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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42, Jul 2018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캔버스

Times Square Arts: Midnight Moment

‘뉴욕’하면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 중엔 타임스퀘어(Times Square)의 번화한 거리가 반드시 포함된다. 타임스퀘어는 24시간 환하게 빛나는 맨해튼의 중심이자 상징적 장소로 미드타운의 브로드웨이와 7번가 사이 일대를 일컫는다. 하루에도 대략 300만 명의 사람들이 쏟아지는 광장으로 ‘광고의 메카’라고도 불리며 높게 솟은 건물 벽면에 화려한 스크린과 광고판이 시선을 압도한다. 쉴 새 없이 사람들의 시신경을 자극하며 빠르게 돌아가는 이 상업적 교차로에도 하루 중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이 있다. 매일 밤 11시 57분이 되면 이 거대하고 수많은 전광판이 예술가의 캔버스로 탈바꿈하는 마법 같은 순간, [미드나잇 모멘트(Midnight Moment)]를 경험 할 수 있다.
● 기획·진행 편집부 ● 글 전영 미국통신원

에르달 인치(Erdal Inci) 'Centipedes' 2018 Photo Ka-Man Tse for Times Square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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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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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모멘트>는 매일 자정이 되기 전, 타임스퀘어 일대 60여 개의 스크린들이 약 3분간 일제히 상업 광고를 중단하고 예술가의 영상을 상영하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가장 오랫동안 진행된 디지털 아트 전시다. 2012년 5월 시작 이래, 매달 예술가를 선정해 타임스퀘어를 거대한 전시장이자 공연장으로 만들어 왔다. 이러한 대견한 일을 타임스퀘어 얼라이언스(Times Square Alliance)에서 운영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퀘어의 땅 소유주들이 낸 세금으로 운영하는 비영리 단체로 ‘타임스퀘어 아츠(Times Square Arts)’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타임스퀘어 광고연합(Times Square Advertising Coalition)과 파트너십을 맺어 <미드나잇 모멘트>를 진행하고 있다. 연간 250만여 명의 사람들이 오가며 이들의 프로젝트를 관람하니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공공예술 플랫폼을 운영하는 셈이다. 


타임스퀘어 아츠는 대표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는   <미드나잇 모멘트>를 필두로, 해마다 6개의 공연과 4-8개의 대형 설치미술 전시를 광장에서 기획하고 진행하며 전 세계 동시대 예술가 및 문화기관들과 협업을 이끌고 있다. ‘세계의 교차로(The Crossroads of the World)’라고 불리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타임스퀘어는 각지에서 모인 다양한 관광객들이 지나는 곳이다. 그 가운데서 예술가들은 수많은 글로벌 토픽들을 가지고 사람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또 얼마든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소인 것이다. 이뤄지는 전시와 공연은 주로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각 도시에서 벌어지는 주요 이슈들을 다루며 사람들이 ‘도시속의 나’, 더 나아가서는 ‘세계 속의 나’를 바라볼 기회를 주고, 삶 속에서의 변화를 촉구하기도 한다. 화이트큐브 내에서 항상 만나던 관람객들이 아닌 전 세계에서 모인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만나게 되니 참신하고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며 교류할 수 있다.




제이미 스캇(Jamie Scott) <Spring> 2018 

Photo Ka-Man Tse for Times Square Arts

 



<미드나잇 모멘트>는 타임스퀘어 얼라이언스의 대표인 팀 톰킨스(Tim Tompkins)의 아이디어로 시작되었는데 처음에는 여러 제안이 나왔지만 회의를 거쳐 가장 현실적인 안이 채택되었다. 이유인즉슨, 11시 57분부터 자정까지의 시간이 타임스퀘어의 수많은 스크린을 장악할 수 있는(빌릴 수 있는) 가장 쉬운 시간대이자, 새해 전날 12시를 카운트다운하는 볼 드랍(Ball Drop) 행사로 유명한 타임스퀘어 장소 특성을 잘 살린 콘셉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드나잇 모멘트>는 새해 전야 카운트다운 행사날을 제외하고 일 년 중 364일간 진행된다. 


매달 선정된 예술가들이 표현하는 주제는 각 나라의 정치, 사회적 이슈부터 기술적으로 시각적 실험을 펼치는 것들까지 다양하며 현재 우리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드나잇 모멘트>를 거쳐 간 예술가들을 몇 명만 나열해보자면 오노 요코(Yoko Ono), 앤디 워홀(Andy Warhol), 피터 피슐리와 데이비드 바이스(Peter Fischli and David Weiss), 오스게메오스(OSGEMEOS),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 등 74명(팀)의 작가들이 있다. 작가 선정은 까다로운 과정을 통해 이뤄지는데 스크린 소유주들과 미술계 주요 인사들의 의견이 반영된다. 


매달 다양한 배경을 가진 동시대 예술가들에게 타임스퀘어를 가득 채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니 수많은 작가가 도전하고 있다. 그중 2017년 1월 상영되었던 피필로티 리스트(Pipilotti Rist)의 대담한 퍼포먼스 영상이 큰 주목을 받았었다. 뉴 뮤지엄(New Museum)에서 같은 시기 개인전을 열고 있던 그는 <미드나잇 모멘트>를 통해 자신의 확대된 얼굴을 화면 전체에 가득 채운 <Open My Glade(Flatten)>를 소개했다. 유리 위에 얼굴을 있는 힘껏 문지르는 모습은 타임스퀘어 전광판을 뚫고 나올 듯 강렬했다. 일반적으로 미디어에서 보이는 여성미의 개념을 깨고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왜곡시켜 표현하면서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경계에 의문을 던지는 작업으로 평가받았다.




