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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44, Sep 2018

쥘 드 발랭쿠르
Jules de Balincourt

아무런 말없이 모든 걸 말한다.

포트워스 모던아트 뮤지엄의 협업 큐레이터 알리슨 허스트(Alison Hearst)는 쥘 드 발랭쿠르(Jules de Balincourt)의 개인전 를 치르며 이런 말을 했다.“현대 미술의 개념적이고 이론에 기반한 흐름에 반해, 의식적이면서도 무의식적인 사고의 경계를 탐구하는 쥘 드 발 랭쿠르의 작품은 즉각적이고 직관적이며 동시에 개방적이다”라고. 발랭쿠르는 대담하고 화려한 색채, 거칠지만 섬세한 필치, 풍부한 표현력, 독특한 구성법, 서사의 잠재성 등 다양한 매력을 바탕으로, 팝아트와 포크아트, 추상 양식과 구상 양식의 경계에 선 회화와 조각을 선보이는 예술가다. 상업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사로잡은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 이마크 미술사 ● 사진 빅토리아 미로(Victoria Miro) 제공

'Itinerant Ones' 2013 Oil and acrylic on panel 243.8×243.8×6.3cm, 96×96×21/2in ⓒ Jules de Balincourt Courtesy the artist and Victoria Miro, London/Ven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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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크 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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쥘 드 발랭쿠르의 작품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그가 자란 캘리포니아 남부의 풍경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그의 시그니처인 화사하면서도 강렬한 컬러는 캘리포니아의 뜨거운 태양을 연상시킨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에서 적잖은 영향을 받았다는 그에게 캘리포니아는 일종의 유토피아 가든이다. 하지만 발랭쿠르는 원래 파리에서 태어났다. 미국에 정착하기 전까지는 프랑스, 스위스, 스페인 등 유럽의 여러 지역을 옮겨 다니며 살았다. 작가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경험하며 외부인으로서 사회를 경험했다. 경험과 문화 및 사회 현상 등 그를 둘러싼 삶의 모든 것에서 영감을 얻는 그는 이 과정에서 사회의 권력 구조에 의문을 제기하고 미국의 사회, 문화, 정치 이슈를 풍자하면서 작품에 현 시대상을 담아냈다. 물론 지금도 그는 여전히 외부인이자 관찰자로 미국에 살고 있다. 발랭쿠르는 현 시대상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풍자하지만, 현재를 직접적이거나 사실적으로 드러내지는 않는다. 그의 작품에선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사이의 긴장감이 팽팽하다. 





<Dancing Cowboys> 2016 Oil on panel 

86.4×76.2cm, 34×30in  Jules de Balincourt Courtesy 

the artist and Victoria Miro, London/ Venice





“태양 빛을 내뿜는 작은 낙원인 캘리포니아는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적 내러티브 사이 훌륭한 경계선이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그의 이미지는 순수한 유토피아에서 디스토피아로 넘어가려는 지점에서 두 개념을 동시에 환기한다. 그의 작품을 여러 시선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회화는 탈출의 한 형태다. 나는 (작품을 통해) 미지의 세계로 뛰어든다.”는 그의 말처럼, 작가는 스스로 관심을 끄는 요소에 집중해서 세부적으로 파고드는 방식으로 화면에 새로운 미지의 세상을 창조해낸다. 공적인 공간과 사적인 공간을 조사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풍경을 제안한다. 특히 작품 <High and Low>(2013)는 들여다볼수록 이 세상 이미지가 아닌 듯 모호하다. 대부분 조각상과 나무, 인물에 그림자가 있지만, 일부 인물은 그림자가 없다. 앞쪽 건물은 창문으로 안쪽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세밀하게 묘사됐지만, 나머지는 희미하게 뭉개지며 뒤로 갈수록 점점 흐릿하다. 건물의 시점 또한 어긋나 있다. 분명히 존재하는 듯하나 사실은 어디에도 없는 세상이다. 발랭쿠르는 특정 장소나 시간을 도무지 연상할 수 없는 세상을 만들어낸다. 인간과 환경의 불확실한 관계를 주시하며 연약하고 불안정한 세계를 그리는 그의 캔버스에서 리얼리티는 픽셀화 되며 해체된다. 





<Idol Hands> 2012 Oil on wood panel 

193×167.6cm, 76×66in  Jules de Balincourt 

Courtesy of the artist, Salon 94, New York and 

Victoria Miro, London/Venice 




다채로운 추상 요소가 혼합되며 묵시적이고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작가가 구현한 세계를 해석하는 건 전적으로 관람객의 몫이다. 발랭쿠르는 자신의 작품과 관람객 사이의 장벽이 사라지길 바란다. 누군가는 그를 “가장 민주주의적인 예술가”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세상을 자신만의 언어로 번역한다. 발랭쿠르는 오로지 직감에 의존해 직관적이고 무의식적인 방식으로 그림을 완성해나간다. 예비 스케치나 밑그림을 그리지도, 미리 계획을 세우지도 않으며 혹여 계획을 세우더라도 초기 계획대로 그림을 이어가지는 않는다. 한 번에 최대 작품 10점을 동시에 그리면서 한 작품을 그리다가 다른 작품으로 넘어가기도 한다. 그의 자유 연상법은 한 화면에서뿐 아니라 여러 캔버스 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순수하고 추상적인 이미지를 추구하며, 잠재의식을 파고들고 추상 공간과 논리적 내러티브가 공존하는 세상을 만든다. 작가는 단지 작품에 추상적 형태나 요소를 던져놓을 뿐, 이내 즉흥적이고 본능적인 터치가 이어지면서 오로지 직감에 의존한 꿈으로 변모한다. 




