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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34, Nov 2017

신유라_White Velvet

2017.9.8 – 2017.10.13 대안공간 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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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백남준아트센터 선임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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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장막 속을 통과하는 사유

 


제목에서우아함 연상되는 신유라의 전시는 최근 여러 그룹 전에 활약한 작가의 정리된 버전을 보는 듯해 집중도가 높다. 매혹적이어서 다가가지 않을 없고 손을 뻗어서 만지고 소유하고픈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화려한 표면이지만 막상 내부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 다시 본래의 상태를 회복할 없는 그런 몸부림, 자조라는 감정까지도 오버랩 되는 그런 관람객의체험 아닌 경험은 의도된 것일까. 작품마다 묵직한 주제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면서 동시에 개인의 상황까지도 작품을 통해 투영해 있다는 점이 이번 전시의 가장 매력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관람객의 시선을 눈높이 위로 향하게 설치되어 있는 <걸쳐진 상자> 특정집단이 사용하고 우리 눈에도 익숙한단프라(DANPLA)’ 상자를 매우 작은 조각으로 잘라 깃발처럼 벽에 걸어 두었다


외려 평소에 우리가 가지고 있을 법한 집단의 이미지나 그들이 사용하는 재료의 물성을 변형시키고 촉감마저도 바꾸어 놓음으로써, 어쩌면 우리가 방향으로 왜곡되거나 치우치기 쉬운 사유들을 재고하게 만들어 준다. 깃발을 제작하여 벽에 걸어놓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신유라는 우리가 일상에서 필요하지만 귀한 가치를 부여하지 않았던 수건을 다시 걸쳐 놓는 방식으로 집단이 보여준 권위와 품격을 비틀거나 의구심을 가져보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아래층으로 내려가면 가장 먼저 다시 한차례 우러러보게 되는 작업이 이번 전시의 타이틀이기도 <하얀 장막 I>이다. 역시 일상에서 접하게 되는 하얀 커튼을 엇박자로 설치하여 관람객들이 사이를 유영하며 커튼에 새겨진 패턴을 바라볼 있도록 놓았는데 패턴이라기보다는 이미지들이라고 표현되어질 있는 모습들은 작가가 인터넷을 통해대량학살이라는 단어로 검색을 했을 쏟아지는 이미지들을 선정하여 섬유의 아웃( 가지 성분으로 섬유를 사용하여 가지 성분의 섬유를 태우면 원하는 이미지가 남는)’이라고 불리는 기법으로 완성했다. 시대에, 아니,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리 옆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극적인 장면들을 자세히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라고 하는 작가의 외침이 들리는 듯하다


커튼을 열고 닫지만 정작 패턴에는 시선을 돌릴 의지조차 없었던 나도 <하얀 장막> 작업을 번째 대하게 되면서 숭고함에 대해, 개인의 가치에 대해, 사회가 개인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커튼을 사이에 두고 비치는 (개인) 모습을 정면으로 솔직하게 응시할 뿐만 아니라, 내가 속한 사회에서 과연 어떠한 일들이 일상처럼 일어나고 있는지 한번이라도 숨을 가다듬으며 빙글빙글 돌고 있는 나를 만나는 작업이었다<수집된 >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면 작품의 형태만 분명하게 인지되는 것에 그칠지도 모르는 작업이다. 그러나 이내 빛이 찬란하게 비쳐오는 방향으로 나의 몸을 더욱 기울여 고개를 작품 안으로 집어넣는 순간, 그물과 안에 유리로 제작된 쥐들의 모습이 빛나고 있다. 서두에 필자가 언급했던블랙홀처럼 다가가면 갈수록 수월성을 확보하게 되는 신유라의 상징들은 보이는 것만으로는 맥락들을 직접적으로 대담하게 이야기 없는 구조임을 더욱 상기하게 한다. 재료의 일상성으로도, 작품의 형태로도, 치밀하게 설계된 작업 구현 방식에 있어서도, 한가지만으로 신유라의 작품을 읽어내는 타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요소들을 면밀히 생각하고 사유의 범주를 확장해 나아갈 비로소 그의 작업들은 보는 자들을 향해 팔을 벌리고같이 이야기를 나누어 볼까요?’라고 말을 걸기 시작한다. 베니스의 무라노 유리공장이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오래도록 현지에 머물며 인문학적 리서치와 수많은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창작자들의 의미와 가치 등을 고민했던 작가는 유리공장에서 버려진 오브제들을 수집하여 그물로 연결한 작품을 무겁고 힘겹게 어깨에 메고 베니스를 걸어가는 퍼포먼스 비디오와 남겨진 작업 <The Net- >, <The Net> 통해 비로소 자신을 드러낸다. 물리적 등장뿐 아니라 작가 신유라가 고민하는 모든 작업에서의 이를테면 주제, 이미지, 재료, 그가 재료를 가지고 엮어내는 치밀함과 즉흥성의 공존 방식, 미학적 완성도 등을 통해 작가와 작업들은 마치 혼연일체가 되듯 기존 이야기에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그리고 물음은 결코 끝나지 않을 같은 대화 속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 <하얀 장막Ⅰ> 2017 벨벳, 커튼 2 Pieces 332×332cm(e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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