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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65, Jun 2020

바이러스 이후

6월, COVID-19로 2020년 절반이 지나가는 지금, 상황은 여전히 어지럽고 혼란스럽다. 그러나 낙담하고 있을 수만은 없으며 이제 달라진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커다란 분기점이 될 이 시기, 편집부는 여러 인물들의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그들이 그리는 바이러스 이후 미술을 정리한다. 이번 특집은 큐레이션, 교육, 플랫폼으로 나뉜다. 우선 두각을 나타내는 큐레이터들에게 코로나 이후 큐레토리얼 방식의 변화와 전망에 대한 인터뷰를 요청해 요약하고, 사상 최초로 온라인 개학을 맞은 밀레니얼 세대들의 미술 교육 방식을 살펴본다. 그리고 비단 단절의 의미만이 아닌, 오히려 비대면으로 타인과의 접점을 찾기 위해 각종 디지털 기술과 결합하며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는 ‘온택트(on-tact)’ 전시 플랫폼의 강점과 가능성을 알아본다. 이 모든 아이디어는 조만간 미술계가 직면할 숙제에 대한 답의 흐름과 방향을 제시한다. 과거에도 위기는 있었고 힘겨운 상황 뒤에는 항상 발전과 변화가 있기 마련이다. 어쩌면 모두가 외롭고 힘겨운 작금의 상황 속에서 편집부가 마련한 기획과 이론으로 미술계가 힘차게 나아갈 수 있길 바란다.
● 기획·진행 편집부

Exhibition view Biasi, Alberto 'Light Prisms, Cinereticolo spettrale' 1962-1965 mobile crystal prisms; Plexiglas blocks, electric motors, wooden cases © ZKM | Center of Art and Media Karlsruhe Photo: Felix Grünschlo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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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울리히 오브리스트,애론시저,피터바이벨,야콥 파브리시우스,데프네아야스&나타샤,박제성,고재욱,김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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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FEATURE Ⅰ_큐레이션

큐레토리얼 변화의 양상

-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 애론 시저

- 피터 바이벨

- 야콥 파브리시우스

- 데프네 아야스 & 나타샤 진발라

 

SPECIAL FEATURE Ⅱ_교육

팬데믹, 교육, 미술, 미래의 함수_박제성

 

SPECIAL FEATURE Ⅲ-Ⅰ_플랫폼

2010-2020. 그다음의 10_고재욱

 

SPECIAL FEATURE Ⅲ-Ⅱ_플랫폼

http://thisconnectivity.com_김나희





제이콥 스틴슨(Jakob Kudsk Steensen)

 <카타르시스(Catharsis)> 2019-2020 

Supported by CONNECT, BTS Outdoor installation 

at the Serpentine Galleries Photo: Hugo Glendinning 

© the artist 

 




Special feature Ⅰ_ 큐레이션

서펜타인 갤러리 디렉터 (Artistic Director of the Serpentine Galleries)

 Hans Ulrich Obrist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포스트 코로나(post COVID-19)’의 개념은 아직 유동적이라고 생각한다. 언제 종식될지 아무도 모르지 않는가? 큐레이터로서 이번 위기가 닥치기 훨씬 전부터 인류가 직면한 생태학적 위기를 돌아보았다. 전시공간으로서, 예술가와 아이디어를 위한 공간으로서, 아카이브이자 촉매제로써 미술관의 역할을 되짚어왔고, 새로운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취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에 관해 몇 가지 프로젝트를 예로 들어 설명하려 한다. 팬데믹 상황에서 서펜타인 갤러리(Serpentine Galleries)를 임시 휴관하는 등의 대처는 당연했고 디지털 전시는 필수적인 것이었다


이번 위기로 특히 영향을 많이 받은 동아시아 작가들의 전시 <카오 페이: 청사진(Cao Fei: Blueprints)> <포마판타스마: 캄비오(Formafantasma: Cambio)>를 디지털 파트너 나우니스(Nowness), 이플럭스(e-flux)와 서로 다른 형태로 온라인에서 개최했다. 그리고 향후 3달간 필름, 비디오, 애니메이션 작품 등을 통해 새로운 플랫폼 형식으로 유기적 변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우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기존의 전시공간을 넘어서려는 기획을 시도해왔다. 디지털 커미션부터 장기적 전시기획으로 환경에 대한 고찰, 지역사회에 들어가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작가들을 지원하고 마라톤(Marathon) 및 라이브 프로그램을 기획해 다양한 플랫폼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슬로우 프로그래밍(Slow Programming)’은 시공간의 제약을 받는 전시를 탈피한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프로젝트다. 서펜타인 갤러리 50주년 특별 기획 <백 투 어스(Back to Earth)>는 세계적인 작가, 음악가, 건축가, 시인, 영화 제작자, 과학자, 사상가, 디자이너 등에 기후 위기에 대한 행동을 촉진하는 작품과 프로젝트를 선보이기를 제안한다. 수자원과 독극물 오염, 수산업, 농업 등 우리 세계가 직면한 자연의 자원 소진을 주제로 다루고, 나아가 토착민의 토지권과 법인, 치유의 개념을 한 단계 깊이 탐구하며 기존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시도를 한다. <백 투 어스>의 일환인 <크리에이트 아트 포 어스(Create Art for Earth)>에는 주디 시카고(Judy Chicago), 스운(Swoon), 제인 폰다(Jane Fonda)가 참여한다. 환경문제의 원인에 가시적인 반기를 들 수 있는 작품을 공개 모집하는 형태로, 지구를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플랫폼이다. 우리는 또한 처음으로 <파빌리온(Pavilion)> 프로그램 2년 이상에 걸쳐 연장한다. 연장된 기간 동안 커미션한 카운터스페이스(Counterspace)의 훌륭한 건축가들과의 더욱 긴밀한 왕래가 있기를, 런던의 지역사회는 물론 국경을 넘어서 국제무대로 확장하길 기대한다.


<두 잇(do it)> 1993년 크리스티앙 볼탕스키(Christian Boltanski), 베르트랑 라비에(Bertrand Lavier)와 함께 시작해 지금까지 진행하고 있는 전시 프로젝트다. 작가를 초대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안내 사항이나 지침, 음악, 조리법 등을 부탁하고 일반적으로 예술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 배치한다. 몇 주 전,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두 잇>을 재방문하는 관람객이 증가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시대에 따라 변하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 생각한다. 초기에 작가들이 건넸던 지침은 어떠한 행동주의나 실용적인 요소가 두드러졌다. 예로, 에일린 마일스(Eileen Myles)는 대통령 출마 가이드를 선보인 바 있다


이번에는 우리가 함께 처한 상황에서 서로를 도울 방법에 대한 지침을 만들어달라고 작가들에게 부탁했고 새로운 장을 넘기게 되었다. 프로젝트 파트너들이 세계 곳곳에 있다. 뉴욕의 ICI와 호주의 칼도르(Kaldor) 프로젝트가 있고, 구글 아트 앤 컬처(Google Arts & Culture)*도 참여해 <두 잇>의 과거 아카이브 자료와 신규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세계 어디서나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의 구정아 등 국경을 넘어 활동하는 훌륭한 작가들을 만나볼 수 있는 아카이브다. 앞서 언급했지만, 오프라인 활동도 중요한 시기다. <두 잇>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오픈 소스 미술 프로젝트인 만큼 이를 반영해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만들고 즐길 수 있다.


디지털 인터페이스에서 잠시 벗어나 세상을 바라보고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공원이나 녹지에 갈 수 있다면 가는 것이 좋다. 하지만 자연 세계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일례로 제이콥 스틴슨(Jakob Kudsk Steensen)과 함께한 증강현실 건축물 프로젝트더 딥 리스너(The Deep Listener)’는 서펜타인 갤러리가 위치한 런던의 아름다운 켄싱턴 가든(Kensington Gardens)의 방문객이 공원에 서식하는 생물체를 만나고 경험할 수 있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방식으로 자연 세계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작품으로 아름다움과 낙관적인 태도가 돋보인다. K-POP그룹 방탄소년단과 함께한 <카타르시스(Catharsis)>는 실제 야생의 숲속 풍경을 스캔해 재구성한 작품으로 게임 플랫폼 트위치에서 시공간의 제약 없이 관람 가능하며 서페타인 갤러리 외부 정원에 설치된 거대한 스크린을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다.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포털과도 같은 이 전시는 물리적 경험이자 온라인 전시이며, 현실도 2차원도 아닌 어딘가의 장소다. 


