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1. Features
  2. Special Feature
현재 위치
  1. Features
  2. Special Feature
현재 위치
  1. Features
  2. Special Feature
현재 위치
  1. Features
  2. Special Feature
Issue 136, Jan 2018

디렉터십, 큐레이터십 ①

Directorship curatorship

이 기획은 지난해 10월 마련됐다. “(디렉터와 큐레이터는)서로 권한은 인정하지 않고 의무만 짐 지우는 관계”라거나 “건강한 큐레이터십은 제대로 된 디렉터십으로부터 가능한데, 우리나라에 그런 게 있냐”거나 “똑똑하던 사람도 디렉터 자리에 오르면 멍청이가 된다”는 등 온갖 지적이 난무하고, 적지 않은 이들이 짐을 싸 오래 보전하던 자리를 박차고 나오던 때 우리는 이 주제로 특집을 만들자 기획했다. 미술계 각 파트, 구·신참 필자에게 스무 개고 서른 개고의 칼럼을 받아 쭉 나열해 이 두 명칭의 정의를 종합해보려던 애초 계획은 “그렇다면 외국 기관장과 큐레이터는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도드라지는 문제일까?”란 궁금증과 부딪히며 특정한 인터뷰식 대담으로까지 확장됐다. 현대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자 직함이며 또 여러 함의를 지니는 디렉터 그리고 큐레이터에 대해 인터뷰이 혹은 인터뷰어는 각각 어떤 의무와 책임을 부여하고 있을까? 어떤 결과를 예측하거나 대상을 염두에 두지 않고 솔직하게 진행된 인터뷰와 칼럼으로 당신의 개념이 명확해지기를 바란다. 이 두 관계가 분명한 경계와 타협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미술 생태계의 사슬을 다잡는 일일 것이다.
● 기획 정일주 편집장 ● 진행 이가진 기자

Exhibition view of 'Becoming Dutch' at Van abbemuseum 2008 Image Courtesy of the museum

Share this

Save this

Written by

마리아 발쇼,이대형,카텔 자프레,정지윤,바르토메우 마리,박양우,찰스 에셔,문선아,여경환,현시원

Tags

SPECIAL FEATURE 

마리아 발쇼(Maria Balshaw) 테이트 총괄 디렉터

이대형(Lee Daehyung) 현대자동차 아트디렉터

 

SPECIAL FEATURE Ⅱ

카텔 자프레(Katell Jaffrès) 팔레 드 도쿄 큐레이터

정지윤(Jeong Jiyun) 프랑스통신원

 

SPECIAL FEATURE 

바르토메우 마리(Bartomeu Marí)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박양우(Park Yangwoo)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교수

 

SPECIAL FEATURE 

찰스 에셔(Charles Esche) 반아베미술관 디렉터

문선아(Moon Sun a) 독립 큐레이터

 

SPECIAL FEATURE Ⅴ

여경환(Yeo Kyunghwan)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

 

SPECIAL FEATURE Ⅵ

현시원(Hyun Seewon) 시청각 공동 디렉터

 

 



) 마리아 발쇼 / )이대형






Special Feature

 마리아 발쇼(Maria Balshaw)  + 이대형(Lee Daehyung) 

 


이대형(이하 D) : 당신이 진행한 근간의 프로젝트들은 영국 문화의 중심이 되는 런던 미술계 작업과 대조된다. 런던으로 옮겨와 어떤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선보이실지 궁금하다. New North and South’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맨체스터에서 많은 성과를 내셨는데, 그런 성과를 통해 얻은 교훈 중에서 런던에 적용해보고자 하는 것엔 어떤 것이 있는가? 


마리아 발쇼(이하 M) : 맨체스터의 위트워스 아트 갤러리(Whitworth Art Gallery)에 있을 때 지역 미술 사회가 가지고 있던 공동의 목표는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의 장을 마련하는 것, 다시 말해 갤러리 방문을 생각하지 않던 사람들까지도 환영 받는다는 생각과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었다. 서로 다른 경험과 배경을 가진 삶을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우리 갤러리에 방문하는 것을 저해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싶었다. 갤러리나 미술관이 해당 사회 구성원 전체를 절대적으로 반영할 수는 없다. 우리가 미술이나 작가들에 대해 가지는 관심을 모두에게 동일하게 요구할 수 없다. 다만 나는 우리가 속한 다양한 지역 커뮤니티와 세계 곳곳에서 모든 이들이 미술과 연관성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추구하는 것이 우리의 사회적 그리고 윤리적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내가 테이트에서 펼치고자 하는 비전은 최고의 작품과 최고의 작가들을 더 넓고 더 포괄적인 관람객과 연결하는 것이며 우리 전시에서 소개하는 작품과 작가들이 관람객들과 연관성을 형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테이트 모던(Tate Modern)에서 국제 미술사를 더욱 다양하게 다루어야 할 것이며, 테이트 브리튼(Tate Britain)에서는 ‘영국성’과 영국 미술을 더욱 다양하고 국제적인 방법으로 소개해야 한다. 리버풀(Tate Liverpool)과 세인트 아이브스(Tate St. Ives)는 우리 미술관이 가진 국제 미술 소장품 중 최고를 선보이는 기관이자 관람객과의 새로운 관계와 학습 패러다임을 그 지역 특유의 환경에서 실험해볼 수 있는 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D : 테이트를 찾는 다양한 관람객과 어떤 방식으로 친숙해지고 계신지 궁금하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볼 때 런던 지역의 아시아 커뮤니티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 점은 무엇인가? 아시아 커뮤니티와의 관계 형성을 위해 염두에 두신 특별한 계획이 있는지 알고싶다.