<Sanctuary> 2016 Oil and acrylic on panel 

111.8×121.9cm, 44×48in  Jules de Balincourt 

Courtesy the artist and Victoria Miro, London/Venice




비현실적이고 목가적인 그의 작품은 마치 꿈처럼 배경, 장소, 시간이 순간적으로 바뀔 수 있다. 그의 화면에서는 추상적이고 표상적인 이미지가 충돌하고 현실과 가상 사이 지점을 표류하며 비선형 서사가 완성된다. 그렇다. 발랭쿠르의 작업은 늘 무언가의 경계에 서 있다. 작가는 한 가지 아이디어로 전체 작업을 관통하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는 주제 하나를 선택하는 데 관심이 없다. 그의 작품은 마치 교차로처럼 어느 방향이든 뻗어 나갈 수 있다. <They Were Just Looking for a Sheltered Cove>(2017) 속 햇살 아래 밝은 보랏빛 바위가 있는 햇살이 가득한 코브는 언뜻 보기엔 휴가지 같다. 보트도 곳곳에 흩어져 있다. 하지만 등장인물 중 누구도 바다에서 노를 젓거나 해변에서 일광욕하지 않는다. 이들은 관광객일 수도 피난민일 수도 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군중이 파티를 벌이는지 시위 중인지 알 수 없다. 그의 작품은 마치 현시대의 삶의 불확실성을 대변이라도 하듯, 이중성과 불확실성을 장착한 채 여러 세계 사이를 움직인다. 그는 개인과 집단 경험을 구성하는 육체적, 정신적 현실을 확대하거나 축소한다. 결과물은 서로 다른 경험치를 지닌 인간 사이 하모니이자 충돌이다. 





<Valley Pool Party> 2016 Oil on panel 

61×50.8cm, 24×20in  Jules de Balincourt Courtesy 

the artist and Victoria Miro, London/Venice




발랭쿠르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예술을 다각화한다. 자신을 규격화된 예술 문법이나 유형에 가둬두지 않는다. 지나치게 학문적이거나 개념적인 회화를 거부하면서, 작품에 특정 미술사조나 사상, 예술 이론을 언급하지 않는다. 회화의 다양한 가능성을 바탕으로 상상의 지형에서 텍스트, 추상화에서 구상적 형상으로 자유자재로 이동하며, 결코 대상을 한정 짓지 않는다. 그의 작품은 때로는 거대한 인물과 소인 같은 비현실적이고 현실적인 이미지를 한 화면에 동시에 담아낸 꿈처럼 낯선 풍경이면서도, 때로는 현실에서 봄 직한 건물과 익숙한 풍경을 담은 일반적 풍경화 같기도 하다. 낙원이면서도 종말 직전의 세상 같기도 한 환상과 실재 사이 꿈같은 그림은 삶의 이미지를 넘어 기억과 상상력을 덧댄 모호함을 심는다. 





<Itinerant Ones> 2013 Oil and acrylic on panel 

243.8×243.8×6.3cm, 96×96×21/2in 

 Jules de Balincourt Courtesy 

the artist and Victoria Miro, London/Venice





완전히 추상적 형태로 작품을 가득 채우다가도, 곳곳에 추상과 구상을 적절히 혼합하면서 다양한 변주를 꾀하는 그가 앞으로 또 어떤 세상을 작품에 담아낼까? 발랭쿠르가 보는 이의 다양한 관점에 따른 해석을 적극적으로 열어 놓는 만큼, 관람자의 상상력을 또한 다양한 갈래로 뻗어나가며 작품 너머 세상을 완성한다. 이렇게 작가와 관람자의 손을 통해 작품에 세상 안팎에 존재하는, 혹은 존재하지 않는 모든 것을 담아내는 작가의 영리하고 자유로운 작업방식이 앞으로도 빛을 발하리라 기대된다.  


 


쥘 드 발랭쿠르

Jules de Balincourt 2017 

Photography  James Chororos





작가 쥘 드 발랭쿠르는 1972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 1980년대 초 미국으로 이주, 캘리포니아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캘리포니아 컬리지(California College of Arts and Craft, San Francisco)와 뉴욕 헌터 컬리지(Hunter College)에서 수학했다. 2000년대 초 본격적으로 아트 신에 뛰어든 이후로 비평적이고 상업적인 성공을 동시에 거두었고, 특히 2005년 모마 PS1의 <GREATER NEW YORK>전과 2007년 런던 왕립예술원에서 열린 <USA TODAY>에 작품을 선보이며 국제적 레벨을 쌓아나갔다. 지난 3월 런던 빅토리아 미로에서 개인전을 마친 그는 현재 뉴욕 브루클린에 거주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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