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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42, Jul 2018

베를린 비엔날레

Germany

We don’t need another hero! 10th Berlin Biennale
2018.6.9-2018.9.9 베를린 일대 5곳

영상에는 독일에 거주 중인 한 여성이 등장한다. 그에게는 두 가지의 정체성이 존재한다. 사무실에서는 독일인 동료들과 대등한 평가를 받기 위해 늘 긴장한 상태다. 출근할 때조차 여느 독일인 여성처럼 보이기 위해 머리 스타일과 의상, 화장에 신경을 쓴다. 또 다른 정체성은 퇴근 후에 드러난다. 독일 내 거주하는 아프리카 출신 여성들에 의해 결성된 단체(ADEFRA e. V.)에서 회화작가로 활동할 때이다. 모임이 시작된 지 30년이나 흘렀지만, 독일에서 흑인 여성들을 위한 단체로서 이곳은 여전히 유일무이한 존재다. 작가로서 커리어를 쌓은지도 그만큼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후부터 지금까지 그는 여전히 이러한 질문을 듣곤 한다. “Do you make a Black art? Or White Art?”
● 박은지 독일통신원 ● 사진 Berlin Biennale 제공

Las Nietas de Nonó 'Ilustraciones de la Mécanica' 2016-2018 Mixed media; performances, documentation of the performance from 08.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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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 독일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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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개막한 ‘제 10회 베를린 비엔날레(10th Berlin Biennale)’의 출품작인 <Milli’s Awakening>(2018)은8명의 여성들이 이주민 여성으로서 겪었던 경험과 감정을 담담히 고백하는 영상작품이다. 작가 나타샤 A. 켈리(Natasha A. Kelly)는 극적인 편집이나 서사구조 대신 그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섬세하게 이어가는 흑백의 영상을 통해 키르히너(Ernst Ludwig Krichner)의 <잠자는 밀리(Milly Asleep)>와 달리 그들을 화면의 주체적인 존재로 그려낸다. ‘We don’t need another hero’를 타이틀로 개최된 이번 ‘베를린 비엔날레’는 A. 켈리의 작품처럼 이민자, 여성, 난민, 성소수자 등의 편에서 그들의 삶과 목소리를 조명하는 46명 작가들의 작품들을 선보였다. 한때 독일의 국민가수로 불렸던 티나 터너(Tina Turner)의 1985년 히트곡, <We don’t need another hero>는 이번 비엔날레의 기획을 압축하여 살펴보기에 충분한 타이틀이었다. 


가비 엥코부(Gabi Ngcobo)와 그의 기획팀(Nomaduma Rosa Masilela, Serubiri Moses, Thiago de Paula Souza, and Yvette Mutumba) 1998년 ‘베를린 비엔날레’가 시작된 이래 최초로 선정된 아프리카 출신의 큐레이터 팀이다. 엥코부는 현재의 정치/사회적 상황을 통렬히 비판하거나 이를 위한 저항의 아젠다를 설정하는 것으로 비엔날레의 기획을 대신하지 않았다. 기획의 글에는 영웅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이론이나 텍스트를 찾아 볼 수 없었고,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스타 작가 또한 리스트에 없다. 대신 서유럽과 북미 지역의 백인작가들이 주축을 이루는 동시대 미술 신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아프리카 지역과 중남미 출신 작가들의 작품들을 대거 소개했다. 그리고 그들의 작품이 전시를 매개로 유럽의 한복판에서 과거와 현재, 서구와 비서구의 역사에 쓰인 기록들을 다시(혹은 새롭게) 써 내려가는 커서(cursor)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Firelei Báez <for Marie-Louise Coidavid, exiled, keeper of order, Anacaona>

 2018 Oil on canvas, installation view, 10. 

Berlin Biennale, Akademie der Kunste (Hanseatenweg), 

Berlin, courtesy Firelei Báez; Kavi Gupta Gallery, Chicago, photo: Timo Ohler  

 



