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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40, May 2018

도착, ‘이미와 아직(already but not yet)’사이에서

Germany

Haegue Yang
ETA 1994-2018 2018 Wolfgang Hahn Prize
2018.4.17-2018.8.12 쾰른, 루트비히 미술관

2018년 ‘볼프강 한 미술상(Wolfgang Hahn Prize)’의 주인공은 한국과 독일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양혜규였다. 4월 17일 시상식을 시작으로 8월 12일까지 이어지는 전시는 쾰른의 루트비히 미술관(Museum Ludwig)에서 열린다. 전시는 작가의 슈테델슐레(Staedelschule) 재학 시절부터 현재까지 이르는 120점이 넘는 작품을 선보인다. 많은 사람들의 박수 갈채 속에서 기뻐하던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현장은 그날 쾰른의 날씨만큼이나 뜨거웠다.
● 한정민 독일통신원 ● 사진 Museum Ludwig 제공

Installation view of 'Haegue Yang: ETA 1994-2018' 2018 Wolfgang Hahn Prize at Museum Ludwig, Cologne, 2018 ⓒ Haegue Yang Photo: Museum Ludwig, Sasa Fuis, Colog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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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민 독일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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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4회를 맞은 ‘볼프강 한 미술상’은 현대미술 현장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둔 작가를 해마다 선정해 작품의 루트비히 미술관 소장을 위한 상금 및 전시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그 공로를 치하한다. 그리고 2018년 영광의 자리는 한국과 독일을 기반으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작가 양혜규에게 돌아갔다. 전시 제목은 <Haegue Yang ETA 1994-2018>. 제목의 ETA는 ‘Estimated Time of Arrival(도착예정시간)’의 약자로, 그가 국제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1994년 이래의 시간을 의미한다. 


세계 곳곳을 이동하며 활동하는 그의 삶 자체가 작품 활동의 주요한 매개체가 되는 것이 제목을 통해 표현됐다. 특히 미술관 관장이자 전시를 기획한 일마스 지비오르(Dr. Yilmaz Dziewior)와는 2008년 함부르크 미술협회 및 2011년 쿤스트하우스 브레겐츠(Kunsthaus Bregenz)에서 전시를 했던 인연이 있다. 특히 브레겐츠 개인전 당시 전시 제목<복수도착(Arrivals)>과의 관련성도 보였다. 회고전의 성격을 가지는 만큼 전시장에선 그의 독일 슈테델슐레 재학 당시부터 지금까지의 사진, 회화, 콜라주, 비디오 에세이, 의인화 된 광원 조각, 퍼포먼스, 출간물, 대형 설치 등의 120여 점의 작품을 볼 수 있다. 





<Mountains of Encounter> 2008 Aluminum venetian blinds, 

powder-coated aluminum hanging structure, 

steel wire rope, moving spotlights, floodlights, cable Dimensions variable Museum 

Ludwig, Köln, joint acquisition with the Gesellschaft fur Moderne Kunst 

on the occasion of the 2018 Wolfgang Hahn Prize Installation view Haegue Yang: 

ETA 1994-2018, 2018 Wolfgang Hahn Prize Museum Ludwig, 

Cologne, 2018  Haegue Yang Photo: Museum Ludwig, Sasa Fuis, Cologne





방대한 양의 작품들은 연대기적으로 설치되어 있지는 않다. 전시장에서 처음 만날 수 있는 작품은 ‘일련의 다치기 쉬운 배열-위트레흐트 편編(2006 Series of Vulnerable Arrangements - Version Utrecht)’로 집, 정착에 대한 열망 또는 저항, 고립 등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주제들이 세 개의 비디오 에세이로 구성됐고 소리, 선풍기에서 부는 미풍, , 향기 등이 함께 설치되어 관람객을 공감각적 체험으로 이끈다. 다른 공간에는 아카이브 형식으로 다시 재현된 작가의 초기 조형 실험들을 찾아볼 수 있다. 지비오르 관장은 짧은 인터뷰에서 이것을 두고 사진으로만 볼 수 있던 작품들이 미술관에서 재현된 것이 고무적이라 언급하기도 했다. 


