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우중, 이수진에 이어 전우연이 <퀀텀 점프>의 세 번째 주자로 나섰다. 독일에서 수학한 전우연의 작품은 ‘극장’에 뿌리를 두고 있다. 배우와 관객, 무대와 객석, 조명과 암전, 소리와 침묵 등과 같이 대치되는 수많은 상황을 두고 작가는 다양한 실험을 한다. 어떤 특정 시점, 즉 타이밍에 따라 대립하는 항의 관계가 무수히 바뀔 수 있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끼고 그것을 펼쳐내 관람객 역시 그가 경험한 변화를 똑같이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든다. 또 작가는 삶 자체가 극장의 축소판이라 여기고 상호 작용하며 살아가는 우리를 조명한다.
<리-턴> 2017 단채널 흑백영상 1’15”
이번 전시에서 그는 특히 ‘박자’와 ‘속도’에 초점을 맞춘다. 작가의 고유 박자와 속도는 타인의 것과 분명 다를 것이다. 그의 전시 타이틀 <고보>는 외로운 걸음을 의미하는데, 이는 남들과 다를 수밖에 없는 자신의 걸음을 은유적으로 나타낸다. 또한, 조명에 끼워 다양한 무대 연출을 만들어내는 기구 고보(GOBO: Graphical optical blackout) 역시 작가에게 영감을 주었다. 경기창작센터에서 그가 몰두했던 작업 가운데 하나인 <도깨비불>은 마치 고보를 통해 어두운무대에 광원을 만들어내는 듯한 공연자의 반복적인 회전 동작으로 이뤄졌다. 또 <리-턴>은 한 자리에서 다양한 방향으로 벗어나려고 시도하지만 결국은 원래있던 자리로 돌아오는 회귀본능을 보여준다. 저항이란 뜻의 ‘resistance’란 글자 형상이지만 일정한 박자로 흔들리는 진동 위에서 형태가 왜곡돼 읽을 수 없는 모습을 담은 <저항>까지, 전우연이 선보이는 작품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찾고자 하는 우리의 외롭고 쓸쓸한 삶을 되돌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