 

M : 테이트는 하나의 조직이지만 각 미술관이 서로 다른 네 지역과 맥락 가운데 운영되고 있다. 나는 우리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들이 우리가 속한 도시와 지역을 보다 잘 드러낼 수 있기를 바란다. 테이트 미술관이 자리 잡은 곳들은 아시아 공동체뿐만 아니라 우리가 속한 지역과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수많은 국적, 민족, 그리고 정체성을 아우른다. 각각의 배경과 상관없이 배우고자 하는 호기심과 모험심을 가진 관람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에는 엄청난 성장의 잠재력이 있다. 한국이나 인도 작가들이 유럽과 영국 작가들 사이에서도 두드러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미술관을 찾는 다양한 문화의 관람객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소통하고 그들의 문화와 예술이 우리 전시에도 나타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관람객들이 환영 받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나는 런던 지역의 아시아 커뮤니티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가는 것을 즐겁게 생각하고 있다. 사우스올이나 일링처럼 오랜 기간 아시아 구역으로 자리 잡은 지역의 특정 커뮤니티들을 알아가는 것 또한 재미있다. 리버풀에는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차이나타운이 있고 ‘리버풀 비엔날레(Liverpool Biennial)’를 통해 아시아 작가들과 오랜 기간 함께 작업해왔다. 이는 우리가 앞으로 성장해나가기 위한 훌륭한 기반이 된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만의 테이트’를 찾아 우리가 전시하는 작품에 대하여 주인의식과 관련성을 가지기를 바란다.





<One Two Three Swing!> 

Installation view Photo  Tate

 

 


D : 지금까지 아시아리서치센터가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볼 때, 관장께서는 미래에 특히 2018년에 어떤 목표를 세우고 계신지 궁금하다. 앞으로 새로운 연구 분야를 추가할 계획을 갖고 있나?

 

M : 소장품 관리부터 전시 기획에 이르기까지, 테이트에서 펼쳐지는 모든 프로젝트는 연구를 토대로 한다. 아시아 미술에 주목하는 아시아리서치센터와 같은 연구소는 우리가 특정 분야에 대한 학술적 전문성을 띨 수 있는 집중적인 환경을 만들어준다. 나는 이런 환경이 소장품 구매, 작품 전시, 그리고 특정 지역 작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데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이미 확인한 바 있다. 테이트의 아시아리서치센터에서 중국, 한국과 방글라데시 지역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이숙경 큐레이터도 만났는데 그는 뛰어난 큐레이터일 뿐만 아니라 여러 국가들과 훌륭한 리서치 파트너십도 맺는 등의 성과를 냈다.

 

D : 테이트는 서로 다른 성격의 미술관들을 테이트라는 이름으로 묶고 있다. 테이트 브리튼을 ‘런던의 거실’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는데, 전통과 첨단의 균형을 맞추는 것에 있어 디렉터로서의 전략에 영향을 준 것은 어떤 것이 있나?

 

M : 우리는 세계 곳곳에서 문화가 변해가는 것을 목도하고 경험하고 있다. SNS와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발전은 이벤트 문화와 공유 경험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도예부터 초상화와 고고학에 이르기까지, 한때는 ‘전통적’이라는 이유로 외면당했던 분야의 전문성에 대한 관심도 광범위해졌다. 영국에서는 특히나 더 그렇다. 나는 이러한 현상들이 독특하고도 매력적인 경험과 깊은 전문 지식에 대한 관심으로의 이동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는데, 이 두 가지 모두 미술관, 큐레이터와 작가의 영역에 해당되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도전적이고, 경험적이고 이색적인 것에 대한 갈망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기대되는 일이다. 현재 문화의 흐름 속에서 발견되는 열정을 놓치지 않는 것, 그리고 더 큰 도전을 통해 우리 삶을 더욱 예술적이고 행복하게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문화적으로 민주적인 것이 승리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은 테이트만의 구별된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개방적이고 지적이며 호기심 많고 모험적이며 사람들을 환영하고 사려 깊은 미술관, 미술과 미술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글로벌 사고를 이끄는 미술관이어야 할 것이다.

