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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33, Oct 2017

흑표범_선영, 미영, 미영

2017.9.16 – 2017.10.2 space 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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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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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괴물 네트워크의 친밀함

 


선영과 미영은 특정한 시대에 유행했던 세대적 이름이다. 작가 흑표범은 온라인에서 선영과 미영 모집하고 명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여성 (집단) 초상을 그렸다. <선영, 미영, 미영>전은 일견 정성 조사의 일종으로 표본 집단을 통해서 동시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성인 여성의 표상을 포착해내려는 시도로 보인다. 그러나 여성 혐오를 미러링하고자 했다는 작가의 말은 괴물의 몸을 가진 모습으로 묘사된 여성들의 초상이 조사와 대화의 결과가 아니라 전제이자 결론이었음을 암시한다. 흑표범이 포착한 여성에 대한 인상은메갈리아 익숙한 여성주의의 동향을 환기시킨다. 혐오의 미러링으로서 메갈리아가 수집해서 돌려주는 언어는 역설적이고 해학적이며, 논쟁과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폭력적 긴장감을 응축하고 있다


이에 비해 흑표범의 초상은 여성과 괴물을 합성한 기괴한 형상에도 불구하고 공포심을 자극하지 않는다. 이렇게 괴물이 친근한 이유는 무엇인가? (참고로 이는 우리 안의 괴물과 같은 윤리적 질문과는 관계가 없다.)  전시는 여성주의적 연대 또는 자매애를 표방한다. 작가노트를 참고하면 페이스북 사진첩을 찾아보며 생활과 취향을 조사하는관음증’(작가의 표현은 아니지만) 상대와 교류하는 중요한 방법 하나였다고 한다. 흥미로운 이런 방식으로 타인과 어울리는 경험이어릴 친구를 사귀는 과정과 비슷했다는 증언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려준 여성들에게모두 공감할 있었다 작가의 말이다. 이런 동질감과 친화력은 어떻게 이해할 있을까? 온라인을 통한 타인과의 만남은 익숙한 일이 되었고, 소셜네트워크와 스마트폰의 시대에 온라인은 개인의 정보를 감추고 편집하기는커녕 편집 불능과 노출 과잉 상태로 보여준다. 생활양식, 소비 취향, 지적 지향을 근거로친구이웃 되는 어렵지 않다





<수연 은정 선영 민선 은경

2017 한지에 혼합재료 280×210cm

 



작가는 완성한 그림을 전시회 전에 당사자들에게 메신저로 먼저 보내줬다고 한다. 여기서 그림은 디지털 이미지로 전환되어 빠르게 유통되고 즉각적인 호응을 이끌어낸다. 회화는 개념적 재료로서가 아니라 전통적인 매체의 속성을 유지하는 한에서 여전히 개인적인 것이며 (공공장소에 전시되더라도) 개인적으로 감상될 있는 매체이지만, 사진을 찍어서 온라인으로 공유하고 감상하는 시각문화에서 회화 매체에 관한 사적인 것의 이데올로기로는 전혀 다른 국면에 처하게 된다. 이제 사적인 것은 개인의 고유한 소유물이 아니라 공유 재산으로 유통된다. 사적인 것의 팽창은 현대의 공론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경험적 공동체와 온라인 공동체를 구분하지 않는 태도는 사적 관계의 질적 전환에 관한 어떤 증후이지만, 오래전 여성주의자들이사적인 것이 정치적인 이라고 외쳤을 때와 같은 정치적 자각과는 다른 것으로 보인다재빠른 공감의 공동체는 그림의 표현적인 측면에도 나타난다. 여성-괴물은 핑크색과 보라색, 반짝이 풀과 은박을 두른 모습 그대로 낙관적으로 수용된다


작가는 혐오를 미러링하는 표상으로 반인반수의 도상을 선택했다고 하지만, 남성 살해의 아이콘으로서의 도상학에서 벗어난 여성-괴물의 단독 초상은 남성중심주의 또는 지배 체제라는 반대항이 사라질 온건하고 화목한 축제의 표상이 된다.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작가가 표명한 의도가 배반되는 지점에 주목해보려는 것이다. 표현적인 문제는 그룹 초상에서 명백해진다. 하나의 몸통에 머리가 여럿 달린 모습이 괴물 도상을 형상화하지만 선적으로 단순화된 평면적인 몸통은 괴물의 환영보다 여러 얼굴을 이어주는 장치로서 역할을 한다. 가령 아홉 명을 한데 그린 그림에서 뱀의 형상을 몸은 하나의 똬리로 모이고, 개별적으로 솟아난 기다란 /목은 각자의 얼굴을 공유 지점-똬리에 연결시키는 선이나 길처럼 보인다. 이렇게 괴물의 도상은 부정적이고 혐오스런 감정보다 유대감을 강화한다. 유대감은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차별받는 이들의 연대를 강화할 있지만, 그것이 인간의 보편적 감정인 공포나 두려움에 공감하는 차원에서 오직정서적으로 이루어지며 갈등의 흔적을 봉합할 다른 억압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여성-괴물의 이데올로기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흑표범의 초상을 보면서 여성주의의 새로운 국면을 떠올리고 환영할 수는 있어도 미러링에 내재한 정치적 반동성을 염려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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