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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43, Aug 2018

메리 코스 회고전: 빛을 쫓는 여정

U.S.A

A Survey in Light
2018.6.8-2018.11.25 뉴욕, 휘트니 미술관

72살에 여는 첫 미술관 개인전이다. 메리 코스(Mary Corse)는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이나 로버트 어윈(Robert Irwin) 같은 남성 동료 작가들이 화려하게 주목받는 동안 조용히 자신만의 작업에 정진해왔다. 부단히 빛을 쫓는 그의 주요한 작업들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에서 빛과 페인팅의 관계를 연구해 온 노력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메리 코스의 대표작인 ‘화이트 라이트(White Light)’ 시리즈, ‘블랙 어스(Black Earth)’ 시리즈 등이 뉴욕의 거대한 화이트 박스(White Box)인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에서 전시되고 있다. 메리 코스는 60년대와 70년대 서부의 미니멀리스트 그룹인 ‘라이트 앤 스페이스 무브먼트(Light and Space Movement)’에서 래리 벨(Larry Bell), 존 맥크레켄(John McCracken)과 함께 활동하며 ‘빛과 인식’의 관계를 탐구해왔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코스의 대표작들을 포함해 초기의 변형 캔버스(Shaped Canvas) 작업들도 소개되고 있다. 작년 7월 휘트니 미술관에 새로 합류한 킴 코나티(Kim Conaty) 드로잉 프린트 분야 큐레이터가 기획한 전시로 미술관 6층 공간에 가벽들을 세워 각 전시실마다 시대별 작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치했다. 전시장 입구에는 20대 시절의 메리 코스가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작업 중인 모습이 담긴 영상이 시선을 끈다. 전시는 이 작은 스크린 속 영상을 시작으로 차근히 작가의 지난 50년 주요 작품들을 따라간다. 그의 빛을 좇는 여정은 메리 코스가 미술학교(Chouinard Art Institute)*에 다니기 위해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LA 다운타운으로 이사한 1964년, 그가 19살이 되던 해에 시작된다. 추상 표현주의적 회화 그리기를 멈추고 하얀색이 가득한 변형 캔버스 작업을 하면서 하얀 아크릴 물감을 겹겹이 쌓던 중 느낀 빛의 진동에 아주 강한 끌림을 받는다.
● 전영 미국통신원 ● 사진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제공

Installation view of 'Mary Corse: A Survey in Light' at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June 8-November 25, 2018). From left to right: 'Untitled (White Light Series)' 1966; 'Untitled(Black Light Painting)' 1975 ⓒ Mary Corse. Photograph by Ron Amstu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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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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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박스(Light Box) 


1966, 메리 코스는 둥둥 떠 있으면서도 페인팅한 것 같은 하얀 빛을 표현하고 싶었고 이것을 현실화하기 위해 부지런히 재료와 기술에 대한 연구를 했다. 2년 후, 테슬라(Tesla) 코일1) 발전기를 통해 전선 없이도 전기가 통하는 조명을 직접 만들어 냈다. 작품 스스로가 무선으로 빛을 낼 수 있게 한 것이다. 특수 아크릴수지(Plexiglass) 프레임 안에 든 아르곤 가스(Argon Gas)가 빛을 내는 라이트 박스가 되고, 이 복잡한 과정을 이해하고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 대학에서 따로 물리학 수업을 받기까지 한다. 그 연구의 결과인 <Untitled (Space+ Electric Light)>(1968) 앞에 서면, 내부의 고주파 발생기로 인해 울리는 윙윙거리는 소리와 함께 맞춰 진동하는 파란색의 빛 (부드럽게 빛을 내는 가스의 순간적 움직임)을 볼 수 있다.