우리는 변혁의 시대를 살고 있다. 지금까지 경험한 적 없는뉴노멀에 적응해야 할 뿐만 아니라 매일의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고, 삶을 공유하는 중요한 것들을 포기하고 있다. 하지만 포기하고 미루는 것들 중 하나가 예술이 되어서는 안 되고 그렇기에 접근성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상황이 나아지면 미술관 문을 열고 프로그램을 재개하게 되겠지만, 평소에 미술계로부터 소외된 지역사회를 찾아가는 것이 핵심이다. 위기와 재기의 시기에 미술은 장소의 물리적, 개념적 공간을 벗어나 대중에게 다가갈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 ‘의 매체가 때로는관용(Generosity)’이어야 할 때가 있다. 우리 모두의 공감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더 귀중한 시기다.  

 

[각주]

* https://artsandculture.google.com/project/do-it



글쓴이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는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Serpentine Galleries) 공동 디렉터로 1968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어났다1991년 첫 전시 <Wolrd Soup (The Kitchen Show)>를 시작으로 300개 이상의 전시를 큐레이션했다앞서 파리시립현대미술관(Musée d’Art Moderne de la Ville de Paris) 큐레이터를 역임한 바 있으며 현재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큐레이터로 꼽힌다.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Photo: Tyler Mitchell





Special feature Ⅰ_ 큐레이션

델피나 재단 디렉터 (Director of Delfina Foundation)

 Aaron Cezar 애론 시저

 


큐레이터는 대중에게 작품이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생각하는 일에 항상 성실해야 한다고 믿는다. 코로나19 타격으로 모든 미술관이 온라인에 작품과 전시를 선보이는 일을 급선무로 해야 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작품이 관람객과 더 가깝게 만나고 친밀한 상호작용을 하는 긍정적 효과를 낳기도 했다. 아티스트 필름이나 대개의 새로운 미디어 작품은 온라인에 적합한 형태다. 종종 대형 페어나 비엔날레에서 시간에 쫓기듯 미디어를 감상하고 지나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은 (이제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작품을 경험하는 시간을 스스로 조절하고 관리할 수 있다. 델피나 재단 역시 다양한 판로를 모색하고 있다


우리는 송은 문화재단을 비롯해 많은 기관과 국제적인 관계를 맺고 있고 레지던시, 파트너십, 공공 프로그래밍 등을 통해 예술적 교류를 촉진하고 창조적 실천을 개발하는 데에 전념한다. 한동안 국가 간의 이동 제한이 계속될 수 있는 점을 감안해 가상의 레지던시를 포함한 다른 비상 계획을 논의하고 있으며, 다양한 실무자들과도 협력하고 있다. 우리의 주된 목표는 전 세계 공통 관심사를 공유한 실무자들이 서로 연결되는 이상적인 틀을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오는 가을 <과학_기술_사회(science_technology_society)>를 주제로 한 웹 세미나를 재개최할 예정이다. 오늘날의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주제가 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레지던시 결과도 온라인으로 공유했다


5주 동안 매주 우리는 <오픈 스튜디오 시리즈:미래 의식들(OPEN STUDIOS SERIES: FUTURE RITUALS)>를 통해 작가들이 창작한 작품을 선보였다. 가상 레지던시는 물리적으로 체류하는 경험을 대체할 수 있고 미래의 레지던시에 대한 흥미로운 보완 요소가 될 수 있다또한 델피나는 런던에서 2주마다패밀리 런치(Family Lunch)’를 주최한다. 레지던시 내의 작가들, 스태프들, 갤러리스트 등 예술계 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친밀한 자리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행사 개최가 불가능했고 우리는 온라인으로 형식을 조정했다. ‘패밀리 런치: 홈 딜리버리(Family Lunch: Home Delivery)’는 내가 직접 작성한 서문 글과 우리의 동료 요리사 혹은 예술가 중 한 명의 레시피, 그리고 전직 거주자의 짧은 온라인 프레젠테이션을 포함한다. 직접적이고 살아있는 경험은 아니지만 우리는 이제 패밀리 런치의 일부 요소를 런던의 30명 정도가 아닌 전 세계와 함께 공유할 수 있게 됐다.





 Zadie Xa <Grandmother Mago> 2019 Performance 

part of Meetings on Art, 58th Venice Biennale, 

co-curated by Ralph Rugoff and Aaron Cezar Credit: Riccardo Banfi

 © Delfina Foundation and Arts Council England 




하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 존재한다. 모든 작품이 모니터 안에서 완벽하게 재현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가령 비디오가 특정 조건(화면 크기나 음향, 조명 수준과 같은)을 전제로 제작되는 경우 온라인에서 보여지는 영상은 실제로 구현됐을 때의 느낌을 자아내지 못할 수 있다. 이는 온라인 전시의 가장 큰 한계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큐레이터로서 나의 관심 분야이자 가장 큰 도전은퍼포먼스 예술에 관한 것이다. 향후 1-2년 동안 무대에 오르기가 특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라이브(Live)’ 경험이 어렵게 된다. 지금은 임시방편을 검토 중이지만, 일하는 방식 전체를 재구상하는 것을 고려중이다.전 세계 예술 기관이 자신들이 지지하는 바를 언급하고, 강조하며 사회 속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강화해나가야 한다. 우리는 지역적으로, 그리고 세계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고립감이 아닌 연대감을 느끼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글로벌 담론 내에서 예술과 사회에 대한 더 넓은 이해와 공통의 주제를 바탕으로 한 탐구의 기회가 우리에게 주어졌다.   

 


글쓴이 애론 시저는 델피나 재단(Delfina Foundation) 창립 이사이자 총괄 디렉터다. 다양한 국제예술기관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델피나 재단을 런던에서 가장 큰 규모의 아티스트 레지던시로 성장시켰다. 영국의 헤이워드 갤러리 프로젝트 스페이스(Hayward Gallery Project Space), 송은 아트스페이스, 콜롬비아의 아트보(ArtBo), 아랍에미리트의 아트 두바이(Art Dubai) 등의 전시 및 퍼포먼스를 큐레이션했다.

 




애론 시저 Photo: Tim Bowditch





Special feature Ⅰ_ 큐레이션

ZKM 대표 (CEO of the ZKM) 

 Peter Weibel 피터 바이벨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폐쇄사회는 우리의 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한지 깨닫게 해준다. 대규모 물질적 이동은 끝나가고 있고, 세계화 분위기는 소모되고 있으며, 온라인 사회가 현실화되고 있다. 집에만 머무르는 것, 분리된다는 것은 사회로부터 떨어져 가장자리에 놓여지고, 외부에 머무르며, 차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 집에 머물며 공공생활과 사회에서 소외되는 것은 얼마나 역설적인 현상인가. 마치 사후의 세계처럼 통행금지령 아래 우리는 폐쇄사회에 갇혀 있다. 그러나 미디어 이론을 근본적으로 생각해보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할 수 있다. 윌리엄 S. 버로스(William S. Burroughs)부터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까지 미디어 이론가들은 수년 전 바이러스에 빗대어 매스미디어의 파급력을 탐구했다.


버로스는 심지어언어는 우주공간에서 온 바이러스(Language is a virus from outer space)”라고 했는데, 최초의 통신 매개인 언어가 바이러스와 같다는 것이다. 또한 보드리야르는 바이럴리티(virality, 이미지 혹은 비디오가 빠르게 유포되는 상황)에 대한 수많은 에세이에서 바이러스성 매스미디어에 대한 경고와 전염성이 있는 정보의 확산에 대한 영향력을 강조했다. 바이러스가 번개처럼 확산되는 동안 감염되거나 사망한 사람들에 대한 정보도 그만큼 빠르게 퍼져나갔다. 만약 코로나19처럼 모든 독감성 질병에 대해 우리가 이와 같은 방식으로 보도한다면, 바이러스 자체만큼이나 위험한 공황상태가 일어날 것이다. (매년 전 세계적 5억 명의 사람들이 독감으로 고통받고 있고 이중 29-65만 명이 독감으로 인해 사망한다.)




