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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42, Jul 2018

세계 미술을, 미술시장을 읽다

Switzerland

Art Basel 2018
2018.6.12-2018.6.17 바젤, 바젤 전시장

‘아트 바젤(Art Basel)’ 디렉터 마크 스피글러(Marc Spiegler)는 2018년 행사 시작 전 한 인터뷰를 통해 “올해 아트 바젤의 목적 중 하나는 초대형 갤러리나 신흥 갤러리가 아닌 잘 확립된 중간급 갤러리가 성공하는 페어를 만드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작년 페어 이후, 지난 몇 년간 수십억 단위로 거래하는 큰 갤러리들이 ‘아트 바젤’을 통해 커다란 성공을 이루는 것과 달리, 70년대 페어 설립 이후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 규모가 작은 갤러리들이 컬렉터 층의 부재와 아트 마켓 불황으로 인한 타격으로 이윤을 남기지 못한다고 불평하는 비판들이 많이 나왔었다. 올해는 주최 측의 여러 프로그램의 개선과 더불어 전반적 미술시장의 강세가 지난 몇 년간 힘들었던 중간급 갤러리를 살리는데 큰 몫을 한 것 같다. 만족스러운 목소리가 여러 군데서 들렸던 이번 ‘아트 바젤’의 요모조모를 살펴보았다.
● 김유진 스위스통신원 ● 사진 Art Basel 제공

Guillermo Kuitca at Art Basel Unlimited 2018, Hauser & Wirth ⓒ Art Bas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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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스위스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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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만 5,000명의 관람객이라는 기록을 남기며 ‘아트 바젤’은 일주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지난 6월 17일 막 내렸다. 100여 명의 전 세계 개인 컬렉터뿐 아니라 파리의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 한국의 국립현대미술관,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Guggenheim Museum) 등 400개의 기관 관계자들이 참관했다고 주최 측은 알렸다. 35개국에서 모인 290개의 갤러리가 참여, 명실공히 가장 큰 규모의 국제 아트페어인 ‘아트 바젤’은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초청된 인사들만 참석할 수 있도록 프라이빗하게 운영한다. 큰 규모의 거래는 보통 이렇게 초기에 이뤄진다. 일반 관람객들에게 오픈하는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다양한 심포지엄, 퍼포먼스, 작가와의 대화 등 풍성한 이벤트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리스트(LISTE)’,  14회를 맞으며 새로 이사한 ‘볼타(VOLTA)’ 같은 작은 주변 페어들과 바젤 일대에서 열리는 전시들 역시 ‘아트 바젤’을 챙겨보게 하는 요인이다. 





Ibrahim Mahama at Art Basel Unlimited 2018, 

White Cube  Photo by Yujin Roth Kim


 



특히, 얼마 전에 바이엘러 재단 미술관(Fondation Beyeler)에서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와 베이컨(Francis Bacon)의 대화 형식으로 꾸린 <Bacon-Giacometti>, 샤우라거(Schaulager)의 브루스 나우만(Bruce Nauman) 회고전은 바젤을 미술 축제 분위기로 휩쓸기에 충분했다. 미술을 돈으로 환산하기는 좀 그렇지만, ‘아트 바젤’에서 만날 수 있는 4,000명 작가들의 작품에 보험회사가 매긴 금액은 35억 스위스 프랑(한화 약 3 9,181 1,000만 원)이라고 한다. 일반인들에겐 생경한 금액이고, 작가의 인기가 작업의 가치로 매겨질 수는 없기에 회의적으로 ‘아트 바젤’을 대하는 시선들도 있다. 하지만 미술계의 트렌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는 면에서 ‘아트 바젤’은 여전히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활발한 판매로 이번 페어의 화제가 되었던 작품 중 우선 조안 미첼(Joan Mitchell)의 작업을 뽑을 수 있겠다. 미국 추상주의 여성 작가인 미첼의 <Composition>(1969)은 갤러리 하우저 & 워스(Hauser & Wirth)를 통해1,400만 달러(한화 약 155 2,000만 원)에 한 유럽계 컬렉터에게 팔렸다. 데이비드 즈워너(David Zwirner)도 미첼의 <Untitled>(1958)를 높은 가격에 판매했다.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조지 콘도(George Condo), 카라 워커(Kara Walker)의 작업도 강세를 보이며 페어장의 열기를 높였다 한다. 지난 몇 년간, 글로벌 미술시장 내에서 메가급 갤러리들은 더욱 몸집을 불리고, 작은 갤러리들은 점점 사라지는 추세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컸다. 중산층 컬렉터들의 부재와 비엔날레, 옥션 등의 움직임에 따라 변동이 심한 시장 구조가 작은 규모 화랑에 많은 압박을 가했기 때문. 




