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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39, Apr 2018

빛이 메아리치다

2018.2.7 – 2018.3.4 학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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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도병훈 작가·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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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yond the Visible’ 김현식의 최근 작품 세계  



3월초까지 학고재에서 열린 김현식의 <빛이 메아리치다>전 출품작들은 에폭시 수지(Epoxy resin)를 바른 후 날카로운 송곳으로 내리 그으며 홈을 파고, 그 속에 다시 물감을 입히는 행위를 수없이 반복하는 과정에서 제작되었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에서 볼 수 있는 무수한 파선-겹선들은 탁월하게 세공된 보석처럼 빛나 보이기까지 한다. 김현식의 작품 변천 과정은 2004년 이후 검은 머리가 보이는 여인의 뒷모습을 그린 ‘Beyond’ 시리즈와 2010년 초반의 폭포 이미지를 소재로 한 ‘Illusion’ 시리즈, 그리고 2014년 경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선과 색의 레이어 만으로 표현한 작품 시리즈로 대별할 수 있다. 이러한 변천 과정은 표면적 모티브(형상-이미지)로 보면 극사실 회화에서 추상회화로의 변모처럼 보인다. 아무리 극사실이어도 재현적 모사였다면 단지 머리카락을 잘 묘사한 그림이었을 것이다. 그의 작품은 모티브나 주제가 아닌 어법(idiom)의 독자성에서 그 특성을 찾을 수 있다.  

 

회화에서는 상상으로 표현하는 공간을 작가는 조각적으로 표현해왔지만, 최근의 작품들은 단색조의 원색적 색면 회화(Color-Field Abstract)’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장치는 이미지와 형태가 주는 서사적 재현성에서 벗어나 자신의 예술언어를 좀 더 집약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인공지능이 미래의 주요 화두로 등장하는 현실과 함께 이러한 전략도 뇌 과학적 특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뇌 과학에 의하면 작품에 대한 느낌 및 의미와 가치도 뇌 속 신경전달물질의 작동으로 가능한 일이다. 같은 대상이라도 사람마다 다르게 선택적으로 보거나, 다채로운 색채보다 빛의 밝고 어두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쾌감·불쾌감을 느끼는 것도 뇌 속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의 결과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작품을 보고 느끼고 경험하는 방식은 개인의 감수성과 지적 분석력에 따라 같은 대상으로 할지라도 전혀 주목의 대상이 되지 못하거나 흥미를 넘어 매력적인 대상이 되기도 하며, 나아가 특정 장소에서 어떤 방식으로 경험하는가에 따라서도 큰 차이가 있다.  





<Half of It> 2017 

에폭시 레진에 아크릴릭, 나무 프레임 162×176×6m



 


극한적 반복이 만들어내는 색선들의 궤적에서 생성되는 무한한 공간 창출 효과는 이번 전시작들을 이루는 핵심적 요소이다. 따라서 그의 작품은 작품마다 부분과 전체가 다르지 않는 특성을 갖는다. , 부분이 곧 전체인 작품이다. 이처럼 들여다보아야만 실감할 수 있는, 무수한 선의 차이로써 사물에 대한 시각을 재창조하는 조형적 요소들로 이루어진 작품이 전시장에서는 색을 달리한 형태로 나란히 병렬시키거나 벽면과 대비되는 다양한 형태 변형의 방식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방식이 과연 최선의 방식인지는 현대미술에 대한 문맥적 접근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를테면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가 사각형에서 벗어난 여러 가지 형상의 ‘shaped canvas’를 제시한 것은, 창문처럼 풍경을 보여주는 전통 이젤화나 상상의 공간이라는 종래 서구미술과 달리 내용과 형식을 일치시키면서 평면적 대상을 드러내기 위한 어법이었다. 세라(Richard Serra)의 공간 설치 작품도 그 이전의 서구 전통 조각의 존재방식(*의인화된 표현)과는 획기적으로 다른 방식, 즉 반의인화된 시도였다.  

 

오늘날과 같은 자본주의 시대는 무엇보다 상품으로 작품의 가치가 평가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대중적 기호로부터 자유롭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현대미술가의 길이 백척간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에 비유하듯, 예술적 성취로서 의미와 가치를 갖는 현대미술의 존재 방식은 눈으로 보이는 시각적 형식의 세련됨이나 시각적 효과 이전에 작가 스스로의 좀 더 근본적 질문과 답을 요구한다. 약정된 기호를 빌린 언어적 이해의 굴레를 벗어나면 이 세상 모든 것이 헤아릴 수 없는, 시작도 끝도 없는 심연이다. 이런 차원에서 선은 단지 선이 아니고, 형상은 단지 형상이 아닌 작가의 미술은 예술가적 태도와 정신의 바탕인 호흡하고, 만지고,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방식으로부터 유·무형 작품에 대해 공감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의미와 가치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동서고금의 탁월한 예술가들이 작품을 통해 보여주는 태도와 정신에 감동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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