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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35, Dec 2017

하이퍼리얼리즘, 인간을 말하다

Australia

Hyper Real
2017.10.20-2018.2.18, 캔버라, 호주국립미술관

지난 9월 23일, 호주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of Australia, 이하 NGA)에 ‘FASHFEST’ 패션 팝업이 들어섰다. ‘FASHFEST’란 호주의 유명한 패션위크 중의 하나로 매년 떠오르는 신진 디자이너들의 창의적인 작품을 소개하는 캔버라 최대의 패션 이벤트다. ‘FASHFEST’ 주최 측은 9월 마지막 주에 시작되는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NGA의 새로운 전시 'Hyper Real'과의 콜라보레이션에 해당하는 프리뷰 무대를 마련했다. 전시의 성격을 예고하듯 기이하고 불가사의한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독특한 의상들이 소개되면서 갤러리의 메인 로비를 런웨이로 바꾸어 놓았다. 한편, 10월 12일에는 NGA의 35주년을 기념하여 'Hyper Real'에 참여하는 영국 작가 마크 퀸(Marc Quinn)의 아트 렉쳐가 진행되었다. 본 전시에서 자신의 혈액으로 만든 그 유명한 'Self'(2011)를 선보인 마크 퀸은 NGA의 부관장 커스틴 페이즐리(Kirsten Paisley)와 함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이 대규모 전시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 김남은 호주통신원 ● 사진 National Gallery of Australia 제공

Patricia Piccinini 'The welcome guest' 2011 Silicone, fibreglass, human hair, clothing, taxidermied peacocks Dimensions variable
Collection of the artist Courtesy of the artist, Roslyn Oxley9 Gallery, Sydney, Tolarno Galleries, Melbourne and Hosfelt Gallery, San Franci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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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은 호주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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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이 시작될 무렵이면 호주 전역의 미술관들은 블록버스터 전시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유난히 뜨거운 호주의 여름, 많은 사람이 장기간 휴가를 떠나고 도시는 텅 비는 바람에 각종 행사는 줄어들고 거리는 한산하다. 이 무료한 ‘실리 시즌(Silly Season)’을 조금이라도 특별하게 보내려 하는 사람들을 위해 미술관들이 나선다. 거장들의 회고전, 디자인 전시, 트렌디한 동시대 미술을 소개하는 초특급 전시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것. 캔버란(Canberran)들을 위한 NGA의 이번 묘책은 풍성한 볼거리와 함께 화려한 작가군을 자랑하는 <Hyper Real>전으로 예년보다 일찍 막을 열었다. 이미 시작 전부터 다양한 행사로 이목을 끌었던 <Hyper Real>은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과 관련한 조각, 디지털 아트, 바이오 아트, 가상현실 등을 다룬 5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32명의 작가가 참여한 본 전시에서는 하이퍼리얼리즘 조각의 지평을 연 조지 시걸(George Segal), 듀안 핸슨(Duane Hanson), 존 드 앤드레아(John De Andrea)의 작품은 물론이며 이들에게 영감을 받은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 베를린드 드 브뤼케(Berlinde de Bruyckere), 이반 페니(Evan Penny), 로버트 고버(Robert Gober), 마크 시잔(Marc Sijan) 등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Peter Land <Back to square one> 2015

 Silicone, human hair, fabric, cardboard, leather

Dimensions variable Courtesy of Galleri Nicolai Wallner and Peter Land





호주 작가로는 론 뮤익(Ron Mueck), 샘 징크스(Sam Jinks), 패트리샤 피치니니(Patricia Piccinini) 등이 참여한다. 이들은 모두 하이퍼리얼리즘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여 호주의 현대미술을 세계적으로 알리는데 공헌한 작가들이다본 전시는 NGA와 독일의 문화교류연구소(Institute for Cultural Exchange)의 큐레이터 오토 레트체(Otto Letze)와의 협업으로 성사되었다. NGA 현대미술 부서의 수석 큐레이터 재클린 배빙턴(Jaklyn Babington)은 “<Hyper Real>에는 우리의 감각을 혼란스럽게 할 만한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요소들이 있기 때문에 관람자들이 작품을 보고 즉각적으로 반응할 것”이라면서, 실재보다 더욱 진짜처럼 느껴지는 조각상을 보고 멈칫하게 되는 관람객들의 행동을 ‘투쟁 도주 반응(fight-or-flight reaction: 갑작스러운 외부 자극에 대해 자신의 행동 반응을 결정하지 못하는 상태)’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hyper’란 용어는 ‘over’라는 의미를 지닌 그리스어에서 왔으며 ‘exaggerated, beyond’라는 뜻까지 포함한다. 미술에서 ‘하이퍼리얼리즘’이란 용어는 1970년대 초 처음 사용되었지만 그 움직임은 이미 1960년대부터 존재했다. 인물을 사진처럼 자세하게 그리던 회화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몸을 실제처럼 재현하는데 치중했던 조각가들에 의해 극사실주의 조각이 시작되었다. 더욱이 플라스틱, 실리콘 등과 같은 새로운 산업 재료가 사용되면서 인체를 극도로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AES+F <Inverso mundus> 2015 Seven-channel 