Thomas Struth at Art Basel Parcours 2018, 

Marian Goodman Gallery  Art Basel  




뉴욕의 갤러리 데이비드 즈워너와 하우저 & 워스는 ‘아트 바젤’ 참여를 고려하는 소형 갤러리를 위해 대형 갤러리들이 20% 더 비싼 부스 참가비를 지불하기를 제안했고, 여러 곳에서 이에 동참했다. 뿐만 아니라 실제 보지 않고도 온라인으로 검토 후 구매할 수 있게 해, 사전 판매가 이뤄질 수 있었다. ‘아트 바젤’ 주최 측 역시 VIP 라운지 구성과 네트워킹 프로그램들로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노력했다.미술시장이 전반적으로 회복세인 덕분인지 이러한 프로그램의 힘인지 중형 갤러리들은 예년보다 훨씬 나은 성적을 거뒀다고 전했다내용 면에서는 일반 관람객이 미술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고 또 그동안 접하기 힘들던 거대한 작업들을 전시하는 ‘언리미티드(Unlimited)’ 섹션이 ‘아트 바젤’에서 가장 볼만하다. 


올해에도 워싱턴의 허시혼 미술관(Hirshhorn Mu-seum and Sculpture Garden)의 큐레이터인 지아니 예처(Gianni Jetzer)가 기획을 맡았다. 다만 작년에는 퍼포먼스나 키네틱 아트가 돋보였다면, 올해엔 섬유나 세라믹 등의 수공기술과 연관된 작업과 페미니즘 아트가 눈에 띄었다. 제니 홀저(Jenny Holzer) <Such Words> (2017) 2차 세계대전 경험을 담은 안나 스비르찐스카(Anna Swirszczynska)의 글을 대리석 벤치에 새겨 넣었다. 이탈리아 작가 라라 파바레토(Lara Favaretto)는 축제 때 뿌리는 콘페티(색종이) 조각을 사각틀에 눌러 만든 색색의 거대한 조각품을 설치하였다. 처음에 완벽했던 큐브들은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모양이 변했다. 검은색 큐브는 이미 둘째 날 무너졌다고 한다. Momentary Monument’ 시리즈로 - 속이 비어있는 대리석 기념비는 저금통처럼 쓰이며, 설치물이 파기되면서 그 속의 돈은 난민들을 돕는 기관에 보내진다 - 지난해 많은 주목을 받았던 파바레토는 공간, 설치, 인간 집단의 행위의 관계를 연구한다. 





Kostis Velonis at Art Basel Unlimited 2018, 

Kalfayan Galleries  Art Basel  

 



행복했던 순간과 사라지는 물질 사이에 남는 그 오묘한 우리 기억의 공간을 드러내는 작업이다. 루마니아 출신 아나 루파스(Ana Lupas) <Chrismas trees for the years to come>(1993)은 전통적 수공과 의식을 통해 루마니아의 역사적 정체성을 주제화한 작업이다. 트랜실바니아 지역의 전통적 지역 문화와 수공업을 지원하며 현대미술과 접목했던 그의 작업 <The Solemn Process>(1964-2008)나 한 지역 주민 모두를 동원해 같이 빨래를 널었던 <Humid Installation>(1970)은 작가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직접 염색하고 제조해 바닥에 펼쳐 보이는 소위 ‘떨어진 회화(fallen paintings)’로 유명한 폴리 아펠바움(Polly Apfelbaum) 17개의 긴 카펫으로 이뤄진 <Deep Purple>(2015)을 전시했다. 


