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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32, Sep 2017

움직이는 모빌, 들리는 모빌, 칼더의 공감각적 전시

U.S.A

CALDER:HYPERMOBILITY
2017.6.9-2017.10.23 뉴욕, 휘트니 미술관

고백하건대 모빌을 예술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색색의 알약이나 캠벨 수프 깡통, 그리고 강아지 풍선을 아트로 받아들이는 데에는 단 한 번도 거리낌이 없었으면서도, 모빌의 창시자가 누구일지 궁금해 해 본 적 역시 없었다. 아마도 내가 아는 모빌들에서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를 떠올리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아끼는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에서 ‘모빌 전시’가 열린다는 것이 놀랍지는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잔잔하게 움직이는 모빌들은 미술관과 고요하게 어우러졌다. ‘Mobile’이라는 단어에 스마트폰이나 석유 회사가 먼저 생각나는 세상이다. 이 단어가 정말로 유아 시절 천장의 그 모빌을 가리키는 경험은 뉴욕에서도 거의 해 본 적이 없다. 이런 모빌 문외한마저 감동받게 한 전시, 눈과 귀가 즐거워 마음이 저절로 열리는 전시, 모빌의 창시자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의 전시이다. 뉴욕 휘트니 미술관에서 6월 9일부터 10월 23일까지 열리는 'Calder: Hypermobility'전은 몇 가지 점에서 주목받았다. 칼더의 의도대로 작동되는 대표작들을 직접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라는 것, 그리고 칼더의 작품세계에서 영감을 받은 음악을 함께 들으며 관람할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와 『뉴요커 매거진(The New Yorker)』도 “장르를 뛰어넘는 거장 칼더가 그의 친구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만큼이나 깊이 있고 영향력 있음을 보여주는 전시” 등의 기사를 내보냈다. 타이틀인 ‘하이퍼모빌리티(Hypermobility)’는 초이동성, 초유동성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움직임의 정도나 빈도가 보통보다 큰 상태이다. 이번 전시에서 모빌의 움직임을 얼마나 강조하는지 잘 보여주는 지점이다. 칼더의 움직이는 조각을 보고 뒤샹이 이름 붙여준 ‘모빌(Mobile)’은 단어 그 자체로 움직임을 의미한다. 이 ‘움직임(motion)’은 칼더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개념이다. 약 50여 년간의 작품 활동 기간 칼더는 무용, 발레 등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영감을 받았고, 유명 무용가 겸 안무가 마사 그레이엄(Martha Graham) 등을 비롯한 다수의 작품을 위한 무대와 모빌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 조슈아 패션 디자이너 ● 사진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제공

Installation view of 'Calder: Hypermobility' at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June 9, 2017-October 23, 2017) Photograph by Ron Amstu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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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슈아 패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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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더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모빌



대학교 때 공학을 전공하고 엔지니어로 일했던 칼더의 경험은 이후 조각가로 전향하며 더욱 빛을 발했다. 조각을 움직이게 만들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제공한 것을 넘어, 움직이게 하고 싶은 욕망을 만들어 준 것. 1930년 파리에서 몬드리안(Piet Mondrian)을 방문했을 때, 몬드리안의 작품을 보고 움직이게 만들고 싶다고 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후 추상적인 색감과 형태를 공간적인 움직임으로 만드는 작업에서 모빌이 탄생했다. 이번 전시는 이 ‘움직임’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기회다. 이보다 더 큰 규모로 칼더의 작품을 소개한 경우는 있었다. 국내에서는 2013년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렸던 회고전이 친숙할 것이다. 하지만 원작자의 의도대로 모빌을 작동시키는 전시는 희귀했다고 한다. 


이번에는 칼더가 생전에 직접 소개했던 이후로는 처음으로 작동시키는 전동 작품들도 소개된다. 모빌 작동(activation)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볼 수 있다. 평일 3회, 금요일과 일요일은 6회, 토요일은 총 10회 작동 세션이 있다. 이를 위해 칼더 재단을 이끄는 칼더의 손자 알렉산더 로워(Alexander S. C. Rower)가 작동에 참여할 전문가들을 직접 교육했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랩코트 가운을 입은 아트 핸들러(Art Handler)가 스틱과 함께 전시장에 등장한다. 전시를 보던 관람객들이 다 함께 모이면 스틱을 사용해서 한 작품의 축이 되는 조각을 정해진 방향으로 움직인다. 한 모빌이 움직이는 것을 충분히 관람한 후에는 다음 작품으로 옮겨간다. 이렇게 회당 약 10분간의 작동이 진행되며, 매일 다른 대여섯 가지 작품을 작동시킨다.





