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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36, Jan 2018

옥토버/혁명은 TV에 방송되지 않는다
사운드 이펙트 서울 2017

2017.12.8 - 2018.1.31 아르코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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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복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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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어떻게 풍화되는가 



대한민국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진 2017년은 러시아혁명 100주년이 되는 해였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가두시위를 주도했던 세대들이 탄핵 정국(政局) 이후 들어선 새로운 정부의 참모진으로 자리 잡아 TV뉴스에 단정한 양복차림으로 나온다. 1917년 러시아 혁명을 기념하는 출판물과 2017년 막 이뤄낸 촛불혁명의 이면을 교차시킨 전시회에서 호명되는 아나크로닉한(anachronic) 키워드, ‘혁명.’ 2017년 남한에서 혁명이라는 단어는 정치적 급진성이나 반사회적 불온함이 풍화된 채 관람객에게 역사적 풍경을 소환하는 트리거로서 애용되고 있는 듯하다. 아르코미술관 제1전시실, 2전시실에서 개최되는<옥토버>전과  <혁명은 TV에 방송되지 않는다_사운드 이펙트 서울 2017>전은 혁명의 현재성과 실천 방식을 묻는다는 점에서 시대착오적이면서도 동시대적인 이슈를 담고 있다. 2017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창작산실 전시지원 선정작인 두 전시는 각기 다른 기획자가 기획한 전시임에도 주제면에서 상호 호응성이 뚜렷하게 의식될 만큼, ‘혁명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옥토버>전은 1917 10월 일어났던 러시아혁명에 착안하여 한국사회에서의 계급투쟁 과정을 한국의 근현대사와 당대의 운동을 통해 부감하고자 한 전시구성안을 제시한 기획자(신양희)의 역량을 살피게 한다. 부산 지역 미술운동의 구심점이 되었던 대안공간 반디 큐레이터로 일하며, 디렉터 김성연과 함께 미술잡지 『비아트(B-ART)』를 편집했던 신양희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며 작품 안에 실천적 활동을 담은 작가들과 협업에 주력해왔다. 2009 <슬럼 메가폴리스>(대안공간 반디), 2016년 전(아마도예술공간), 2016 <추적자: 그들은 너무 사랑했다>(통의동 보안여관)등 기존 체제에서 빗겨나간 풍경, 사회계층의 문제를 다룬 전시기획을 통해 자신이 탐구해온 연구주제를 시각문화 운동의 차원으로 발전시키는 탄탄한 전시기획력을 쌓아온 기획자의 행보는 사람과 사회체제의 관계를 독해하는 시선에서 깊이 있는 탐구력과 반성적인 사유의 가능성에 기대를 갖게 한다. 서평주, 이우성, 홍진훤, 신학철이 출품한<추적자: 그들은 너무 사랑했다>전에서 미술가가 사랑했던 인민(人民)’을 테마로 미술가와 인민과의 관계방식을 구체화한 바 있고, <옥토버>전에서는 연구주제를 보다 심화하여 동시대 남한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혁명의 의미는 유효한가라는 1990년대적인 질문을 재생시키고 있다.  





서평주 <연극이 끝나고 난 뒤

2017 단채널 비디오 <옥토버> 

 




이번 기획전은 제1섹션 러시아혁명의 현재성에서 강태훈, 물질과 비물질, 연구모임 아래, 이덕형+조주연, 이상엽을 초대하여, 러시아혁명이 한국 민주화운동에 미친 영향관계를 시각적 탐구로 구현하고 있다. 2010 6월 결성된 연구모임 아래는 혁명을 키워드로 한국근현대사를 혁명 이전’, ‘혁명’, ‘강요당한 혁명’, ‘혁명을 포기하다’, ‘사라지지 않는 혁명으로 구분하여 당대의 지성사를 축도한 서적으로 아카이빙한 <어떤 시대에 대한 기억>(2017)을 진열했다. 러시아 정교사상 연구자 이덕형과 서양현대미술이론 연구자 조주연이 2017 10월 한 달 동안 주고받은 다섯 차례의 서간문을 인쇄물로 제시한 <예술의 혁명, 혁명의 예술>(2017)은 전시구성안을 떠받쳐주는 핵심적인 장치이다. 연구과정을 시각적인 생산물로 노출함으로써 관람객으로 하여금 러시아혁명과 한국의 근현대사의 시계열을 유비시켜 추체험하도록 유도한다. 


2섹션 우리 인민의 잠재성 1987년과 2017년 광장의 시위열기를 꽉 쥔 주먹으로 표상한 서평주의 영상, 조형적 구조물을 통해 자본주의 모순을 재연한 손혜경의 설치작품, 민주노조투쟁이 일어났던 동일방직의 과거 사진과 현재 모습을 담은 양유연의 회화, 탄핵 정국의 광화문광장에 모인 시위 군중을 대형 캔버스에 담은 이우성의 회화, 삼성반도체 노동자들과 유가족의 인터뷰 과정을 풍경사진, 인물초상사진으로 구성한 홍진훤의 사진 연작 등을 배치하여 현재진행형의 인민의 삶을 전면화하고 있다. 혁명을 표제화한 전시명, 무거운 전시주제를 실증적인 사료와 함께 시각적으로 드러내려고 고안한 전시구성, 텍스트와 이미지 양면으로 통시적 관점을 확보하고자 한 큐레이션에 대한 사려 깊은 고민이 전시장 구석까지 전달된다. 그러나 러시아혁명 100년의 역사와 한국 민주화의 역사 30년을 축약하기에는 전시장 섹션이 부족해 보인다.       