아펠바움의 디자인에 맞춰 멕시코 전통 염색공과 직조공들이 제작한 이 작업은 추상미술, 패션, 조각의 크로스 장르 작업으로, 작가의 시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감성이 돋보인다.올해 ‘언리미티드’에서 또 돋보였던 점은 아프리카 지역의 정체성과 관련된 작업들 많았다는 점이다. 수백 개의 구두 닦기 상자를 아상블라주(Assemblage)한 가나 출신의 작가 이브라힘 마하마(Ibrahim Mahama)의 작품은 입구에서부터 관람객을 압도한다. 하나의 물질에 응축된 사회적 정체성이 잘 드러나는 작업이다. 이외에도 작년 흑인 여성 최초로 ‘터너상(Turner Prize)’을 받은 루바이나 히미드(Lubaina Himid)가 흑인 노동자들의 정체성을 되돌려주는 작업과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 위에 드로잉 한 정치 비판적 작업들도 돋보였다. 라쉬드 존슨(Rashid Johnson) <Antoines Organ>(2016)은 책장 모양의 대형조각으로 안에서 나는 피아노 소리가 관람객의 발을 멈추게 했다. 자세히 보면 수많은 식물들 사이로 앙투안이라는 피아니스트가 페어 내내 연주하고 있었다. 1970, 80년대 다양한 흑인문화와 관련된 서적, 비디오, 음악 및 생활용품들이 모여 있는 이 설치물은 그들의 이슈에 대한 역사적 접근을 보여준다.





Polly Apfelbaum at Art Basel Unlimited 2018, 

Frith Street Gallery  Art Basel





몇 가지 공공미술 작업도 이번 ‘아트 바젤’의 하이라이트로 꼽을 수 있겠다. 라라 알마세기 (Lara Almarcegui)는 매일 250t의 자갈을 페어 홀 앞으로 날랐다. 지난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에서는 스페인 국가관을 건축학적으로 분석해 그 건물에 사용된 건축 자재를 물질 그대로 가득 채웠던 이 작가는 바젤이라는 도시의 건축물에 가장 많이 쓰인 재료가 자갈이라는 점에 착안, 건축적 풍경의 변화를 꾀한 것이다. 알마세기는 도시 건축, 재건설, 건축물 재활용 등의 관계를 연구하며, 도시구조의 변화를 가장 기본적 단위의 물질로 형상화하고 있다. 산처럼 쌓여있는 돌들은 많은 관람객에게도 분명 새로운 경험이었다. 


뮌스터 플라츠 주위로 설치된, 올해로 세 번째를 맞는 ‘파쿠흐(Parcours)’도 ‘아트 바젤’의 중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 있다. 내러티브의 정치적 가능성을 주제로 사무엘 로이엔베르거(Samuel Leuenberger) 기획한 23개의 작업들이 박물관과 교회 등 도시 곳곳에 설치되었다. 토마스 스트루스(Thomas Struth)는 갓 삶의 경계를 지난 동물들의 사진들을 전자 음악 기타연주와 함께 교회에서 전시했다. 피에르 위그(Pierre Huyghe)의 작업<Exomind (Deep Water)>는 쪼그리고 앉아있는 여성의 조각으로 머리 부분은 벌집으로 이루어져 있다. 거기엔 실제 벌들이 서식하는데, 그것이 그 주변 식물 환경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한다. 이번 ‘아트 바젤’은 이전의 미디어 중심에서 벗어나 페미니즘, 흑인미술 등 사회적 정치적 이슈에 관심을 불러 모은, 의식 있는 페어였다. 

 


글쓴이 김유진은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그 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했다. 현재 스위스 취리히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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