<Untitled(Two Triangular Columns)> 1965 

Acrylic on wood and plexiglass, two parts 92×18 1/8×18 

1/8 in.(233.7×46×46cm) and 92×18 1/16×18 in.(233.7×45.9×45.7cm)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gift of Michael Straus

 in loving memory of Howard and Helaine Straus  2016.6a-b  

 




화이트 라이트 시리즈(White Light Series)


라이트 박스를 만들어낸 같은 해, 메리 코스는 또다시 새로운 물질에 매료된다.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차선의 반짝이는 빛으로 인해 발견하게 된 유리 마이크로스피어(Glass Micro-spheres)2)  작가를 대표하는 화이트 라이트 회화의 주재료다. 해 질 녘 말리부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해를 등지고 달리던 작가는 고속도로 바닥에서 반짝이며 빛나는 물질에 호기심이 생겼다. 고속도로 부서로부터 포장도로 표시에 사용되는 페인트에 유리 마이크로스피어가 섞여 있다는 것을 배웠고 그 재료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 끝에 자신의 작업에 사용할 수 있는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어 낸다. 4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유리 마이크로스피어는 메리 코스의 작업에 빼놓을 수 없는 주재료로 사용되며 그 작업에 깊이를 더해가는 중이다. 인간이 빛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사람의 눈이 빛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관심을 갖고 작업하는 작가에게 유리 마이크로스피어는 아주 흥미로운 재료이다. 관람객이 작품을 바라볼 때 아크릴 물감과 섞인 유리 마이크로스피어가 캔버스의 색과 텍스처를 변하게 한다. 작품의 표면을 움직이게 하고, 완성하는 것은 관람객의 몫으로 그림과의 상호 작용이 중요한 작업이다. 작품이 빛을 반사하고, 굴절하며, 빛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그 독특한 작품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 다양한 위치에서 작품을 바라보아야 한다.





Installation view of <Mary Corse: A Survey in Light>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June 8-November 25, 2018).

 From left to right: <Untitled(First White Light Series)> 1968;

 <Untitled(White Light Series)> 1966; <Untitled(White Grid, Vertical Strokes)> 1969. 

 Mary Corse. Photograph by Ron Amstutz  

 

 



블랙 어스, 블랙 라이트(Black Earth, Black Light)


코스는 1970년대, LA에서 토팡가 캐니언으로 보금자리를 옮기게 된다. 거대하고 광활한 자연환경에 영향을 받은 작가는 새로운 작업을 하게 되는데 이전의 ‘화이트 라이트’ 시리즈와는 반대적 개념의 ‘블랙 어스’ 시리즈가 탄생하게 된다. 60년대에는 희고, 맑고,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작업이었지만 대자연인 토팡가 캐니언에 오면서 실체가 있는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Untitled (Black Earth)> (1978)는 두 개의 반짝이는 검은 세라믹 조각으로 스튜디오 밖에 있는 큰 바위를 재현한 작품이다. 젖은 점토를 바위에 올려 본뜬 후 구워냄으로써 작가가 살고 있는 땅의 자연 지형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2m가 훌쩍 넘는 크기의 조각을 제작하기 위해 스튜디오 주변에 작가가 직접 가마를 만들었고 원하는 미적 결과를 얻기 위해 다시 과학적 기술을 연마했다. 반짝반짝 윤이 나는 검은 표면은 주변 빛을 반사하고 또 흡수하면서 메리 코스가 빛을 쫓는 작가임을 재확인시켜준다.

 




<Untitled(Octagonal Blue)> 1964 Metal flakes 

in acrylic on canvas, 93×67 1/2 in.(236.2×171.5cm) 

Courtesy Kayne Griffin Corcoran, Los Angeles, Lehmann Maupin, New York; 

and Lisson Gallery, London. Photograph  Mary Corse  






다시, 화이트 라이트(New Forms in White Light)