<The Arches> 1959 Painted steel 

106×107 1/2×87in.(269.2×273.1×221 cm)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gift of Howard and Jean Lipman  82.44a-e 

 2017 Calder Foundation, New York /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Photograph Jerry L. Thompson

 




움직이는 순간과 공간의 경험


필자가 가장 감명 깊게 본 작품은 <Blizzard (Roxbury Flurry)>(1946)였다. 다양한 크기의 흰 점들이 와이어로 연결되어 몇 가지 다른 원형과 선형의 구조로 배치되어 눈보라를 표현한 모빌이다. 부피가 제법 큼에도 불구하고, 사실 작동 전에는 시선을 사로잡은 작품은 아니었다. 제목을 보기 전에는 눈보라를 표현한 것인지도 알기 어려웠다. 하지만 일단 모빌이 움직이자, 눈보라가 우아하고 고요하게 돌고 있는 모습을 한참이나 넋을 잃고 바라보게 됐다. 모빌이 가만히 매달려 있을 때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점과 선의 배치가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순간마다 다른 구성의 회화를 보는 느낌을 준다. 점과 와이어가 각기 다른 궤도로 돌며 비로소 눈보라가 되어 살아나고, 겨울밤 고요한 눈보라 소리가 마음에서 울려난다


이 작품이 존재하는 진짜 공간은 모빌이 돌고 있는 궤적이다. 이 작품이 살아있는 시간은 움직이고 있는 순간이다. 칼더에게 있어서 이 <Blizzard>라는 작품은 천장에 매달려있는 정적인 구조물이 아니라, 이렇게 모빌이 움직이고 있는 상태 전체였을 것이다. 각기 다른 점, , , 배치가 회전을 통해 전체적으로 균형을 이루며 살아나는 순간 그 안에 시간과 공간, 우주의 자연법칙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이런 식으로 작품 혹은 작가와의 정서적 교류가 관찰자의 가슴을 열어 작품마다 다른 독특한 감정을 움직이게 한다. 모빌이 움직이는 동안 내 안에 일어났던 일들을 기억하게 해 작품 관람의 순간 자체가 정서적 경험이 된다. 이렇게 몇 개의 움직이는 작품을 경험하고 나니 작동되지 않는 작품들을 다시 보게 된다. 작품 앞에 서서 이 작품이 어떻게 움직일지를 절로 상상하며, 더 오랜 시간 깊이 관람하게 되는 것이다.





<Dancers and Sphere> (maquette for 1939 New York World's Fair) 

set in motion in Calder's "small shop" New York City storefront studio

 1938  2017 Calder Foundation, New York /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Photograph by Herbert Matter, courtesy 

Calder Foundation, New York


 



칼더의 모빌을 닮은 음악


모빌의 움직임만큼이나 마음을 쉽게 열어주는 것은 음악이다. 실험적인 음악의 거장으로 알려진 짐 오루크(Jim ORourke)가 칼더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곡을 웹사이트에서 들으며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입장 시 오디오 서비스를 요청하면, 그가 이 전시를 위해 선곡한 14개 연주곡을 들으며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같은 곡은 스포티파이(Spotify) 애플리케이션에서도 들을 수 있다. 이 음악들도 칼더의 작품을 닮았다. 특히 라그나 그리페(Ragnar Grippe) <Sand>, 더 넥스(The Necks) <Open>, 빔 메르텐스(Wim Mertens) <Circles>은 곡의 구성에서 직접적으로 칼더를 생각나게 한다. 각기 다른 색깔의 점과 덩어리에 가까운 소리들은 염료 방울이 뿌려지듯 불규칙적으로, 때로는 균형과 조화를 고려한 듯 구조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칼더가 형태, 색깔, 소재가 다른 각각의 조각들을 다양한 형태로 구조화한 것처럼, 이 플레이리스트는 본디 움직이도록 창조되었지만 움직이지 않은 채 전시되어있는 작품들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이 정적으로 멈춰있는 작품들이 작동되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하는 상상력을 자극한다. 음악을 들으면 그 곡과 관련된 경험이 떠오르듯, 관람 후에도 이 음악들을 들으면 전시에서 느꼈던 감정이 오롯이 재현된다.

 


모빌 작동과 음악이 주는 공감각적 경험


필자는 평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신뢰한다. 메시지와 작가의 의도, 미술사적인 의의 등을 사전에 조사하고, 전시에 가서 무엇을 중점적으로 보고 올지를 미리 생각하고 가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사전 지식이나 선입견 없이 보이는 그대로 느껴보는 과정이 필요했다. 모빌이 왜 예술이 될 수 있는지, 왜 휘트니 미술관에 전시될 가치가 있는지, 칼더가 왜 대단한지, 눈에 보이는 그대로만 느껴보고 싶었다.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모빌 작동과 음악 없이 관람했다. 전시의 어떤 기획이나 다른 요소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은 채, 오롯이 칼더의 작품 세계를 경험하고 싶었다. 사전 조사와 작동 세션, 음악이 모두 없던 채로 했던 첫 관람은 조각의 형태, 색상, 소재, 질감, 배치 등에 주목하게 했다. 그 자체로도 아름다웠다. 하지만 일단 칼더의 작품세계를 공부하고, 칼더를 닮은 음악을 들으며 움직이는 모빌을 관람한 공감각적 경험은 닫힌 마음을 쉽게 열어 깊은 감동을 일으켰다. 이 정서적 경험이 우리가 예술을 사랑하게 하는 힘이 아닐까.  

 


글쓴이 조슈아는 패션 디자이너다. 다양한 형태의 예술을 사랑하거나 존중한다. 패션은 아트가 아니지만, ‘아티스틱’하지 않고는 패션이 성립할 수 없다고 믿는다. 패션이 언어가 될 수 있다고 고집부리고 실천하면서, ‘우리’만의 어휘와 문법을 축적해 나가는 맛에 산다. 아직까지는 뉴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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