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서로 다른 시간이 만나는 전시. 발전과 변화, 과잉과 상실의 시대인 1980-90년대에 활발히 이뤄졌던 수원 미술이 2017년 다시 관람객 앞에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하나의 사물이나 현상을 있는 그대로 단순하게만 바라보지 않는다. 실험 미술을 시도한 컴아트 그룹(Com-Art Group)과 슈룹(Shuroop)을 중심으로 현상 이면의 의미와 가능성을 발견하고자 했던 시도에 주목한다. 전시는 당시의 시각으로 현재를 시사하기 위해 기존 그대로 설치하거나 재제작했다. 또한 보관되었던 문서나 사진, 영상들을 복원한 것은 물론 참여 작가들을 인터뷰해 당시 작업에 대한 사회적 배경과 의미를 듣는다. 1990년대부터 소통에 주목했던 컴아트 그룹은 커뮤니케이션을 ‘생동하는 교감’이라 정의한다.
도병훈 <신대동여지도(임좌병향,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가)>
1995
정서와의 교감, 대중과의 소통, 예술 형식의 부정 등 ‘교감예술’이라는 그들만의 독자성을 가지고 활동했다. 한편, 융합을 모토로 결성된 슈룹은 1990년 김성배, 이윤숙, 도병훈, 전원길, 강성원, 안원찬을 주축으로 활동한 이들로, 현재까지도 지속하는 수원의 자생적 미술모임이다. 이들은 수원을 거점으로 활동하지만,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서울, 히말라야 등 각지를 돌아다니며창작의 모티프를 발견하고 활동을 지속해 왔다. 이 두 그룹을 중심으로 1980-1990년대의 수원을 소환하는 전시는 과거 어느 때보다 수원 미술이 활기를 띤 시기의 실험미술 작가들을 조망한다. 기존 예술의 권위에 도전하고 전위적인 활동을 펼친 80-90의 열기를 재가동하는 것. 그때 그 시절의 목소리는 과연 아직도 우리에게 울림을 선사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