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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41, Jun 2018

공공미술: 디커미셔닝(Decommissioning1)의 시작

The beginning of decommissioning

1990년대 이후 국내에서는 다양한 방식, 법적 지원과 혜택 그리고 유행처럼 번져나간 공공미술의 열풍에 휩싸여 전국적으로 공공미술 작품들이 설치되었다. 공공미술을 통해 무채색의 도시환경에 미술적 감수성을 부여하고, 건축물 앞 미술적 장식을 통하여 시민들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높인다는 취지에 따라 설치된 공공미술 작품. 30여 년이 지난 지금, 도시 곳곳에 설치되어있는 작품들의 훼손된 모습을 확인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다양한 원인을 통해 훼손되는 작품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방향설정은 매우 중요하며, 작가가 관람객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에 대한 작가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관람객에게 전달해야 하는 것이 작품관리의 근본적인 목적이라고 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다양한 방식과 목적으로 설치되는 공공미술의 관리를 위해서 작품유형에 따른 다양하고 적절한 작품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할 수 있다. 이 글은 공공미술의 다양한 작품관리의 방법 중에 작품의 가치를 유지하는 최선의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공공미술 작품관리에 향후 방향에 대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 기획 편집부 ● 글 권종철 작품 보존가

댄 그레이엄(Dan Graham) 'Triangular Labyrinth Hedge 2-Way Mirror' 인위적 공격에 의한 작품훼손. 수차례 표면 손상으로 표면 유리를 지속적으로 교체하고 있다. 사진 제공: 권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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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종철 작품 보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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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미술 작품관리의 다양한 방법


공공미술 작품의 전형적인 형태로 여겨지는 공공장소 속의 미술(Art in Public Spaces)은 관공서 혹은 도시공간을 장식하는 형태로 설치되었으며, 플럽아트(Plop Art)와 같이 예술가의 독단적인 예술,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설치작품이라는 문제점이 있으나, 작품을 관리하는 관리자의 입장에서는 재료의 물리적인 특성이 가장 견고한 작품들이거나 작품의 접근성이 떨어져 물리적인 훼손이 상대적으로 적은 작품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도로의 중앙분리대 혹은 동상 등과 같은 물리적 접근이 어렵거나 재료적인 특성이 뛰어난 작품은 외형적 관리, 즉 표면 클리닝 혹은 재질의 교체 등 물리적인 관리를 통해 작품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것이 대부분이다.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에 설치된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의 <Cloud Gate>는 재료인 스테인리스 스틸의 광택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에 2번 손으로 표면을 닦아주고 있으며, 연 2회 150리터의 세정액을 사용하여 세척하고 있다고 한다.2) 작품의 의도와 목적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작품의 표면 광택은 이 작품에 있어서 너무나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공공장소로서의 미술(Art as Public Spaces)은 장소 특정적 미술로서 장소가 갖는 맥락을 통하여 작가와 관람객이 서로 조우하는 작품들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즉, 작품의 접근성, 기능성이 강조된 작품들이 많으며 다양한 재료와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작품들의 관리는 작가의 의도를 확인하고 적절한 물리적인 보수를 진행하는 입체적인 작품관리가 필수적이다. 작품의 물리적 보수가 꼭 작가의 의도를 반영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공공미술 작품 중에 사랑받고 주목받는 작품들 대부분은 훼손의 정도가 심하여 상태가 안 좋은 작품들이 많다. 


