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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65, Jun 2020

권순왕: Prainting

2020.4.23 - 2020.6.26 우손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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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 대구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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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복제 시대 속 프레인팅의 아우라


권순왕의 작품 속 다채로운 색감들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았다. 캔버스에는 다양한 이미지가 색과 함께 어우러져있었다. 이번 전시 속 그의 작품에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지점들을 여러 군데 찾을 수 있었는데 그 안에 작가가 내포하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해졌다. 권순왕 작품의 화면에서 느껴지는 추상적인 구성은 그가 만들어낸 하나의 공간처럼 다가왔다. 그 공간에서 보이는 이미지들은 파편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무언가를 제시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 공간을 산책하듯이 작품을 바라보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작품의 제목을 찬찬히 살펴보게 되었다. 

<고독한 뿌리의 결정체>,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선들>, <직조된 시간>과 같은 제목에선 존재론적인 고민의 흔적과  작가의 기억에서 작품이 출발한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 이와 더불어 ‘~찾아서’로 끝나는 제목이 작품에서 여러 번 등장하였는데, 검정 사이렌, 명상, 사과, 달콤한 블루 등 작가가 경험한 사건이나 기억 속 장면을 그만의 시각적 구조로 중첩하고 재배열 과정을 거쳐서 화면에 배치하였다. 그리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기억의 이미지를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자신의 회화 공간으로 초대하고 있었다.

이번 전시 제목인 ‘프레인팅(Prainting)’. 프레인팅은 작가가 만들어낸 프린팅(printing)과 페인팅(painting)의 결합어이다. 인류는 인쇄술의 발달로, 언어와 이미지의 복제가 가능하게 되었다. 예술에서 판화 역시 작품의 복제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와 달리 회화는 단일한 고유성을 지니고 있고 원본성(originality)을 보장받는다.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은 회화가 가지는 이 유일함에는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아우라’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오늘날의 기술 재생산시대 속 예술 작품의 아우라의 몰락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아우라의 몰락은 예술에 대한 폐쇄적인 수용 방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지각 작용의 시작을 의미한다.1)  이처럼 기존 개념의 아우라는 상실되었다고 할 수 있으나 동시대 미술 속 새로운 아우라의 개념은 시대와 예술세계의 변화의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권순왕 작가는 프린팅과 페인팅을 결합을 통하여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을까?

이것에 관하여 전시 소개에서 프레인팅에 대해 ‘한 시대가 만들어 낸 역사적 판(format)의 의미인 프린팅과 작가가 만들어낸 가상의 공간이라는 의미인 페인팅이 연계되어 있다’2)고 말한다. 그렇다면 작가는 캔버스를 하나의 ‘판’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유추해볼 수 있었다. 또한 작품에 자주 기업 로고나 상품의 브랜드 이미지를 등장시켜서 ‘복제(print)’ 가능한 이미지를 결합시켰다. 이러한 추론에 근거하여 작가에 의해 만들어진 회화라는 공간은 캔버스라는 판 위에서 이미지를 축적, 복제하여 메타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개념판화’라는 장르를 개척하기도 한 권순왕은 이번 <프레인팅>에서 고유성이 확보되는 회화라는 장르를 이용하여 ‘진짜’가 무엇인지 모호해져버린 이미지 복제시대인 오늘날의 시대상을 반영하고 자신만의 고유한 작품세계를 창조해 보여준다. 그것이 바로 권순왕이 만들어내고 있는 가변 가능한 프레인팅의 아우라가 아닐까 생각한다.
 
[각주] 
1) 심혜련 「발터 벤야민의 아우라 개념에 관하여」 『시대와 철학』(12) 2001 p.171
2) 우손갤러리 전시소개글 참고


*<바나나를 찾아서(Finding a banana)> 2006 캔버스에 유채와 아크릴릭 130×162.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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