이를 위해 가장 첫 번째로 한 일은 비엔날레 기획의 주체를 확장시키는 것. 앞서 소개했듯, 이번 큐레이터 팀은 미국과 상파울로, 독일 등에서 활동하는 기획자들로 구성되었으며, 지역 커뮤니티에 지속적으로 기여해왔던 예술 단체들과 함께 사전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예컨대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프로젝트 ‘Im Not Who You Think Im Not’은 베를린 베딩(Wedding)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EOTO(Each One Teach One e.V.)와의 협업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아프리카 출신의 이주민들 간의 상호교류와 타 문화와의 교류, 젊은 세대를 위한 교육 등을 위해 출범한 EOTO는 비엔날레 종료 시까지 ‘Im Not Who You Think Im Not’을 통해 강연과 퍼포먼스, 토크 프로그램 등 다양한 행사를 선보일 예정이다. SoA(The School of Anxiety) 또한 올해 초부터 비엔날레의 사전 행사로 진행된 것이다. 남아공의 도시 요하네스버그와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 그리고 베를린에서 있었던 SoA의 활동은 19세기 말부터 시작된 아프리카의 식민주의적인 교육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예술가들은 아프리카의 언어와 문화를 잊도록 종용하는 교육환경에서 학생들이 느끼는 불안함과 분열된 자아, 잃어버린 주체성에 관한 역사적 사실들을 조사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퍼포먼스와 워크숍 등을 선보였다. 개막 이후, ‘베를린 비엔날레’는 총 5군데의 장소에서 본격적으로 전시되었다. 올해도 어김없이KW(Kunst-Werke Institute for Contemporary Art)는 비엔날레의 메인 전시장으로 제 역할을 맡았으며, 1950년대 설립된 ADK(Akademie der Künste)는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장소로서 기능했다. 문 닫은 기차역을 개조하여 작가 레지던시를 운영 중인 ZK/U 10년 만에 다시 비엔날레의 전시장으로 활용되었고, 공연장인 하우(HAU)와 폭스뷔네(VOLKSBüHNE)에서도 퍼포먼스와 설치작품, 관객 참여형 프로젝트 등으로 공간을 채웠다. 기자회견에서 큐레이터는 “역사적인 영웅의 이름을 거리명으로 차용할 정도로 오늘날까지 그들의 영향력이 지속되는 독일에서 권력의 헤게모니에서 벗어나는 전시 기획을 하고자 노력”했으며,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거대한 담론이나 이즘(ism)에 관한 것이 아닌 개개인의 작은 내러티브를 담은 작품들, 공간의 역사성 또는 장소성을 고찰하는 작품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Dineo Sheshee Bopape, Installation view (detail), 

10. Berlin Biennale, KW Institute for Contemporary Art, Berlin 

<Untitled (Of Occult Instability) [Feelings]> 2016-2018 Bricks,

 light, sounds, videos, water, framed napkin, including works 

by: Jabu Arnell <Discoball X> 2018 Lachell Workman <Justice for___>

 2014 Robert Rhee <EEEERRRRGGHHHH und and ZOUNDS>

(both from the series 'Occupations of Uninhabited Space' 2013-ongoing), 

2015 courtesy Dineo Seshee Bopape; Jabu Arnell; Lachell Workman; 

