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의 위상을 높인 작가와 앞으로 가장 주목할 작가를 꼽으라면 당신은 누구를 선택하겠는가. 작가 선발은 늘 신중하지만 그것이 첫 회라면 훨씬 엄격한 잣대가 덧대진다. JCC에서 매섭게 평가해 처음으로 선발한 작가는 ‘예술상’에 이승택, ‘프론티어 미술대상’에 진기종이, ‘우수상’으로 임선이, 차승언이 뽑혀 그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인다. ‘예술상’은 따로 구성된 심사단의 추천으로 진행됐다. 손에 잡히지 않는 물, 바람, 불, 연기 등 비물질을 재료로 삼아 조각의 영역을 확장해온 이승택의 태도는 지금껏 한결같다. 그는 ‘백남준아트센터 국제 예술상’의 1회 수상자로, 엄격하고 까다로운 첫 수상의 영예를 두 번이나 거머쥐었다. 한편 젊은 작가를 지원하는 ‘프론티어 미술대상’은 공모로 이루어졌다. 이 역시 별도로 두 차례의 심사과정을 거쳐 대상으로 진기종을 선발했다. 그는 동시대 사회 문제를 재현하고, 기록한다. 그 안에 계몽적인 시각은 절대적으로 배제한다.
진기종 <신을 향한 항해> 2015 나무,
ABS플라스틱, 혼합재료 120×150×80cm
이제껏 연 개인전 타이틀로 ‘방송중’이나 ‘보고서’를 차용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건을 그대로 제시하고 관람객이 판단을 내리도록 한다. 그는 미디어가 정말 객관적인지 의문을 제기하며, 자연파괴는 과연 불가피한 것인지 등 합리적 의심을 던진다. 임선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 모습을 관찰하고 시각적 풍경과 차이를 보이는 수치를 함께 제시한다. 시선과 의미가 충돌하는 지점을 객관적인 형태로 펼쳐낸다. 전시에는 또 한 명의 우수상 수상자, 캔버스를 작업의 ‘바탕’이 아닌 재료로 사용하는 차승언의 작업도 볼 수 있다. 그에게 캔버스는 그 자체로 탐구하고 싶은 대상이다. 날실과 씨실을 풀어 베틀로 직조하는 작품은 일정한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시간과 노력을 떠오르게 한다. 전시장은 각각이 개성을 표출하고 그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이 네 수상자의 작품이 궁금하다면 3월 31일부터 5월 28일까지 이어지는 전시를 방문해 보자.
· 문의 JCC 아트센터 02-2138-73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