Exhibition view Effekt <Kugelkabinett> 1965 

Styrofoam balls, fluorescent color, light and black light, 

electronic light control © ZKM | Center of Art and Media 

Karlsruhe Photo: Felix Grünschloß


 


바이러스의 가르침 중 하나는 이제 우리 모두가 디지털시대로 진입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만지지 마세요! 거리를 두세요! 가까이 가지 마세요!”라는 끊임없는 외침은 접촉사회의 종말을 의미하며 사회의 모든 형태가 바이러스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뜻한다. “더 가까이 오지 마세요!”는 원격사회(tele-society)로 향하는 입구를 상징한다. 1980년대 개인용 컴퓨터 개발과 1990년대 인터넷 발전으로 우리는 가상의 온라인 세계에서 삶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상품 주문부터 건강 검진까지 모든 온라인 서비스는 이미 신체 접촉을 피해 제공되고 있다. 더이상 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갈 필요가 없으며 집에서 영화를 스트리밍할 수 있다. 책을 사러 서점에 가지 않아도 집으로 책을 배달받는다. 작품을 보러 미술관에 가지 않아도 컴퓨터 화면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 전자상거래(e-commerce)와 인터넷 뱅킹, 모든 것이 가상의 세계 속 비대면으로 이루어진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우리는 세계화 현상의 분위기가 어떻게 소멸되고 있는지 경험하고 있다. 여전히 모든 것이 정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바이러스는 우리에게 고요함과 정적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200년 동안 많은 양의 소음이나 환경오염 물질을 생산해 온 우리의 행동에 작별을 고하게 한다. 실제 물리적 공간에 국한된 사람들은 비지역적이고 흩어지고 분산되어 있지만, 가상 테크놀로지 공간 안의 개인들은 오히려 공동체를 이루고 흡인력을 발휘한다. 과도한 물질적 이동성은 무형의 가상의 이동성으로 전환된다. 이제 문화는 온라인의 낙원이 될 것이다. 바이러스는 문화를 가상세계로 옮겨가도록 만들었다. 팬데믹의 추가적인 상황은 확실히 예측하기 어렵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이 가장 나쁜 것인지, 앞으로 더 나빠질지, 덜 나빠질지 알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위기 이후의 시간을 잘 보내야만 한다. 경제, 사회, 문화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혁을 위한 과제가 주어졌고 이전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것들을 이제는 불가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우리의 세계는 달라질 것이다.  

 

 

글쓴이 피터 바이벨은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파리와 비엔나에서 문학, 의학, 철학 등을 공부하고 현재 예술가이자 큐레이터, 뉴미디어 이론가로 활동하고 있다1999년부터 ZKM(Center for Art and Media) CEO를 맡고 있으며 2017년부터는 비엔나 응용예술대학(University of Applied Arts Vienna)의 피터 바이벨 디지털문화연구소(Peter Weibel Research Institute for digital Cultures) 소장을 맡고 있다.

  




 피터 바이벨 © Peter Weibel






Special feature Ⅰ_ 큐레이션

10회 부산비엔날레 총감독 (Director of the 10th Busan Biennale)

 Jacob Fabricius 야콥 파브리시우스

 


코로나19로 격리를 하면서도부산비엔날레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회의나 소통 방법이 많이 바뀌어 전시팀장과 매일 스카이프로 회의를 하고, 전시를 준비하기 위해 페이스타임(Facetime), (Zoom), 왓츠앱(WhatsApp) 등 다양한 채팅방을 전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작가들이나 조직위원회와 대화할 때도 대면 접촉 없이 소통하는 방법을 활용 중이다. 코로나로 닥친 이러한 변화들은 전시 형태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한다. 그 생각 중 하나로 지금 시대의 미술이 하나로 모이는 2차원의 스크린은 이상적이지 않고, 다른 전시 형태의 보충제로만 활용되어야 한다고 여긴다. 또한 대면 없는 개인 간의 우편이나 열린 야외에서의 전시는 빌보드 전광판이나 광고와 함께 상상되는 측면도 있다. 다양한 포맷과 디스플레이의 가능성에 대하여 생각하며 일하는 것은 언제나 영감을 준다.





Gillian Wearing <A Real Danish Family> 

2017 an example of Kunsthal Aarhus strategy of working 

with A Museum without Walls © Photo: Heine Pedersen

 



각 기관이 코로나 이후의 삶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는 방법들을 사고하지만, 아트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쿤스트할 알후스(Kunsthal Aarhus)에서는 코로나19 전부터 몇 년째벽 없는 미술관(A Museum without Walls)’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미 기관 외부의 공공장소에서 프로젝트와 전시를 많이 해왔고, 계속해서 그런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발전시켜 나갈 생각이다. 사실 이는 내가 큐레이팅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추구해왔던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 나의 첫 전시는 덴마크 섬 미델그룬스포르텟(Middelgrundsfortet)에서 열렸던 <레스터 출신의 남자, 스웨덴 소녀, 가족 아버지와 게이 커플이 덴마크와 스웨덴 사이의 무인도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What is a guy from Leicester, a Swedish girl, a family father and a gay couple doing on a deserted island between Denmark and Sweden?)>인데, 이는 관람객들이 화이트큐브 바깥의 각각 다른 장소에서 어떻게 미술을 보고 경험하는지에 도전해왔던 결과물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다른 공공장소들을 발견할 것이고 그런 것들이 기관의 가능성을 확장시켜 줄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한 최근 유틀란드 미술 대학(Jutland Art Academy) 학생들의 졸업전시(MFA degree show)도 개최했는데, 학생들 역시 작업을 보여줄 새로운 방법과 형식을 찾고 싶어 한다. 벽 바깥의 공원이나 창문을 활용하는가 하면 미술관 홈페이지를 활용하고, 선물을 만들고, 지역 신문에 특집호를 내는 등의 방식을 통해서 말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더욱더 글로벌하게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해야 할 것이다. 많이 읽고 적게 여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비대면의 관계는 코로나19로 확장되었지만, 그 대신 우리는 정보를 얻는 새로운 방식을 발견하고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지역적인 리서치와 방문을 원하는 외국 아티스트들은 그들이 필요한 것을 얻는 대안적인 수단을 발견해내기도 한다. 그들은 비대면으로 지시를 보내고고용된지역 조사단과 봉사자들로부터 필요한 자료를 얻곤 한다. 최종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긍정적인 길을 발견해내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올해부산비엔날레전시 제목인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에 큰 자부심을 가진다. 이 전시는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시 콘셉트는 처음에 저마다 다른 예술가들의 배경을 녹이기 위해 마련되었다. 사람들은 집에서 비엔날레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경험할 것이다. 기차 안에서나 혹은 물리적으로 다양한 전시 장소 중 하나에서 말이다. 올해에는 국제적인 관람객이나 여행자가 많지는 않겠지만, 주된 목표는 지역 방문객들이라고 생각한다. 비엔날레 감독으로서 한국 관람객들에게 미술, 문학, 음악과 문화적인 비타민을 주입하길 희망한다.  

 


글쓴이 야콥 파브리시우스는 덴마크 출신 기획자로 덴마크 예술 기관인 현대미술관 쿤스트할 오르후스(Kunsthal Aarhus)의 예술 감독으로 재직 중이며 덴마크예술재단 시각예술위원회(Danish Arts Foundation’s Committee for Visual Arts)의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사회적 문맥을 반영하고 예술과 문화, 지역을 아우르는 다양한 예술적 방법론을 시도해왔다.





 야콥 파브리시우스 © Photo: Stamers Kontor






Special feature Ⅰ_ 큐레이션

13회 광주비엔날레 총감독 (Director of the 13th Gwangju Biennale)

 Defne Ayas & Natasha Ginwala 데프네 아야스 & 나타샤 진발라



현재 우리는 한국, 독일, 스리랑카, 홍콩, 인도네시아,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흩어져 있는 전시팀과 함께 2021년에 열릴광주비엔날레를 준비하고 있다. 팬데믹에 대한 한국 상황이 긍정적으로 흘러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 운송이나 국제적인 교류에 있어서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지금은 오히려 이 시기의 예술적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취약성, 외로움, 서술적 구축, 상상적 도약들이 현재 삶을 구속과 슬픔 속에서 어떻게 재편하고 있는지를 관찰하는 것 말이다. 팬데믹의 폭발적 확산을 통해 온라인 콘텐츠가 급증했지만, 이는 동시에 가족과의 대화, 홈 오피스에서 일과 가사노동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가상 전시는 AI 미디어 피드로는 대체할 수 없는 감각, 사회적 분석, 신체적 미학을 이끌어낸다. 이에 우리는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의 큐레토리얼 전제를 확장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활동을 연결하고자 한다. 우리는 비대면 전시의 가능성을 확장하기 위해 영어와 한국어, 두 가지 언어로 제공되는 온라인 저널 <떠오르는 마음> 5월부터 공개했다. 이 저널은 이번 비엔날레의 모든 리서치 과정과 결과를 아우르면서 학제 간 콘텐츠와 아이디어들을 다룬다. ‘확장된 마음으로 기능하면서 격월간으로 출판되는 이 저널은 비엔날레의 지적·예술적 토대를 마련하고 에세이, , 비디오, 실시간 라이브 프로그래밍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보여줄 예정이다. 사실 우리는 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전부터 이런 방식을 일종의 확장 전략으로 기획해왔다. 첫 번째 특집은 광주 여성들의 역사부터 토착 고고학, 컴퓨터 기술, 인터넷 알고리즘적 젠더 폭력을 주제로 다룬다.





