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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38, Mar 2018

두 번째

2018.1.18 – 2018.2.14 원앤제이플러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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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성아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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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하게 우아하게 



“냉철한 겨울, 침착한 기예(技藝)의 계절”(말라르메)이라 했던가. 서울 한가운데의 소음에서 살짝 비껴간 신당동 언덕 언저리에 압축된 화이트 큐브에 들어서는 순간 작가 강동주와 최고은의 재구축된 시간의 유령들을 감지하게 된다. 전시 <두 번째>에 선보인 미니멀한 작업들은 빛과 그늘, 흑과 백, 선명함과 흐릿함이 주어진 공간 안에서 군더더기 없이 차갑게, 침착하게 다소곳이 벽에 걸려 있고 기대어 있다. 벽이 무색할 정도로 예민하게. 미술의 행위에 집중하여 이미지 이면을 상상하게끔 기획된 <두 번째>전은 기획자가 던진 뒷모습 두 번째 감각이 두 작가의 작업에서 소재, 과정, 방식 등을 통해 비스듬한 시간의 감각에 주목하도록 한다. 강동주와 최고은은 각자의 방식으로 단일하고 일관된 경험에서 목적이 명백한 제작 행위의 과정으로써 탐구의 강도를 극대화한다. 적정 거리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하고 있는 거슬림 없는 무채색의 작업들은 각각의 이미지로써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추상성을 획득한 이미지의 유령처럼 완벽하게 삭제되지 않은 섬네일(thumbnail)이자 푸티지(footage)와 같이 진공의 하얀 벽에서 사물의 차원 바깥으로 선회한다.  

 

오늘이 어제가 되고 내일이 오늘이 되는 일상이라는 시간의 루프 안에 서로를 매개하는 것은 기억의 상실과 되찾음, 그 과정의 반복일 것이다. 목판 인쇄로 창밖 초여름 밤의 시간을 찍어낸 강동주의 커튼(curtain)’(2017) 연작은 기존에 흑연 가루가 섬세하게 두드러졌던 드로잉들과 다르게 더욱 둔탁한 화면 안에서 어둑한 얼룩들이 어둠에서 밤을 끄집어내려는 동시에 그 안으로 되돌아가 응시하도록 한다. 작가가 바라보는 동일한 시간과 장소는 종이 위에 끈적하게 안착된 검은 잉크가 이 이미지들에 상황을 직접 증언이라도 하듯이 시각적으로 위탁되어 환영처럼 잔존한다. 이와 같은 검은 화면들의 간격은 시간 속에서 느린 초점의 호흡으로 중단 없이 연속적으로 분절된 시간에 관한 고민으로 돌아가도록 한다.   

 

늘 그러하듯이, 최고은의 군더더기 없이 잘 분해된 에어컨 스킨들이 계열(series)의 형태로 기대어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색된 혹은 제품의 단면과 제조사에 따라 각기 다르게 제작된 공산품의 색은 펜톤 칩(Pantone Chip)처럼 표면의 미색을 크림-실크 화이트,’ ‘문샤인 화이트,’ ‘티타늄 화이트 등으로 명명되어 우아한 색면(color field)과 보편적 감각으로 관통한다. 화이트 시리즈가 담고 있는 뒷면의 감각은 전시 <두 번째>에서 숨겨진 카드라는 생각이 든다. 각각의 오브제를 벽에 걸거나 기대지 않고 아주 작고 얇은 자석들을 지지체로 사용하므로 대상을 더욱 예민하고 견고하게 하는 역할을 하였다. 그리하여 감지 가능한 보이지 않는 감각은 관념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작업 행위가 담고 있는 고유한 촉각적 경계와 이미지가 선명하게 도달하는 곳의 두께 즉, 실체의 절단면으로써 작업은 극단적으로 얇고 즉물적으로 등장한다.  

 

그렇다면 두 번째는 무엇일까? 기획자 권혁규가 말하는 불가능한 장면의 상상에 대한 열망은 첫 번째 규범에 관한 예술적 실천 즉, 관람자와 대상 사이에 확립했던 연결(link)에 대한 추상적이고 도식화된 버전이 아니라, 대상들의 관련성에 대한 모든 경험이지 않을까 싶다. 마치 하나의 이미지가 작가의 행위와 탐구를 통해 하나의 매체에서 다른 매체로, 하나의 맥락에서 다른 맥락으로 순환되면서 균열과 빈틈을 동반하고 현재 우리 코앞에 이만치 와 닿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로써 우리는 우리의 눈앞에 끊임없이 출현하는 잔존하는 이미지들을 잘 구분되지 않는 소음 사이에서 귀를 바짝 세우고 예민하게 이들을 분리하고, 이면에 있는 흔적들을 감지해야 할 것이다.

 


*전시 전경 사진: 나씽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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