1970년대 이후 메리 코스는 화이트 라이트 페인팅을 기본으로 더 직관적인 작업 과정에 눈을 뜨게 되었다. 더 큰 캔버스에 아치(Arch)와 밴드(Band) 같은 새로운 모티브를 시도했으며 검정색과 흰색을 한 캔버스 안에 입히기도 한다. 복잡한 격자 구조 대신 두꺼운 수직 밴드로 캔버스를 정렬한 ‘이너 밴드(Inner Band)’ 시리즈는 현재까지도 제작되고 있다. 유리 마이크로스피어가 물감과 섞인 부분과 무광택 흰색 아크릴 물감 부분을 나눈 시리즈로 이 그림들은 보는 이가 작품 앞을 지나갈 때 밴드가 완전히 사라지게 할 수도 나타나게 할 수도 있다. 이런 효과를 내는 기술은 그의 탑 시크릿, 오로지 작가 자신만이 구현할 수 있는 작업과정이다. 이 시리즈에서도 역시 빛이 작품의 주인공이다. 지난 50여 년간 메리 코스가 작품을 통해 집요하게 물어온 질문이 있다. 회화가 어떻게 빛을 구현할 수 있는가? 그는 빛의 효과를 묘사하기보다는 빛을 직접 포착하여 파동, 굴곡 등 빛이 반사되고 굴절되는 독특한 특성을 캔버스 내부에 표면화시킨다. 로버트 어윈, 제임스 터렐과 같은 작가들이 공간에서 경험하는 식으로 빛의 주변 특성을 설명했다면 그는 빛의 물리적, 형이상학적 특성을 그림의 2차원 영역으로 가져오려고 노력했다. 그렇기에 움직임과 시간은 메리 코스의 작업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Untitled(White Multiple Inner Band)> 2003 Glass

 microspheres and acrylic on canvas 96×240 in.(243.8×609.6cm) 

Courtesy Kayne Griffin Corcoran, Los Angeles, Lehmann Maupin, 

New York; and Lisson Gallery, London. Photograph  Mary Corse 





또한, 그의 작업이 매력적인 이유는 한 가지 주제를 집요하게 파고들면서도 그 매체를 특정 물질에 국한하는 것을 거부하고 다양한 시도를 했다는 것이다. 변형 캔버스에서부터 3차원 구조, 라이트 박스, 세라믹 작업인 ‘블랙 라이트’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그의 모든 작품은 시각적 빛의 경험을 생성하는 매개라고 할 수 있다.  원래 남성 중심이었던 라이트 앤 스페이스 무브먼트에서 메리 코스는 그리 주목받지 못하는 작가였다. 로버트 어윈이나 댄 플래빈(Dan Flavin)과 함께 그룹 전시를 했을 때는 이름조차 리뷰에 언급되지 못할 때도 많았다. 그러나 올해의 스포트라이트는 그를 비추고 있다. 지난달에 런던 리슨 갤러리(Lisson Gallery)에서 개인전을 성황리에 마치고, 현재 뉴욕 디아비콘(Dia:Beacon)에서 빛과 공간을 탐구한 다른 캘리포니아 작가들의 작품들과 함께 그의 작품이 전시 중이다. 내년 여름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에서 개인전이 예정되어 있다. 음지에 있던 그가 새로 조명되고 있는 현재, 미술계는 큰 관심과 애정으로 그를 지지하고 있다.   

 

[각주]

1) 테슬라 코일(Tesla coil) 1891년 즈음에 니콜라 테슬라가 발명한 전기 공진 변압기 회로이다. 수백만 볼트 이상의 높은 전압, 낮은 전류, 높은 진동수 교류 전기를 만드는 데 쓰인다.

2) 지름이 1mm를 초과하지 않은 유리로 만든 진공 알갱이다. 도로표지용 패널이나 반사표지, 영화 스크린의 제조용으로 사용하거나 비행기 제트엔진이나 금속표면을 깨끗이 할 때 사용된다.

 


글쓴이 전영은 뉴욕의 큐레이팅/아트 컨설팅 회사인 스파크 아트 매니지먼트의 프로젝트 매니저이자 독립 큐레이터이다. 고려대학교에서 한국)화와 불문학을 전공했고 프랫인스티튜트에서 문화예술경영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브루클린 미술관(Brooklyn Museum), 아시아 컨템포러리 아트위크(Asia Contemporary Art Week), 아모리쇼(The Armory Show) 등에서 근무했었으며, 현재 뉴욕 동시대 미술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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