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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37, Feb 2018

2017 아트선재 프로젝트 #8: 이정우_공포탄

2017.12.12 - 2018.1.14 아트선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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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일민미술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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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것을 느끼는 환지의 감각 



“색의 의미는 그것이 우리 앞에 있다는 뜻이며, 그것을 우리가 본다는 것을 뜻하지. 보이지 않는 사람에겐 빨강을 설명할 수 없네” (오르한 파묵(Orhan Pamuk), 『내 이름은 빨강』 중에서) 


감각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쪽에서 발생할까, 제공하는 쪽에서 생길까. 아트선재센터 1층 프로젝트 스페이스와 패럴랙스 한옥에서 열린 이정우의 개인전 <공포탄>에서 마주한 동명의 작업에서, 끊임없이 넘실대며 공포의 감각을 생산하고 있는 한 스크린을 맞닥뜨리고 들었던 생각이다. 한적한 낚시터가 주배경인 <공포탄>은 공포나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를 위해 수집된 일반 공간의 이미지들을 중간 중간 삽입한 영상 작업이다. 1점 투시의 시점을 빌린 스크린은 정 가운데 수상 낚시 좌대를 놓고 시종일관 눈앞으로 당기고 밀기를 반복한다. 과도하게 선명하기도 하거니와 자유롭게 가까워졌다 멀어지는 화면은 카메라와 자기 눈을 동일시한 관람자가 제 시각적 능력을 과대평가 하도록 만들지만, 작가는 이내 점점 가까워짐에도 끝내 닿지 않는 화면을 내세워 보는 이의 무력함을 깨닫게 한다.  

 

장면 위에는 잘 알려진 공포영화들의 음향이 끼어들고, 어떤 만화책 주인공의 독백이 음성 없이 글로만 입혀져 있다. 작가가 사용한 소리는 우리가 아주 익숙하게 들어온 것들이다. 갈등의 고조, 무서운 것이 등장하기 직전, 극도의 공포 등 어떤 상황에 어떤 소리가 어울리는지는 이미 충분히 관례화되어 있다. 의미를 바로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미 공유된 정서로 막힘없이 소통한다는 점에서 이 음향들은 일종의 언어로 기능한다. 그러나 작가는 이들 소리의 낯익음을 극도로 끌어올려 더 이상 무섭지 않고, 심지어는 우스꽝스럽게까지 만듦으로써 본래 구실을 제거한다. 한편, 이미 언어의 형식을 갖추고 있는 대사들은 오히려 본래의 토대와 문맥에서 잘려 나와 애먼 곳에 이식되어 있기에, 읽을 수 있되 독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언어로서의 기능은 상실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맥락을 잃어버린 말에서 나오는 이 생경함과 낯섦은 오히려 보는 이를 실체 없는 공포로 이끈다.  





<Open Your Eyes> 2017 단채널 영상사운드 47 14초 




 

연속된 맥락에서 뚝 떼어져 방향을 잃어버린 요소들의 기능상실 때문인지 작업이 촉발하는 공포의 감각에는 실체가 없다. 여기서 실체라는 말을 이유, 본질, 정체, 당위, 까닭 무엇으로 대신해도 상황은 같다. 그런데 사실 실체 없음은 바로 공포의 본질적 속성일 테다. 무언가가 정말 무서운 이유는 실체가 없기 때문,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작가는 일상에 만연해 있지만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는 막연한 공포, 불안과 위기의식에 주목하고, 이를 만들어내는 기제를 작업 방식에 도입한 듯하다. 한편, <Open Your Eyes>는 프로덕션 디자이너, 특수분장, 사운드 디자이너, 시나리오 작가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가 공포의 장면을 만들기 위해 사용해온 비밀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코멘터리로 보이는 인터뷰와 자료화면처럼 작용하는 영화의 클립은 감각을 생산한다는 것의 인위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처럼 작가는 한편으로는 감각의 관례를 만드는 법칙을 해체하고 폭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것을 다시 노련하게 이용해 공포의 감각을 우리 눈앞에 늘어놓는 것이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이 공포의 감각은 어디서 생산되는 것일까. 애초에 실체가 없는 것인데 주인을 왜 찾느냐고 발뺌할 수도 있겠지만, 텅 빈 것을 생산했을지언정 받아들인 쪽에는 분명하게 존재한다.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공포탄은 탄두가 빈 위협, 말 그대로 비어있는 공포다. 그러나 알맹이가 없음에도 지근거리에서는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공포탄의 속성은 전시 전체를 대유하고 있다. 허구를 통해 제시된 이 감각은 과연 공포(空砲)일까 공포(恐怖)일까, 전시 공간 전체에는 이의를 가진 동음의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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