 

 <혁명은 TV에 방송되지 않는다_사운드 이펙트 서울 2017> 2007년부터 시작된 아시아 최초의 사운드아트페스티벌이며, 부정기적으로 특정 주제를 정하여 시각중심의 전시회에 사운드아트의 영역을 넓혀왔다. 2 사운드 이펙트 서울 라디오 2008’은 인디뮤지션, 사운드 아티스트들이 주축이 되어 사운드 스케이프(Sound scape)의 확장된 음향공간을 관람객들과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치러졌고, 3 사운드 이펙트 서울 2010’은 장소특정적 사운드를 주제로 사운드 아티스트, 시각미술가 등과 협업으로 필드 레코딩(field recording)’을 실험했다. 


이번 전시는 미디어아티스트 바루흐 고틀립(Baruch Gottlieb), 큐레이터 양지윤이 공동기획을 맡았고, 강영민, 웨슬리 고틀리(Wesley Goatley), 김기철, 김영섭, 권병준, 마리 마츠토야(Mari Matsutoya), 크리스토프 미곤+말라 흐라디(Christof Migone + Marla Hlady), 방준석+파레틴 오렌리(Fahrettin Orenli), 헤바 Y 아민(Heba Y. Amin), 하릴 알틴데르(Halil Altindere), 이정형, 양아치, 장영혜중공업+타쿠지 코고(Takuji Kogo)  13팀이 참여했다. 1전시실 입구에 설치된 패널에는 스크리닝 프로그래머, 강연 프로그래머, 코디네이터, 미디어디자인 담당자명이 표기되어 있는데, 전시 카달로그 크레딧에 들어가는 협업자들을 전시장 입구에 패널로 설치한 디스플레이에서 기획자, 참여작가, 협업자가 공동연출자라는 인식을 새삼 확인한다. 전시내용은 해외 시위 현장을 하위음악과 교차시킨 뮤직비디오, 소리 없는 스피커를 장착하여 침묵시위를 암시한 설치작품, 위치인식 헤드폰을 통해 관람객이 소리지도를 추적하도록 고안한 사운드 설치작품 등 청각적 체험을 극대화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헤바 Y. 아민(Heba Y. Amin)

 <스피크투투윗(SPEAK2TWEET)> 2011 옛날TV 5+전화기 

<혁명은 TV에 방송되지 않는다_사운드 이펙트 서울2017>전 

 




음악가이자 사회운동가로 널리 알려져 있는 길 스캇-헤론(Gil Scott-Heron)의 노래 제목에서 따온 혁명은 TV에 방송되지 않는다라는 부제는 2003년 베네수엘라 혁명을 다룬 동명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이미 존재하고, 2012년 한국에서 출간된 비평서 제목으로도 쓰였다. 지구 반대편의 사건이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타고서 전 지구적으로 전파되는 시대에 이러한 타이틀을 부제로 가져온 것은 혁명의 발원과 확산 형식에 대한 동시대적인 흐름보다는 관람객에게 환기력이 강한 노래 타이틀을 선택한 것으로 여겨진다. 혁명의 발원 기점을 둘러싼 기억 형성 과정은 시대별, 세대별로 차이가 있다. 


최루가스와 화염병, 물대포가 난무하던 시위장면이 익숙한 세대들과 적들에게 혼란을 주기 위해 아무 이유 없이 부유하는 기표로서 장수풍뎅이연구회 깃발을 내걸고 유쾌하게 시위에 동참한 청년들이 뒤섞인 2016년 광화문 주말시위 현장은 사회변혁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다른 양태로 발현될 수 있는가를 보여준 퍼포먼스의 장()이었다. 탄핵 정국을 둘러싸고 보수 세력과 진보 세력들이 태극기와 촛불로 첨예하게 대립하며 부끄러운 해외토픽 뉴스를 양산했고, 1980-90년대 유혈혁명의 기억이 아카이빙된 거리에서 비폭력/비무장 혁명을 지향하는 군중들이 자기 취향을 발산하는 깃발을 들고 축제를 즐기는 장면을 목격했다. 혁명의 방식이 달라진 만큼 혁명의 도구 또한 세련된 상품으로 포장되어 시위가 있는 날이면 시위상품을 파는 상인들이 집결하기도 했다.  

 

비오는 광화문에서 1980년대 운동권들이 구호를 외치던 방식으로 촛불세력 타도를 연호하던 태극기 부대를 목도한 2017, 혁명의 기억은 별똥별만큼 한시적이다. ‘그들의 선택이 세상을 바꾸다라는 카피로 홍보되는 영화 <1987>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고, 30년 전 독재타도, 민중해방을 외치다 스러져간 청년들의 불운은 이제 픽션의 서사로 재역사화되고 있다. 어떠한 혁명도 멋진 신세계를 제시하지 못하며, 혁명 이후에도 인민의 삶의 부조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2018년에 성인이 되는 1999년생에게는 신나 냄새나는 화염병보다 LED 촛불이 시대 변혁의 표상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들이 시대를 밀고나갈 즈음LED 촛불을 밀어낼 혁명의 도구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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