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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30, Jul 2017

블랙 록 사막의 7만개 오아시스

Burning Man 2017

매 해 여름, 미국 네바다주 사막엔 진격의 도시가 설립된다. 전지구적 사건‘버닝맨(Burning Man)’을 흠모하는 7만 명이 집결해 만드는 이 도시는 블랙 록 시티(Black Rock City)라 불린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차로 꼬박 7시간, 가장 가까운 도시 리노에서도 4시간이 넘게 걸리는 곳에 각 나라 히피가 찾아오고 억만장자의 전용기가 출동한다. 저마다 개성 있는 코스튬을 뽐내며, 작품을 창조하고 즐긴다. 서로 돕고 즐기느라 충만해진 에너지는 사막의 모래 바람도 신나게 만든다. 작열하는 태양에도, 한밤중 급격히 떨어지는 차가운 기온에도 그들의 에너지는 끄떡없다. 거대 나무인형과 조형물을 불태우는 퍼포먼스는 ‘버닝맨’의 하이라이트. 그저 축제로 불리기를 거부하는 이 거대 이벤트는 ‘세상의 창조적 문화 촉매제’로 자리 잡고 있다.
● 한소영 기자

불타는 사원 2016 사진 Jacques de Selliers ⓒ Jacques de Selliers 2016 & Burning Man 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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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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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샌프란시스코 해변에서 태어난 ‘버닝맨.’ 불과 수십 명이 2m짜리 인형을 불태우는 의식으로 행사는 시작됐다. 그러나 해를 거듭하며 인형은 거대해졌고 사람은 늘어났다. 20년 사이의 가장 큰 변화는 장소다. 샌프란시스코 해변에서의 진행이 어려워지자 1990년부터 블랙 록 사막(Black Rock Desert)으로 행동의 좌표를 옮긴 것. 그러나 사막이라는 지역적 장애에도 불구, 점점 더 참여 인원은 늘어났고 매해 8월말 신기루 도시를 만든다. 이 도시를 가히 신기루라고 할 만한 것은 일주일간 생겼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8월 마지막 월요일부터 시작해 미국 노동절인 9월 첫 번째 월요일까지, 일주일간 생기는 이 신기루에는 전 세계 히피와 즐거움으로 중무장한 7만 명이 찾아온다. 이들은 저마다의 독특한 의상을 뽐낸다. 눈을 못 뗄 화려한 것도 있지만 거의 입지 않는 것도 또 하나의 자유로운 코스튬이다. ‘버닝맨’의 하이라이트는 도시의 상징물인 ‘맨(Man)’을 불태우는 의식이다. 이제는 ‘맨’뿐만 아니라 여타 거대 조형물도 불태우며 불구덩이의 장관을 이룬다. 축제의 중심에 우뚝 서 있는 이 거대한 사람 조형물은 매년 테마에 맞게 디자인 된다. 


작년에는 이탈리아 르네상스(Renaissance)에 영감 받아 ‘다빈치의 워크숍(Da Vinci’s Workshop)’을 주제로 진행됐는데 다빈치(Leonardo da Vinci)의 인체비례도를 본 따 원 안에 팔과 다리를 쭉 뻗은 사람의 형상을 20m 높이로 제작했다. 블랙 록 시티의 거리 이름도 테마에 맞춰 단장했다. 보티첼리(Botticelli), 하이르네상스(High Renaissance), 로렌조(Lorenzo) 등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연상시키는 도로명이 바로 그것. 이 컨셉에 맞춰 센스넘치는 참가자들은 16세기의 코스튬을 입고 참가해 축제 분위기를 한껏 돋우기도 했다.  




버닝맨홈페이지(www.burningman.com) 있는 타임라인. 

매년 다르게 디자인 되는 ‘Man’ 크기와 모양, 

매해 참여자 수를   있다. 




2017년, 올해의 주제는 ‘Radical Ritual.’‘근본적 의식’이란 무척 심오한 제목을 내세웠다. 이는 ‘버닝맨’의 의식적인 측면에서 그 근본으로 돌아가잔 의지를 드러낸다. 내용은 깊어지고, 생각은 더 견고해진 모양이다. ‘버닝맨’의 창립 멤버이자 최고 철학 책임자(Chief Philosophic Officer) 래리 하비(Larry Harvey)는 매년 그 해의 테마와 철학을 고안한다. 그는 올해의 테마인 ‘근본적’이라는 의미를 “인간 본성에 있는 불변하고 고정된 모든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버닝맨은 의식을 사용하지만, 신학적 의식은 아니다. 이는 교리가 아닌 경험으로 가득 찬 그릇”이라고 말한다. 


지난 수십 년간 탄탄한 정신적 기반을 가지고 진행되는 축제에는 분명한 규정이 있다. 이는 당위적 법률이라기보다는 공동체를 위해 제안하는 몸가짐, 마음가짐에 가깝다. 이들의 정신적 기반인 ‘버닝맨 10가지 원칙’은 블랙 록 시티의 시민이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를 정교히 다듬어 공동체 정신을 표방한다. 이 원칙에 따르면, ‘버닝맨’ 참여에는 어떠한 조건도 필요하지 않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참가자는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 자기의 표현 욕구에 따라 마음껏 예술 작품을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자발적 참여를 독려하는 것과  스스로 내면을 인지하는 것, 여기에서 더 나아가 주변을 바라보며 대자연과의 접촉을 최우선의 가치로 둔다는 근본 철학의 면면을 살펴보면 어째서 사람들이 ‘버닝맨’에 영적으로 열광하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버닝맨’은 개인과 사회가 변하려면 깊은 참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행동하는 것(doing)’이다. 여기에 참여한 모두는 예술로 초대되며 놀이를 함께한다. 상대방의 가슴을 여는 행동으로 세상을 만들어가려는 것이다.




