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통 민화를 차용해 서양 화법과 조화를 이룬 작품을 완성하는 라오미. 그는 동서양의 고전, 신화, 전설, 그리고 설화 속에 등장하는 상징적 도상과알레고리를 그만의 형식으로 풀어낸다. 주로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이 가득한 세상 속 다양한 이야기를 한 화폭에 담아내는데,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시도한 ‘사진관 프로젝트’ 연작을 비롯해 한국의 근현대 공간, 스토리, 잡지, 북한 설화 등을 재해석한 작품 총 20여 점을 선보인다.
<현자의 돌> 2014 한지에 분채 100×100cm
신작 <라이거와 타이곤의 초상>에서는 이상산수화와 불로장생과 같이 인간의 욕망을 표현하는 도상을 근현대 사진 속에 배치했다. 도상들은 유토피아를 상징해 작가를 비롯해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과 같은 현실을 제시한다. 동시에 2장의 이미지를 촬영하는 스테레오 카메라를 이용한 사진처럼 작품 2점을 하나로연결했다. 작품 앞에 설치된 스테레오 뷰어를 통해 보면 두 개의 화면이 접히듯이 겹쳐져, 또 다른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와 같은 개념을 적용한 <접힌 풍경, 심우장> 역시 신작으로, 성북 지역의 근현대 역사와 인물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작품 곳곳에 배치했다. 작가는 대칭 구도로 공간을 분리해 여러 이미지들이 중첩되게 만들어 새로운 화면을 구성한다. 이 외에도 <화성별곡>은 우주 공간 속 동서양의 상징적 이미지와 캐릭터를 담고 있고, <별건곤>은 한국 근대잡지의 이미지를 차용한 작업이다. 이렇듯, 라오미는 민화적 기법과 전 세계에 보편적으로 알려진 신화, 전설, 설화 속 인물과 사건들을 상징하는 도상을 적절히 융합해 시공간을 뛰어넘는 작품을 선보인다. 그의 작품 속 이미지들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본 것과 같은 풍성한 내러티브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