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가느다란 사람이 걸어가는 모습의 이 조각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더니즘 조각을 대표하는 스위스의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는 전 세계에서 명성을 떨친 인물이니 말이다. 작가의 유명세에 비해 그동안 그의 작품을 한국에서 직접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 갈증을 해결할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전시는 작가의 고향 스위스 스탐파에 있는 자코메티 부친의 작업실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보낸 마지막 기간까지 평생에 걸친 일궈낸 그의 예술적 성취를 훑는다. 작품 수만 해도 조각, 회화, 판화, 드로잉, 사진, 유품 등 총 120여 점에 이른다. 여기에 자코메티 재단의 컬렉션 중 인물 드로잉, 페인팅, 사진, 원고도 함께 전시돼 그의 예술 세계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걸어가는 사람>의 석고 원본 공개 소식 또한 귀가 솔깃하게 한다.
작업실 뜰에서 <Tall Waman IV>(1960)
석고상과 함께 있는 알베르토 자코메티
(Alberto Giacometti) Photo: Annette Giacometti
ⓒ Alberto Giacometti Estate / SACK, Seoul, 2017
그의 마지막 작품이자 인간의 존재 의미와 존엄성에 대한 작가의 통찰이 느껴지는 걸작 <로타르 흉상> 또한 놓쳐서는 안 되는 볼거리다. 자코메티는 생전 로타르 흉상을 많이 만들었지만 세상엔 단 세 점만이 남아있다. 그가 완성되기 전 작품을 다 부쉈기 때문이다. 그만큼 애착을 갖고 완성도를 높인 작품이 아닐까? 또 전시는 자코메티가 1926년부터 생을 마감할 때까지 머문 자그마한 작업실을 재구성한 이색 공간도 마련한다. 생전 자코메티는 이런 말을 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그 끝이 어딘지 알 수는 없지만, 나는 걷는다. 그렇다. 나는 걸어야만 한다”라고. 끊임없이 고뇌하며 발걸음을 내디딘 그의 삶에 깃든 철학을 느낄 수 있는 전시다. 전시 기간은 12월 21일부터 4월 15일까지.
· 문의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02-580-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