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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39, Apr 2018

피난캠프에서 구겐하임까지의 여정

U.S.A

Danh Vo: Take My Breath Away
2018.2.9-2018.5.9 뉴욕,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

1979년 베트남, 네 살배기 소년이 아버지와 함께 미국으로 가는 나무배에 올랐다. 베트남 전쟁 이후 또 다른 내전으로 나라가 혼란하던 시기였다. 아버지가 직접 만든 배는 117명의 피난민을 견디지 못하고 얼마 가지 않아 덴마크 선원들의 구조를 받게 된다. 그 후, 미국 대신 덴마크에 정착하게 되고, 현재 마흔네 살이 된 이 소년이 바로 자기 정체성과 문화적 유산의 문제를 다루는 개념 예술가 욘 보(Danh Vo)다.
● 전영 미국통신원 ● 사진 Solomon R. Guggenheim Museum 제공

Installation view of 'Know My Name: Australian Women Artists 1900 to Now' National Gallery of Australia, Canberra featuring works by Fiona Hall, Sally Gab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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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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욘 보가 지난 십여 년간 모아온 오브제들이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Solomon R. Guggenheim Museum) 로툰다를 채웠다. 그의 15년 작업을 둘러볼 수 있는 이번 회고전에서는 특히 수년간 구겐하임의 천장을 가리던 덮개를 걷어내고 한결 밝아진 자연광 아래 100여 점 이상의 오브제들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설치, 조각, 사진, 글 등으로 다양한 문화, 정치적 주제들을 아우르며 작가의 그간 커리어를 되짚는다. 그는 이미2012년 ‘휴고 보스상(The Hugo Boss Prize)’을 수상하며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The Hugo Boss Prize 2012: Danh Vo, I M U U R 2> 전으로 자신을 소개한 바 있다. 피난민으로 시작한 이민자로서, 동네의 유일한 베트남인으로서, 동성애자로서 파란만장한 그의 삶이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 전시실에 안착하기까지 욘 보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나선형의 경사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전시장 벽과 바닥에 헌 가구, 세탁기, 매머드 뼈, 비석, 기내용 가방, 부엌식기 등의 오브제들이 널려있다. 작가가 직접 제작했으리라 추측했던 것들마저도 텍스트를 읽어보면 대부분 욘 보의 아버지, 풍 보(Phung Vo)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레디메이드(Ready-made)를 잇는 작업 방식이다. 

<Bye bye> 2010 Photogravure Sheet: 65×52cm 

Edition of 24 Courtesy the artist Photo: Nick Ash Danh Vo  





수집과 디스플레이가 그의 작업의 핵심으로, 작가의 세계를 형성해 온 역사적 사건과 정치적 사상을 재구성해 보인다그의 설치작들은 권력 구조, 종교, 역사, 성 정체성, 식민주의, 자본주의 등의 사회적 이슈를 안고 있다. 서구가치를 대표하는 물건과 문서들을 금박으로 덮음으로써 서구 소비주의가 이민자들에게 끼친 제국주의적 영향을 고발한다거나, 베트남에 건너온 프랑스인 천주교 선교사들의 역사적 자료들을 통해 욕망과 죽음을 들여다보며 욘 보는 한 개인의 경험을 정의하는 공권력과 개인적 욕구를 해부한다. 돌연 친구 두 명과의 결혼과 이혼을 동시에 선언하며 주목받았던 <Vo Rosasco Rasmussen>(2003)는 결혼이라는 사회적 제도를 자신의 작품으로 끌어왔다. 