HD video installation: 38:20 minutes, 

sound, colour Courtesy of the artists, MAMM, 

Anna Schwartz Gallery and Triumph Gallery 

 




하이퍼리얼리즘은 그것이 진짜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일종의 속임수이지만 그 본질은 ‘hyper’의 어원이 암시하듯이 모공과 주름까지 세밀하게 표현된 피부가 전부가 아니라 실제처럼 보이는 그 환상을 넘어서는 것으로 확대되고 있다. 전통적인 조각의 재현 방식을 뛰어넘는 <Hyper Real>의 작품들 역시 놀라울 정도로 생생한 인체 묘사를 특징으로 하지만 결국은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에 대해 집중적으로 탐구한다. 전시는 바닥을 뚫고 나온 한 남자, 자르코 바세스키(Zharko Basheski) <Ordinary man>(2009-2010)으로 시작한다. 전시장 입구에서 가장 먼저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이 커다란 조각상은 앞으로 전시가 어떻게 펼쳐질지 예고한다. 특이한 작품 앞에서 관람객들은 압도적인 규모와 섬뜩한 분위기 때문에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면서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세밀한 표현 탓에 더욱 자세히 들여다보고 빠져들게 된다. 누드의 여인이나 휠체어를 타고 있는 노인들(중국의 부부 작가 순위 엔과 펑유(Sun Yuan and Peng Yu) <Old peoples home>) 혹은 공중에 떠 있는 남자(토니 마텔리(Tony Matelli) <Josh>)나 절단된 신체의 일부 등을 마주했을 때 그렇다.





Marc Sijan <Embrace> 2014 Polyester resin, 

oil paint 73.6×38.1×71.1cm Collection of the artist 

 Marc Sijan. Image courtesy of the artist

 and Institute for Cultural Exchange, Tubingen 





익숙하던 것을 비범한 방식으로 경험할 때 일어나는 이러한 감정은 몽환적인 조명 아래 우뚝 서 있는 뮤익의 대표작 <Pregnant Woman>을 보았을 때 극대화된다. 관람자를 왜소하게 만드는 이 거대한 조각상은 호주가 자랑하는 위업이자 전시의 가장 중요한 작품이기도 하다. NGA는 이 기념비적인 작품이 화물박스에서 해체되어 설치되기까지 전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해 대중에 공개했다. 가장 많은 작품을 선보이는 피치니니는 인간과 동물의 특성을 결합한 잡종 혹은 유전적으로 변형된 독특한 생물체를 보여준다. 이는 모두 환경 변화와 과학 기술에 대한 우려가 낳은 상상의 형상들로서 이질감을 불러일으키지만, 거울로 둘러싸인 어두운 방을 가득 채우고 있는 언캐니(uncanny)한 작품 <Bootflower and Meadow> 사이를 거닐 수 있는 환상적인 경험도 선사한다. 전시는 입체적인 작품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가상현실을 다룬 숀 글래드웰(Shaun Gladwell) <Orbital Vanitas>(2017)나 러시아 예술가 그룹 AES+F의 영상작업 <Inverso Mundus (The World Upside Down)>도 빼놓을 수 없다. 사진, 디지털 아트,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이 연작은 인간을 도축하는 돼지, 당나귀를 업고 가는 사람, 선생을 벌하는 아이 등 전복적인 상황을 묘사한 16세기 판화에서 비롯되었다. 악마, 괴물, 하늘을 날아다니는 물고기가 등장하던 기괴한 도판은 최첨단 기술을 만나 현대인들의 삶을 풍자하는 에피소드로 재탄생했다.





Allen Jones <Refrigerator> 2002 Mixed media 

188×84×37cm Private collection





<Hyper Real>은 살아있는 듯한 조각부터 가상현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업을 보여주면서 하이퍼리얼리즘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확장시켜주는 전시다. 이 놀라운 작품들은 1970년대 이후 하이퍼리얼리즘이 어떻게 발전하고 변화해 왔는지 알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예술 작품으로 재현된 인간의 표상을 통해 우리는 인류의 연대기를 말할 수 있다. 그것은 글로 쓰인 것보다 강력하다. 예술에서는 피사체와 똑같이 묘사하고자 하는 열망이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지 않았던가. 그 옛날, 초상화의 인기가 사그라지지 않았던 이유는 사람들이 이미지로 누군가를 복제한다는 것에 매혹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세기가 지났다고 해서 이러한 경향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이퍼리얼리즘이 또 다른 방식으로 진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글쓴이 김남은은 숙명여자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대학원 예술학과에서 「장-미셸 오토니엘의 작품연구」에 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9년간 신한갤러리 큐레이터로 일하며 다양한 전시를 기획했다. 현재 캔버라에 거주하면서 패션 & 아트 숍 Koji Collection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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