 

D : 각종 사건, 사고가 넘치고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관장 취임 초기에 두 번의 테러 공격이 있었고 런던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는 대형 화재가 있었다. 이런 역사와 문화의 순간 속에서 테이트 미술관이 마주하는 기회는 어떤 것이 있는지 설명해주신다면?

 

M : 미술이 우리 삶과 연관성을 갖는 이유는 사람들이 미술에서 발견하는 기쁨, 호기심과 경이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국제 안보와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으로 대변되는 시대에서 나는 기쁨과 이해심이 필수적이며 정치적으로도 진지하게 고려되어야 할 요소라고 생각한다. 테이트에서도 이 부분을 더욱 확대하고자 한다. 21세기를 살아감에 있어 영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우리가 직면하는 가장 큰 도전 과제는 편협성, 불평등, 고립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달려있다. 이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소속감, 자주권, 회복력과 삶의 즐거움을 증대할 수 있을까? 이것이 바로 문화와 유산의 역할이다. 전략으로써 역할 하는 문화와 유산은 각종 박물관과 미술관이 더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 목적을 성취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창의력을 독려하고 교과 과정에서 미술의 입지를 강화하여 젊은이들이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협동심을 통해 21세기에서 번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어릴 적 학교에서 가는 현장 학습이 아닌 다른 이유로 미술관을 방문했다면 어땠을까?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인정받고 당신의 생각이나 아이디어가 타당하다고 인정받으며 성장했다면? 당신이 발견한 것을 좋아해도, 또는 싫어해도 된다는 것을 알았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우리가 가진 문화유산의 일부를 사회적, 문화적 힘과 궁극적으로 결부되도록 소유한다면? 사회와 미술의 미션이 통합된 이런 체계는 테이트가 공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관람객에게 다가가고 민간과 공공 부문의 새로운 파트너와 후원자를 찾는 것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것이 우리 미술관의 미래 연관성과 지속성의 핵심이다.

 

D : 기술과 창의성의 관계에 대해 새로운 담론이 제시되기 시작하면서 대중이 백남준 같은 작가의 작품을 받아들이는 것에 있어 어떤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하나? 이미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이 새로운 전시에서 앞서 열린 전시들과는 다른 해석을 제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M : 현대자동차와 테이트의 파트너십 초기에 현대차의 후원으로 우리 미술관은 백남준 작가의 작품을 다수 구입했고, 그 소장품은 테이트 모던 전시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어떤 관람객은 백남준을 국제적으로 유명했던 당대 최고의 한국작가이며 비디오아트의 선구자로 생각하는 반면, 또 다른 관람객에게 백남준은 전혀 몰랐던 새로운 작가일 수 있다. 두 가지 모두 우리 미술관이 백남준 작가의 작품을 전시해야 하는 좋은 이유가 되며 미술관은 두 종류의 관람객 모두가 작품 관람을 통해 의미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역사는 계속해서 쓰이고 또 다시 쓰이고 있으며 백남준 같은 인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동시대 삶과 더 깊은 연관성을 가지게 된다. 더욱 폭넓고 국제적인 작가들을 고전의 반열에 올리고자 하는 테이트의 노력은 연구, 소장품 구매, 전시, 그리고 관람객의 경험에 있어 다양한 새로운 시도에 불을 지폈다고 할 수 있다.  



 

 

Nam June Paik <Bakelite Robot> 2002 on display a

t Tate Modern Purchased with funds provided by Hyundai 

Motor Company, the Asia Pacific Acquisitions Committee 

and Tate Americas Foundation 2015 

Nam June Paik Estate Photo credit: Tate photograph 

  



마리아 발쇼_테이트 총괄 디렉터

 

마리아 발쇼는 2017, 4개의 테이트 브랜치(테이트 모던, 테이트 브리튼, 테이트 리버풀,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를 이끄는 수장 자리에 올랐다. 문화정책 방면에서 탁월한 성취를 보여온 그는 2006년부터 디렉터를 맡은 맨체스터의 위트워스에서는 아프리카 미술 및 여성 예술가들에 관해 집중 소개하는 등 전시의 폭을 다양하게 넓혔다는 평을 받았다. 2011년부터는 맨체스터 아트 갤러리의 디렉터를 겸임했고, 버밍엄 시의 문화전략을 짜는 일에도 참여했다. 테이트의 디렉터로 취임하며 “세계에서 가장 예술적으로 모험적이고, 문화적으로 폭넓은 갤러리로서 테이트의 명성을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대형_현대자동차 아트디렉터

 

이대형은 21세기 예술이 어디에 거주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큐레이팅의 영역을 환경, 커뮤니티, 기술, 미래 등으로 확장시키는 그는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카운터밸런스>를 통해 얻은 기부금을 모아 베니스 환경단체에 기부하는 캠페인으로 발전시켰다. 현대자동차 아트디렉터로서 국립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 LACMA, 블룸버그, 아트유니온 등 미술관을 넘어 큐레이터, 작가, 평론가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로모션 플랫폼을 기획·운영하고 있고, 최근에는 아트랩을 이끌며 제4차 산업혁명으로 변화될 미래 환경에서 예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다.