전시장 중반부 넓은 벽면을 따라서는 그가 도발적인 방식으로 작가들이 처한 현실과 급변하는 미술시장의 논리를 대변한  <창고피스(Storage Piece)>가 설치되었다. 이 작품의 형태는 일정한 시기에 따라 일부가 펼쳐져 전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전시장 안쪽에는 그의 또 다른 대표적인 연작인, 의인화된 광원조각 ‘일련의 다치기 쉬운 배열-바젤7광七光(Series of Vulnerable Arrangements - Seven Basel Lights), ‘약장수(Medicine Men)’ 시리즈 등이 있다. ‘약장수’ 작품군은 스탠드에 얼기설기 걸쳐진 빨갛고 까만 전선과 무지개 빛의 천 구성, 알록달록한 가발과 전구, 알루미늄 등 소재의 산업 오브제들로 구성됐다. <다치기 쉬운 배열>이라는 제목 그대로 이것들은 단단히 고정된 하나의 입체물이 아닌 연약한 배열로서, 개별적이면서도 이질적으로 존재하며 독특한 미감을 띤다. 각 스탠드에 전구와 전선이 걸쳐진 <바젤 7광七光>은 관람객에게 제목과 작품 이미지의 사이에 있는 서사적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Installation view of <Haegue Yang: ETA 1994-2018> 

2018 Wolfgang Hahn Prize at Museum Ludwig, Cologne, 

2018  Haegue Yang Photo: Museum Ludwig, Sasa Fuis, Cologne 





일례로 본 전시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중간 유형 - 중국 신부(The Intermediate - Chinese Bride)>을 예로 두고 한 대화에서, 그는 관람객이 제목에만 경도되어 중국의 소수민족을 소재로 한 측면이 간과되기도 하는 점 등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제목이 상당히 매력적인 것으로 유명한데 사실 이면에는 숨겨진 비틂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품들은 하나의 관점으로 해석하기에는 아주 다양한 문화적인 맥락을 포함하고 있다.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이 혼재된 <상 브누아 가 5 번지(5, Rue Saint-Benoit)>에서도 그러한 면모를 찾아볼 수 있다. 작품을 구성하는 8점의 개별 조각은 당시 작가의 부엌과 욕실에 있는 기기들의 크기대로 제작됐다. 


이곳저곳을 유랑하며 살아온 작가에게 의미가 남다를 집이라는 사적 공간의 일부분이 공공기관인 미술관에 위치하면서 상충하는 두 개념이 병치된다. 그 외에도 작품에는 개인과 공동체, 프랑스 문학가 뒤라스(Marguerite Duras), 작가 자신의 어머니를 비롯하여 정치, 사회적인 맥락들이 풍성하게 혼재한다. 미술관에서 천장이 가장 높은 전시장에는 <조우의 산맥(Mountains of Encounter)> <솔 르윗 뒤집기-1078배로 확장·복제하여 다시 돌려 놓은 K123456(Sol LeWitt Upside Down - K123456, Expanded 1078 Times, Doubled and Mirrored)>가 함께 설치되어 장관을 이룬다. 대규모의 설치인 만큼 높은 천장에서 내려오는 작품은 크기에서 압도감을 주고 붉은 색과 흰 색의 대비 역시 강렬하다. 시각적인 대비만큼 전자의 경우 정치적인 서사를 담는 반면, 후자는 미술 담론의 전복을 모티브로 하는데 한 조명이 두 작품을 가로지르며 천천히 빛을 투과시키는 점도 흥미롭다. 





Installation view of <Haegue Yang: ETA 1994-2018> 

2018 Wolfgang Hahn Prize at Museum Ludwig, 

Cologne, 2018  Haegue Yang Photo: Museum Ludwig, Sasa Fuis, Cologne





그렇게 벽에 투사된 형상은 원형의 면과 블라인드의 선을 한 화면에 담아 또 다른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고 관람객들은 자유롭게 작품 사이를 오가며 블라인드에서 오는 가려짐과 조명에 의한 발각됨을 동시에 경험한다. 지비오르 관장은 루트비히 미술관이 시상식을 계기로<조우의 산맥(Mountains of Encounter)>을 소장한 점에 대하여 기쁨을 표시했다. 이외에도 점보 사이즈 통조림들을 뜨개질 천으로 감싼 ‘통조림 코지(Can Cosies)’ 연작을 비롯하여, 종이 봉투의 보안 무늬 이용한 평면작업 ‘신용양호자들(Trustworthies)’ 연작 등 그의 작품 세계를 총 망라하는 다수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수많은 고찰과 경험들의 층위에서 양혜규가 빚어낸 조형물들은 지극히 사적이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도달하는 힘을 가졌고 한 사람의 인생만큼이나 다채롭고 풍부했다. 언제나 변화와 전환 속에 있는 듯한 작가의 삶은<도착예정시간>이라는 전시 제목에서 다시금 나타난다. 그의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다음 이야기는 진행 중이다. 지금도 이미 도착했으나 아직 도착하지 않은 그 어느 시점을 여행하며 사투를 벌이고 있을 작가를,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글쓴이 한정민은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 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핀란드 알토 대학교에서 현대미술과 이론 석사학위 과정을 밟던 중 현재는 독일 카를스루에 조형예술학교(Hochschule fur Gestaltung)에서 미디어 아트를 전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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