MOOP 지도. 

이벤트가 끝난 뒤의 오염도를 표시했다. 

붉은색은 오염지역, 황색은 중간지역, 초록색은 청정 지역이다.

 


‘버닝맨’의 자랑거리 중 하나는 상업적 협찬이나 광고를 절대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버닝맨’에 참여하는 사람은 ‘버너(Burner)’라고 불리는데, 버너는 도시 내에서 화폐 교환을 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시민이 필요한 모든 것은 ‘선물 경제’로 이루어진다. 보통의 축제현장에서처럼 바가지 음식점이나 웃돈을 줘야하는 푸드 트럭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금물. 블랙 록 시티에 상점은 없으며 필요한 것은 서로 나눠주고 도움 받는다. 그곳에서 돈은 오직 얼음과 커피를 사기 위해서만 사용될 수 있다. 버너는 일주일간 먹을 음식을 모두 챙겨 와야 하며 필요한 것이 있다면 서로가 필요한 물품을 ‘선물한다.’ 이로써 돈이 많은 사람들이 다른 이들을 위해 베풀 수 있는 문화가 자연스레 형성된다. 


2012년, 전용 헬리콥터를 타고 참석한 페이스북의 설립자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erg)는 구운 치즈 샌드위치를 많은 버너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다. 여기까지 정보로 예상되듯 버너가 되기 위한 경쟁은 꽤 치열하다. 올해 3월, 3만장의 티켓이 단 35분 만에 매진됐다. 각 티켓은 425달러(한화 약 48만 4,000원)로 결코 저렴하지 않은 금액이지만 오픈하자마자 동이 나버렸다. 티켓 값을 두 배로 불리는 사이트나 암표상들로 가격이 오른다는 문제가 매해 따르고 있지만 ‘버닝맨’은 공동체 규범에 의해 해소하는 방안을 강구한다. 모두가 공평하게 즐길 수 있는 방향을 찾기 위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저소득층에게 할당된 4,000 장의 티켓이 별도로 구성되며, 이를 위해서는 급여 명세서 또는 학생 대출금 명세서 등 소득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돈이 없는 사람도 배제하지 않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토끼모형의 아트카 2016 사진 Jacques de Selliers 

 Jacques de Selliers 2016 & Burning Man Project 

 



이렇게 버너가 도시에 도착하면 즐길 것이 총천연색으로 펼쳐진다. 우선, 서로의 코스튬만으로 엄청난 볼거리를 선사한다. 또, ‘아트카(Art Car)’를 타는 것도 빅 재미다. 블랙 록 시티 내부를 여행하기 위해 사용하는 자동차인 ‘아트카’는 다양한 예술 작품 사이를 횡단하는 또 하나의 움직이는 예술이다. 한껏 현란하게 치장한 자동차는 각자 독특한 개성을 가진다. 뿔 달린 차도 있고, 불을 뿜는 것도 있다. 한편, ‘버닝맨’을 더욱 신나게 즐기기 위해 고려해야 할 것은 날씨다. 사막은 낮에는 지독히 덥고 밤에는 쌀쌀하다. 이에 저녁 복장으로는 모피를 추천한다. 


고글이나 부츠, 먼지 마스크는 잦은 모래 폭풍 속에서 춤을 추는 데 필수적인 장비라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일주일 분량의 음식과 넉넉한 물이다. 필요이상으로 챙겨가도 후회 없을 필수품목이다. 약 일주일간의 이벤트가 모두 끝난 후에도 블랙 록 시티 시민들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10가지 규정 중 하나인 ‘흔적 남기지 않기’를 실행하기 위해서다. 환경을 존중하고, 자취를 남기지 않는다는 철학에 따라 참가자들은 처음 왔을 때보다 더 말끔한 상태로 청소를 한다. 버너들은 기꺼이 쓰레기를 짐가방에 챙긴다. 


이런 모든 사람의 약속된 행동으로 달빛에 춤을 추고 불태우며 일주일간 캠프를 세운 7만 명이 떠난 자리엔 먼지만 남는다. 그런데 ‘흔적 지우기’를 완벽히 성공하는 데는 숨은 공신이 있다. 레스토(Resto)로 불리는 100명가량의 자원 봉사자다. 그들은 블랙 록 시티의 MOOP을 모두 수거하는데, MOOP이란 ‘부적절한 것(matter out of place)’의 약자다. 사막에 부적절한 것은 모래를 제외한 모든 것이 된다. 레스토는 MOOP을 전투하듯 수거하고 결국 원래 상태와 똑같이 모래만을 남긴다. 국토 관리국(Bureau of Land Management)이 현장에 출동해 아무것도 남지 않음을 확인하는 것까지가 ‘버닝맨’의 마무리다. 뜨겁고 화려했던 시간은 이렇듯 흔적도 없이 깨끗이 사라진다. 휘황찬란한 불꽃, 화려함을 뽐내던 히피들과 함께 말이다. 




케빈 클락(Kevin Clark) <Medusa Madness> 2016 

사진 Jacques de Selliers Jacques de Selliers

 2016 & Burning Man 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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