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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45, Oct 2018

2018 타이틀매치: Non-title Match 이형구 vs. 오민

2018.7.24 – 2018.10.14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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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원 씨알콜렉티브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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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매치, 그 쫄깃한 긴장감을 찾아서



2018년 올해 <타이틀매치>전은 이형구 vs. 오민’, ‘오민 vs. 이형구. 10여 년 전 ‘52회 베니스비엔날레(52nd Venice Biennale)’(2007) 한국 대표였던 스타작가 이형구와 최근 ‘17회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에 빛나는 오민이 매칭 파트너다. 이렇게 보니 이 두 작가의 만남은 이 미 큰 타이틀을 거머쥔 챔피언십 급 매칭이다. 올해부터 서울시립 북 서울미술관은 원로와 떠오르는 신진작가의 한판 대결이라는 타이틀 매치가 갖는 연례적 정통성에서 연령 구분을 폐지하였다. 세대 구분 에서 벗어난 다음의 긴장감은 차이에서 비롯될 것이다. 역시 현대미 술은 차이인가? 작업의 차이만 존재하는 2명의 우수 작가 개인전이 될 것인가? 원래 전시 <타이틀매치>하면 쌈지스페이스(대안공간 1998- 2008)를 거쳐 4대 서울시립미술관 관장을 역임한 김홍희 관장을 떠 올리게 된다. 지금으로부터16년 전, <타이틀매치> 2002년부터 쌈 지스페이스에서 해마다 개최하던, “20세기의 아방가르드 원로와 21 세기 차세대를 대결시킴으로써 생성적인 대화를 도출하기 위한 기획 (당시 보도된 기사에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회는 <이승택-이윰 : 비람풍, 바람끼展>이었으며 그 뒤로 2회가 <이강소-조습>, 3회가 <이 건용-고승욱>으로 이어가는 발칙한 기획이었고, 서울시립 북서울미 술관에서 이러한 세대 간 매칭의 맥락을 이어받았다. 북서울 지역 서 울시립미술관의 개관과 함께 타이틀매치는 2015년 강은엽과 김지은 을 매칭시키는 연례 전시 브랜드로 킥오프 했다. 그리고 2018년 올해 미술관은 원로이기엔 젊고, 신진이라고 하기엔 수상 및 활동경력이 강력한 두 작가를 세대로 구별 짓기엔 무리수라는 것을 인식했던 듯, 세대 대립과 소통이 만드는 시너지 같은 얘기를 뺐다. 대신 예술의 오 랜 소재이자 주제인 인간의 몸이라는 주제의 전시로 선회하면서 두 작가를 연결하는 고리로 -감각 프레임을 등장시켰다. 그럼 이번 <타이틀매치>는 존재-인식론적 몸 프레임 아래 어떠한 매칭의 긴장 감을 미술계에 던질 수 있는가? 소위 핫한 두 작가의 만남에서 오는 작업적 첨예함에만 방점을 찍을 것인가? 그렇다면 두 작가의 작업세 계로 한번 들어가 보자.

 

이형구는 이번 전시에서 대표적인 작업 ‘Measure’, ‘Animatus’, ‘HK LAB-OR’ 시리즈들과 함께 신작 <Kiamkoysek>을 설치하여 전시에 스펙터클을 더했다. 도구나 보조장치를 장착, 숙련과정을 통 한 감각의 확장과 적응, 해부학을 기반으로 한 변형체, 즉 제3의 존재 인 괴물 - 애니메이션 만화캐릭터로 동일화하여 친숙한 문화 자본 을 기반으로 괴물을 현실화하였다 - 을 창조하고, 신작을 통해 그가 일관되게 보여주었던 초인-초월자의 소환으로 한계를 뛰어넘고 싶 은 인간의 욕망을 투영하며 미학적 기반을 확고히 했다. 좀 더 구체적 으로 풀어보면, <Measure>에서는 통제되거나 낯선 조건에서 몸의 비기능/비감각을 기능/감각케 하는 해방을 구현하고, <Animatus> 에서는 이분법적 구분을 교란했으며, 이번 전시를 위해 설치된 신작 <Kiamkoysek>에서는 뼈 구조로 이루어진 초인(거인)과 기암괴석을 동일화함으로써 초자연의 경외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주어진 몸뚱아 리에 안경, 보청기, 현미경, 또는 스마트폰 등을 통해 감각을 보완하 고, 정보 - 지식을 우리 뇌 바깥인 손에 쥐여 줌으로써 감각 및 인식의 확장을 꾀한 도구 - 진화사를 바탕으로 그는 몸의 구조를 해체, 분석, 실험하는 과학자적 태도의 예술실천을 보여준다.





