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희는 회화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 단위인 점, 선, 면으로 돌아가 회화의 근원을 이야기한다. 화폭에 복잡다단한 세계를 최대한 정제해 담아내며, 회화를 최초의 단계로 돌아가 고찰하는 여정이 지금까지 그가 걸어온 작가의 길이다. 그는 면을 다듬고 깎아내 점으로 회귀한다. 이는 세상의 시작과 끝을 나타내는데, 이때 캔버스에서 빛을 발하는 건 다름 아닌 선이다. 점이 모여 이룬 이 선에 작가는 깊은 호흡과 고요한 움직임을 담았다. 우리의 시선, 호흡, 그리고 움직임은바로 차명희의 작품이 어떤가에 따라 달라진다. 흑과 백 그리고 빛과 어둠으로 표현된 세계 역시 ‘근원’을 나타낸다. 목탄과 아크릴을 결합해 자연 그대로인 생명체와 인공물이 뒤섞인 세계를 표현한다. 여기서 목탄은 끝을, 아크릴은 시작을 나타내는 상징적 매개물로써 활용된다. 자연과 인간의 필연적인 관계를 두재료와 점, 선, 면만을 사용해 깔끔하게 풀어낸 것이다.
<생성의 숲> 2017 캔버스에 아크릴릭, 목탄 227×182cm
전시엔 최신작까지 선보인다. 이전 작업과 비교했을 때 캔버스 위에서 선의 움직임은 빨라졌고 방향 전환 또한 신속해졌다. 과거 접점과 찰나에 대한 작가의강박적 동기가 화면에 투영됐다면, 근작에서는 그러한 부담감과 강박에서 벗어난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선이 지닌 의미의 무게감 또한 배가 된 듯하다. 수평으로 화면을 나누는 이 선은 지난 세월 작가를 옭아맸던 회화의 근원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지적 강박에서 벗어나 회화 자체를 들여다보는 연륜의 무게를 보여준다. 선 하나에 삶의 궤적과 고찰, 회화에 대한 진지함까지 모두 담긴 전시는 하나의 숲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