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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31, Aug 2017

황민규
Hwang MINKYU

인식을 가로지르는 물질의 촉

PUBLIC ART NEW HERO
2017 퍼블릭아트 뉴히어로Ⅱ

하나를 진득하게 붙들고 앉아 골몰하는 일은 쉽지 않다. 더욱이 어떤 것이든 빠르게 왔다 사라지는 지금 세상에서 한 문제를 다방면으로 깊이 생각하는 건 특히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황민규는 그 일을 하고 있다. 우리 사회를 휩쓸었던 유기견 문제에 학창시절부터 뛰어들어 봉사했고, 그것이 작업으로 이어져 지금까지도 진지하게 몰입하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의 버려진 애완동물에 관한 이야기에 ‘좋아요’를 누르고, 공감하는 댓글을 남기는 사람들의 감성적인 태도에 회의를 느낀 그는 선명했던 감정이 점차 흐려지고, 들끓었던 열정이 삽시간에 식어버리는 현대인의 모습 등을 투영시키며 작품으로 완성하고 있다.
● 정송 기자 ● 사진 서지연

'남겨진 흔적' 부분 2016 유기견 털, 케이지, 각목, 아크릴 76×51×16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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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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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규의 작품을 직접 마주하면 디지털 이미지와는 확연히 다른 깊은 울림을 느낄 수 있다. 작품을 구성하는 것이 유기견의 털이라는 것을 모르고 보면, 그것은 다른 작가의 여타 작품과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그것이 버려지고 상처 난 개들의 털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이야기는 묵직해진다. 작가는 주로 평면 작업을 선보인다. 자신이 봉사하는 유기견 센터에서 개들의 털을 모아와 캔버스를 빈틈없이 메운다. 한 캔버스에 수십 마리 개들의 털이 질서 정연하게 뒤섞여 있다. 상처받고 버려진 그들을 형상 없이 줄, 무늬, 흔적 등과 같이 단순화되고 함축적인 도상을 사용해 표현한다. ‘유기견’이라는 사회적 문제가 사람의 감정에 호소해서 해결될 일이 아님을 강조하는 그는 지금껏 버려진 개들에 대해 사람들은 ‘연민’을 극대화하기 위해 단지 ‘불쌍한 것’으로 정형화시켜버렸다고 일침한다. 그래서 화면의 모든 형상을 지우고 철저히 사회 시스템과 인간, 그리고 버려진 반려견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했다





<남겨진 흔적> 2017 유기견 털, 버려진 액자, 20×50cm 




연작 ‘반복될 줄무늬’와 ‘반복될 흔적’ 속 흰색, 황토색, 검은색은 일반적인 개의 털 색깔로 유기견 전체를 상징하고, 줄무늬와 흔적은 사회 구조와 단편적인 사람들의 생각 및 행동 구조를 나타낸다. 특히 줄무늬는 사람들과 실제 버려진 개들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는데, 그것은 평평하고 깊이 없는 화면으로 나타나 우리가 얼마나 얕은 지식을 갖고 엷은 감정으로 대처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얄팍한 감정이 유기견에 관련한 사람들의 태도를 정형화시켰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황민규는 작품에 그 어떠한 후처리도 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털을 사용하는데, 때문에 개털의 냄새가 그대로 작품에 담겨있다. 평면작에서는 공중에 날아가기도 하고 워낙 평평하게 붙여 냄새가 지독하지 않지만, 케이지 작업인 <남겨진 흔적>(2016)의 경우 덮어놓은 유리 상자를 여는 순간 역겨움이 밀려올 정도로 극심한 악취를 맡을 수 있다고 한다


케이지 작을 제외하고 그는 작품을 글라스커버 없이 전시한다. 필터링 없이 노출해 사람들이 개털의 표면과 색, 냄새를 직접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이처럼 시각, 촉각뿐 아니라 후각까지 사용하는 것은 그가 자신만의 시각적 언어로 이 문제를 다루고자 얼마나 많은 고민과 연구를 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동안 “결국 당신도 상처받은 동물을 이용하는 것은 아니냐”는 사람들의 지적에 자신을 돌아보고 지속적인 성찰을 해왔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작품의 주된 목적이 결코 사람들에게 연민이란 감정의 임팩트를 주는 것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그래서 일부러 ‘감성’적인 부분을 최소화하거나 완전히 배제해 어떻게 보면 ‘유기견’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삶과 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이것이 황민규 스스로 다른 비슷한 작업을 하는 작가들과 거리를 두는 방식이다.





<반복될 줄무늬> 2016 패널에 유기견 털, 가변크기





이렇게 모두가 황민규를 개털로 작업하는 작가라고 알고 있고, 그도 자신을 그렇게 설명하지만, 사실 이는 그가 하는 다른 많은 작업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그는 예술가로 첫발을 디딘 지 얼마 되지 않은 지금 시점까지 자신이 가장 오랫동안 고민한 문제에 완전히 집중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편견의 시선도 감수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사루비아다방 <3의 과제>전에 출품한 <Virtual Odyssey>는 그가 단지 개털 작업에만 몰두하지 않음을 증명한다. 또 다른 관심사인 애니메이션과 그 속의 히어로를 레퍼런스로 작업한 이 영상 작품은 확실히 낯설다. 그는 지난 2014년의 세월호 사건부터 지금까지 세계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테러와 사고 소식을 접하면서 어릴 적 선망한 ‘영웅’에 회의감이 들어 작업을 시작했단다. 알려진 작품들과 전혀 다른 맥락을 지닌 이 새로운 시도를 아직 공개하지 않았던 이유는 방향성이 분명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명확하지 않으면 하지 않는다’는 작업 신조 때문에 지금까지 그는 말을 아껴왔다. 말하지 않고, 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이 문제 역시 유기견처럼 계속해서 들여다봤을 테다. 이제 그는 이 작업의 가닥을 잡았고 직진할 계획이다. 





<나는 너를 지킨다> 2015 단채널 영상, 00:04:53





다양한 미디어와 주제를 다룰 향후 작품은 유기견 문제를 다루는 작업들과 분명히 구분돼 발전할 예정이다. 특유의 아날로그적이고 수공예스러운 담담한 태도는 고수하면서. 재료에서 오는 고유의 내러티브를 좀 더 강조하고자 유기견 프로젝트에는 다른 미디어를 접목하지 않고 털의 텍스처, 냄새, 그리고 그것이 담고 있는 수많은 사연을 곧이곧대로 전달할 것임도 피력한다. 관심 있고 도전하고 싶은 것이 많지만, 이제 막 미술계에서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다. 예술가로 시작을 자신이 가장 오랫동안 집중한 유기견 작품들로 하고 싶었다는 황민규. 이렇듯 수년 동안 변함없이, 흔들림 없이 주제를 집요하게 파고들 수 있는 집중력과 진정성은 스토리를 더욱 탄탄하게 만드는 기반이 되어 앞으로 그가 예술가로 내디딜 많은 발걸음을 견고하게 지탱해 줄 것이다. 

 


 


황민규




2017 ‘퍼블릭아트 뉴히어로’ 선정 작가 황민규는 1986년생으로 중앙대학교 조소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조소학 석사를 취득했다. 갤러리 이마주, 프로젝트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일현미술관 등에서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고, 2016년에는 아트스페이스오에서 개인전 <잊어버린 흔적>을 지난 달 신한갤러리에서 2인전 <Another, Between>을 가진 바 있다. 현재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레지던시에서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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