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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39, Apr 2018

카미유 앙로
Camille Henrot

Days Are Dogs

개미만 들여다보는 과학자들이 있다. 그들은 지구상에서 최초로 농경생활을 시작한 5,000만 년 전통의 농부 잎꾼개미부터 전투병, 보초병, 짐꾼 등으로 철저하게 분업을 하는 개미사회의 경제와 자기희생은 물론 그것들이 형성한 문화와 왕권주의, 전쟁과 대량학살을 저변에 깐 정치까지 파고들어 증명한다. 그런가하면 어떤 이는 오랑우탄 연구에 평생을 바치고 오로지 초파리만 들여다보는 이들도 존재한다. 매일 주어진 업무를 감당하고, 겨우 다음 주 스케줄을 짜는 현대인들은 도저히 엄두내지 못하는 목표의 삶을 그들은 산다. 작가 중에도 이런 부류가 있다. 현미경을 들여다보고 행동을 분석해 데이터를 만들듯 이론과 섭리를 따르는 과학자형, 연구형 작가 말이다.
● 정일주 편집장 ● 사진 쾨니히 갤러리(könig Galerie)·메트로 픽쳐스(Metro Pictures) 제공

Installation view of 'Minor Concerns' 2015 Biennale de Lyon, 2015 ⓒ Camille Henrot Courtesy the artist and KÖNIG GALERIE Photo credit: Blaise Adil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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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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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역사에 대한 탐구를 바탕으로 풍부한 서사를 구성하는 카미유 앙로(Camille Henrot)의 작품엔 ‘백과사전적인(Encyclopaedic)’ 혹은 ‘우주론적인(Cosmological)’ 등의 수식이 종종 붙는다. 비디오, 조각, 회화, 설치, 그림이나 꽃꽂이 등 멀티미디어 설치들로 일련의 시스템을 피력하는 그의 작품은 다양한 표현 방식이자 결과 보고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대표작 <Grosse Fatigue> (2013)는 앙로의 특징과 철학으로 응축돼 있다. “처음에는 지구도 없고 물도 없었다. Nunne Chaha라고 불리는 언덕이 있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죽었다. 태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전혀. 빛도 없고 생명도 없고 움직임도 없다. 태초에 엄청난 에너지가 있었다. 처음에는 그림자만 있었고 어둠과 물과 커다란 신 Bumba가 있었다……. 


13분짜리 이 영상은 워싱턴 D.C.의 스미스소니언(Smithsonian Institution)에서 주로 촬영되었다. 현대 문화를 대표하는 이미지를 힙합 또는 구어의 사운드트랙과 구성한 인류학적 공예품들은 순식간에 만들어진 웹브라우저 화면처럼 구현되는데 오디오의 바탕이 된 텍스트는 제이콥 브롬버그(Jacob Bromberg), 사운드 전반은 호아킴(Joakim) 등 연주가와 협업했다. 앙로에게 ‘2013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 2013)’‘은사자상(Silver Lion)’을 선사한 <Grosse Fatigue>에 대해 그는 스스로 “이 작품을 시작으로 우주 창조 이야기를 전하는 도전 과제를 설정했다”고 공공연히 피력했고 평단은 “전 세계 문화사를 한 번에 내장과 대뇌의 형태로 압축했다”고 단언했다. 





 <The Pale Fox> 2014-2015 Installation

 (aluminium, bronze, prints, drawings, with found objects and soundtrack) 2,300×900cm; 

905 1/2×354 1/3in Installation view at KONIG GALERIE Courtesy the artist and KONIG GALERIE