법적 혼인 서약을 하자마자 바로 이혼 서류를 내는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자신의 성()이 길어지게 한 작업이다. 이로써 그의 이름은 작품의 제목이 되고 작품은 결혼과 이혼의 증거인 법적 서류로 전시장 벽면에 자리하고 있다. 또한, 가족의 역사와 지정학적 사건들이 어떻게 서로 얽히는지에 대해 예민하고 집요하게 관찰하며, 기억과 옛 물건들을 파고든 작업들이 있다. 덴마크로 이주하기 전, 싱가포르 난민 캠프에서 지낸바 있는 그는 당시 형제들과 함께 찍은 작은 사진 한 장을 두고 그 앞에 그의 할머니가 독일로 이주했을 때 구호품으로 받았던 세탁기, 냉장고, 텔레비전을 한 몸으로 쌓았다. 중앙인 냉장고 문에는 커다란 나무 십자가를 달았다. 




<She was more like a beauty queen from a movie scene> 

2009 Mixed media 96.5×54.5cm Collection Chantal 

Crousel Photo: Jean-Daniel Pellen, Paris  Danh Vo





<당신이 만약 내일 히말라야를 등반하게 된다면 (If You Were to Climb the Himalayas Tomorrow)>(2006)에서는 유리 진열장 안의 소중한 보석들처럼 듀퐁 라이터와 롤렉스 시계 그리고 미국 군인용 반지가 나란히 전시되어 있다. 이런 사치품들은 베트남 탈출 후에 그의 아버지가 전리품처럼 가장 소중히 여기며 지니던 것들로 욘 보 가족의 역사를 조명하며 남성성과 힘의 초상을 보여준다. 지속적으로 전시장에서 발견되는 프랑스 선교사들의 아카이브 자료들은 그림, 사진과 글로 그들의 실제 베트남 파견 활동 내역을 자세히 알린다. 욘 보의 아버지가 정갈하게 필사한 어느 선교사의 편지를 읽으면서는 순교 직전 선교사의 순수한 심정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선교사들은 의도치 않게도 식민주의의 초석을 놓게 되며 이는 베트남의 사회적 분열과 권위주의적 정부, 그리고 작가의 가족을 집에서 몰아낸 내전으로 이어지게 된다. 


가족이 덴마크에서 식당을 운영할 때 아버지가 곱게 쓴 메뉴판 글씨를 보게 된 후 욘 보의 모든 텍스트 작업은 아버지 풍 보가 담당한다. 프랑스어를 전혀 모르는 아버지가 섬세하게 베껴 적은 프랑스어 편지들은 그 자체로도 매우 아름다워 보인다덴마크에서 자랐고 베를린에 스튜디오가 있으며 멕시코시티에 살고 있지만 언제나 미국 역사에 매료되어 있다는 욘 보는 성조기, 자유의 여신상, 케네디 내각 때의 물건 등을 전시실 안에 들여놓았다. 그중에는 존 F. 케네디(John F. Kennedy) 대통령이 암살당한 이후 재클린 케네디(Jacqueline Kennedy)가 전 미국 국방부 장관 로버트 맥나마라(Robert McNamara)에게 선물한 의자 두 개도 포함되어있다. 욘 보는 이 의자들을 소더비 경매(Sothebys)에서 구입해 분해한 뒤, 의자 패브릭 조각들을 벽에 걸었다. 로버트 맥나마라는 미국의 베트남 전쟁 개입 사건의 주요인물로 두 개의 케네디 내각 의자 조각들을 빌어 당시 정치적 역사적 순간들을 소환한다.





