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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45, Oct 2018

퀀텀점프 2018 릴레이 4인전 : 이지연 – 순환규칙

2018.9.11 – 2018.10.7 경기도미술관 프로젝트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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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원 독립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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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도착한 편지들



루마니아 출생의 그리스 건축가이자 작곡가인 이아니스 셰나키스(Iannis Xenakis)에 대해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는 그의 에세이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의 출발점은 인간의 주관성을 표현하기 위해 자연으로부터 유리되었던 음이 내는 인위적인 소리 안이 아니라, 세상의 소리 안, 마음속에서 분출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비가 내리는 소리나 공장의 왁자지껄한 소리 또는 대중의 고함처럼 외부로부터 우리를 향해 도달하는 ‘음(音)의 덩어리’ 안에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음(音)이란 아름다운 선율적인 것,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이 말하는 망막적인 것을 넘어서 청자와 공감할 수 있는 “소리가 전달해주는 지성(Intelligence)”으로서 그 음악의 진정한 가치 평가 기준이 되는 어떤 것이다.


관람객들은 이지연 작가의 <순환규칙(Regulation of Circulation)>전으로 들어가면서 일상적이고 하찮고 무의미한 것으로 사물화된 지설물(폐기된 화폐)로 설치된 <네트워크(Net work)>와 불편하게 조우하게 된다. 그건 ‘네트워크’가 의식적으로 오브제화되는 방식이 아니라 증식하고 유동하인 작업 과정으로서 관객들의 눈에 걸리거나 고개를 숙이거나 비틀고 들어갈 수밖에 없는 동작을 촉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핸드 니팅(hand knitting)으로 직조하듯 구성되는 지설물들의 타래 중 하단으로 늘어진 부분은 관객들의 머리카락과 접촉하기도 하는데, 프로젝트 갤러리의 쇼윈도 공간으로부터 뻗어 나와 증식하는 듯한 이러한 구조를 생각한 이유는 작가의 말에 따르면 여기(쇼윈도) 안에 갇히는 건 답답하고……. 행위자들의 연결망처럼 연결해 주는 것이라면 틀이 없이 뻗쳐 나가야 하는 그건 실제로 가상화폐가 연결망을 통해 유통되듯이 개입하고 관여되도록 배치된 것이기 때문이다.





  <Net Work> 2017-2018 지설물(폐기된 화폐), 복합재료, 

가변 설치(공간설치), 부분 보정 이미지 지설물 

후원: 한국은행




<네트워크>는 프로젝트갤러리 쇼윈도에‘2016-2018 아카이빙’이라는 제목으로 작업의 과정성(processuality)을 드러내는 작업공간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거기에는 이번 전시가 있기까지 지설물을 특정 패턴화하고 스캐닝하여 출력한 평면작업들, 지설물로 만들어진 성모마리아, 지설물로 뜨개질처럼 작업 된 사물들, 지폐의 형식으로 재조합된 작업, 3M 테이프로 막대한 양의 지설물로 작업하기 위한 고안된 장치(작가 스스로 거의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발견이었다고 표현한)가 연출되어 있다. <네트워크>는 마치 우리를 둘러쌓은 공간 바깥으로부터 다가오는 듯이 느껴지는 설치물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한 작가의 스튜디오에서 수행된 지극한 수행의 산물이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관람 객들에게 열려있다는 의미의 초대라는 점에서도 흥미로웠다. 전시 전부터 작가는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지설물을 화폐로 등가하여 표현하는 부분에 정치적, 미학적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표준화되고 산업화한 신화로서의 화폐가 본래의 용도와 기능으로부터 전치되어 예술적 사물이자 사회경제적 의미망으로 매핑되면서 더욱 흥미로운 예술적 지평을 예감할 수 있게 할 것으로 생각한다.


<네트워크>를 지나 안쪽의 검은 방으로 들어서자, 기능이 전치된 3D 프린터가 분주하게 랜덤 엑세스(Random Access)로 운동하며 이동하는 판형 위에 지설물들의 극단적인 마이크로 이미지를 현미경 카메라를 통해 프로젝션하고 있었다. 폐기된 화폐 속에 그토록 화려하고 다채로운 패턴 등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지만, 이 작업이 (표준화되어) 폐기된 지설물들의 인덱스를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럴수록 3D프린터에 장착된 현미경 카메라의 작은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큰 파급력이란 작가로부터 시뮬레이션 된 금융경제와 유동성의 차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화폐란) 검은돈처럼 움직이지 않으면 그때부터 문제가 되는 거죠. 사람들이 화폐를 통한 실질적인 경험들은 점점 가상으로 넘어가게 되는 거죠(작가의 말).”


사진 이미지의 죽음처럼 부고를 알리는 유사 이미지의 반복, 개별화한 의미론의 파편들이 희석되면서 가리키는 그 죽음은 이지연의 <Above the Timberline>(2011) 시기에 가장 극대화되었었다. 지젝(Zizek)식으로 비유하자면 징후는 이미 도착하고 있는 편지로서 그때 이미 이 검은 방의 알고리즘을 예감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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