: 문경원 작가 오: 박주원 큐레이터 ‘GB토크

2020광주비엔날레 퍼블릭 프로그램’ 

2020 1 7 




공간과 방문의 개념이 바뀐 시점에서 이전의 경험을 떠올려보면, 큐레이터이자 감독, 자문으로 일하는 건 언제나 제한적인 조건 속에서 더 다원화되고 상상력이 풍부한 대처를 요구해왔다. 세계에서 가장 큰 비엔날레 중 하나인광주비엔날레에서도 불가피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따라서 이때 감독의 경험은 팀 구성, 편집 지식, 지역 커뮤니티에 대한 깊은 관심 등 예술적인 통찰 이상의 것을 포함해야 한다. 베를린의 그로피우스 바우(Gropius Bau)에서 맡은 역할 외에도, 현재 스리랑카의 비영리 예술 축제인 콜롬보스코프(Colomboscope)를 이끌고 있다. 스리랑카의 사회정치적 혼란과 전후의 사회는 동시대 문화 담론을 풍부한 자원으로 활용해 작업해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준다


또한 지난 2015모스크바 비엔날레(Moscow Biennale)’에서 큐레이터들과 함께 오늘날의 전시를 비싸게 만드는 모든 것, 이를테면 비행수단, 보험, 과도한 생산 같은 것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2012발트 트리엔날레(Baltic Triennale)’에서는 갤러리나 화이트 큐브 대신 최소화된 하나의 개인, 즉 예술가들에게 기부하는 방식을 선택하기도 했다. 이런 시도들이 나에게는 미술 범주를 확장시키는 일이고, 전시의 개념이 바뀐 요즘에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우리에게는 여전히 장거리 근무 중 매일 진행되는 운영 회의와 한국의 제도적 관료주의에 적응하는 것이 과제로 남아있다. 또한 현재 시점에는 광주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예술가들이 제주에서 진행하기로 예정되어 있는 신작들의 현장 조사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큐레이터로서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비엔날레가 불안정하고 문제가 많다는 것을 이해하고 인정하지만, 여전히 새로운 정신을 가진 포괄적인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다. 애도, 죽음, 출생, 갱신의 과정과 함께 이런 것들을 해나가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술은 또 다른 키워드를 가진다. 이와 함께 우리의 전시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은 지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무엇보다도 지식의 위계는 권력과 맞물려 공동체적인 생각을 강요해왔다. 토착 문화와 샤먼적인 실행들, 모계적 사회의 모델로부터 배울 필요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우리는 시민 사회 모델이 어떤 종류로 코로나 이후 사태에 부상할지 고민하고 우려하고 있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수의 생명을 잃으면서, 고립과 집단적인 움직임, 인간과 전 지구적인 비대칭성 속에서 공공 문화를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위원회는 내면과 외면, 법률과 불법, 남성과 여성의 이중적 갈등을 넘어 확장적인 생각을 가진 예술가들과 함께 일하며 나아가고 있다.비엔날레는 세계 공동체가 동시대 문화에 함께 참여하도록 제안하는 공간이다. 우리는 상파울루, 리버풀, 베를린, 코치 등의 비엔날레 동료들과 이런 난국을 통해 무엇이 실행 가능하고 타당한지에 대한 대화를 해 왔다. 21세기와 발맞춘 시스템, 제도, 프로토콜을 재설계하기 위해 이 글로벌 경험을 이용할 수 있을까 스스로 질문하면서, 동시에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또한 우리는 5·18민주화운동이 세계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오늘날 연대운동이 던지는 질문을 이해하기 위한 프리즘으로 보고 있다.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은 이를 통해 코로나19에 의해 방해받은 전 세계의 사회 정의 운동을 기리고자 한다. 그들의 정신은 여전히 살아있다.  

 

 

글쓴이 ()나타샤 진발라는 큐레이터이자 예술에 관한 글을 쓰는 작가다. 현재 베를린에 위치한 그로피우스 바우(Gropius Bau)의 어소시에이트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다2017년 도쿠멘타 14의 큐레이터 팀과8회 베를린 비엔날레(8th Berlin Biennale)’, ’타이베이 비엔날레 2012(Taipei Biennial 2012)’에도 큐레이터로 참여한 바 있다. ()데프네 아야스는 네덜란드, 중국, 미국, 러시아 등에서 여러 기관의 디렉터와 큐레이터를 역임했다현재는 뉴욕의 퍼모파(Perfoma)의 큐레이터이자 모스코바의 V-A-C 파운데이션의 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 또한56회 베니스 비엔날레(56th Venice Biennale)’ 터키관의 큐레이터를 역임했다.

 

 



: 나타샤 진발라 

: 데프네 아야스 

© Photo: Victoria Tomaschko





Special feature Ⅱ_ 교육

팬데믹, 교육, 미술, 미래의 함수 

 박제성 서울대학교 교수

 


코로나 팬데믹은 인류가 추구하는 근본적인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러한 질문은 교육 분야도 예외는 아닌데 전 세계에서 가장 교육열이 높은 국가 중 하나인 대한민국에서 팬데믹이 주는 기존 교육 체계에 대한 위협은 크게 강조될 수밖에 없다. 특히 개근을 중요하게 여겨왔던 우리 교육의 전통적 가치와 맞물려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는 상황은 그 자체로 교육의 큰 위기로 느껴진다. 이렇듯 건강에 대한 위협에서 오는 공포와 계획되지 않은 갑작스러운 시행으로 인한 어려움이 지금의 현실이지만 등교하지 않고 진행하는 온라인 수업, 즉 공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교육 시스템 자체는 대학 교육에 있어서 전 세계적으로 준비해오고 있는 미래 교육 과정 중 하나였다. 이는 여러 매체를 통해 실행되고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2012년 미국에서 시작된 무크(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는 교육이 공간적인 개념을 넘어서려는 시도와 실현 가능성을 보여준다




UAL Creative Computing Institute 

student group Photo: Ana Escobar 




실제로 갑작스러운 적용으로 인한 적응 문제, 인프라나 환경 구축 대한 문제 이외에 현장에서 온라인 시스템의 장점과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지금의 상황을 견뎌내는 차원이 아닌 대학 교육의 미래와 비전의 차원에서 논하자면 비대면 수업은 단순히 대면 수업을 할 수 없어서 진행하는 대안 정도로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 단지 오프라인 수업을 대체하는데문제가 없다는 차원을 넘어 온라인 수업이 가지고 있는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해야 하고 이를 활용하여 교육 과정을 보다 풍부하게 만듦과 동시에 온라인 교육이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분명하게 정의하고 오프라인 수업의 역할과 의미도 명확히 해야 한다. 디지털을 아날로그의 복제 도구로 보는 순간 디지털의 가능성은 축소되고 아날로그의 의미 또한 모호해진다


이는 근본적인 교육의 가치와도 맞물려 있는데 앞서 언급한 교육과 공간, 지역, 언어 등이 연결되어 생기는 한계를 극복하고 학생들이 스스로 주체적인 삶의 경험과 교육을 병행해 시공간을 자유롭게 계획하고 인생을 운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함과 동시에 질 높은 교육 과정을 보다 온전히 나누기 위한 고민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 시기의 고통스러운 경험은 교육의 미래를 위한 소중한 자산이 되리라 생각되는데 이를 위해 기술적으로 어떠한 것들이 충족되어야 하는지를 파악하는 실질적인 부분에 앞서 교육의 가치와 개념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의심이 그 중심이 되어야 한다.

