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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27, Apr 2017

2017 금호영아티스트

2017.3.3 – 2017.4.2 금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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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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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아도 더욱 강렬한

 


어떤 종류의 기억은 특별한 노력 없이도 시냅스에 견고히 자리 잡는다. 기억은 스틸컷으로 남을 강렬한 자극이기도 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새에 배인 새김질이기도 하다. 일상적이고 절차적인 기억은 이렇게 의지와 상관없이 어딘가에 남아있는 흔적이라고 부르는 정확할 것이다. 금호미술관에서 열리는 작가의 전시, 손경화, 이동근, 최병석, 황수연의 작품을 애써 기억하려고 노력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들이 보내는 에너지는 흔적을 남기기 충분했는데 작가의 행위와 생각, 꼬리를 더듬다가 자연스레 배긴 것이었다. 작품을 보면 과정의 디테일이 떠오르기 때문일 것이다. 어떻게 움직였을지, 그랬을지, 어디부터 시작이었는지를 자연스레 생각하며 이야기는 이어진다. 이동근은 커다란 캔버스 천을 비행기로 접고, 또다시 접었다. 손바닥만 종이를 다루듯 휘두를 수는 없을 테니 도전하는 마음으로 덤볐을 것이다. 천을 펼쳐 꺾고 눌러댔을 그의 동선을 떠올려 보면 접힌 천의 선명한 선만큼이나 상상은 명확해진다. 그는 자신이 소설의 주인공을 따라 종이비행기를 접는 행동을 강박적으로 반복했다. 비행기를 접고, 색을 입히고, 다시 펴는 행위를 반복하면서 소설 그의 감정을 함께 떠올렸을 것이다


한편, 그가 이번 전시에서 집중한 대상은 그린란드인데 번도 가보지 못한 나라에 매력을 느끼고 조사하여 독특한 상상을 표현했다. <Memory of Ice> 그린란드의 빙하를 말하는 작업이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쭈글쭈글해진 색색의껍데기들이 주인공. 크기 45×15×20cm 사각형 얼음이 녹는 동안 그가 스프레이를 뿌려 코팅한 것이다. 얼음이 녹는 동안 행위는 이어지고 얼음은 차차 사각 모양을 잃는다. 그리고 남은 것은 찌그러진 색깔 껍데기다. 과연 이것을 보고 누가 그린란드의 빙하를 떠올릴 있을까. 작품과 빙하는 완벽히 무관해 보인다. 오히려 스프레이는 온난화의 유력한 용의자가 아니었던가. 그러나 얼음에 뿌려대는 그의 동작을 상기해보면 얘기는 조금 달라진다. 작품은빙하를 생각하며 스프레이를 뿌려대는 에게로 이끈다. 결국 작품이 가리키는 것은 빙하가 아니라 그것을 떠올리게 하는 행위의 메타포다.


최병석은발명품 내놓았다. 전시장 공간 곳곳에 숨어있는 연결 고리는 궁금증을 촉발한다. 관람객과 작품을 공유하고, 참여를 유도하는 기계 비밀코드처럼 치밀하다. 빨간색 버튼을 누르면 일사분란하게 작동하고, 원리를 이해하도록 작가는 친절하게 아이디어 스케치를 비치해 두었다. 아이디어 스케치와 작동원리, 이것이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꼼꼼히 살펴보고 버튼도 눌러본다. 그의 생각 속을 유영하듯 이리저리 둘러본다. 작가가 내놓은사용법대로 미로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뜯어보면, 그가 제시한 모스부호와 비밀스러운 단서들, 버튼을 눌렀을 작동하는 움직임은 대체 어떻게 이어지는지 알고 싶다는 열망을 자극한다. 궁금증은 그가 작업을 시작한 서사의 시작점으로 관람자를 옮겨놓는다. 분주한 장치들을 만들면서 북적거렸을 생각의 꼬리를 자연스레 찾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곳에서 만난 명의 젊은 작가들이 주는 에너지는 보이지 않는 것을 떠올리게 하는 힘이 있었다. 생각을 펼쳐서 관람객과 함께하려는 그들의 방식은눈에 보기좋은 작품보다 울림을 주었기 때문이다. 손경화의 비밀스러운 공간과 주문 같은 소리는 그것을채집하고 다니는 그의 행로를 떠오르게 하고, 황수연의 수행적인 작업은 종이를 다루는 그의 손길과 알루미늄을 두드리는 행위를 상상케 했다. 오래 공간에 붙잡아, 머물고 생각하고 탐구하게 하는 그들의 전략은 제법 성공적이었다.                                                                                    

 

 

* 설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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