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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27, Apr 2017

페어를 격상시켜라? 본질은 하나다!

Hong Kong

Art Basel Hong Kong 2017
2017.3.23-2017.3.25 홍콩, 홍콩컨벤션전시센터

홍콩이라는 도시가 그렇듯, 아트 바젤 홍콩(Art Basel Hong Kong, 이하 ABHK)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아트 바젤’ 브랜드를 획득한지 벌써 몇 해가 흘렀지만, 여전히 행사 현장에는 처음 선보이는 쇼 같은 긴장감과 흥분이 깔려있다. 페어가 열리기 훨씬 이전부터 ABHK의 홍보력은 최상 단계로 가동됐다. 그들의 체계적이고 파워풀한 정보제공은 “이번 행사는 과연 어떨까?”라는 기대감을 고조시키기 충분했고, 아직 눈으로 확인하지 못한 작품들을 상상케 만들었다. 2017년이 시작되자 ABHK 정보가 가히 투하되듯 쏟아졌는데, 그 중심엔 “학구적인 아트페어”를 지향하는 주최 측의 야심이 있었다. 기존에 아시아 전역, 그리고 아시아를 넘어선 아티스트들을 선뵈는 ‘엔카운터(Encounters)’ 섹션과 토크 프로그램 ‘컨버세이션과 살롱(Conversations and Salon)’으로 현대미술을 논했던 ABHK는 2017년 ‘캐비넷(Kabinett)’까지 신설함으로써, 단순히 미술을 사고파는 시장이 아닌 동시대 미학과 미술사를 논의하는 역할을 강화했다. 이렇듯 행사의 격을 상승시키려는 욕구를 숨기지 않은 행사는 관람객들에게 ‘단순히 보고 즐기는 마켓’을 떠나 ‘미술을 읽어야 한다’는 견뎌야할 무게를 선사했다.
● 정일주 편집장 ● 사진 Art Basel 제공

Dinh Q Le at 10 Chancery Lane Gallery and P.P.O.W ⓒ Art Bas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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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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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비넷’은 ABHK가 새로 만든 프로그램은 아니다. 아트 바젤 마이애미(Art Basel Miami)에서 사랑받는 부문을 홍콩에 도입한 것이다. 첫 번째 캐비넷 에디션은 에텔 아드난(Etel Adnan), 카오 위(Cao Yu), 크리스토(Christo), 피에로 도라지오(Piero Dorazio), 칸디다 회퍼(Candida Höfer), 아바스 키아로스타미(Abbas Kiarostami), 권영우, 리 킷(Lee Kit), 유코 모리(Yuko Mohri), 오스게미오스(OSGEMEOS), 베티나 포스트치(Bettina Pousttchi), 치우 샤오페이(Qiu Xiaofei), 산위(Sanyu), 시무라 브라더스(SHIMURAbros), 송 타(Song Ta), 케일치 타나미(Keiichi Tanaami), 왕 칭송(Wang Qingsong), 밍 왕(Ming Wong) 그리고 헤이모 조버미그(Heimo Zobernig) 등 아시아, 유럽 그리고 미국의 19개 엄선된 큐레이터 프로젝트로 구성됐다. ABHK 행사 기간인3 23일부터 25일까지 홍콩 컨벤션전시센터(Hong Kong Convention & Exhibition Centre)에 선보인 프로그램은 주목을 끌었고 특히 이번 행사의 차별점을 찾으려는 언론들에게 부각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가들의 캐비넷을 들여다보듯, 면밀하고 색다른 작품을 만나기”에 이 섹션은 많이 부족했다갤러리 그무르징스카(Galerie Gmurzynska)는 불가리아 아티스트 크리스토의 1960년대 매우 희귀한 3개의 작품 <크리스토: 필수 아이디어(Christo: The Essential Ideas)>를 선보이고 로시 & 로시 (Rossi & Rossi)는 이란 출신 아티스트이자 필름 디렉터, 아바스 키아로스타미(Abbas Kiarostami)의 솔로 쇼를 마련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Art Basel in Hong Kong 2017  Art Basel 





또 국제 갤러리/티나 킴 갤러리도 한국 아방가르드 무브먼트를 리드한 권영우의 페인팅, 사진, 편지 원본, 리플렛, 인터뷰 그리고 카탈로그를 쇼케이스 했으며 마졸레니(Mazzoleni) 또한 이태리의 대표적인 추상화가 중 하나인 피에로 도라지오의 1960년대부터 1970년대 사이의 작품들을 바탕으로, 단색에서 보다 기하학적 방식으로 변화한 작품들을 프리젠테이션 했다. 허나 행사 전체의 구성이나 디스플레이와 특별한 차이 없이, 각 부스의 모서리를 이용해 선보인 캐비넷은 분명한 맥락을 제시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부스 한 벽면을 채우거나 작품을 한데 몰아 걸며, 구색 맞추기에 지나지 않은 프로젝트도 적지 않았다. 중요한, 역사적인 작품들을 선뵌다는 캐비넷의 포부는 일단 첫 단추를 끼웠다는 것에만 의미를 둬야할 듯 싶다. 