 


미술 교육, 팬데믹을 넘어


지금의 시기를 견뎌내며 미술대학 교수로서의 가장 큰 어려움은 예술 교육의 특수성과 맞물려 있다. 미술은 물성을 다루는 기법에 대한 탐구와 공감각적인 경험에 관한 연구가 필수적이고 이는 언어화되어 소통하기에 분명한 한계를 보인다. 마치 예술 전공의 학위 결과물로서 논문이 가지는 한계처럼 현재의 온라인 매체가 주고받을 수 있는 감각의 한계로 인해 공간을 공유하며 나눌 수 있는 경험의 소통을 대체하기는 어렵게 느껴진다. , 작품을 창작하는 실습과 관련된 수업의 경우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데 보다 큰 어려움이 따랐는데 현재 상황에서는 실습 장비와 작업 공간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어려움의 핵심이었지만 이 특수한 상황이 완화되더라도 온라인으로 대체 불가능한 교육의 특성을 고려한 오프라인 수업의 구조적인 변화는 필수적이라고 판단된다


, 필요한 교육 경험에 적합한 좀 더 유연한 구조를 통해 개인의 상황에 맞게 운영될 수 있는 교육 플랫폼이 개발되어야 함을 뜻한다. 학력 인구의 급감이 시작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보다 긴밀한 소통을 바탕으로 한 1:1 멘토링과 워크숍 시스템에 대한 요구는 필연적이다. 온라인 대학 교육을 경험하며 학생들은 다른 교육 콘텐츠와의 차별화를 바랄 뿐만 아니라 유튜브 등 플랫폼들에 있는 정보 위주의 콘텐츠들이 할 수 있는 영역들과의 차별화를 바라고 있고 이를 위한 방향이 대학 교육의 비전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 Matthias Heyde 





학생 개인의 개성을 극대화하고 획일적인 유형을 넘어설 수 있는 교육을 위해 1:1 멘토링이 보다 긴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예술가는 작품을 통해서 그 사람이 삶을 해석하는 태도와 관점 등이 표현되는데 이를 심화할 수 있는 교육 과정을 제안하기 위해 개인에 대해 좀 더 면밀히 파악해 필요한 경험을 조율해 주는 역할이 필요하고 이는 예술 교육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하게 작동한다. 현재 대학 교육 체계에 지도 교수 시스템이 있으나 이 시스템이 1:1 멘토링의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행정적인 구조 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는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활성화되어야 하며 멘토로서 때로는 본인의 전문 분야를 넘어설 수 있는 유연함이 요구된다. 오프라인 1:1 멘토링을 통해 상담에 가까운 형식으로 학생들의 상황을 자세히 살피고 적절한 방향과 단계를 함께 고민해야 하며 온라인 멘토링을 통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선 소통 역시 가능해야 할 것이다. 재료나 기술 워크숍 등은 현재보다 더 소규모로 다양하게 제공될 수 있어야 하며 시대의 흐름과 기술의 특수성에 따라 시간과 인원의 변화가 원활한 워크숍 형태의 교육 과정으로 전통적인 물성에 대한 기술에서 새로운 디지털 기술까지 전문성을 다양화하고 개별 워크숍 안에서는 도제 시스템에 가까운 긴밀한 기술 전수와 함께 원활한 소통이 가능한 효과적인 예술 교육 방법론이 적용되어야 한다.





Through his Providence-based public 

poster project <Post-Contact Site> senior 

Jack Fahnestock 20 GD invites artists to contribute to an

ongoing dialogue about the pandemic




현재 미술 교육 시스템에서 이론 수업 공간에서 진행되는 언어적 소통을 기반으로 지식을 전하고 토론하는 내용의 수업은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비대면 수업 시스템으로 전환이 가능했다. 네트워크나 영상 전송 등의 인프라 문제들이 원활하게 해결된다면 온라인 수업의 특성을 활용하여 모든 학생이 다른 공간에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새로운 가능성으로 보인다. 학생들이 각기 다른 공간, 전시나 작품 앞에서 수업을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고 다양한 미디어 기능을 활용한다면 보다 풍부한 커뮤니케이션이 적용된 수업도 가능해질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금 평균적으로 모든 내용을 진행할 수 있는 구조의 시스템으로 존재하던 교육의 틀을 렉쳐, 멘토링, 튜터링, 테크닉 워크숍, 코디네이션, 매니지 등 각각의 세부적인 교육 방법론에 최적화된 보다 유연한 두 개의 플랫폼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한 구조적인 기본 틀은 오히려 변수가 적은 온라인이 되어야 하고 이와 맞물려 유동적이고 유기적인 오프라인 수업 시스템을 운영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더욱 확실하다고 판단해왔다. , 아날로그는 불편하지만 확실한 것, 디지털은 편하지만 불확실한 것이라는 고정 관념이 있는 것이다. 오프라인 만남이 온라인보다 큰 변수를 갖게 되어가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이러한 틀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이 필요하다. “다음 수업은 온라인으로 만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가능해질 때 오프라인으로 만나자.” 이것이 본인이 최근 학생들에게 많이 할 수밖에 없는 표현이다.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디지털의 장점을 살려 견고한 중심축이 온라인 플랫폼으로 구축되고 경험을 위한 워크숍과 멘토링 등이 다양하고 유연한 시스템으로 변화무쌍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지켜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 여전히 이유가 있는 것과 단지 관습적이었던 것의 구분이 명확해지고 있다. 이는 대학의 교수와 학생, 직원들의 관점이 모두 다를 수 있고, 따라서 보다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솔루션을 위해 함께 긴밀하게 소통해야 한다. 한 학자의 이야기처럼 시간적인 개념의 21세기가 아닌 패러다임의 측면에서 21세기는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규정될 것이다. 예술 전문가들은 4차산업혁명에 따른 새로운 예술의 존재 방식에 대한 고민과 맞물려 이러한 예술을 이끌어갈 예술인들을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보다 근본적인 의심과 함께 공론화해야 한다.

 




Cordwainers Accessories Studio at Golden

 Lane building London College of Fashion UAL 




미래의 예술가, 그리고 교육


제가 좋아하는 이런 작업으로 작가가 될 수 있을까요?”, “졸업하고 꼭 작가가 되어야 할까요?” 졸업을 앞둔 학생들과 면담을 하다 보면 많이 듣게 되는 이야기이다. 순수미술을 전공하지 않고 회사 생활을 거쳐 먼 길을 돌아 순수미술 전공의 교수가 되었다 보니 진로에 대해 상담을 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많이 있다. 이에 대한 답 역시 모두에게 같을 수 없어 늘 고민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다만 확실한 것 한 가지는 작가의 길은 너무나 넓고 다양해서 내가 좋아하는 작업을 할 수 있는 작가의 형태는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고민은 경제적인 생활과의 연결성인데 이 또한 다양한 온·오프라인의 플랫폼들을 활용한 새로운 방법들이 열리며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모델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다양한 창작 영역들이 작업이나 작가라는 지금의 카테고리와 타이틀로 존재할지는 알 수 없으나 예술의 영역 안에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미래 예술 교육에 대한 비전을 논하기 위해서는 미래 예술에 대한 예측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는 예술계, 문화계, 관련 학계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고 이른바 4차산업혁명으로 불리는 기술이 이끄는 사회 패러다임 변화와 맞물려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한 논의는 너무나 많은 지면이 필요하기에 이 글에서 다루기는 어렵지만 단순하고 분명한 것은 지금의 주류 예술은 그 기능이 대폭 축소되고 지금 보다 훨씬 다양한 형식으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다양한 형태로 소비되고 다양한 영향력과 역할을 부여받으리라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 이는 시스템으로 교육하는 단단한 모더니즘적 교육 체계에서 다루기 훨씬 어려워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예술 교육이 다변화되고 유기적인 맞춤형 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기본 원칙에 따라 온·오프라인의 개념을 넘어 여러 매체를 분석하고 이에 맞는 교육 방법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적용해 나가야 할 것이다. 예술 교육자는 자신의 연구 영역뿐만 아니라 교육 방법에 있어서 개별적이고 세분화된 전문성을 극대화하고 이를 담을 수 있는 유연한 행정 구조는 다각화되어야 한다.


