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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32, Sep 2017

국동완
Kook Dongwan

겨울 호수처럼 서늘한 깊이

PUBLIC ART NEW HERO
2017 퍼블릭아트 뉴히어로Ⅲ

색이 너무 고와서일까? 국동완이 그린 배는 더 강하게 뇌리에 박혔다. 무엇을 그리는가에 따라 크기와 형식을 분방하게 넘나드는 작가임에도, 그의 이름을 떠올리면 'A Ferry'가 우선 떠오른다. 작품은 ‘세월호 참사’ 석 달 후인 2014년 7월부터 그려지기 시작했다. 비교적 천천히 진행된 드로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작업 초반이나 중간에 본 사람들 대부분 그게 ‘세월호’라고 짐작하거나 확신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당시 모든 배는 ‘세월호’와 분리될 수 없었다. 그런데 그림을 처음 선보인 2016년 3월 개인전에서는 이 배가 ‘세월호’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심지어 ‘배를 좋아하시나 봐요’ 정도의 해맑은 질문도 작가에게 건네졌다. 그때 국동완은 생각했다. ‘이 그림이 운 좋게 오래도록 사람들에게 보여진다면 비슷한 대화가 더 많이 생겨날 것이고 그렇게 사건은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전해질 수도 있겠구나’라고.
● 정일주 편집장 ● 사진 서지연

'Settled in scotch' 2012 Fabric, used clothing, cotton wool, galvanized cask hoops 45×45cm e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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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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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전달하고 싶은 특별한 메시지가 있어서 세월호를 그린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을 다루지 않고는 스스로 견디기 힘들었기 때문에 시작된 그림이었다. 평소 그리던 크기의 몇 배나 되는 규모를 구상하면서 ‘그림을 다 그린 후에는, 그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될까?’ 그는 생각했다. 자면서 꾼 꿈을 기록하고 그것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작업을 진행해 온 국동완. 이렇듯 그의 관심은 언제나 자신의 깊은 내부로 향해 있었고 세월호와 관련된 작업들도 실은 그 연장인 셈이었다. 언제나처럼 자신의 내면을 관찰하던 중 거대한 사건이 그 안을 가득 채워버린 것을 발견했고 그는 평소대로 그것을 붙들었을 뿐이다. 그것이 다다. 그런데 사람들 뇌리에 이 배는 국동완을 상징하는 어떤 것이 됐다.





<Around #1> 2013 종이에 색연필 52×75cm




미술은 수많은 고민의 집합이다. 그 중에서도 작업의 다양성과 주제의 합리화 과정은 작가에게 실제 작업의 행위보다 더 큰 수고와 고통을 안겨준다. 세상 모든 문제는 양면성을 지니며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 작가의 성질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개인사적 이야기와 시대사적인 이야기 등 미술의 기능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한다면, 이것 역시 양면적이며 자칫 전혀 섞일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세련된 예술에서 그 둘의 성질은 자연스레 섞이고 그럼으로써 더 분명한 기능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미술은 그 시대성을 목적으로 두지 않으며 취향을 구체화시키는 과정의 연속이지만, 역설적으로 작가의 의식이 그 시대를 대변할 때 가치를 인정받는다. 첨예한 개인사를 기록하던 작가가 모두 공유하는 사건을 주제로 정했을 때, 국동완은 이 많은 상황들을 숙고했다. 그의 작업은 크게 평면, 입체, 3가지로 나뉜다. 그리고 최근 몇 년은 밀도 있는 색연필 드로잉에 집중하고 있다. 드로잉들은 ‘회광반조(回光返照)’란 타이틀로 묶이는데, 이는 외부로 향하는 빛을 돌려 자신을 비추라는 참선법에서 따온 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드로잉이 ‘회광반조’와 물리적 구조가 같음을 깨닫고 사뭇 낯설고 어려운 이름을 적용했다





<A perfect bookcase #1> 2010 나무 위에 페인트 63×105×12cm 




그리려는 대상을 프린트해 유리에 붙이고 그 위에 종이를 올려, 유리 뒤에서 빛을 비춰 올라오는 그림자를 바탕으로 그는 드로잉 한다. 더러 그림자의 형태를 따라가기도 하고 모양이나 뜻에서 연상되는 것을 그리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손이 그리는 것을 지켜본다. 밑그림 없이, 지우개도 없이,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의 방향으로, 순간순간 건져낸 의식의 조각들을 천천히 잇는 것이 그의 드로잉이다. 2011년 갤러리팩토리에서 첫 개인전을 하기 전까지 그는 책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자신과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 탐색했다. 이 때 작업한 ‘Dreaming Piece’ 시리즈는 책의 독자에게 꿈을 붙잡는 순간을 선사했다




<Society With No Answer> 2015 종이에 색연필 52×77cm 





그러다 2012년 스코틀랜드의 깊숙한 자연 속에 위치한 레지던시 경험은 작가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주위를 둘러싼 것들이 그림 속으로 거침없이 들어왔고 드로잉은 보다 자유롭게 뻗어나갔다. 그때의 자세가 유지되며, 이전에 이유 없이 거리를 뒀던 ‘주변’을 적극적으로 그림에 담기 시작했다. 사는 곳의 풍경, 항상 쓰고 다니는 안경, 그리고 모든 것을 뒤덮어버린 세월호 등 시간을 내포한 주제들에 집중하게 된 것이다. 갤러리조선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끝낸 후 그는 <A Ferry>를 콜라주 해 컬러링북 『침몰한 여객선에서 건져 올린 것들』을 만들었다.





책 『침몰한 여객선에서 건져 올린 것들』 표지

 (국동완 지음바운더리 북스 / 21×29.7cm) 





자신을 수식하는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는지, 작가로서 국동완을 규정짓는 ‘무언가’는 무엇인지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를 수식하는 말을 별로 들어보지 못했다. 오히려 ‘당신을 어떻게 수식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작가로서 국동완을 규정짓는 무언가도 아직은 없는 것 같다.” 그는 분명 한 단어 혹은 몇몇의 형용사로 표현되지 않는 작가다. 그러나 담담하게 감정을 이끌고, 서늘한 태도로 이성을 가동시키는 방식과 태도 등 그를 규정짓는 무언가는 확실하다. 다만 익숙하고 보편적으로 설명하기 힘들 뿐이다. 

 


 

국동완

 



작가 국동완은 1979년 생으로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시각디자인 전공으로 학사학위를 받은 후 영국 캠버웰 컬리지 오브 아트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갤러리 조선, 갤러리팩토리에서 개인전을 선보였고 영국 데이빗 로버트 아트 파운데이션, 대구아트스퀘어, 아라리오뮤지엄 제주 등에서 열린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2년 스코틀랜드의 글렌피딕 아티스트 레지던시에 이어 2016년부터 금천예술공장 작가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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