<Christmas (Rome)> 2012-2013 Velvet 90 9/16×64 

9/16 inches(230×164cm)(14 pieces, each) Pinault Collection  





파리의 마제스틱 호텔(Hotel Majestic)에서 온 샹들리에 세 개도 전시장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이것들은1973년 미국의 베트남 전쟁 개입을 종결시킨 ‘파리 평화 협정(Paris Peace Accords)’이 체결된 호텔 방 안에 있던 것들이다. 레시던시 참여차 파리에 갔던 욘 보는 우연히 보게 된 이 샹들리에에 마음을 뺏겨 프랑스 정부와 컬렉터들과의 끈질긴 협상 끝에 샹들리에를 자신의 작업으로 데려오는 데 성공한다. 덴마크 국립 미술관(National Gallery of Denmark)과의 협상을 거쳐 바르톨로메오 게티(Bartolomeo Ghetti)의 르네상스 시대 회화 <박애(Charity)>를 이번 전시의 일부로 빌려오는데도 어려움이 없었다. 그림에는 젖을 물리려는 한 여성과 세 명의 아기가 묘사되어 있다. “모유 수유야말로 온전한 자선 행위”라는 말을 남기며 갑자기 이 작품을 전시에 편입시켰다는 작가는 어린 아이 같은 면모로 주변인들이 원하는 것의 반대로 행동하길 좋아한다고 어느 인터뷰에 밝힌 적이 있다. 


그는 독일 카셀의 큰 전시공간을 채워야 했을 때도 불현듯 자유의 여신상을 떠올리게 되었다. 당시 자유의 여신상을 실제로 본 적이 없었지만,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철저히 조사했다. 욘 보는 93.5m의 거대한 동상의 속이 텅 빈 채 겨우 2.4mm 두께의 얇은 구리표면으로 구성된 것을 알게 되었고, 본래의 동상과 같은 재료, 크기, 주조방식으로 그만의 자유의 여신상을 새로이 제작하였다. 중국 공장과 협업하며 5년에 걸쳐 완성되었는데 이렇게 오랜 기간에 걸쳐 제작과정에 관여한 것은 “발견과 수집”을 통해 작업하는 욘 보의 스타일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이었다. 완성본은 250개의 조각으로 전 세계의 미술관과 컬렉터들에게 나뉘어 흩어졌다. 이 작품의 제목은 <We the People>(2011-2016)로 우리 모두를 상징하며 누구에게나 익숙한 것을 전혀 생경한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데 핵심이 있다. 





<Das Beste oder Nichts> 2010 Engine of Phung Vo

Mercedes-Benz 190 66×101.6×205.7 cm Solomon 

R. Guggenheim Museum, New York, Purchased with funds 

contributed by the International Directors Council 2011.56 

Photo: Kristopher McKay  Solomon R. Guggenheim Foundation, New York 

 Danh Vo





이번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 전시장에도 몇 개의 조각들이 서로 떨어져 디스플레이되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Take My Breath Away> 80년대 중반 톰 크루즈(Tom Cruise) 주연의 영화 <탑 건(Top gun)>의 주제곡으로 국제적인 인기를 끈 노래의 제목과 같다. ‘그대의 아름다움이 나의 숨을 멈추게 해요’라는 의미로 한눈에 반하거나, 완전히 사로잡힘을 뜻한다. 욘 보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전시장의 오브제들이 관람객들의 눈과 마음 또한 사로잡을 수 있을까? 그가 만약 예술가가 아니라면, 골동품 전문가가 되었거나 온라인 중고품 거래상이 되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소유행위로 인한 예술 작품”을 만드는 이 개념 예술가는 그만의 대담함과 집요함으로 역사와 예술의 균형을 맞추는 곡예의 작업을 해나가고 있다. 전쟁이나 테러를 경험한 것과 같이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사람들은 그들의 과거에 관해 이야기 하지 않고 오로지 앞으로 나아가는 데 집중하도록 훈련받는다고 한다. 자신의 작업이 베트남 망명자로서의 과거를 피하기 위한 현실 도피의 한 형태라 말한 적 있는 욘 보는 예술을 통해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중인 것이다.   

 


글쓴이 전영은 뉴욕의 큐레이팅/아트 컨설팅 회사인 스파크 아트 매니지먼트의 프로젝트 매니저이자 독립 큐레이터다. 고려대학교에서 한국화와 불문학을 전공했고 프랫인스티튜트에서 문화예술경영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브루클린 미술관(Brooklyn Museum), 아시아 컨템포러리 아트위크(Asia Contemporary Art Week), 아모리쇼(The Armory Show) 등에서 근무했었으며, 현재 뉴욕 동시대 미술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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