2007년 ‘제2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설치되었던 댄 그레이엄(Dan Graham)의 <Triangular Labyrinth Hedge 2-Way Mirror>의 경우에는 지속적으로 작품의 표면이 훼손되고 있는 경우다. 2007년 설치 당시 3겹의 강화유리는 예술적 요소를 극대화하기 위해 프레임이 금지되었고, 유리벽은 오직 하단부의 지지대를 이용하여 서 있다. 문제는 작품이 설치된 이후 부분적으로 유리를 교체하거나 전체 유리를 교체하는 물리적 보수가 반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섹스타피에라(Sextafiera) <UMBRELLA SKY ÁGUEDA 17> 

2017 Client: City of águeda for Agitagueda

 Image provided by the artist




공공미술 작품관리의 최대 목적은 작품의 개념 혹은 작가의 의도를 최대한 유지하고, 관람객에게 최선의 관람환경을 제공하여 작품의 심미성 혹은 장소적 맥락을 통한 작품의 목적을 견지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물리적인 보수(도색, 클리닝, 재료 교체 등)를 통하여 작품의 원형을 보존하는 방법이 가장 적극적인 대처 방법일 수 있다. 이러한 방법은 정기적인 작품상태 전수조사를 통해 작품의 컨디션을 확인하고 그에 따른 보존처리 방안을 통하여 작품의 노화를 지연시키고 작품의 원형에 가깝게 재현하여 관람객에게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매체와 다양한 장소적 특성을 이용하여 새로운 작품을 제시하고자 하는 현대 아티스트들의 욕구 때문에 현실적으로 작품을 일반적이고 전통적인 방법으로 관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작품이 수장고와 같이 온도와 습도가 제어된 항온항습 실내시설에 보관되어 있지 않은 이상 모든 야외 공공미술의 재료적 특성은 물리적으로 유한하며,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작품이 공기와 접촉하는 그 시점부터 산화와 노화는 진행되며, 이러한 제한적인 환경과 물리적인 보수의 한계는 작품관리의 측면에서 관람객에게 최고의 관람 환경을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불 <벙커-. 바흐친> 2007 섬유강화플라스틱

사진제공: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이불 <벙커-. 바흐친>

 2007 섬유강화플라스틱 철거 이미지

 사진제공: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디커미셔닝 시작


관리의 한계가 뚜렷하며, 작가의 의도를 담지 못하는 상태의 작품이 10년, 20년이 지나도 같은 자리에서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은 작가의 입장에서 본다면 상당히 기괴스러운 광경이며 원하지 않는 방식일 수 있다. 작품이 처음 제안되는 그 시점, 작품이 장소적 공간에 처음 개입되는 그 시점부터 작품의 디커미셔닝(Decommissioning)에 대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작품이 영원히 그 자리에서 최고의 컨디션으로 작가의 의도와 작품의 목적을 계승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작가와 관계자 모두가 인정하자는 것이다. 공공미술 작품의 물리적 유한성을 이해하고 작품의 심미성을 관람객에게 최상의 상태로 보여주는 것이 디커미셔닝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작품이 한 장소에 설치된 이후 그것이 가지는 사회적, 역사적, 경제적 가치는 상당하다. 또한, 작품에 대한 시민사회의 다양한 요구와 관리 부재에 대한 매서운 질타는 작품을 관리하는 주체에게 언제나 부담을 주며 작품의 디커미셔닝에는 예상치 못한 시민들의 반응을 경험하게 된다. 관리자는 보존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통해 작품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할 의무가 있으며, 그중 디커미셔닝은 관리적인 측면에서 하나의 공개적인 선택지라고 보면 될 것이다. 선택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와 동의절차를 따라 진행하는 것이 디커미셔닝이다. 작품의 디커미셔닝은 무분별하게 진행될 수는 없을 것이며, 소중한 시민들의 재원과 작가의 고민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공공미술 작품에 대해서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제안과 협의의 과정을 거침은 물론이고, 전문가와 작가의 동의절차를 통하여 진행해야 할 것이다.