 

 


)카텔 자프레 / )정지윤 




Special Feature 

● 카텔 자프레(Katell Jaffrès) + 정지윤(Jeong Jiyun)

 


정지윤(이하 J) :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당신의 시각에서 바라볼 때, 다른 예술기관들과 비교하여 팔레 드 도쿄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은 무엇인가?

 

카텔 자프레(이하 K) : 팔레 드 도쿄는 영구적인 예술작품 컬렉션을 보유하지 않고, 오직 동시대 예술을 위해 마련된 전용 공간이다. 아주 중요한 사실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예술작품의 창작과 그 과정에 대해 좀 더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임무는 예술작품을 보존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예술가의 기존 작품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의 새로운 프로젝트들을 이 건물의 한 가운데에서 맞이한다. 여기서 하고 있는 일들은 곧 예술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팔레 드 도쿄는 예술가들이 사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J : 팔레 드 도쿄 큐레이터로서 수행하는 임무들은 어떤 것인가?

 

K : 팔레 드 도쿄의 큐레이터가 맡은 임무는 근본적으로 예술가와 구체적인 형태를 찾고 있는 그의 예술적 시각을 작업이 실현되는 데까지 동행하는 것이다. 우리는 예술가의 작업에 관한 심도 있는 이해력을 바탕으로, 그의 작업이 실현되고 가시화될 수 있도록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고찰한다. 예술가의 작품구현과 그것의 대중적 가시성 사이의 관계성을 확립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큐레이터의 역할은 동시대예술의 최근 동향들과 형태들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현재의 예술계에 대해 풍부한 지식을 갖춘다는 것을 의미한다. 

 

J : 큐레이터의 임무 중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K : 어려움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내가 말하는 어려움이란, 여러 제약이 있는 상태에서 업무를 수행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프로젝트를 생각하고, 또 상상한다. 꿈에는 어떤 한계도 없다. 하지만 전시라는 것은 형태들과 콘텐츠들로 채워진 어떠한 하나의 공간에서 대중을 맞이하는 일이다. 만약 작업이 비현실적으로 비춰진다면, 우리는 무엇보다도 먼저 작업의 실현가능성에 대해 재검토해야만 한다. 어쩌면 공간이나 혹은 예산이 제약이 될 수도 있고, 예술작품 자체가 구현해내기에는 너무 복잡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러한 제약들을 고려하고 방안들을 찾아내야만 한다. 예술가와 함께 제약들을 극복해나가는 것이 바로 큐레이팅 업무이고, 우리는 우리를 이끄는 이러한 제약들을 역이용한다. 만약 제약들을 무조건 거스른다면, 결코 진행되지 않는다. 

 

J : 큐레이터가 갖추어야 할 자질과 역량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K : 큐레이터는 호기심이 강해야 하고 역사, 특히 미술사와 시사문제들 그리고 다른 분야들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겸비해야만 한다. 그리고 상대방의 말을 경청할 줄 알고 소통하는 능력과 같은 자질들을 갖출 필요성이 있다. 새로운 창작을 향한 모험을 위해서는 개방성이 요구된다. 또한, 큐레이터는 국제적인 시각과 지식을 가져야만 한다. 예술에는 장벽이 존재하지 않으니까. 예술가가 어떻게 우리에게 세상에 대한 시각을 전달하는지를 살펴보는 일은 내게 자극을 주고 계속적으로 동기부여를 해준다. 오늘날 우리가 존재하는 방식에 관해 예술가들은 저마다의 접근방식을 가지고 있다. 예술은 우리의 자유, 우리가 생각하고, 생존하고, 자신이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해준다.

 

J : 팔레 드 도쿄는 역량 있는 신인예술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당신은 예스퍼 유스트(Jesper Just) <Servitudes>, 권하윤의 <The Bird Lady>전과 같이 부상하고 있는 신인예술가들의 전시를 다수 기획한 바 있다. 주로 신진 예술가들의 전시를 기획하는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Exhibition view of Hayoun Kwon, <The Bird Lady> 

Palais de Tokyo(14.06.2017 - 10.09) 

Courtesy of the artist and gallery Sator (Paris). 

