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작가는 컴퍼니(Company: 황 지아오 & 마 쿤 & 씨앙 정(Huang Jiao& Ma Kun & Xiang Zheng)), 리우 청루이(Liu Chengrui), 레이 레이(Lei Lei), 마 치우샤(Ma Qiusha), 무 웨이 & 예 쯔총(Mu Wei & Ye Zhicong), 톤 마크(Ton Mak), 쑤 바청(Xu Bacheng), 클라우드 랩(Cloud Lab: 청 하이잉 & 리 쿤 & 리 홍홍(Cheng Haiying & Li Kun & Li Honghong)), 예’엘라 윌찬스키(Ye’ela Wilschanski), 정 즈하이(Zheng Zhihai) 등으로, 이들은 모두 젊지만, 국제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일부는 한국에도 소개된 적이 있는 작가다. 본 전시를 위해 제작된 신작뿐만 아니라 작가들의 기존 작품은 새롭게 재해석되어 전시와 기획 의도를 더 풍부하게 점도 흥미로웠다. 흥미롭고 기획 의도를 선명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을 몇 소개하자면, 먼저 공공장소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위크숍을 하며 공동작업을 하거나 그들에게 영향받은 것을 실행하는 클라우드 랩의 작품을 꼽을 수 있다. 조명과 움직이는 장치를 이용한 작품이 바람개비처럼 돌아간다. 같은 벽면에는 아동의 발전 단계에 대한 과학적 인식, 관련 학자의 연구와 문학 등에서 발췌한 글을 볼 수 있다. 이것을 통해 기획자는 ‘아동기’라는 명사가 최근 수 세기 동안만, 그것도 일부 사람들에 의해서만 존재했던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아동에 대한 개념이 없던 시절 어린이들 겪었던 불행과 수난에 접근하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 전쟁이나 기아와 같은 재앙에 가장 큰 희생자는 항상 어린이다. 그리고 이것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반복될 것이다. 아동기 역사에 대한 고찰은 당대의 성인 사회의 문제를 거울처럼 반영하는 어린이들의 현실을 살피고 드러내는 관점으로 교차하며 전환된다. 다음 작품을 보기 위해서는 오래된 교실에서 흔히 보이는 목재 소재로 반쯤 가려놓은 벽 아래로 몸을 숙여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 속에는 교실 뒤편에 아이들의 작품을 전시하듯 액자가 줄지어 서 있다. 자세히 보면 모두 비슷한 얼굴들이다. 이것은 마 치우샤의 ‘자화상’ 시리즈로, 1990년부터 2000년까지 그린 총 59점의 그림이다. 이 얼굴들은 어린 소녀였던 작가를 많이 닮았지만, 행복한 어린아이의 모습이 아니다.
ZM Art Education <A New Day> 2018 Painting, text 320×180cm,
160×120cm, Variable size Litte Bang LUXELAKES·A4 Art Museum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정렬된 그림 속 소녀는 점점 자라나고 있고, 그림의 표현도 완숙해지지만 굳은 표정은 한결같다. 이 그림을 배경으로 역시 작가의 비디오 작업이 상영되고 있는데, 어느덧 성인 여성이 된 작가가 웅얼거리는 듯 분명하지 않은 발음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고 관람객은 작가의 어린 시절과 부모님과의 관계에 대한 회고를 독백으로 듣게 된다. 작업은 피가 흐르는 입속에서 면도칼을 꺼내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이 두 작품은 서로를 설명하고 있다. 어린 시절 굳은 그의 표정과 성인이 되어 흘리는 눈물은 그의 유년기 아픔이고 비밀인데, 작가는 우리에게 이를 공유한다.
이 작품을 통해 중국의 과도한 경쟁에 몰린 학생들과 부모들의 기대에 대한 현실적인 상황도 직시하게 된다. 오래된 추억의 교실을 나오면 비디오게임처럼 편집된 영상작업, 레이 레이의 <Books on Books>를 볼 수 있다. 전시장에는 이 작업과 함께 영상에 나온 디자인 패턴이 프린트된 카펫과 커튼이 설치되어 있다. 이 작품은 디자이너였던 작가의 아버지가 쓴 책 『서양의 책 커버 컬렉션』(1988)과 관련이 있다. 이 책이 중국에 소개되었을 때 개혁 개방이 시작되었고, 이런 이유로 중국 젊은 세대 디자이너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이 작품의 기존 버전은 작가의 유년기와 사적인 추억이 성인의 세계와 연결되어, 디자인 책에 수록된 국제적인 양식의 디자인과 중국의 근대사까지 확대되어 반영되는 과정을 선보인다. <아동기의 요양원>전에서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관람객에게 카펫에 놓인 커다란 조각들이 가지고 스스로 게임을 만들어 볼 것을 제안한다. 그동안 전시장 천장에 설치된 카메라는 관람객이 편집한 패턴을 촬영하고 향후 이것을 상영할 예정이다.