 Photo: Ulf Saupe 




앙로는 지난해 자신의 고향 파리에서 100여 점 작품으로 가득 찬 전시를 선보임으로써 또 한 번 세계 미술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Frieze』가 “거대한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를 점령하라는 전권이 주어질 때, 앙로가 크게 성공한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표현했듯 사람들은 앙로에게 기꺼이 감동할 준비를 마쳤고 작가는 그에 부합하는 능력을 펼쳐보였다. Days are Dogs: Sunday Night’라 이름 붙여진 전시를 위해 제이콥 브롬버그, 데이비드 호르비츠(David Horvitz), 마리아 로보다(Maria Loboda), 낸시 루포(Nancy Lupo) 등 여러 예술가가 협업했지만 전시는 의심할 여지없이 ‘카미유 앙로 그 자체’로 인식됐다. 그만큼 작가 특유의 묘하게 거슬리고, 지나치게 과장된 줄거리로 자신이 집중하는 주제를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일반적 형태를 벗어난 전시는 일주일 동안 매일 다른 프로세스를 갖춰 진행됐다. 가령 전시가 시작된 토요일엔 안식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본인의 최신 영화 <Saturday>(2017)를 중점적으로 노출했다. 3D로 촬영한 이 영화는 미국의 SDA와 폴리네시아의 교회에서 녹화된 장면을 바탕으로 의학 테스트와 자연 재해, 인공 재난의 이미지들을 뒤섞은 것이다. 이 을씨년스러운 주제에 앙로는 희망, 구원, 그리고 허무함을 강조하는 불길한 사운드로 작품의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그런가하면 일요일에는 얇고 뾰족한 식물에 금속판과 구성물을 섞은 <Portrait of the Artist as a Young Man James Joyce>(2017), 우리말로 ‘젊은 남자 예술가의 초상, 제임스 조이스’라는 제목의 크고 새로운 작품이 전시됐는데 이는 시간의 흐름과 생명의 연약함은 거스를 수 없다 정도의 줄거리를 지녔다





<Grosse Fatigue> 2013 Video, colour, sound 13 min  ADAGP Camille Henrot Courtesy the artist, Silex Films 

and kamel mennour, Paris Original music by Joakim Voice by Akwetey Orraca-Tetteh Text written in collaboration with 

Jacob Bromberg Producer : kamel mennour, Paris; with the additional support of Fonds de dotation Famille Moulin, 

Paris Production: Silex Films Project conducted as part of the Smithsonian Artist Research Fellowship Program, Washington, D.C. Special thanks

 to the Smithsonian Archives of American Art, the Smithsonian National Museum of Natural History, and the Smithsonian National Air and Space Museum

 



월요일은 2016년 로마 민속촌에서 그린 일곱 세트의 프레스코 벽화를 통해 나른함을 표현하고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2015년 뉴욕 메트로 픽쳐스(Metro Pictures) 2016년 ‘베를린 비엔날레(Berlin Biennale)’를 통해 선보였던 작품 <Bad Dad & Beyond>를 근간으로 최근의 리서치와 사상을 얹어 다시 제작한 작품을 노출했다. 앞서 설명한 <Grosse Fatigue>도 이 파트에 소개됐는데 ‘베니스 비엔날레’ 수상 4년 만에 등장한 작품에 대해 한 칼럼니스트는 “이상하게 과장되고, 지나치게 부풀려진 표현으로 작가가 이후에 다룰 주제들을 탐험하려는 시도가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피력했다. 앙로의 또 다른 주요 주제인 에로티시즘은 금요일 상영된 영화 <Deep Inside>(2005)를 통해 되살아난다. 그는 진부한 포르노 장면에 어린아이 모습을 그려 넣었는데, 기념비적이고 본능적이며 끊임없는 호기심과 반복되는 선입견을 바탕으로 한 예술가의 관심사는 작품에 고스란히 투영됐다. 대표작과 신작을 적절하게 버무린 <Days are Dogs: Sunday Night>는 앙로의 깨달음과 자기 성찰 욕구가 우아하게 균형을 이뤘다. 