Mo Laudi; Robert Rhee; Sfeir-Semler Gallery, Hamburg/Beirut, photo: Timo Ohler




그러한 의미에서 ADK의 외부에 설치된 피르레이 바에즈(Firelei Báez) <19° 36 16.89 N, 72° 136.95 W / 52.4042° N, 13.0385° E>(2018)는 가장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꼽을 수 있다. 작품명에 적힌 경도와 위도는 독일과 아이티에 세워진 상-수시 궁전(Sans-Souci Palace)을 가리킨다. 베를린 외곽 도시인 포츠담에 있는 상-수시는 18세기 중반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제(Friedrich der Große)가 자신의 여가를 즐기기 위한 장소로 지은 것이다. 아직까지도 웅장한 자태를 간직한 포츠담의 상-수시와 달리, 아이티에 위치한 궁전은 지진의 충격을 고스란히 드러낸 채 그 일부만 남았다. 19세기 아이티의 왕 헨리1(Henri)에 의해 지어진 이 궁전은 1791년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게릴라 부대를 이끌었던 혁명적 영웅, 장 밥티스트 상-수시(Jean-Baptiste Sans-Souci)를 살해하고 왕위에 오른 후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지어진 것이다. 유럽의 기원으로 여겨지는 그리스·로마의 폐허를 가짜로라도 만들어 서양콤플렉스를 달래려 했던 프리드리히 대제의 상-수시와 흑인의 권력과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역으로 유럽의 건축적 미학을 대거 차용했던 헨리 1세의 상-수시. 작가는 역사적인 두 건축물과 한 인물을 동시에 환기시키는 조형물을 세움으로써 역사로 남게 되는 진실과 인물, 그리고 그것을 규정하는 프레임과 위계에 대해 재고하게 했다. 


ADK는 전시장 면적이 넓지만 층고가 낮은 구조다. 때문에 주로 평면 작품이나 아카이브 자료를 중점적으로 선보이는 전시들이 기획되었다. 어느 전시든 공간 디자인과 작품 설치에서 큰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비엔날레 또한 ADK에서는 주로 회화와 영상 작품이 소개되었다. 그러나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기존의 전시와 다르게 활용된 공간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야외와 1층 벽면, 옥상, 내부의 뜰을 활용한 설치작품과 동선의 단조로움을 탈피한 공간 구획, 그리고 그에 따른 작품 디스플레이가 그렇다. 작품이 연작으로 제작된 경우, 같은 전시장 내 다른 공간이나 혹은 다른 전시장의 작품들과 새롭게 맥락을 맞춰 배치된 점 또한 감상의 재미를 더했다. 타 비엔날레의 절반 정도인 참여 작가의 수 덕분일까. 한 작품이 차지하는 공간 또한 충분히 확보되어 긴 호흡으로 작품을 감상하기에 적합했다. 그 중에서 마리오 파이퍼(Mario Pfeifer) 2채널 영상 앞에서는 꽤 많은 사람들이 오래도록 머물러 있었다. 





Heba Y. Amin <Operation Sunken Sea(The Anti-Control Room)> 

2018 Video installation, mixed media, installation view(detail), 

10. Berlin Biennale, ZK/U Zentrum für Kunst und Urbanistik, Berlin, 

courtesy Heba Y. Amin; Zilberman Gallery, Istanbul/ Berlin, photo: Timo Ohler

 



<Again/ Noch einmal>(2018)은 제목처럼 2016년 독일 동부의 작은 도시에서 일어난 사건을 작가가 다시 한번 조명한 것이다. 이라크에서 독일로 망명 왔던 희생자는 당시 독일인에게 무고하게 폭력을 당했지만, 법원은 그들의 폭력을 용기 있는 독일 시민의 선행으로 두둔하며 기각 판결을 내렸다. 독일 언론을 들끓게 했던 이 사건은 다음해 희생자가 시체로 발견되면서 비극적인 결말로 마무리 되었다. 물론 이 작품의 흡입력은 잊힌 스캔들을 재점화 시킨 것과는 무관하다. 카메라의 앵글은 홀로 의자에 앉아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가는 증언자의 얼굴을 차례로 클로즈업 한다. 눈과 코, 손으로 차례로 떨어지는 화면의 영상과 대조적으로 다른 한 대의 카메라는 그들의 진술이 이어지는 시공간을 차갑고 또 묵직하게 잡아낸다. 


