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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29, Jun 2017

또 하나의 기둥

2017.4.12 – 2017.5.27 두산갤러리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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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 아마도예술공간 책임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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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기둥이 지탱하는 하나의 공간에 대하여



< 하나의 기둥>전은 <두산인문극장 2017>갈등이라는 키워드 아래 조직된 일련의 행사 하나로 2인전의 형식을 취한다. 2인전은 전시의 과정 내외부로 질문과 비평을 수행하는 큐레이터와 아주 밀접한 거리에서 작업을 하게 되는 개인전보다는 느슨하거나, 큐레이터가 제시한 전제를 다수의 작가가 미세하게 절개하여 다채로운 관점으로 깊이와 범위의 확장을 시도하는 단체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단출해 보이기 십상이다. 글의 성격상 전시의 형식에 따라 달라지는 미세한 성격의 차이를 거칠게 언급하였지만, 2인이라는 구성은 작가 간의 상대적 구도를 뚜렷하게 만들기 때문에, 개개의 관점과 논조는 자칫하면 너무 절충되어 희석되거나, 반대로 단순히 형식적/개념적 일면만을 강제적으로 엮어놓는 형국이 되곤 한다.

 

홍범과 샌정은갈등이라는 키워드와 위에 세워진 하나의 기둥이라는 타이틀, 개의 축을 바탕으로 하나의 시공간-전시에서 만난다. 홍범은 공간과 장소를 부유하는 파편적인 개인의 기억을 조각과 설치, 드로잉, 영상 등의 매체를 통해 눈앞의 공간으로 소환하는 작업을 전개해 왔다. 반면, 샌정은 작가 개인의 사적 영역에서의 감정과 정서를 추상과 구상의 경계에서 멜랑콜리한 회화적 언어로 표현해내고 있다. 이렇게 그들은 주로 다루어 왔던 매체의 차이만큼 가까운 멀게 전시장에서 각자의 영역을 따로 같이 점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주어진 키워드 위에서 각자의 논리와 감각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재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서로 관계를 맺으며 공간을 구성해 나아가는가.

 

내부적으로 구축한 작가 각자의 논리와 체계는 하나의 공간 안에서 필연적으로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게 된다. 시각적으로 서로 대립하거나 충돌하다가도 하나의 정서로 급격히 수렴하고, 시지각적 ()조화로, 개념적 축으로 하나의 공간을 지탱하게 된다. 차이와 조화의 과정에서 갈등이 생성되고, 거기서부터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있다면, 전시에서 작가에 의해 이분화된 공간은 서로의 영역을 끊임없이 교차, 대조함으로써 역할을 수행한다. 샌정은 다른 여타의 장르보다 무한한 자기표현의 세계를 보여주는 회화를 다루는 만큼 사각의 프레임 안에 독자적인 규칙을 구축하고 내면적인 세계로의 진입을 요구하지만, 홍범의 조각-설치는 외부의 다양한 조건과 결탁함으로써 형상을 넘어 공간의 영역에서 의미를 새롭게 구축한다


또한 외부의 조건으로부터 철저히 분리시켜 완전한 감상의 단계를 제시하는 화이트 큐브의 전략을 구사하는 샌정의 기둥은 주변에서 모터의 작동으로 끊임없이 공간을 표류하며 관객이 작품/공간과 맺는 관계의 방식을 끊임없이 교란하는 홍범의 기둥과는 대조적인 양상을 보여준다. 이렇게 샌정은 주어진 공간의 조건, 화이트 큐브(white cube) 거스르지 않는 흰색의 기둥을 세우고 안에 자신의 회화를 위치시킴으로 중립적인 상태를 구축하는 반면, 홍범은 스스로 검은 색조의 목조 기둥이 작품을 통해 화이트 큐브의 중립성으로부터 탈주하여 다른 차원의 장소성을 환기한다. 하지만 하나의 공간 안에 묶인 개개의 대조적인 요소는 결국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마치 흰색 기둥의 안쪽에서 작품을 마주하는 가장 온전한 집중의 순간이 공간에 울려 퍼지는 사운드에 의해 의도하지 않은 공명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이.

 

대립하듯 각자의 언어에 충실한 요소들의 분절은 감각의 연쇄로 이어지고, 경계는 이내 허물어진다. 비어있는 충만하게, 잡힐 듯이 하지만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 감각의 순간은 내면의 세계로 끊임없이 추동하지만 동시에 외부의 조건과 연대하여 확장한다. 그렇게 홍범과 샌정, 개의 기둥이 지탱하는 하나의 공간은 대립의 순간으로부터 갈등을 촉발하고, 촉발은 다시 하나의 흐름과 조화를 생성하며, 정지된 () 상태에서 벗어나 긴장이 충만한 공간이 된다.

 

 

* 홍범 <기억들의 광장> 2017 호두나무, LED, 초음파 센서를 이용한 구동 장치 320×80×8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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