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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37, Feb 2018

한국의 후기 단색화

2018.1.5 – 2018.2.24 리안갤러리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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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미림 독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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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으로부터의 이후인가?  



‘포스트(post)’라는 단어는 필연적으로 특정 대상에 대한 지칭을 동반한다. 다시 말해 그것이 ()이든 혹은 연장(延長)이든 간에 무엇으로부터의 그다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대체로 다음에 대한 평가는 선행되는 이전의 무언가에 의해 차후라는 사실 그 자체에만 집중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이는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 반드시 이전의 무언가를 따라가야 하는 후발대의 숙명이기도 하다.  전시 <한국의 후기 단색화>의 기획자 윤진섭은 한국 단색화 전반의 잠시 주춤한 시기를 극복하는 하나의 제스처로서 한국 후기 단색화 작품들의 경쟁력을 보여주고자 한다. 전시 서문에서도 밝히고 있듯, 그는 이번 기획을 통해 후기 단색화에 대한 한국 미술계의 관심과 분위기를 재형성하는 구체적 실천에 다가가고자 한다. 


김근태의 <DISCUSSION>은 평면에 가해지는 붓질의 층위들 각각으로부터 생성된 부분적 조형성을 해체함으로써 다시금 비정형과 무형으로 복귀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진우의 경우 작업의 매질로부터 예측 가능한 고행에 가까운 노동과 이로부터 형성되는 특정한 미적 분위기를 드러낸다. 그의 작업 〈Untitled〉에서 한지와 숯에 가해진 물리성이 추상적 속성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조형의 기본단위인 점과 선의 교차로부터 특정한 자기논리를 덧입힌 천광엽의 ‘Omni’ 시리즈는 작가의 철학적 심상을 화면의 질감에 잘 녹여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그 외에도 김춘수, 이배, 김이수 등 다양한 작가들이 기획에 충실한 작업을 선보인다. 이렇듯 전시는 한국 단색화에 대한 작가들의 고민과 그 집적을 차분히 담아내고 있다.  




김근태 <DISCUSSION #2016-17_Purity of Trace> 

2016 캔버스에 유채 193.9×130.3cm 




 

이번 전시는 한국미술계 전반에 주요 시사점들을 던져준다. 특정 사조에 대한 작업적 제시는 미술현장에서 그 현 위치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재고하는 구체적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이는 한국 미술사의 흐름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전환점을 만들어낸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한국 단색화가 갖는 다양한 자기성찰의 문제들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중 하나는 현재 한국 단색화의 형식과 태도가 갖는 나름의 주체적 양상이 분명한 만큼 세계 예술사 내 발생어원으로서의 단색화(Monochrome)라는 범주를 구태여 가져갈 필요가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한국 단색화는 작업적 결과물과 함께 결과가 형성되기까지의 자기수행에 가까운 철학적 사고가 가시화를 통해 물리적으로 치환된 것이 그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작업표면의 매질이 담은 사유의 과거 행적을 유추하고 그 실험적 감각들을 복기하는 과정적 특질과 심연을 과연 단색화라는 다소 넓은 범주의 애매한 단어로서만 해명 가능한 것인가? 


이는 얼핏 이전시기 단색화의 성과와 맥락에 기대어 형성된 한국 추상회화에 대한 미학적, 예술사적 담론이 갖는 안일함으로도 여겨진다. 다소 유감스럽게도 현대미술의 흐름 안에서 이전 단색화의 명맥 유지를 공표하고 후발주자들의 지평을 공고히 하고자 했던 이번 전시기획이 갖는 목적의 방향성은 한국’, ‘후기 단색화라는 세 단어의 다소 낯설고 이질적인 조합으로서 꽤나 명백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 기표가 갖는 기능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번 작업들이 후기 단색화라는 범주에서 벗어나 그 자체로서 독립적인 위치를 점유할 때 비로소 한국미술사 내에서 유의미성을 획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사견을 덧붙인다.    


전시의 구성 그 자체에 관한 내적 평가를 다소 별개로 두고서라도, 이러한 형태의 전시가 바로 지금 현시점에 출현했다는 점은 그 자체로 미술계의 각성을 촉구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미술사 내 하나의 사례이자 담론이 되는 것으로도 평가될 수 있다. 작업적 실천을 통해 방향성을 제시하는 일은 예술사의 주요 사건들을 만들어낸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단지 전시가 그 이상의 의의를 획득하지 못한다면 작가들의 작업은 모호한 담론에 묶인 개별사례나 근거에 불과해질 수밖에 없는 한계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조심스럽게 언급해본다. 한국 미술사 안에서 성실히 누적된 좋은 것을 모두 가져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느 순간에는 과감히 버리는 것도 전략이 된다. 한국 미술계의 선구자들이 보여줄 합리적 결단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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