피필로티 리스트(Pipilotti Rist)

 <Open My Glade(Flatten)> 

2017 Photo Ka-Man Tse for Times Square Arts




또한, 평생 바다를 처음 본 사람들의 초상을 담은 소피 칼(Sophie Calle)의 <Voir La Mer>는 2017년 10월, 관람객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바다로 둘러싸인 이스탄불에서 평생 바다를 본 적 없는 사람들을 흑해 연안으로 데려가 그들의 초상을 담담히 표현해냈다. 남성, 여성, 아이들의 뒷모습과 옆모습, 표정까지 섬세하게 묘사되어 내면에 큰 울림을 받은 듯한 그들의 모습을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시킨 작업이었다. 올해 1월에는 인도네시아 현대 미술계의 주요 인물인 FX 하르소노(FX Harsono)의 <Writing in the Rain>이 상영되었다. 


아시아 소사이어티 미술관(Asia Society Museum)에서 열렸던 <After Darkness: Southeast Asian Art in the Wake of History> 전시와 연계해 선보인 프로젝트로 중국계 인도네시아인인 작가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자신의 뿌리인 한자로 된 중국 이름을 반복해 적어 내려가나 곧바로 물에 씻겨 지워지는 퍼포먼스를 촬영했다. 아무리 적고 또 적어도 물에 씻겨 사라지는 비유로 인도네시아에 살고 있는 중국인들의 억압된 역사와 정체성 회복을 이야기한다. 이번 여름 동안은 아주 컬러풀한 작업들이 상영된다. 6월에는 실험적 애니메이터인 제프 쉐어(Jeff Scher)의 <Quasi Una Fantasia>가 소개됐다.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의 <월광 소나타>를 시각화한 것으로 노랑, 빨강, 파랑의 붓터치들이 춤을 추듯 끝없이 이어지며 움직인다. 일명 추상적인 댄스 필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즉흥 페인팅 영상이다. 마치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의 꽃밭과 같이 표현되어 사람들의 눈을 매혹시킨다. 7월과   8월에는 각각 앨리스 던세스(Alice Dunseath)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인 <You Could Sunbathe in this Storm(Slight Return)>과 칼라 가니스(Carla Gannis)의 <Portraits in Landscape>가 상영될 예정이다. 가니스의 작업은 주세페 아르침볼도(Giuseppe Arcimboldo)의 16세기 초상화를 현대적으로 리믹스한 버전으로 동물, 채소, 꽃, 책들이 한 사람의 얼굴로 결합된 가상의 디지털적 인물을 표현했다.




FX하르소노(FX Harsono) <Writing in the Rain> 

2018 Photo Ka-Man Tse for Times Square Arts





한국 작가들의 영상도 상영된 바 있다. 2012년, 미국에서 활동하는 비디오 아트 작가 조승호가 캘리포니아 데스밸리(Death Valley)의 풍경을 담은 <부표(Buoy)>를 상영했고, 역시 같은 해 엘리 조(Elly Cho)는 다른 두 명의 작가와 함께 팀으로 영상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타임스퀘어 아츠 웹사이트(http://arts.timessquarenyc. org/times-square-arts/index.aspx)를 통해 매년 <미드나잇 모멘트>에 참여할 작가들의 온라인 신청을 받고 있으니 더 많은 한국 작가들의 영상을 타임스퀘어에서 만나 보게 되기를 바란다. 


한편, 뉴욕에는 ‘타임스퀘어 아츠’ 프로그램과 같이 많은 공공미술 기관들이 존재해 어디로 눈을 돌리든 예술가들의 작품을 거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재도 록펠러 센터(Rockefeller Center)앞에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의 거대한 작품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렇듯 규모가 큰 대부분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주로 힘이 있다 여겨지는 남성 작가들의 무대가 되곤 한다. 뉴욕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대표주자인 퍼블릭 아트 펀드(Public Art Fund)가 지난 19년 동안 록펠러 센터와 진행한 프로젝트 중 유일한 여성 예술가가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였다는 것만 봐도 그 불균형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미드나잇 모멘트>의 디지털 아트 프로젝트는 보이는 규모 면으로 훨씬 거대하고 압도적이면서도 남성과 여성 그리고 다양한 인종과 배경을 가진 예술가들을 소개하며 더욱 풍성한 대화를 이끌고 있다. 만약 올여름 타임스퀘어에 방문해 <미드나잇 모멘트>의 3분을 충분히 느끼고자 한다면 스크린들이 가장 잘 보이는 46가와 47가 사이의 더피 스퀘어(Duffy Square) 그리고 브로드웨이 보행자 플라자(Broadway Pedestrian Plaza)인 43가와 44가 부근을 추천한다. 직접 보는 것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지난 작업들은 모두 영상과 사진으로 타임스퀘어 아츠 웹사이트와 유튜브(Youtube)에서 그 스케일과 분위기를 가늠해 볼 수 있다. “It’s amazing!” <미드나잇 모멘트>의 반짝이는 순간을 남기려 열심히 사진을 찍던 어느 관람객이 연신 외치던 그 한마디가 생각난다. 

 


 

제니퍼 스타인캠프(Jennifer Steinkamp)

 <Botanic> 2016

Photo Ka-Man Tse for Times Square Arts




글쓴이 전영은 뉴욕의 큐레이팅/아트 컨설팅 회사인 스파크 아트 매니지먼트의 프로젝트 매니저이자 독립 큐레이터이다. 고려대학교에서 한국)화와 불문학을 전공했고 프랫인스티튜트에서 문화예술경영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브루클린 미술관(Brooklyn Museum), 아시아 컨템포러리 아트위크(Asia Contemporary Art Week), 아모리쇼(The Armory Show) 등에서 근무했었으며, 현재 뉴욕 동시대 미술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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