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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34, Nov 2017

불멸의 임시변통

2017.9.23 – 2017.10.10 문래예술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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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권진 경기창작센터 선임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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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창조적 행위에서 삶의 근거를 구축하는

 


임시변통은 예측할 없이 즉각적으로 발생한 것에 대한 일시적 대응으로 장기적이고 견고한 계획들과는 거리가 것처럼 인식되지만 <불멸의 임시변통>전은 삶에서 그러한 쓰임들을 예술의 영역에서 재맥락화함으로써 임시변통은 불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시작품들은 전시타이틀만큼이나 명료해 보이지만 전시주제의 범주에서 작가들의 고유한 개별적 관심사는 다양한 표현과 전달 방식으로 안착된다. 특히, 전시장소인 문래예술공장은 임시변통적 행위가 자연스럽게 그리고 무작위로 발생하는 근현대적 시대성과 장소성이 공존하는 곳이다. 문래동은 일제강점기부터 방적 공장들이 들어선 이후 철강소들이 밀집하면서 성실한 노동자들과 거친 기계들의 풍경을 담고 있었고, 철강 산업이 쇠퇴한 이후 저렴한 작업공간을 찾던 예술가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며 골목골목 철강 단지의 남은 흔적들과 예술가의 거주 반경이 반복적으로 겹쳐지며 문래동예술촌으로 불린다


그리고 예술가들이 머물렀던 서울 어떤 지역이든 예외 없이 겪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함께 문래동 역시 현재는 예술가들의 비자발적 이주로 여정이 점철되고 있다. 모든 과정은 고심하여 계획된 도시의 어떤 일부도 아니었고 예술가들의 삶과 일상도 그때그때 즉각적으로 대처하며 현실을 살아가는 면면을 예술적 실천으로 보여줄 뿐이다. 전시장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최제헌의 작품은 가공되기 원자재들과 제작과 생산의 도구들인 크고 작은 기계장비들을 활용한 설치물들로 구성되어 전시장 외부에서 내부로 진입하는데 어색하지 않게 연결된다. 과거의 그리고 현재의 생산노동자들이 원재료가 완성품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듯이 최제헌은 가공품의 재료로 오브제들을 직관적으로 선택하고 나열하며 결과물로 제작된 조형적 형상들을 함께 배치한다. 그것들은 쓸모가 있어 보이지 않지만, 오히려 쓸모를 예술적 상상으로 유추하게 만든다


전시장을 가로질러 설치된 가벽을 지나면 장소적 성격을 보다 확장하여 삶에서 마주하는 작가 개인의 일상적 경험들을 주목한 작품들로 구성되는데 시타미치 모토유키(Motoyuki Shitamichi) 면밀한 관찰력으로 점의 작품을 보여준다. 그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여행의 과정을 시작하며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말하는 언제 어디서나 임시적 용도 변경이 가능한 돌의 다양한 쓰임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그것들의 개별적인 이야기를 담아 작은 책으로 엮어낸다. 그리고 여행 중에 수집한 30개의 돌을 제작한 책과 함께 묶어 카탈로그의 일부인 것처럼 책상 위에 나열한다. 다른 작품인 <Mother’s Covers> 그가 결혼한 후에 장모님과 함께 생활하며 찻주전자의 뚜껑을 다른 주방기구들로 대체하여 사용하는 장모의 습관들을 유형학적 사진으로 보여준다. 시타미치 모토유키가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과 관람객들에게 그것을 보여주는 방식은 그가 주위의 사람들과 관계 맺고 그들의 이야기들을 공유할 발생하는 유대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이동욱 <길고 가는> 2017

 , 색종이  혼합재료 가변설치


 



전시장 중앙에 위치한 김월식과 언메이크랩의 작품은 장소적이라기보다 근현대 그리고 동시대라는 시대성에 주목한다. 김월식은 근대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교회 첨탑을 조사하고 오래된 건축물의 목재로 그것들을 재현한다. 당시 서구 선교사들을 중심으로 지어졌던 교회 첨탑들의 형상은 기하학적인 좌우대칭과 기념비적인 외형으로 없는 이상적 지표인 듯이 굳건히 자리하고 있으나 서구적 근대화와 맹목적이고 압축적인 경제 성장을 추구하며 공동체의 목표 아래 묵인되고 희생된 개인들이 있음을 기억하고자 하는 작가의 오랜 작업의 주제로 연장선임을 있다. 언메이크랩은 원시적 도구 원리와 방식으로 시작한 임시적 방편 기술의 진보가 사회시스템과 양식의 변화를 가져오는 동시대 하이테크놀로지임을 기묘하게 융합하여 휴머니티적 감각을 다룬다. 단순한 물리적 원리에 자동화 방식을 개입시켜 사운드로 인한 청각적 감각을 자극하는데 기술은 객관적 데이터에 의한 논리적 근거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분석인 듯하지만 모든 것들의 시발점은 일상의 단순한 필요에 의해서 그리고 상상적 형상화를 통해 진화했음을 알게 한다


마지막으로 일상에서 예술가들이 흔히 접하는 사물들과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활용 가능한 것들을 배치하여 수로를 만든 이동욱의 작품은 얼핏 보면 임기응변적으로 선택된 사물들로 이루어져 조금만 외부적인 힘이 가해지면 금방이라도 설치된 작품이 무너지거나 흘러내리는 물의 양이 사다리 옆면의 좁은 수로 밖으로 넘쳐흐를 같은 긴장감과 연약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사실 구조는 물의 양과 속도를 반복적으로 실험하여 일정하게 순환하여 흐르도록 의도되었고 그동안 이동욱이 보여줬던 작품의 시각적 스타일과 섬세한 표현성과는 상당히 다른 형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인간과 삶에 대한 냉소적이면서도 연민 가득한 그의 시선을 여전히 엿볼 있다. 삶에서 임시변통적 실행은 생각보다 많이 목격된다. 심지어 장기적으로 꼼꼼히 계획된 많은 기획도 미처 고려하지 못한 상황들을 만들어내고 놓치게 되는 것들을 보완하기 위해서 임시적 조치들은 빈번하게 일어난다. <불멸의 임시변통> 작가들이 세세히 되짚어본 일상의 경험 안에서 그들이 취하는 태도와 사유의 과정을 통해서, 전시가 기획된 처음 시작과 종료될 때까지의 과정에서, 끊임없이 임시변통의 행위가 일어나고 있음과 그것 몇몇 살아남은 임시변통은 불멸까진 아니더라도 장기 존속하여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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