그런가하면 ABHK의 토크 시리즈 ‘컨버세이션과 살롱’은 한층 안정적인 형태를 띠었다. 지난 행사에 비해, 이 토크 스케줄을 들고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간 게릴라식으로 진행되던 프로그램도 훨씬 형식과 위엄을 갖춰 마련됐다. 토마스 캠벨(Thomas Campbell), 코스민 코스티나스(Cosmin Costinas), 마이클 크레이그-마틴(Michael Craig-Martin), 발레리 C. 도란(Valerie C. Doran), 카오 페이(Cao Fei), 라이언 갠더(Ryan Gander), 알렉시 글래스-캔토(Alexie Glass-Kantor), 마이클 고반(Michael Govan), 령 치 워(Leung Chi Wo), 윌리암 림(William Lim), 킹슬리 응(Kingsley Ng), 호 쭈 녠(Ho Tzu Nyen), 엘렌 파우(Ellen Pau), 챠오 즈빙(Qiao Zhibing), 아비게일 레이놀즈(Abigail Reynolds), 미주키 타카하시(Mizuki Takahashi), 케이치 타나미(Keiichi Tanaami), 필립 티나리(Philip Tinari), 샤오위 웽(Xiaoyu Weng), 왕 호이 청(Wong Hoy Cheong)과 양 용리앙(Yang Yongliang) 등 작가뿐 아니라 전 세계의 기획자, 평론가, 미술관 디렉터 및 컬렉터들을 패널로 다양하게 배치했다.





Michael Parekowhai at Roslyn Oxley9 Gallery  Art Basel





3 22일 시작된 컨버세이션은 ‘움직이는 도시들-20년 동안(Cities on the Move-20 Years on)’은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Hans Ulrich Obrist)와 후 한루(Hou Hanru)가 기획해 보르도, 뉴욕 그리고 런던 등 여러 지역을 투어하기 전 처음으로 비엔나에서 소개됐던 전시의 20주년을 기념하며 세계화와 극단적 도시화의 영향을 조사했던 전시기획을 조망했다. 한편 ‘버추얼 프론티어 | 틸트 브러시와 함께하는 아티스트 실험실(Virtual Frontiers | Artists Experimenting with Tilt Brush)’이라는 주제의 대화에는 카오 페이, 양 용리앙과 함께 구글 아트 문화 프로그램 매니저인 프레야 머레이(Freya Murray)가 함께 가상현실에서 예술의 가능성을 두고 격정적인 토론을 펼쳤다. 3 23일부터 25일까지 마련된, 다양한 주제를 짧은 프레젠테이션으로 소개하는 공개 플랫폼인 ‘살롱’은 ‘1997/ 2007/ 2017 | 메이드 인 홍콩(Made in Hong Kong)’을 시작으로 ‘시간의 복잡성: 만남의 조우(Time's Complex: Encounters in Encounters)(23), 테이트 아태지역 인수위원회(Tate's Asia Pacific Acquisition Committee) 공동 의장, 파라 사이트(Para Site)의 공동 의장, 홍콩 웨스트 카울룬에 위치한 M+ 의 이사회 회원 알란 라우(Alan Lau)가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수 메이-(Su Mei-Tse) 그리고 아비게일 레이놀즈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들: 예술로 커뮤니케이션 하다 (The Language(s) We Speak: Art as Communication)(24) 등이 마련됐다. 





 Alicja Kwade at Galerie Krinzinger  Art Basel  





전시 섹션을 말하자면 우선 ‘엔카운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17개의 야심찬 대규모 프로젝트는 행사장 곳곳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모았는데, 올해로 3년째 시드니 아트 스페이스(Sydney Art Space) 상임 이사인 알렉시 글래스-캔토가 기획을 맡았다. 피오 아바드(Pio Abad), 라쉬드 아라인(Rasheed Araeen), 왕 웨이(Wang Wei)의 작품은 어느 해보다 압도적인 스케일로 좌중을 압도했다. 글래스-캔토는 “예술 시간의 표현을 연구하고 역사, 정치 그리고 문화를 활용해 시간 속에 우리 자신의 공간을 개척하는 방법을 탐구하면서 ‘엔카운터’의 지점에서 시간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모색했다”고 이번 기획 의도를 직접 밝혔는데, 사실 해를 거듭하며 새로운 볼거리를 선사해야 하는 설치작품들은 다소 주제와 메시지보다 볼거리에 치중하는 감이 없지 않았다. 일단 작품의 크기와 화려함에 놀라지만 찬찬히 보면 디테일이 떨어지는 작품도 많았으며 작가의 기존 작품과 맥락이 벗어나는 부분도 발견됐기 때문이다. 많은 관람객이 엔카운터 섹션을 포토존으로 이용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일테다.   





 Ronnie van Hout, Rob McHaffie

 at Darren Knight Gallery  Art Basel





아트 바젤은 34개 국가의 242개 갤러리가 참가한 올해 ABHK에 총 8만 명이 방문했으며 18개 국가의 78여개가 넘는 주요 국제 박물관, 주요기관에서 온 이사회, 큐레이터, 재단이사, 후원자들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만큼 행사는 견고해지고 위상 또한 치솟고 있다고 그들은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서 만난 전문가들의 리뷰는 다르다. 불과 4-5년 전 ABHK가 선보인 갤러리들의 다양한 프리젠테이션 방식과 작가들, 그리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읽혔던 동시대 미술의 미감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메이저 갤러리 뿐 아니라, 과감하게 새로운 시도를 펼치던 중형 갤러리들도 이제 분명히 명성을 획득한 작가의 작품들로 부스를 꾸미며 안전을 추구하고 있다. 이런 경향에 대해 “(기획과 구성에 대한)주최 측의 개입이 심하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브랜드가 강화되면서 각 갤러리들이 보이는 것에 더 민감해졌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존재한다. 명성과 자본의 힘으로 ABHK의 영향력은 해를 거듭할수록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미술을 견인하기 위한 동력은 대화나 살롱 같은 토크나 장관의 설치작품만이 아니라는 것, 저평가된 작품을 찾아내고 낯선 시도를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지금 다시 한 번 깨우쳐야 하는 것인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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