쑤 바청은 작은 상영관과 그의 애니메이션의 기초자료들은 넣은 구조물을 다락방처럼 만들어 마주 보게 설치했다. 영상은 트럼프(Donald Trump)처럼 생긴 인형의 퇴직 후 삶을 상상하며 구성한 것이다. 다락방의 사물은 트럼프를 닮은 인형과 작은집 모형, 오밀조밀한 사물들, 부서진 기계 등으로 아이들의 장난감을 닮았지만, 이것은 작가가 생각하는 요양원을 위트있게 설명한다. 그의 다른 회화 작업은 이 귀엽고 우스꽝스러운 요양원과 상반된 분위기를 연출한다. 자서전에 나오는 저명인사의 어린 시절을 그린 것인데, 검은색과 흰색 화면은 매우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로 표현된다. 아동기에 대해 단순한 편견 즉, 건강하고 순수한 이미지로만 가득 찬 것이 시절이 아님을 요양소의 풍자적인 장면과 동시에 펼쳐 보인다.
Company <Pour Out Your Heart> 2018 Text, music, video,
graffiti Variable size <Sanatorium of Childhood> LUXELAKES·A4 Art Museum
리우 청루이는 퍼포먼스로 유명한 작가인데, 이 작품은 그가 십여 년 전 중국의 외딴 시골 마을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경험이 담긴 비디오 설치 작업이다. 작가는 교사 시절 어린 학생들에게 받은 감동과 영향을 매우 소중하고 감사하게 여겼다. 그래서 그들과 10년 후에 만나자는 그 약속을 꼭 지키고자 했다. 벽에는 비디오 작업과 학생들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는데, 10년 사이에 죽은 아이도 있고 미래를 위해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대도시로 간 아이들, 어린 나이지만 결혼을 한 아이 등 각자 다양한 삶을 살고 있었다. 올해는 쓰촨 지진으로 수많은 어린이가 죽은 지 10주년이 되었으며, 이것은 아직 해결되지 않났다. 관람객들은 작품 제목<십 년 계획>이 주는 상징과 호소를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같은 지역은 아니지만 역시 지진으로 유명한 이 마을의 아이들과 선생님과의 비현실적으로 지켜진 10년 만의 약속은 우리에게 현실의 비극적인 특정 사건을 상기시키고, 어린이들이 겪은 재난과 슬픔 그리고 우리의 아동기에 대해 돌아보고 질문하게 된다. 1층 전시장에서 현대미술작가들이 제기한 아동기에 대한 질문의 답변은 2층 전시장에는 마련된 어린이들의 작품으로 이어진다. 1,000여 명이 넘는 아이들의 출품작 주제는 리우 치씬(Liu Cixin)의 소설이 모티브가 되었다. 이것은 모든 어른이 사라진 후 아이들에 의해 지배되는 세상을 묘사한 것이다. 아이들이 만든 완전히 새로운 세계의 질서는 아동기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부수고 상상력을 증폭시키고자 하는 시도일 것이다. ‘iSTART(써니 선 관장 총괄)’의 현대미술전, 포럼, 워크숍, 그 외 활동은 A4미술관의 연례행사로 청두의 대표적인 현대미술 기관으로 저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아동기의 요양원>전에서는 참여 작가들은 게임 디자이너, 공간의 호스트 또는 프로그램의 새로운 임무를 수행하고 새로운 인터랙티브 방식을 관객들과 나누고자 시도했다. 이를 통해 어린 시절의 이야기들이 발견되고 또 공유되며, 새로운 상상력의 원동력을 삼고자 했음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 정치와 경제 문제를 직접 다루는 것보다는 이 모든 문제를 응축하고 있는 어린이의 세계를 통해 우회하여 보여주고 그것을 공간과 작품으로 성인의 세계와 연결해 중국의 사회를 반영하고 은유하는 전략 또한 중국 현대미술의 현시점이며 현장일까 하는 질문에 생각이 잠시 멈추게 된다.
글쓴이 임종은은 독립기획자이다. 현재(7월- 8월) 중국 청두에서 기획자 초청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수행 중이다. 주요 관심 분야는 아시아 현대미술로 해외전시와 레지던시 등 폭넓은 현장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시기획과 연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홍익대학교 미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대학에서 미술사와 예술이론을 가르치고 있다. 대안공간 루프,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등의 기관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했으며, 다수의 공공미술 기획과 문래예술공장 운영위원 등을 역임 등을 계기로 자신의 생활 터전에서 일어나는 문화예술과 지역개발과 그에 따른 변화 등에 관심사를 확대하며 지역 연구와 전시기획으로 실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