교육자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교육자의 교육적 창의성을 극대화하여 발휘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 현재의 학기와 맞물린 수업 주수, 학점과 평가 방법, 강사 임용 방법 등으로 이를 유연하게 감당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관리, 비용과 인력, 공간 등 현실적인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하기에 그간 많은 논의가 되어왔음에도 미루어져왔던 변화겠지만 예술 교육의 특수성과 비전을 다시금 정의하고 방향성을 명확히 함과 동시에 학력 인구 감소와 시대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지금이 놓치면 안 되는 필연적인 시기라는 인식을 갖고 온라인 매체의 특성을 활용한 비용 절감과 공간 효율화 등을 단계적으로 적용해 나가야 하겠다.


해외 유학에 대한 인식도 크게 변화할 것으로 판단된다. 팬데믹을 경험하며 해외로의 이동 자체에 대한 심리적인 장벽이 커지고 이 사태를 해결하는 국가들의 시스템을 접하며 안전에 대한 위기의식도 크게 작용할 것이다. 이를 통해 해외에서 공부하고 생활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선택으로 인식될 수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표준과 리더십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고 한국 영화나 K-POP 등을 통해 문화적인 영향력을 확인하며 우리 스스로 가진 콘텐츠와 저력을 재발견하고 선진 문화라고 인식해왔던 국가들에 대한 열등감이 크게 해소되면서 심리적으로 수요가 적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따라 우리 스스로를 좀 더 치밀하게 분석하고 연구하여 아카이브할 수 있는 국내 대학들의 연구 기관으로서의 역할과 능력이 요구된다. 


어떠한 교육으로 행복한 예술가를 양성할 수 있는가? 이는 다양한 사회 문제들과도 연결이 되어 있는 교육만이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이지만 교육자의 입장에서 교육을 통해 작은 변화를 이끌 방법들을 고민해보아야 한다. 기존의 교육 방식으로 그 시대에 맞는 훌륭한 예술가를 배출할 수 있었지만, 지금의 젊은이들이 바라는 행복한 예술가를 양성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는데 이는 과거 교육 가치의 문제라기보다 현재 행복의 기준과 삶의 가치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서 언급한 개인적 삶과 교육의 역할을 조율하기 위한 섬세한 소통이 필요하고 결국 앞서 언급한 모든 변화 또한 이를 향해야할 것이다.  

 

 

글쓴이 박제성은 서울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영국 런던 로열 칼리지 오브 아트(Royal College of Art)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런던과 서울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영국 사치 갤러리(Saatchi Gallery) <Korean Eye 2012>, 국립현대미술관 <젊은 모색 2013>,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 서울 2016’, <Ars Electronica 2017> 등의 전시에 참여했다2010중앙미술대전 대상’, 2016 ‘VH 어워드 그랑프리등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Hara Shin <Immaterial Mapping> 2018





Special feature Ⅲ-Ⅰ_ 플랫폼

2010-2020. 그다음의 10

 고재욱 작가 



팬데믹 시기를 맞으며 가장 놀랐던 점 중 하나는, 생각보다 많은 분야에서 이미 이러한 사태에 최적화된 콘텐츠와 솔루션들이 준비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재택근무를 위한 애플리케이션과 집콕을 가능하게 하는 온라인 상거래들의 인프라가 이미 구축되어 있었다. 코로나19는 그 인프라를 더욱 활성화시켰다는 점에서, 언젠가는 다가올 미래를 조금 더 빨리 앞당기는 역할을 했다.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하는 시기에 등장하는 이슈들은 항상 존재해왔다. 2020년 현재는 언택트(untact)가 거의 모든 분야의 이슈들을 선점하고 있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2020년을 바라보는 가장 큰 이슈는 5G로 인한 초고속 사회의 진입이었다


5G를 바탕으로 VR, AR, AI 기술의 향연이 될 것이라고 예견되었던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중심으로, 사물인터넷과 자율 주행 차량, 클라우드 서비스로 둘러싸인 세상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었던 시점이 불과 5개월 전이었다. (물론 예측이 크게 빗나간 예시 또한 등장했다. 공유경제가 그 대표적 예일 것이다.)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19가 매우 강한 촉매제가 되면서 이미 예견되어 있던 초고속 비대면 사회를 우리의 눈앞으로 끌어다 놓았다. 이렇듯 항상 세상은 어떠한 계기가 그 시발점이 되어 또 다른 10년의 산업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곤 한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c)

 still from <Rising> © Acute Art 





조금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10년이 시작했을 때만 해도 스마트폰과 모바일 쇼핑이 이렇게까지 우리의 삶 속에 스며들지 예측했던 사람이 얼마나 되었을까?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는 나 자신이 너무나도 자연스럽지만,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싸이월드가 한국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끌고 있었고 카카오톡은 2010 3월 이전까지는 존재하지 않던 애플리케이션이었다는 점을 확인하면 약간 소름 돋기도 한다. 그리고 이렇게 변해왔던 지난 10년보다 앞으로의 10년이 훨씬 빠르게 변할 것이라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예측 가능하다.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급격히 세상의 구조가 변화할 향후 10년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미 맞이했다. 지난 10년간 전시와 창작의 영역에서는 어떠한 움직임들이 있었나.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관과 청주관의 개관, 최초의 외국인 관장 시대의 개막 등의 이벤트가 있었다. 예술계는미투와 예술가의아티스트 피등의 큰 이슈가 있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2010년대의 미술계 안에서도 다양한 사건들이 있었지만, 그중 신생 공간들의 활동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하려고 한다. 자발적인 전시공간들의 발생과굿-라는 가능성, 젊은 공간을 비롯한 작가와 독립 큐레이터의 약진 등 신생 공간의 파장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역동적 활동의 중심에는 신생 공간들의 전시 정보 전달 방식의 특징이 큰 역할을 했다.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을 이용한 전시의 홍보는 생각해보면 전시 홍보를 위한 당연한 수순의 결과였다. 기존의 전시 홍보 플랫폼에 큰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신생 공간 개별 채널을 통해서 홍보 자료와 활동 모습들이 공유되고, 각 채널이 SNS를 매개로 하여 유기적으로 연결되었다. 그래서 하나의 흐름을 형성했던 신생 공간들의 활동 전략은, 요즘같이 현장을 방문하기 어려운 시기에 더욱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메인 플랫폼을 통해 전시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온라인 전시 정보를 p2p(peer-to-peer)로 전달하고 전달받을 수 있는 SNS의 유용함을 잘 활용한 방식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사례는 비대면을 강조하는 요즘 시기에 더 주목해 볼 만하다.





안토니 곰리(Antony Gormley) still from ​<Lunatick>

 2019 © Antony Gormley Studio and Acute Art




그럼 이제 앞으로의 10년을 조심스럽게 예측해보자. 인간이 야생동물과 접하는 지점이 넓어질수록 질병이 발생할 확률은 높아지기에 전염병의 창궐은 점점 더 발생의 주기가 짧아질 것이다. 팬데믹이나 온난화가 가속화될수록, 비대면 콘텐츠와 사업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할 것이고 그중에는 아주 성공적인 모델이 되는 시도들이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굉장히 안정적이고 폐쇄적이며 높은 비용의 오프라인 경험을 제공하는 콘텐츠들 역시 성장할 것이다. 인간은 집안에서만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직접 경험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면서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고비용 산업 또한 유망하다고 전망된다. 더불어, ·오프라인이 융합된 콘텐츠들 역시 다양한 기술들이 접목되어 활성화될 것이다.


 VR, AR 등의 기술들이 디바이스의 발전과 함께 신선한 체험을 계속해서 제공할 것이기에,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사건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벌어지게 될 것이다. 여기서 예술, 특히 미술은 어떠한 형식적 고민을 할 수 있을까. 우선 전시공간들이 가지고 있는 역할들을 간략히 살펴보며 이야기를 진행해보고자 한다. 산업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미술관과 갤러리는 각자의 미션이 분명하게 존재한다. 미술관은 과거의 문화유산을 보호, 보존, 카테고리화하여 후대에 물려줘야 하는 미션을 가지고 있는 공간이다. 또한 역사적 가치가 있는 작품들과 시대를 관통하는 담론을 공공에 전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과거의 문화유산들은 대부분 유형의 것이다. 그렇기에 비대면 전시에 대한 요구를 따라가기 위한 온라인 콘텐츠들은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겠지만, 가장 큰 미션을 차지하고 있는 경험 제공과 작품의 보존을 온라인만으로 완벽히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 

<WUNDERKAMMER> 2020 (detail) 

 



갤러리는 작품의 유통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고가의 미술 작품을 비대면으로 구입할 수 있는 소비자층이 보편화된다면 갤러리의 온라인 경험은 극적으로 확대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굉장히 개인적인 경험을 중시한 폐쇄적 서비스에 초점이 맞춰질 확률이 높다. 현재 온라인 예술작품의 구매가 증가했다는 몇몇 외국의 긍정적 사례들이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과거부터 현재, 그리고 앞으로도 물리적, 비물리적 작품을 구매했고 소비할 수 있는 수요자들은, 단순히 예술작품만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구매 과정과 구매 이후에 얻는 다양한 경험들도 함께 소비하기 때문에, 코로나19의 시기가 지나가고 난 후 직접 체험의 한계가 뚜렷한 온라인만으로의 거래는 비약적 성장이 쉽지 않을 것이다.


