 형태의 작업들이 주를 이루기에, 그의 작업에 대한 익숙한 감상법을 잠시 접어 필요가 있다. 전시는 개의 전시장에 각각 종류의 재료별로 작품들을 배치시켰다. 햇빛이 풍부하게 유입되는 전시장의 구조는 재료 고유의 속성을 살려내고 있다. 전시는 종이로 만든 작업들로부터 시작한다. 주로 종이 반죽을 개어 만든 작품들은 평면 작품의 회화적 표현부터 돌과 같은 느낌의 입체 형태의 표현까지 다양하다


재료를 다루는 작가의 능란한 솜씨는 모든 작업들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특징이기도 하다. 1960년대에 제작한마스크시리즈는 일그러진 형태의 얼굴이 부조적 형태로 표현되어 있다. 종이를 꼬아 콜라주한구성연작들은 일견 모더니즘적 기하 추상의 형태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여전히 이응노 고유의 취향이 보인다세라믹 작업들이 모인 전시장에서는 형태의 추상적 표현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군중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형태의 작업이나, 거기서 생략해 들어감으로써 무형의 에너지가 흐르는 듯한 작업들이 병치 되어 있다. 형태나 기법 면에서 종횡무진하는 세라믹 작업들은 탁월한 손을 가진 작가로서의 이응노가 부여받은 천부적 재능을 특히 보여주고 있다.





<마스크> 연도미상 한지에 수묵 55×48cm

 



나무로 만든 작업들에서는 그가 가진 형태에 대한 탐구들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브랑쿠시(Constantin Brancusi) 헨리 무어(Henry Moore) 대리석 조각을 연상시키는 것들부터 원시 부족의 공예품과 같은 느낌을 주는 작업, 혹은 단위 요소들이 기하학적으로 집적된 건축물을 연상시키는 상이한 작업들이 다수 배치되어 있다. 재료에 가해진 손의 느낌이 자세히 드러나는 나무 작업에서는 그가 추구한 원시적 생명력에의 탐구가 막연한 신비주의에 기대지 않고 슬픔과 기쁨, 공포와 극복 인간으로서의 실존적 감성에서 기인한 것임을 보여준다. 현대적인 매력으로 가득한 2점의 작품, <얼굴> (1965)에서는 끌을 이용한 거친 터치가 그의 수묵화에서 거치면서도 유려한 선이 수행하는 역할을 오롯이 해내고 있다. 찌그러진 눈과 입을 가진 기괴한 얼굴은 전쟁으로 얼룩진 20세기 초를 살아가는 예술가로서 가졌던 인간 존재성의 본질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보여주는 같은데, 비슷한 시기를 살다 아일랜드 출신의 화가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회화에 등장하는 얼굴들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마지막 부분에 배치된 돌로 제작한 작품들은 가공을 최소화 형태의 위에 채색을 하거나 먹으로 드로잉을 것들로 다분히 비석과 비문의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이는 스스로도 밝히고 있듯이 과거 경주의 유물들을 답사하는 과정에서 얻은 심원한 역사의 분위기를 표현하고자 같다. 많지 않은 수의 작업들이 매끄럽게 다듬어진 백색 모래 위에 배치되어 시공간을 초월하는 느낌이 부각되어 있다. 다양한 재료로 만든 작품들로 채워진 이번 전시는 다양한 재료를 탐구하고 실험했으며, 하나의 재료를 다면적이면서도 능란하게 다루었던 조형 감각을 갖추었던 대가의 면모를 드러낸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존재하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 작가의 강렬한 사유를 보여준다


다양한 재료와 기법의 활용은 원시적이고 주술적이며 유기적인 형태를 표현하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반항적 기질이 넘치는 원시적 형태의 작업들은 인류가 진보를 거듭하며 우주를 제어할 있다고 믿었던 서구 모더니즘이 참혹하게 전도된 시대와 장소에 대한 이응노의 응답이기도 했을 것이다. 이는 다분히 순환적인 시공간과 유기적이고 총체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의 모습에 대한 이응노의 단단한 사유이자 기저에 깔린 깊은 애정이었으며, 진보의 허구성을 극복하고자 했던 시대의 흐름에 대한 예견이기도 했다. 정작 시대는 그에게 그리 친절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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