Photo: André Morin 

 



K : 팔레 드 도쿄는 새롭게 떠오르는 예술가들, 그리고 현재 진행 중에 있는 예술작업을 환영한다. 우리의 역할은 잘 알려진 예술가들의 작업을 이 곳에서 보여주고 탐험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예스퍼 유스트는 이미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작가지만, 그가 어떻게 공간을 활용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그는 본인이 직접 선택한 팔레 드 도쿄의 지하 공간에 거대한 설치작품을 제작했다. 그것은 정말 예술가 자신이 공간을 위해서 선택했던 작업이었다. 두 번째로, 팔레 드 도쿄는 매해 새롭게 도약 중인 예술가에게 상을 준다. Prix des Amis du Palais de Tokyo’의 심사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권하윤과 만났는데, 우리는 수상 이후 곧이어 개최되는 전시회를 위해 함께 작업할 수 있었다. 젊은 예술가들의 작업을 동행하는 것은 팔레 드 도쿄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이며, 나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우리의 임무는 부상하는 예술가들을 소개하고 그들에게 가시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단지 젊은 예술가들뿐만 아니라 역량 있는 신인 예술가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나이가 기준이 아니다. 예술가의 나이는 그의 작업의 가시성과 전혀 상관이 없다. 이 두 개를 구별 짓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J : 최근 당신은 시카고의 뒤 사블레 아프리카계 미국인 역사 박물관(Dusable Museum of African American History)에서 개최된 <Singing Stones>전의 기획을 맡았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집중한 부분은 무엇인가?

 

K : <Singing Stones>전은 2013년부터 시작된 팔레 드 도쿄의 외부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개최된 단체전이다. 프랑스를 무대로 활동하는 예술가들과 우리가 전시를 개최하기로 결정한 도시에서 발굴한 작가들을 함께 보여주자는 것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다. 그러니까, 미래전망적인 전시라고 말할 수 있다. <Singing Stones>전은 시카고 아트페어, ‘시카고 엑스포(Chicago Expo)’와 ‘시카고 건축 비엔날레(Chicago Architecture Biennial)’와 같은 시기에 열렸다. 국제 예술무대에서 중요한 순간이었던 것이다. 나는 이번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예술과 건축’이라는 질문들에 맞추었다. 왜냐하면 시카고에서 이 주제에 대해서 탐험해보고자 하는 호의적인 반응이 있었기 때문이다. 19세기에 세워진 역사적인 건물, 라운드하우스(Roundhouse)의 공간에 응답하면서, ‘예술과 건축’이라는 질문들과 소통하는데 참여할 예술가들을 선발했다. 그리고 다양한 예술 작업들과 함께 관람객들을 내가 던진 질문들로 인도해줄 수 있는 이야기와 통로를 구축하고자 노력했다. 

 

J : 최근 특별히 관심을 가지는 주제는 무엇인가?

 

K : 현재 숙고하는 주제 중 하나는 예술이라고 규정지어진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의 경계들에 관한 부분이다. 사회와 인간에 관한 문제에 포함되는 사안이다. 예술적 행위가 어떻게 사회적 행위 안으로 편입되는가? 그 반대의 경우는 어떠한가? 우리사회와 도시에 관련된 영역들은 어떻게 현대예술영역과 결합될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예술창작행위와 같이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J : 큐레이터의 시각에서 바라볼 때, 예술기관의 디렉터가 갖추어야 할 자질과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K : 디렉터의 역할은 전체적인 방향성과 하나의 넓은 비전을 제시해주는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하다. 디렉터는 발전 가능한 통합적인 프로젝트를 제안해야만 한다. 그리고 공간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비전을 갖추고, 공간내부에서 진행되는 모든 프로그램과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공간의 역할을 언제나 숙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예술기관의 운영모델은 다양하다. 어떠한 디렉터들은 행정적인 업무만을 맡기도 하고, 또 어떤 디렉터들은 예술적 방향성을 직접 결정하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예술기관 디렉터 역시 예술적 방향성에 관한 업무도 맡아서 수행할 수 있고, 또한 현재의 시사문제에 도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J : 당신의 경험에 비추어보았을 때, 디렉터와 큐레이터의 역할과 업무의 근본적인 차이는 무엇인가

 

K :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디렉터는 포괄적인 시각을 줄 수 있어야만 하고, 모든 활동에서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모든 방면에서 응답할 줄 알아야 한다. 이에 비해서, 큐레이터는 전반적인 프로그램, 예술적 연구조사와 프로젝트를 기획하는데 전념한다. 이 두 가지의 역할은 언제나 균형을 이루어야만 하고, 그것은 대화와 논의의 방식을 통해 이행되어야만 한다. 