오민 <연습곡의 연습곡(음악 공연)> 설치 전경 2018 4채널 비디오 

14채널 8 3 오디오 사운드: 홍초선, 시네마토그라퍼: 

폴린 시카드 퍼포먼스: 타쿠야 오타키(피아노), 페잉 쉬에(퍼커 션)

 프로듀서: 조단 오딘 프로 덕션 매니저: 로셀라 세실리

사진 제공: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반면 오민은 악보의 구조를 분석, 타 장르로 전환하고 미지의 세 계를 탐험하는 예술실천을 보여준다. 여기에 그가 피아노 전공자라는 개인적인 정보를 사전에 획득하면, 악보라는 일종의 기보를 행위 (퍼포먼스)의 기보로, 나아가 영상의 기보로까지 전환 - 융합하는 작 업과정을 적극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모순이 교묘히 공존하 는 작업은 완전/확정을 향한 불완전/불확정성의 완벽한 과정 - 치밀 한 계획, 개념화, 숙련 등 - 의 미학을 간결하고 절제된 영상미를 통해 드러낸다. 부연하면, 오민의 다채널 영상은 뭔가 조금 못 미치고, 덜 하는 부족함의 미학이랄까, 백조가 숨기고 있는 발 빠른 물질, 그 절 실함을 숨긴 고고한 미학이랄까. 작가는 관습을 교란하면서 관람객 들이 비어있음을 인식하도록, 이를 채우게 하려고 극강의 집중과 사 유를 하도록 요구한다. 


머릿속에서 완성되는 음악, 머릿속에서 행해 지는 반응을 만들어내는 최소의 표현들은 내재 - 잠재하며 에소테릭 (exoteric)한 수행과정 전체를 드러낸다. 오민의 영상을 보면 아무것 도 연주하지 않았던 존 케이지(John Cage) <4 33>처럼 긴장감 이 백배가 되고 심장이 쫄깃해진다. 빈 시공간을 존재하게 만드는 영 상편집, 퍼포머와 계획자의 수행성을 휴먼사이즈 이상으로 담고 있 는 영상들과 색면들이 조용한 아우성으로 스펙터클을 더한다. 특히 그의 신작인 연습곡(Étude)’ 시리즈는 완성의 유보 사이의 무수한 열 망들의 계열을 전해주고, 미지의 시공간은 음악에서의 에뛰드가 가 진 의미처럼 실험성이 배가되어 실제 완성곡을 연주한 것 이상의, 완 벽하게 통제된 퍼포먼스를 구현한 것 이상의 긴장을 전달한다.

 

이번 전시 <타이틀 매치>는 이형구-오민 작가의 완성도 높은 작업 세계를 살펴볼 좋은 기회다. 작업 에너지의 상호교류-경합이 빚어내 는 긴장과 일종의 시너지보다는, 각자 준비한 수행적(performative) 자기 수련의 정도만을 견주고 있는 듯하다. 두 작가를 각각 인터뷰한 영상에서도 서로의 공통점을 애써 발견하고자 하는 애씀과 이에 따 른 멋쩍음이 드러나 보인다. 전시 서문에서 언급된바, 전시 주제인 몸-감각-인식의 확장은 이형구에게 더 어울리는 주제어이지만, 오 민이나 이형구의 작업이 엄밀하게 말하면 수행적이라는 지점에서 몸-감각의 연계성을 찾을 수 있겠다. 이렇게 단일주제로 통합하기도 버거워 보이는 두 작가의 작업 스펙트럼이 아카이빙 섹션을 낳았다 고나 할까. 두 작가를 매칭하고 있는 외부적 형식과 내용이 첨예하지 않다 보니 전시 제목인 타이틀매치의 대결 구도에서 오는 의미론적 긴장감은 이전보다 조금은 떨어지는 모양새다.





이형구 <Kiamkoysek> 2018 혼합매체 가변크기 

사진 촬영: 홍철기 사진 제공: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1980년대부터는 이성적 합리주의와 지배구조-힘의 논리에 저항 하고 타자의 억압된 욕망을 드러내는 기제로서 예술에서의 신체성이 활발한 논의와 함께 소환되어왔다. 이들은 완벽하지 못한 합리적 이 성을 대체하는 것으로서, 또는 제3의 존재로 이분법적 대립을 교란 하고, -정치적 충격요법과 함께 성 소수자와 억압되고 소외된 타 자의 이야기를 끄집어내면서 지배적 인식과 관습적 질서를 교란하고 전복시켜왔다. 이러한 탈구조화 양식은 인간의 한계 및 불완전한 존 재로서의 신체성을 드러내는 탈경계와 파편화의 특징을 보이는데 이 형구-오민의 작업도 이러한 미술사적 선상에서 관련성을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다. 두 작가도 모두 매체의 융합이라는 형식적 측면과 수 행적 신체성을 내용으로, 괴물-거인을 등장시키고 완전/불완전의 탈 경계화를 꾀하는 탈 구조적 예술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다 만 두 작가 모두 동시대 예술이 요청하는 로 정제되고 완성도로 고양된 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문화적 조건과 인 문학적 토양 속에서 인간의 몸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전시 서문) 지 극히 안전한 태도일지 모른다. 몸에 대한 첨예한 주제의 부각이냐, 작 가 간 긴장감이냐 사이에서 이번 전시가 후자에 방점을 찍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2000년대 쌈지스페이스에서의 기획은 대가들에게 도전하는 발 칙한 신인과 신인 못지않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원로 간의 시너지가 목표였고, 이러한 기획의 묘미는 15년동안 한국미술계의 역학 구도 를 관통하며 변화의 시기를 맞이한 듯하다. 그렇다면 앞으로 서울시 립미술관이 추구하는 매칭의 방향은? 우수한 작가 2인을 한국미술 계라는 무대 위로 불러올려 연례기획의 향방과 함께 미술관의 정체 성을 컷팅엣지로 가져가고자 하는가? 강북 끝자락에서도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이 그동안 보여주었던 첨예한 예술의 진수와 함께 한 국미술계 문화적 관습을 들썩이게 할 주제-이슈메이킹의 전율도 기 대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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