 <Bad Dad & Beyond> 2015 3D print with video and telephone components 

111.76×50.8×22.86cm; 44×20×9in 2/2+1AP Courtesy of the artist and KÖNIG GALERIE





한편 앙로는 전시장 곳곳에 청동 조각상 세트를 설치했다. 이미 작가 스스로, 영감을 얻는 존재로 밝힌 헨리 무어(Henry Moore)가 완성한 모양들 중에서 새로운 구상 작품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중 두개의 값싼 플라스틱 의자가 받치고 있는 낡은 매트리스를 묘사한 작품은 사라 루카스(Sarah Lucas) <Au Naturel>(1994) 또한 연상시킨다. 공간 끝에는 <Drinking Bird> (2017)를 포함한 낯선 형태의 양식들이 있는데, 조각상 중엔 플라밍고가 큰 위스키 잔을 즐기는 것도 있다. 빨간 색 쿠션이 있는 체육관 바닥으로 둘러싸인 방은 화요일을 위해 마련됐다. 천장에는 알루미늄, 가죽과 로프로 된, 마치 데이비드 크로넨버그(David Cronenberg) 영화에 나오는 생명체같은 조각들이 매달려 있다. 본능적으로 관람객들은 그것에서 인간의 모습을 찾지만 결국 외계인의 인상만 남는데, 아름다움과 혐오 사이를 떠도는 것들이 종종 그렇듯이 묘한 결과로 우리를 초대한 것이다.





<Whereas; your heart> 2017 Acrylic glass, wood, plastiline, copper, stainless steel, styrofoam with resin and lacquer, 

digital print on paper 252×168×21cm; 99 1/4×66 1/4×8 1/4in unique Courtesy of the artist and KÖNIG GALERIE





한편 우리나라에서 앙로의 작품이 본격 소개된 것은 2011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린 <오늘의 프랑스 미술>전으로 ‘뒤샹 프라이즈(The Marcel Duchamp Prize)’ 수상자 혹은 후보자에 속한 16명의 떡잎 푸른 작가들을 모은 이 기획전에 앙로는 2010년도 노미네이트됐던 자격으로 참여했다. 기존의 타블로 형식의 회화작품 보다는 조각, 사진, 판화, 드로잉 등 새로운 재료와 미디어 위주의 작품으로 구성하여 동시대 흐름을 반영하는데 초점 맞춘 기획에 앙로의 작품이야말로 미래지향적 가능성과 유니크함으로 무장, 분명한 역할을 수행했다. 하나의 일관된 주제보다 개개인의 개성이 드러나는 모노그래픽 형식을 따르고 동시대적 포스트 모던 형식의 전시에서 작가의 개념과 재현방식은 반짝반짝 윤기 나게 구현됐다. 호기심과 반복되는 선입관, 삶과 죽음 사이의 무용담 등을 작품 전면에 드러내는 앙로의 작품은 그가 정한 한계에서 점차 과감해지고 있다. 앙로가 이룩한 결과에 매번 대중이 기꺼이 놀라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개같은 날의 오후’란 영화 제목처럼 하루하루 무기력한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앙로 명작 시리즈 후속은 개봉박두다.

 

 

 

 카미유 앙로

Camille Henrot Image provided by Metro Pictures Photo credit: Joakim

 

 

 

작가 카미유 앙로는 1978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파리 국립고등장식미술학교에서 공부했고 현재는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앙로는 문학, 신화, 인류학, 종교 등이 혼합된 주제로부터 영감을 얻어 영상, 드로잉, 조각, 사진 등을 결합한 다방면의 장르를 다룬다. 국내에서는 2011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린 <오늘의 프랑스 미술>전에서 소개됐으며, 뉴욕 현대미술관, 파리 퐁피두센터, 암스테르담 시립 미술관, 베를린 비엔날레 등 세계 유수의 기관 및 미술전에서의 전시에 참여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2014년 미국 뉴 뮤지엄에서의 <Camille Henrot: The Restless Earth>, 같은 해 베를린 싱켈 파빌리온에서의 <Snake Grass>, 2017년부터 올해 1월까지 열린 프랑스 팔레 드 도쿄 <Days are Dogs>전을 꼽을 수 있다. 2013년 제55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은사자상’을, 2014년에는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예술 재단에서 수여하는 ‘백남준 어워즈(Nam June Paik Awards)’를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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