 

J : 미술관은 디렉터의 행정운영능력과 큐레이터의 기획력이 균형을 이룰 때, 가장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디렉터십과 큐레이터십의 불화는 언제나 존재할 수 있다. 이러한 불화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 디렉터십과 큐레이터십의 조화를 위해서는 어떠한 제도적 시스템과 절차가 필요하다고 보나.

 

K : 큐레이터는 본인 자신이 구현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변호하는 바와 같이, 예술가의 작업과 의도, 그 예술적 완결성을 변호한다. 그러나 우리는 주변을 살펴보지 않고 일할 수 없다. 팀원 간의 협력이 작업의 완성도를 결정짓는다. 조직에서 일할 때, 우리는 각자 자신이 맡은 임무와 자율성을 가지게 된다. 서로의 역할과 업무들에 대한 배려가 적절한 균형을 보장한다. 모든 업무는 팀 전체에 맡겨지게 되고, 수많은 결정들이 토론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불화들이 존재할 때, 우리는 공통된 견해를 찾아야만 한다. 토론은 필수적이며, 예술가와 큐레이터의 프로젝트를 존중하는 방안을 찾아내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오늘날, 프랑스와 해외에는 수많은 예술기관 조직운영시스템과 모델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디렉터가 예술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예술기관들도 많이 있다. 예술적 방향성은 디렉터에 의해 이끌어질 수 있고, 이러한 경우에는 디렉터 본인 역시 큐레이터인 것이다. 따라서, 큐레이터는 각자 자신만의 고유한 시각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발전시켜야 한다. 하지만, 토론과 합의 도출 과정이 요구된다. 모든 프로젝트는 함께 결정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Exhibition view of Jesper Just, <Servitudes> 

Palais de Tokyo (24.06.2015 - 13.09) 

Courtesy of the artist, Galerie Perrotin (Paris, New York, Hong Kong)

 & Anna Lena Films. Photo : Auréien Mole



 

카텔 자프레_팔레 드 도쿄 큐레이터


카텔 자프레는 프랑스 렌느 2대학 큐레이터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프랑스와 유럽의 다양한 예술기관들에서 일한 후, 파리 마리안 굿맨 갤러리팀에 합류했다. 이후 2005, 카르티에 현대예술 재단의 큐레이터로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팔레 드 도쿄로 자리를 놂긴 후 2007년부터 최근까지 기획한 전시로는 데이빗 라이언과 제롬 조이의 <Nothing at All>을 비롯해 장-미쉘 알베롤라의 <LAventure des Détails>(2016), 예스퍼 유스트의 <Servitudes> 등이 있다.

 

정지윤_프랑스통신원


정지윤은 프랑스 파리 8대학 조형예술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현대미술과 뉴미디어학과에서 「기계시대의 해체미학」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동대학원 이미지예술과 현대미술 연구소에서 뉴미디어아트를 중심으로 예술과 기술의 상호관계 분석에 관한 박사논문을 준비 중이다.

 


 

)바르토메우 마리 / ) 박양우

 

 



Special Feature 

● 바르토메우 마리(Bartomeu Marí) + 박양우(Park Yangwoo)

 


박양우(이하 Y) :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 미술계에 있어 상징적이고 영향력이 큰 기관이다. 관장은 국립현대미술관 경영에 있어 각 부처 간 협력 제도의 시행과 전문성 강화를 강조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 작가들에게 전 세계에 걸친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적인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지원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이루고자 하시는 관장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의 지난 2년을 돌아볼 때 관장으로서의 운영을 어떻게 자평하는 지도 궁금하다.

 

바르토메우 마리(이하 M) :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내게 부여한 소임과 책무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사업 계획에 반영되어 추진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긴 역사와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기관이지만, 예산과 구조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그간 기존 역량을 강화하고 신규 부서를 창설하여 새로운 역량을 개발해 왔으며, 이제는 이러한 변화 및 혁신을 공고히 하여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때이다. 기존과 달라진 업무 방식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다음 단계는 장기 프로그램 및 연구기반 전시, 체계적인 수집 계획의 수립이다. 장기 기획은 해외 공동제작 및 순회 전시를 위한 전제조건이 된다. 미술관의 각종 활동에 투자될 후원 확보력 역시 세계 유수 기관과의 협업에 있어 간과할 수 없는 조건이다. 