시장이 고정되어 있거나 고착화 되었다는 착각이 들 무렵, 새로운 패러다임과 함께 급속도로 성장하는 스타트업들은 항상 존재해왔다. ·오프라인이 혼합된 비대면 전시나 작품 제작, 유통 등의 실험은 상대적으로 가볍게 움직일 수 있는 전시공간이나 대안공간들, 그리고 창작자들이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할 시장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시장의 파이는 미술의새로운 향유자층의 형성(엄밀히 말하면 그다지 새롭지는 않지만)에서 그 가능성을 유추해볼 수 있을 것이다. 잠시새로운 향유자층에 대한 다소 거친 정의가 필요한데, 이는 SNS를 중심으로 새로운 경험을 소비하며, 그 경험을 공유하고 보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 대한 정의를 굳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엘리트 예술에 대한 깊은 이해와 탐구보다는, 체험적이고 휘발적인 경험을 하며 일상을 벗어난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새로운 향유자층의 확장과 그 수요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은, 굳이 코로나19 사태가 아니었더라도 미술 시장에서 이미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들은 공연이나 영화, 페스티벌 등 대중문화와 서브컬처, 순수미술의 경계를 구분 짓지 않고 향유하고 있다. 특히 온·오프라인의 경계 구분 없이, 그리고 어느 영역에서든 그렇게 큰 거부감 없이 신선한 경험을 원하는 이러한 향유자층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상정하고 있는 시장이기도 하기에, 우리는 연예인들이 자신의 공간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방송에서 유명 작가들의 예술작품들을 종종 마주하게 된다. 또한 온라인상에서 인플루언서들이 방문한 문화전시공간들의 이미지와 그러한 이미지들을 공간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 등을 쉽게 접할 수 있는데, 이는새로운 향유자들이라는 시장의 전체 파이와 점유율을 넓히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 

<WUNDERKAMMER> 2020 (detail) 




모든 작가나 공간들이 비물질적인 실험을 할 필요도 없고 그렇게 되지도 않겠지만, 분명 누군가는 도전할 것이고 모델이 될 만한 결과물을 낼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신생 공간의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서 전시를 소비하는 새로운 층이 만들어낸, ‘인생 사진을 남기기 위해 문화 예술 공간들을 방문하는 새로운 관람객이 경험하고 소비할 수 있는 시장에 대한 연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리지널리티, 에디션, 비물질성 등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들은새로운 향유자를 대상으로 한 시장의 확대와 더불어 심화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은 단순하게 미술 시장에 국한되었다고 하기보다는, 다양한 영역의 문화들과 유기적으로 엮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패션과 그래픽, 음악, 게임, 서브컬처 등과 미술들을 종합적으로 소비하는새로운 향유자.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작품이자 문화 콘텐츠를 연구하는 것도 유망하다고 생각한다. 


비대면과 온라인을 활용한 다양한 시도들이 등장하겠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온라인 전시나 작품이 오프라인 전시와 작품을 완벽하게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다. TV가 나왔다고 해서 라디오 청취자들이 사라지지 않은 것처럼, 유튜브가 활성화되더라도 소파에 누워 TV를 바라보는 경험을 버릴 수 없는 것처럼, 클래식은 클래식으로 남을 것이기에. 하지만 분명 온·오프라인의 장점들이 적극적으로 사용된 작품과 전시들이 앞으로 새로운 흐름으로 다가올 것은 분명하다. 예전 영화의 보급기에 등장했던 미래파의 도전처럼, 완성도를 떠나서 다양한 표현방식들이 실험될 좋은 기회이지 않을까.


발 빠르게 움직이는 온·오프라인의 실험 중, 개인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몇몇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어큐트 아트(Acute Art) AR을 활용하여 시각 예술가들과의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라프 엘리아슨(Olafur Eliasson)과 함께한 <Wunderkammer>(2020), 카우스(KAWS)와 함께한 <Expanded Holiday>(2020)가 대표적일 텐데, 스마트폰을 통해서 우리는 올라프 엘리아슨과 카우스의 디지털 조형물을 일상의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다. 부분 유료화를 선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이 어떻게 수익구조를 구상하고 있는지도 엿볼 수 있다. 게임 디자이너 피핀 바(Pippin Barr)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c)가 만든 게임, <The Artist Is Present 2>(2020)(이하 AIP2)도 온택트(on-tact) 시대에 창작자들이 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생각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플레이어는 이 게임 속에서 마리나 아브라모비치가 되어 퍼포먼스를 진행할 수 있다


이 게임은 <The Artist Is Present>(2011) 이후 게임 디자이너와 아티스트의 협업을 통해 제작되었는데, AIP에서 관람객이 되어 5시간의 기다림 끝에 간신히 아브라모비치를 만났다면, AIP2를 통해 직접 아브라모비치가 되어 당신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관람객들을 마주할 수 있다. 물론 이번에도 역시 도트 게임이라는 점은 명심하시길. 마지막은 아이 웨이웨이(Ai Weiwei)와 올라프 엘리아슨의 <Moon>(2013)으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가상 공간에 만들어진 달(Moon)의 표면에 참여자가 남긴 흔적들을 기록하는 프로젝트로, 달의 표면이라는 공공의 낙서장을 통해 접속한 사람들을 하나로 이어준다. 

 


글쓴이 고재욱은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주로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직접 겪었던, 현대인들의 삶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만드는 작업들을 주로 진행해왔다현재는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영상, 설치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카우스(KAWS) <COMPANION (EXPANDED)>

 2020 augmented reality © KAWS and Acute Art

 




Special feature Ⅲ-Ⅱ_ 플랫폼

http://thisconnectivity.com

  김나희 미국통신원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로 거의 모든 갤러리가 문을 닫은 미국에서 작가와 감상자를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하는 온라인 플랫폼들이 등장하고 있다. 단순히 물리적 전시장을 웹의 가상 공간에 옮겨 놓는 것이 아닌, 실험적인 큐레이션과 새로운 웹 기반의 공동체를 구성하기 위한 프로그램들로 격리 기간에 창의적인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플랫폼 클라우드나인(CLOUD9)’1) ‘Well Now WTF?’2)을 소개한다. 클라우드나인 ‘Collective Love On Ur Desktop’의 줄임말로, 아티스트 콜렉티브 부푸(BUFU, By Us For Us)와 차이나 레지던시(China Residencies)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며, 웹 기반으로 각종 무형적 자원을 공유함으로써 상호 돌봄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플랫폼이다. 이곳에서는 누구든지 줌 기반 화상채팅을 통해 자신의 재능, 기술 혹은 작업을 공유할 수 있다. 온라인 문서를 통해 원하는 수업의 내용과 시간을 적어 보내면, ‘클라우드나인운영진이 모인 수업의 스케줄을 조정하여 해당 월의 수업 시간표를 세운다


수업으로 다뤄지는 주제들을 살펴보면 춤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 자화상 그리기부터 세금 신고서 작성법까지 매우 다양하다. 수업을 제안하기 위해 학위나 자격증 같은 특정 이력이 필요하지 않으며, 단지 수업 내용만으로 한 시간짜리 수업을 열 수 있기 때문에 나이나 직업에 상관없이 누구나 선생님이 될 수 있다. 수업 참여에도 특정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원하는 수업이 열리는 시간에 공개된 줌 채팅방으로 자유롭게 입장할 수 있다. ‘클라우드나인첫 번째 시즌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글로벌 클럽(Global Club)’에서는 참가자들이 편안한 차림과 함께 침대 맡, 거실 혹은 부엌을 배경으로 비트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즐거운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3월 말 미국에 본격적으로 자가격리 기간이 시작된 이후로 4월 중순까지 첫 번째 시즌이 활발하게 진행되었으며 현재는 5월 말부터 시작될 두 번째 시즌의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Haydiroket <ANALOG WAVES> 