 



에리카 로텐버그(Erika Rothenburg), 

로리 호킨슨(Laurie Hawkinson), 

존 말피드(John Malpede) 

<Freedom of Expression National Monument> 2004 

Opening reception with Anne Pasternak speaking 




디커미셔닝의 사례


2013년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던 ‘APAP 작품 보존/관리 프로젝트’는 이러한 디커미셔닝의 좋은 국내 사례일 수 있다. 2005년부터 안양미술공원을 시작으로 안양 곳곳에 제작·설치된 공공미술 작품의 물리적 유한성을 극복하고, 작품의 기획의도와 가치를 지속시키기 위한 진행되었던 프로젝트다. 안양시민을 비롯한 국내외 방문객들이 공공미술과 만나는 일상 속의 미술작품 향유를 고려하면서, 작품의 자연적인 노화와 변질, 작품환경의 변화로 야기된 맥락적 변경의 문제를 현실적이고 기능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전문적인 입장에서의 협의와 실천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총 92개의 야외설치 작품에 관한 관리 주체의 경험과 자문위원단의 전문적 조언을 바탕으로 전체 작품의 유지, 보수, 이전 또는 철거 여부를 결정하거나 이를 분류하는 작업을 진행하였으며, 이는 기존의 단순 보수작업과는 달리 공공미술을 고려한 공공미술 작품관리 체계의 새로운 실현 과정으로서의 의미가 있다. 특히 재료적 ‘문화유산‘으로 인식되는 데 그치지 않고, ‘APAP’를 출범시키면서 의도했던 미술 가치로 관람객들과의 지속적인 교감을 만들어갈 수 있는 여러 통로를 모색하는 과정,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디커미셔닝의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작가의 인터뷰를 통해 의미를 되짚어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여 시민들에게 공개하였으며, 이후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작품의 관리 기준이 되었던 작품관리 매뉴얼을 제작하기도 하였다.

 


홍명섭 <열반의 문> 2005 강화 유리 등

 사진제공: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홍명섭 <열반의 문> 2005 강화 유리 등 철거 

이미지 사진제공: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공공미술작품의 관리방향: 디커미셔닝


시민사회의 요구에 부합하기 위한 공공미술 작품은 계속해서 제작되고 설치될 것이며, 사람들은 그 작품에 열광하기도 하며 비난하기도 할 것이다. 공공미술은 협의와 과정의 미술이라 했던 것처럼 작품을 관리하기 위하여 복잡한 이해관계를 가진 주체들과의 문제점과 대면하고 대화를 통하여 해결해야한다. 디커미셔닝은 우리가 작품을 관리하는 합리적이고 다양한 시도의 일환일 수 있으며 작품이 갖는 유·무형적 가치를 시민과 사회에 되돌려 주는 하나의 과정이자 실천하는 사례일 것이다.더하여 저작권을 발생시키므로 별도로 저작권사용료를 받을 수 있다. 


작가비 문제는 그것의 인정 여부가 문제 되는 것이 아니라 적정한 산정기준이 문제되는 것이다. 작가비를 지급해야 한다면 이를 어떤 기준에 의해서 얼마만큼 지급해야 하는가가 문제 되는 것이다. 아직 이에 대해 사회적으로 합의된 기준이 나오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새예술정책’에서는 ‘예술창작 대가 기준’ 도입이 들어있다. 공공부문에 적용될 기준부터 시작하여 사회적으로 합의된 법적·제도적 기준이 도입되기를 기대해 본다. 작가비도 서면 계약서를 통해 권리 관계를 명확히 해 두어야 함은 물론이다. 

 

[각주]

1) 디커미셔닝(decommissioning)이라는 용어는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해제, 중지, 폐쇄라는 의미가 있다. 공공미술에서는 작품의 커미션을 끝내는 과정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국내에서 사용하고 있는 철거·생애주기 완료·일몰제·작품이동 등 모두 디커미셔닝의 범주에서 봐야할 것이다.

2) https://en.wikipedia.org/wiki/Cloud_Gate

 

 

글쓴이 권종철은 작품 보존가다. 영국에서 보존학(B.A., M.A.)을 전공하였고, 돌과 나무, 금속등의 조각 작품 보존처리를 공부했다. 야외 청동조각상부터 공공미술 작품들까지 다양한 보존처리 진행하였으며, 1회 APAP(2005)와 대림미술관(2006-2007)에서 일했으며, 2013년부터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에서 근무하고 있다. 현재 건국대학교 회화보존 박사과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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