한국미술의 세계화는 단순히 수출 정도나 작가 개개인을 알리는 수준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되며, 한국미술의 특수성을 세계적 맥락에서 이해 가능토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라면 국립현대미술관과 한국이 우리 시대 미술에 관한 전 세계적 논의에 있어 수동적·방관적이 아닌 적극적·진취적인 자세로 목소리를 내는 주체가 되는 것이겠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현재 세계 주요 미술관들과 한국미술에 역점을 둔 전시를 공동 주최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기존에 선보인 신작 및 도록 등을 통해 세계 정상급 수준의 제작 역량을 이미 증명한 바 있다. 일정 및 예산이 확정되면 앞에서 언급한 계획들은 모두 공유될 것이다. 해외 유수의 미술관들은 3년에서 5년 정도 앞서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세계무대에서의 활동은 투자역량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이에 국립현대미술관 재단을 보다 안정적인 재정 공급원으로 자리매김 시키는 것 역시 당면과제라 할 수 있다. 


또한 과천관에 새 활기를 불어넣고, 서울관의 미디어존 및 교육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김성희 교수를 다원예술 프로그램 감독으로 선임함으로써 공연 및 다원예술 프로그램을 강화시키는데 집중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한국이 근대미술에 미친 공헌도 및 현대미술을 구성하는 주요 내러티브를 재작성 해보고자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성과가 많은 이들에게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2년 전과 비교했을 때 상당한 발전이 있었다. 2017년은 미술관 내·외부적으로 아주 특별한 한 해였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전시, 소장품, 공연예술, 공공 프로그램, 출판물, 교육 프로그램 등 일체의 활동을 우선과제로 추진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는 데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Y : 광주비엔날레재단의 전 이사장으로서, 개인적으로 예술 기관의 장이 얼마나 많은 애로사항을 겪는지 잘 알고 있다. 예술 기관의 장은 CEO와 책임 프로듀서(Chief Producer, CP)의 역할까지 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장의 경우에는 이러한 역할 중 어느 쪽에 더 중점을 두는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관장으로서 더욱 바람직한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M : 나는 철학과 교육학을 전공했고,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작가의 어시스턴트, 비평가, 갤러리스트, 학예사, 학예실장 등을 역임하고 관장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일정 부분 전문적인 지도를 받으며 리더십과 경영관리법을 자체적으로 습득하게 되었다. 미술관 관장은 소관 분야에 있어 전문성을 보유하여야 하며,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그 전문분야는 근·현대 미술이라 할 수 있다. 과거나 현재나 대부분의 성공적인 미술관 관장들은 훌륭한 학예사인 경우가 많다. 탄탄한 기관 경험과 풍부하고 전문적인 문화예술 인맥도 중요하다. 결국 사람, 생각, 경험이 가장 기본이다. 이 기본 요소가 충족되지 않으면 관리 방면에서 무한한 도움을 받더라도 성공할 수 없다. 전시를 기획하고 소장품을 수집하는 것은 재무, 관광, 학술연구,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관리와 성격이 다르다. 미술관은 민주사회의 필수적 가치라고 일컬을 수 있는 대중의 신뢰를 획득하고 제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관장은 그 목표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기관의 수장이라고 생각한다. 

 

Y : 태어난 곳과 언어와 문화가 완전히 다른 외국에서 일한다는 것은 지난한 일이다. 특히, 국립현대미술관이 정부 기관이므로 자치적인 운영과 관련해 다소 제한이 있었고, 그 때문에 2, 3년 안에 관장의 비전을 실현하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정부 소속으로 일한 적이 있어 개인적으로 이해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90년대 초반 영국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국립극장을 공기관으로 전환하여 인사권과 재정에 대해 일차적인 권위를 가질 수 있도록 권리로서 보장하여 자율성과 창의성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제안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공무원 직의 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몇몇 고위 공무원들의 우려가 주된 이유였다. 정부 기관으로서의 운영에 있어 개선되거나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행정 환경이 있나?





믹스라이스 <아주 평평한 공터 2> 

2016 전시 전경 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M : 나는 일생의 대부분을 고향을 떠나 벨기에,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 등 유럽 국가들에서 보냈다. 그래서 외국에 적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다만 국립현대미술관의 현 상황은 내가 부여 받은 임무와 다소 배치되는 바가 있다. 일생을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며 여러 정부기관에 보고해왔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법인화는 알려진 대로 정부, 부처, 국회, 미술관 직원 등 최소 4개 주체의 의견이 충돌하는 건이다. 법인화를 둘러싸고 많은 혼란이 존재하고 있다. 정치적, 행정적 리더십이 부족한 실정이다. 공무원 기관은 투명성, 간결성, 효율성을 기준으로 한국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 교수께서 질문에서 언급하신 사례의 경우, 다수를 위해 봉사해야 하는 주요 공립기관의 기능이 소수에 의해 결정된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는 관료주의를 축소하고 직원들이 보다 창조적이고 전문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방안을 끊임없이 찾고 있다. 미술관은 새로운 추세 및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발맞추어 적응할 수 있을 수 있도록 단순한 시스템과 유연성, 역동성을 보유해야 한다. 경직되고 복잡한 절차, 정적인 사고방식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Y :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의혹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둘러싸고 작년 한국 미술계에 큰 논란이 있었다. 천경자 화백의 가족은 아직도 판결을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들었다. 정부 측에서는 예술 작품 거래에 대한 법을 제정하고 예술품 감정 관련 국가연구기관을 설립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러한 조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M : 한국은 국가주도형 사회다. 내가 아는 다른 나라에서는 위조품이 사업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을 방지하기 위해 민간, 미술시장, 갤러리, 경매회사들이 자체규제를 하고 있다. 해당 시스템들이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미 자체통제가 이루어지는 만큼 진품 보장을 위한 별도의 법이 필요하지는 않다. 미술시스템은 완벽한 공정성과는 거리가 있고, 어디를 가나 보다 투명하게 개선될 여지가 있다. 한국의 경우 절대적 전문성을 확보한 감정 분야의 권위자들이 부족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Y : 한국 미술이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작가 개인이 작품에 노력을 쏟아야 함은 물론이고 세계 미술 시장, 구체적으로는 세계 유통 시장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의견이 있다. 한국 작가들이 시장에서 향후 취해야 할 움직임에 대해 어떤 조언을 주시고 싶은지? 최근 국제 미술시장 동향도 간단히 소개해주시기 바란다.