 




수업 기반의 프로그램 이외에도, ‘클라우드나인에서는 코로나 시대 생존과 안녕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문서로 아카이빙하는 작업 역시 다양한 참여자들과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구글 문서로 작성되고 있어 누구나 수정 가능한 이 문서에서는 수많은 이들이 경제적 어려움과 심리적 불안감을 겪고 있는 상황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료가 제공된다.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경로가 지역별로 정리되어 있으며, 격리 기간 동안 심리적 건강을 지키기 위한 문화 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링크도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다. 30여 쪽에 달하는 이 문서의 꼭지마다 해당 정보를 기여한 사람의 이니셜과 기여 날짜가 적혀있는데, 공동의 노력이 아니었다면 짧은 기간 동안 이처럼 정리된 문서를 제작하기 힘들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플랫폼이 코로나19가 미국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친 이후로 얼마 지나지 않아 운영될 수 있었던 것은 콜렉티브 부푸와 차이나 레지던시 모두 이전부터 다양한 문화적 배경의 공동체를 가시화하고 강화하는 작업을 펼쳐온 배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부푸는 특히 지난해 여름에 진행되었던와이파이스쿨(WYFY school, With You For You school)’을 통해 현재클라우드나인과 유사한 열린 학교 개념의 참여형 작업을 선보인 바 있다. 비록 당시에는 대부분의 수업이 오프라인에서 진행되었지만, ‘와이파이스쿨에서도 누구든 선생님과 학생이 될 수 있다는 원칙은 똑같이 적용되었다. 차이나 레지던시는 미국에서는 접근하기 힘든 중국의 아티스트 레지던시 정보를 소개하면서 중국과 연관된, 혹은 중국에 관심이 있는 예술가 커뮤니티의 중심이 되었는데, 이 역시 온라인을 통한 정보 공유 플랫폼으로서 공동체를 강화하고 있는클라우드나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Anne Spalter <Ghost Yacht> 

 




‘Well Now WTF?’은 전시공간으로서의 성격이 좀 더 강한 플랫폼이다. 인류학자 웨이드 왈러스타인(Wade Wallerstein)과 아티스트 페이스 홀랜드(Faith Holland), 로나 밀스(Lorna Mills)와의 협업으로 큐레이션 된 가상 갤러리로, 90여 명 이상의 디지털 아티스트들의 작업을 GIF3) 이미지 컬렉션으로 선보인다. 입장과 동시에 화면을 꽉 채운 그리드들은 마치 테마별 전시 섹션이 벽을 사이에 두고 선형적으로 배치된 실제 미술관 모습을 연상시킨다. 끊임없이 재생되는 테마별 미리보기 이미지를 클릭하면 약 열 명가량의 아티스트들의 작업이 큐레이션 되어 있는 전시장 페이지가 로드된다. 각 작업은 GIF 이미지의 특성에 맞게 보는 즉시 메시지를 읽어 낼 수 있는 짧은 호흡으로 구성되어 있다. 빠르게 다음 작업으로, 다음 테마의 전시장으로 넘어가다 보면 반복적으로 보이는 열화된 화질이나 밈으로 소비될 법한 유머 속에서 1990년대 넷 아트(Net Art)의 전성기와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인스타그램 내 GIF 스티커 선택 페이지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이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자가격리 조치로 인해 필연적으로 다시 주목받게 된 넷 아트가 서 있는 지점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이러한 넷 아트의 세대 교차적인 면모는 참여한 아티스트들의 다양한 경력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프로세싱(Processing)4)을 개발한 케이시 리스(Casey Reas)부터 최근 컴퓨터 그래픽스와 틱톡을 연상시키는 웹캠 퍼포먼스를 결합한 발랄한 작업을 선보이는 18세 미디어 아티스트 올리비아 로스(Olivia Ross)까지 정신없이 눈을 사로잡는 이 갤러리에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Well Now WTF?’의 전시장 자체는 GIF 이미지 덕분에 복고적인 분위기가 강했다면, 트위치(Twitch TV)를 통해 생중계하는 전시 연계프로그램들은 실시간 소통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보다 새로운 넷 아트의 가능성을 드러낸다. 트위치의 ‘Well Now WTF?’ 채널에서는 참여작가 중심으로 코로나 시대 디지털 아티스트의 생존 방식을 고민하는 패널 토크와 집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 중심으로 진행하는 예술 교육 프로그램이 이루어지고 있다. 위스키 잔을 들고 비주얼 아티스트 콜렉티브 로비드(LoVid)의 스튜디오에서 최근 진행하고 있는 작업에 대한 얘기를 듣거나 SNS 예술의 히로인 몰리 소다(Molly Soda)가 이끄는 텀블러 투어를 따라다니는 것이 컴퓨터만 있으면 가능하다. 작가와 좀 더 친밀한 관계가 있어야 가능할 것 같았던 체험이 스크린을 통해 이뤄지면서 관심 있는 누구에게나 열려있게 되었다.





LaTurbo Avedon

 <Four_Seasons> in 24 Frames

 



전시를 주최하는 실리콘 발렛(Silicon Valet)이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부터 적극적으로 웹 전시나 레지던시를 운영했던 이력은 ‘Well Now WTF?’ 전시 콘텐츠가 웹 환경에 최적화되어있다는 사실에서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다. 실리콘 발렛은 이름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실리콘 밸리를 지척에 두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에서 ‘Well Now WTF?’ 큐레이터 중 한 명인 웨이드 왈러스타인에 의해 시작되었다. 왈러스타인이 웹의 비물질성에 매료되어 시작한 이 플랫폼은 인스타그램 피드를 가상 레지던시 장소로 사용하는 등, 기존 미술 기관이라면 시도해보기 어려웠을 다양한 방식의 큐레토리얼과 예술가와의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Well Now WTF?’을 시작으로 좀 더 본격적으로 누구나 작가와 감상자가 될 수 있는 민주적인 넷 아트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이 기대되는 플랫폼이다.





Alex McLeod <landry> 

 



15인치 내외의 평면 스크린을 통한 감상 경험을 물리적으로 설치가 되어 있는 작업을 감상하는 것이나 예술가와 직접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의 몰입감에 비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을 통한 새로운 방식의 작가, 큐레이터 그리고 감상자의 연결은 컴퓨터 모니터가 대체로 비슷하게 생긴 만큼 참가자의 물리적 환경에 상관없이 거의 유사한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술관을 중심으로 분명하게 나누어졌던 작가와 감상자 간의 경계를 조금은 허물고클라우드나인에서처럼 누구든선보이는 사람(작가)’이 되어 자기 생각이나 기술을 공유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당분간 물리적 공간에 큰 자본을 들여 전시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온라인 플랫폼들은 그보다 적은 비용으로 ‘Well Now WTF?’ 같이 신선한 시도를 여러 차례 진행해볼 수 있는 가능성 역시 가지고 있다. 오프라인 전시에 비해 훨씬 광범위한 감상자들이 전시를 방문할 예정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 공개하는 작업의 대중성이 강화되어 코로나19 이전의 시대보다 어렵지 않게 예술을 즐기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비록 미술관의 문은 굳건히 닫혀있지만, 한편으로 스크린 너머에서는 예술을 더 가깝게 더 활발하게 즐기고 있는 기회가 생겨나고 있다.  

 

[각주]

1) https://cloud9.support/

2) http://wellnow.wtf/

3) Graphics Interchange Format, 디지털 이미지 압축 포맷 중의 하나로 애니메이션 효과를 낼 수 있다.

4) 자바(JAVA)기반의 오픈 소스 개발툴로그래픽이나 인터랙션을 구현하기 쉬워 예술가나 디자이너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다.



글쓴이 김나희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의 시적 연산 학교(School for Poetic Computation)를 수료하였으며, 헌터 대학(Hunter College)에서 미디어아트를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다다양한 종류의 네트워크 프로토콜을 연구하고 시각화하는 작업을 하며 현재는 웹을 기반으로 가상의 인격체를 연기하는 퍼포먼스나희앱(nahee.app)’을 진행 중이다. 아티스트 콜렉티브 업체eobchae의 일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Clusterduck Collective

 <Very Good Morning Kaf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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