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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42, Jul 2018

트랜스휴먼, 그들이 사는 방법

France

Capitaine futur et la supernature
2018. 4.4-2018.7.15 파리, 게떼 리릭

우스꽝스러울지 모르겠으나, 작년 한 해는 포켓몬의 해였다고 감히 말하겠다. 2016년에 출시된 모바일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게임 ‘포켓몬 고(Pokémon GO)’의 뜨거웠던 인기가 떠올라서다. 등장한 지 일주일 만에 미국에서만 하루 이용자 수 2,100만 명을 돌파하며, 무서운 속도로 전 세계에 확산된 이 게임은 이전에 출시된 유명 모바일 게임들은 물론, 세계 최대 SNS인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세운 어플리케이션 흥행기록들을 단숨에 갈아치웠다. 게임의 스토리는 아주 간단하다. 우리 주변 곳곳에 숨어 사는 괴물들을 찾아내 잡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단순한 논리로 짜인 듯하지만, 사실 포켓몬 고는 ‘위치’라는 공간데이터를 백분 활용하여, 현실과 가상이 완벽히 일치하는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구축해낸 일명, ‘증강현실 게임’이다. 앞을 보는 대신 몬스터를 잡는 것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가던 길을 멈추었던 유저들, 자신의 스마트폰에 포획된 갖가지 몬스터들의 종류와 수를 헤아리는데 열을 올리던 유저들이 한둘이 아니다. 증강현실기술의 높은 몰입 효과를 가히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세상을 한바탕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포켓몬 고 신드롬’은 일 년도 채 지나지 않아 시들해졌다. ‘왜 이토록 우리는 괴물채집에 열광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민망할 정도다. 사람들은 벌써 다른 놀잇감을 기다리는 모양새다. 포켓몬 다음은 무엇인가? 괴물도 다 잡았겠다. 우리는 이제 무엇을 잡아야 하나?
● 정지윤 프랑스통신원 ● 사진 Gaité Lyrique 제공

Exposition 'Capitaine futur et la supernature' Gaité Lyrique, Paris 2018 ⓒ Vinciane Verguet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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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윤 프랑스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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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을 필두로 한 뉴테크놀로지 시대의 풍경 속에는 기이한 것들이 많다. 이를테면, 인간의 육체 혹은 지능을 본 따 만든 로봇, 자연과 기술이 융합된 트랜스휴먼, 하이브리드형 인공생명체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이미 꽤 오래전부터 수많은 공상과학 소설과 영화 속에서 로봇, 괴물, 이름 모를 잡종 생명체로 등장하며, 신비로운 존재감을 내세운 바 있다. 그리고 불과 반세기가 지나기도 전에, 이들은 픽션을 넘어 현실계(Real)로 건너왔다. 앞서, 언급한 ‘포켓몬 고’에 나오는 희귀한 괴물들 역시 자연과 첨단기술이 결합하여 나온 결과물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곤충과 동식물들의 외형과 많이 닮아있지만, 초월적인 힘과 신비한 능력을 지닌 포켓몬스터들은 21세기 하이브리드형 인공생명체인 셈이다. 실제로 포켓몬의 최초개발자, 타지리 사토시(Satoshi Tajiri)는 급격한 도시화로 자연과 멀어져 버린 현대의 아이들에게 채집이라는 놀이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었다는 감동적인 탄생 일화를 밝힌 바 있다. 게임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역시나 증강현실이 가져온 높은 몰입효과에서 찾아볼 수 있겠다


GPS 기술을 기반으로, 우리가 실제 있는 현 위치를 실시간 파악하여 모바일이라는 가상공간과 동시화시킨 ‘포켓몬 고’는 곧 현실과 가상의 시공간이 완벽히 일치하는 증강현실, 그 자체이다. 사실 이 게임이 본래 겨냥했던 주 대상은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개발자의 의도는 2030 세대들의 마음을 더욱 깊게 관통한 듯하다. 숲 대신 고층건물과 도로가 즐비한 회색 도시를 헤매는 2030에게 ‘포켓몬 고’는 곤충채집에 온종일 시간가는 줄도 몰랐던 유년 시절의 노스탤지어를 강하게 자극하기 때문이다. 비록 ‘포켓몬 고’의 인기는 식었으나, 요즘 게임, 영화, 드라마, 예술전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포스트 포켓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현재, 파리에 위치한 디지털 문화예술 공간, 게떼 리릭(GaitéLyrique)에서 진행 중인 전시도 그중 하나다. 미래의 생태계를 유희적으로 조망한 <미래 선장과 초자연(Capitaine futur et la supernature)>전은 포켓몬만큼이나 진기한 생물체들로 가득 차 있다. 아직 원조 포켓몬의 후유증이 가시지 않은 유저들에게 제격이리라. 