그리고 대형으로 설치된 화면에 최대한 확대되어 송출되는 그의 입에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까지 그가 동독에서 겪었던 일화들이 서술된다. 시종일관 냉정한 태도로 독일 내 외국인 혐오와 인종차별에 관해 회고하는 그의 모습은, 그리고 그의 입을 통해 묘사된 독일은 섬뜩하리만큼 냉혹했고,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냉정한 현실이었다KW의 전시장에는 ADK보다 다양한 매체의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신시아 마르셀(Cinthia Marcelle)의 프로젝트 <Legendaries>는 문화예술 기관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개개인의 삶을 조명하는 것으로, 사진과 초대장 등의 소품이 전시되었다. 한편 ‘미디어시티서울 2016’에 참여 하기도 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작가 디네오 스샤 보파페(Dineo Seshee Bopape)는 부서진 벽돌과 기둥, 붉은 조명, 영상, 니나 시몬(Nina Simone)의 음악 등으로 KW의 가장 큰 전시공간을 가득 채워 인종차별과 광기에 관한 장면을 재현했다. 





Okwui Okpokwasili <Sitting on a Mans Head> 2018 An unfolding s

core for a collective utterance, the ongoing making of an 

I, you, we, and us, project design collaborator Peter Born, 

performance, installation view, 10. Berlin Biennale, 

KW Institute for Contemporary Art, Berlin, courtesy Okwui Okpokwasili, 

photo: Timo Ohler





종종 퍼포먼스 작업을 선보이기도 했던 조안나 피오트로프스카(Joanna Piotrowska)는 이번 전시에서 소비에트 몰락 이후 폴란드의 정치적 상황이 가족 구성원과 여성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사진 작품들을 통해 드러냈다. 특히 아프리카 출신의 여성작가들의 작품들이 유독 인상적이었다. 앞서 언급했던 나타샤의 영상은 물론이고, 나이지리아 동부 여성들의 저항의 몸짓을 모티브로 삼은 오쿠위 옥포콰실리(Okwui Okpokwasili)의 퍼포먼스와 슈프레 강가에서 펼쳐진 코엘라 푸투마(Koleka Putuma)의 퍼포먼스는 인종차별과 젠더 이슈에 맞서는 흑인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참여 작가인 헤바 Y. 아민(Heba Y. Amin)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타자를 완전히 정복할 수 있다는 식민주의적인 사고방식은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태도와 동일하게 볼 수 있으며, 그렇게 쓰인 기존의 역사를 다시 쓰는 것만이 결국 식민지화 된 과거와 현재를 무너뜨리는 방법”이라고 언급했다.1) 


독일 표현주의 회화의 선구자로 꼽히는 키르히너는 1911 <Milly Asleep>을 완성했다. 그의 화폭에 등장하는 흑인 여성은 풍만한 가슴과 몸매, 붉은 입술, 그리고 에로틱한 포즈를 취한 채 그의 앞에, 그리고 우리 앞에 누워 있다. 이 여성의 실제 이름이 밀리였을까? 서커스의 단원에서 이름 없는 모델로, 그리고 예술이라는 이름하에 남성 욕망의 대상으로 전락하기까지 모델은 어떤 경험을 한 것일까? 그는 여전히 말이 없다. 그러나 전시장에서 만난 그들은 더 이상 침묵으로 일관하지 않았다. 그들의 작품은 주어의 자리에서 새로운 역사쓰기를 위한 예술 실천의 결과물이었다. 첫 번째 전시장을 둘러보며 ‘아프리카 미술이 생각보다 적다’고 생각했던 나는 한 세기 전 활동했던 이 백인남성 작가와 무엇이 다른지, 혹시 ‘Black art or White art?’를 묻던 사람들 중 한 사람은 아니었을지 비엔날레의 마지막 전시장을 빠져나오며 재차 되물었다.   

 

[각주]

1) 『아트포럼(ARTFORUM) 2018 6 5 

https://www.artforum.com/ interviews/heba-y-amin-discusses-her-work-in-the-10th-berlin-biennale-for-contemporary-art-75675

 


글쓴이 박은지는 성신여자대학교에서 미술사학과 석사학위 취득 후, 국립현대미술관 인턴을 거쳐()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국제교류를 위한 전시업무를 담당했다. 현재 베를린 예술대학교(UDK) 미술교육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며, 아티스트 북을 리서치하고 그것에 관한 이론 및 전시기획론을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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