 

M : 미술시장은 갤러리, 아트딜러, 수집가, 미술 자문가, 경매사 등에 의해 움직인다. 대규모 아트페어들이야말로 시장이 더 이상 한 나라에 국한되지 않고 점점 더 세계화되어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하겠다. 일부 수집가들은 시스템 내에서 복합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딜러나 미술관 관장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현재 공공 미술관들은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주체에서 벗어나 있다. 기존의 미술사가 역사가, 미술비평가, 학예사들에 의해 쓰였다면, 이제는 수집가들과 투자자들의 손에 의해 쓰이고 있다. 나는 여러 갤러리들과 미술경매, 일부 아트페어들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장의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시장이 돌아가는 원리를 이해하는 데 있다. 나는 트렌드를 이끄는 사람이 되고 싶지, 쫓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미술시장의 상황은 어지러운 형국이다. 아트페어, 갤러리, 경매에서 수준이 현격하게 차이나는 미술작품들이 함께 선보여지곤 한다. 여기서 어느 정도 교통정리를 해 주는 것이 미술관의 역할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Y : 2018년 새해가 밝았는데, 올해 전시의 굵직한 방향을 소개하고 주목할 만한 전시도 추천해준다면?

 

M : 2018년 프로그램은 세 가지 방향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첫째는 ‘새로운 근대성’의 조망으로,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최근 개막한 <신여성 도착하다>전은 이 맥락에서 대단히 고대해왔던 전시다. 다음은 ‘국제적 지역주의’로, 서울관에서 개최될 대규모 그룹전시를 통해 빠르게 전개되고 있는 아시아 지역의 창의적 양상에 주목할 예정이다. 마지막은 ‘국제적 주제전’으로 국내 및 해외 사진들을 통해 오늘날 인간의 조건을 살펴보는 전시가 과천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여러 세대의 한국작가들에 초점을 맞추어 다양한 개인전, 주제전, 소장품 등을 선보이며 세계에 한국미술의 위대함과 국립현대미술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 

 

Y : 한국 작가들과 미술계에 대해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

 

M : 재능 있는 한국 작가들의 탁월하고 다양한 작품들을 접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근무하면서 얻는 최고의 수확이라 생각한다. 세계에 한국미술의 위대함과 국립현대미술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 목표가 보다 신속하게 실현할 수 있는 여건이 허락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진달래+박우혁 <구체적인 예> 2016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프로젝트 2016


 

  

바르토메우 마리_국립현대미술관 관장

 

바르토메우 마리는 1966년 스페인 이비자에서 출생했다. 1996년부터 2002년까지 네덜란드 로테르담 비테 드 빗 현대미술센터 예술감독, 2002년부터 2003년까지는 산세바스타인 타바칼레라 예술센터 감독을 거쳐2004년부터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에 몸담으며 2008년까지 학예실장을, 2015 3월까지는 관장을 역임한 바 있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으로 재임 중이다.

 

박양우_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교수

 

박양우는 현재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일찍이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하여 뉴욕 한국문화원장과 문화관광부 차관을 역임하였고, 중앙대부총장과 한국예술경영학회장을 지냈으며 얼마 전까지 광주비엔날레 재단 대표를 맡아왔다.

 

 

* 디렉터십, 큐레이터십 ②에서 내용이 이어집니다.

온라인 구독 신청 후 전체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구독하기 Subscribe 로그인 Log in



메모 입력
뉴스레터 신청 시, 퍼블릭아트의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시면 뉴스레터 구독에 자동 동의됩니다.
Your E-mail Send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