Sofian Audry, Stephen Kelly, Samuel St Aubin <Vessels> at Exposition 

<Capitaine futur et la supernature> Gaité Lyrique, Paris 2018 

 Catherine Aboumrad





초자연을 향한 탐험 여행은 미래의 선장이 남긴 편지 한 통으로부터 시작된다. 믿기 힘들 정도로 놀라운 생물의 다양성(biodiversity)을 보여주겠다며, 그가 우리를 초대한 곳은 <광활한 야생 웹(Wild Wide Web)>이라 불리는 곳이다. 그 속에는 거대한 형광 고무 튜브를 길게 늘어뜨린 덩굴 로봇이 자리하고 있고, 연못에는 불을 밝힌 전자수련들이 둥둥 떠 있으며, 머리 세 개와 로봇 팔 모양의 꼬리를 다섯 가진 돌연변이 원숭이와 지상에서 헤엄치는 물고기가 함께 마주 보며 살고 있다. 이곳이 바로 자연과 첨단기술이 만나 형성된 디지털 생태계, 초자연의 풍경이다. 화려한 LED 조명 빛을 발산하며 규칙적인 템포에 맞춰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기계생명체들의 움직임은 마치 수많은 악기가 단 하나의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오케스트라처럼 조화롭다. 로봇공학부터 인공지능, 인터랙티브 기술, 가상현실(VR), 메카트로닉스 기술, 생체음향기술에 이르기까지 최첨단 과학기술이 잉태한 인공생명체들의 향연이 이토록 경이로운 이유는 단순히 그들의 외관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각적 유희나 눈부신 기술력에만 기인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들의 내부적 구조, 다시 말해 인간만큼이나 세밀한 생체학적 정보를 가지고 있고, 나아가 인간이 느끼는 감각과 감수성까지 지니고 태어났다는 사실이 더욱 흥미로운 점이다. 소피안 오드리(Sofian Audry), 스티븐 켈리(Stephen Kelly), 그리고 사무엘 생 오방(Samuel St Aubin), 세 명의 디지털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모여 제작한 전자수련이 떠 있는 인공연못, <물그릇(Vessels)>을 이러한 점에서 주목해볼 만하다. 꽃봉오리에 전자조명과 감각 센서들이 접착된 이 수련들은 전기만 있으면 작동하는 일반 장난감이나 기계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예민한 생명체다. 이들은 실제의 수련처럼 수질과 대기질, 온도, 기압, 빛의 세기, 소리의 강도를 자동으로 감지할 줄 알고, 성장에 필요한 적절한 환경이 제공되지 않으면 민감하게 반응할 줄 아는 감각 운동이 뛰어난 스마트한 수련이다. 





R. Sebjanic <Aurelia 1+Hz / Proto Viva Generator> at Exposition 

<Capitaine futur et la supernature> GaitéLyrique, Paris 2018 

 Miha Fras(Archive Gallery Kapelica)  

 



뒤이어, 레아 포르티에(Léa Portier)의 작품 <버려진 바닷가에서(Sur la plage abandonnée)>에 등장하는 조개들의 이야기도 무척이나 감성적이다. 헤어짐을 목전에 둔 조개 연인의 이별 장면을 연출하고자 했던 작가는 두 조개가 서로 소통하고 교감할 수 있도록 양방향 통신이 가능한 데이터 단말기를 설치해 주었다. 그들이 서로에게 이별을 고하는 순간, 굳게 닫혀있던 두 조개의 입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하고, 그 틈 사이로 아름답지만 애절한 샹송의 선율이 흘러나온다. 그렇게 그들의 마지막 순간이 지나간다. 대화를 나눌 수도, 소통할 방법도 있지만, 결국 헤어지고 마는 디지털 조개 연인의 사랑법은 우리의 사랑과 똑 닮아있다. 서로에게 아무리 말할 수 있어도, 어긋남이 존재하는 사랑이라는 감정. 무엇으로도 쉽게 제어되지 않는 이 감정은 이성과 과학, 기술이 무장한 트랜스 휴먼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인간과 인공생명체들이 반반인 세상, 자연과 기술이 자유자재로 결합되는 세상 속에서도 과연 휴머니티는 존재하는가, 트랜스 휴머니즘은 무엇인가에 대한 담론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낙관과 비관이 뒤섞인 가운데, 확실한 사실 한 가지는 인간이 인공생명체와 평화적 공존을 위한 새로운 생태계 구조를 모색하고 건설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로베르티나 세비아니치(Robertina Sebjanic)와 슬라브코 그라모카닌(Slavko Glamocanin)은 실제 심해 속에 살던 해파리와 기술로 배양 중인 해양인공 생물체가 같이 살 수 있는 인공 실린더 수족관 <프로토 비바 생성기(Aurelia 1+HZ / Proto Viva Generator)>를 제작했다. 두 종()은 오로지 서로가 방사하는 수중 음파에만 의존해서 소통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파장을 감지한 해파리 무리는 본인들의 촉수를 쉴 틈 없이 움직이며, 새 환경에 적응할 시간과 성장이 좀 더 필요한 인공생명체를 보호한다. 수중에 퍼지는 잔잔한 떨림, 그 속에서 우리는 ‘나눔’을 통한 자연과 인공의 공존가능성을 본다. 그들이 사는 세상에는 새하얀 형광뿐이다. 찬란하게 아름다우나, 지나치게 이상적인 것은 아닌가. 이 황홀경이 너무나도 눈부셔서 보인 신기루가 아니길 바란다.  

 


글쓴이 정지윤은 프랑스 파리 8대학 조형예술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현대미술과 뉴미디어학과에서 「기계시대의 해체미학」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동 대학원 이미지예술과 현대미술 연구소에서 뉴미디어아트를 중심으로 예술과 기술의 상호관계 분석에 관한 박사논문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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