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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46, Nov 2018

#미디어 #데이터 #사람 그리고 #예술

Germany

Open Codes: The World as a Field of Data
2018.10.20-2019.1.6 카를스루에, ZKM

얼마 전 종영한 [너도 인간이니?](2018)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드라마로, 극 중에는 자율주행차량의 딜레마를 짧게 다룬 장면이 나온다. 교통법을 지킨 90세 노인과 법을 지키지 않은 10대 청소년이 각기 다른 방향에서 자율주행차 앞으로 달려오는 상황에서 차량의 인공지능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혹은 애초에 인간은 기계에 어떤 윤리적 명제와 원칙을 학습시켜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지 말이다. 그런데 이것은 더 이상 드라마에서처럼 애매하게 둘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자율주행차량의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우리는 이미 이것에 대답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인공지능 기반의 4차 산업을 중요한 예술적 소재로 다루며 논쟁을 펼치는 미디어 예술가들의 전시가 있다. ZKM 미술관의 전은 이것 외에도 가상현실, 데이터, 머신 러닝, 코딩 등의 주제들을 광범위하지만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9월 초 재정비를 거쳐 두 번째 파트(Phase 2)로 열린 전시는 내년 1월 6일까지 볼 수 있다. 17, 18세기 서양 회화에서 카메라는 예술가들의 재현 방식과 범위를 넓혀 주는 도구로 사용돼 새로운 조형적인 실험과 표현을 확장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미디어 아트 문맥에서 기술은 미학적 대상 혹은 자기표현을 위한 도구가 아닌, 그 자체로 작품의 주제가 되고 있다. 매체와 사람이 끊임없이 상호 접속하면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 자체를 전면에 드러내는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동시에 예술가들은 예술과 기술이 결합하면서 발생하는 현재와 미래의 이슈들을 작품을 통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가늠해보는 것이다.
● 한정민 독일통신원 ● 사진 ZKM 제공

Peter Weibel, Christian Lölkers 'The World 6s 6 Field of D6t6' 2018 Installation Photo: Uni D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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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민 독일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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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 Codes>라는 이름으로 열린 ZKM의 미디어 아트 전시는 200여 개의 작품을 8개의 소주제, 코드의 계보, 인코딩, 머신 러닝, 알고리즘 관리방식, 노동과 생산, 알고리즘 경제, 가상현실, 유전부호로 제시한다. 특징적인 것은 작품 레이블에 이 주제들이 세분된 키워드들과 함께 인스타그램(Instagram) 해시태그(#)로 카테고리 됐다는 것인데, 전시 웹 사이트에서 태그 검색으로 작품과 작가를 찾아볼 수 있고 전시장의 레이블에도 여러 해시태그가 붙어 있어 마치 인스타그램 인터페이스에 물리적으로 들어와 있는 느낌을 준다. 전시장에서 가장 처음 보이는 작품은 약 2m 높이의 화면 7개로 설치된 <YOU:R:CODE>. 첫 번째 화면은 거울이고 두, 세 번째는 관람객의 모습을 3D 이미지로 바꾸는데 이는 점차 디지털 코드화돼 각기 다른 방식으로 나머지 4개의 화면에 출력된다. 


그중 관람객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화면에는 관람객의 얼굴과 함께 센서가 분석한 나이, 성별, 키가 나타난다. 실제와 얼마나 비슷한지 비교하는 재미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생체 정보가 수집된 것과 작품에서 보이지 않을 뿐 몸무게나 체온이 어딘가에서 인식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당혹스러움이 일기도 한다. 대다수의 사람이 넷(net)에서 방문 기록과 검색 정보 등이 팝 업 광고에 이용되는 것을 경험하지만 공공 미술관에서 본인의 신체 정보가 타인에게 공개되는 것은 또 다른 긴장감을 준다. 


또한, 작품은 이전엔 작품을 보는 위치에 있었던 관람객들이 기계화된 작품에 역으로 관찰되는 역전된 관계성을 보여준다. 관람객의 형상은 데이터로 치환되어 바코드 이미지화되고, 소리를 제어하며, 시각 효과에도 이용된다. 다시 말해 관람객의 존재가 작품의 매개 변수(parameter)로 작동하고 그로 인해 작품의 변화된 상태를 관람객이 감상하는 구도를 가지는 것이다. 그래서 작품의 첫 화면이 거울인 점이 흥미롭다. 사람이 거울과 망막으로 보는 방식과 작품(기계)의 센서가 감지하는 방식이 병치 되어 분명한 차이를 주면서도 실제 많은 부분을 센서가 분석한 스크린으로 보는 사람의 시선이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나르시즘 기계(Narzisstische Maschine)> 역시 이 같은 관계성을 나타낸다. 작품은 센서로 인지한 관람객의 얼굴을 얇은 천들이 빼곡히 걸린 공간에 겹겹이 투사함으로써 거울을 보거나 셀피(selfie)를 찍는 사람의 자기애적 행위를 재구현한다. 작품들을 통해 사람들이 많은 것들을 스크린이라는 망막을 거쳐서 보고 있으며 결국 기계가 사물을 보는 방식과 사람의 그것이 상당 부분 닮았다는 것 역시 알게 된다. 맞은편에는 관람객 수를 집계하는 작품 <HUMANS NEED NOT TO COUNT>가 도슨트 바로 옆에 위치한다. 본 전시는 무료입장으로 티켓 판매는 관람객 집계가 불가능하다. 작품은 제목처럼 기계로 된 손이 직원 대신 집계 카운터를 누르는 임무를 수행한다. 


이를 통해 4차 산업 혁명에서 단순 노동 직업군이 자동화 기계들로 모두 대체될 것은 미술관에서도 일어날 것을 보여주며 특히 가방 검사를 하는 직원 바로 옆에 작품이 있어 그 느낌을 더 강렬하게 준다. 대체될 것은 비단 직업뿐만이 아니다. 인공지능은 이미 바둑도 두고, 그림, 글쓰기 같은 인간의 정신적인 영역으로 구분되던 것마저 수행하고 있다. 로봇랩(robotlab) <manifest>는 로봇이 펜을 들고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는 유토피아를 위한 선언서를 쓴다. 로봇은 윤리, , 기술, 사회 분야에서 사용되는 단어들을 자체적인 알고리즘으로 조합해 문장을 만든다. 전통적으로 선언문(manifestos)’은 정치나 예술계에서 선전(宣傳)을 목표로 사용된 것인데, 도덕과 윤리가 부재한 기계가 생성하는 문장들은 사람이 찾아낸 맥락에 의해서만 비로소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기도 한다. 


과거엔 방향과 시간을 알기 위해 하늘의 해와 달을 올려다봤다면 이제 우리는 인공위성에서 데이터를 받아 정보를 얻는다. ZKM의 관장 피터 바이블(Peter Weible)과 복수의 작가들이 만든 작품 <The World as a Field of Data>는 우리 삶에 편재하는 데이터 필드를 천장에 걸린40개의 스크린에 교통정보, 스마트폰, 주식 등의 데이터 값을 끊임없이 출력하는 것으로 표현했다. 그뿐만 아니라 지식, 소리, 형상, 생각마저도 데이터가 담아내고 있는 지금은, 사물을 이름과 언어로서 이해하는 언어 중심체계가 디지털 코드로 넘어가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가히 말과 사물에서 데이터와 사물로의 전환이라 부를 수 있겠다. 머신 러닝 알고리즘을 이용하는 작품<Content Aware Studies>는 헬레니즘 프리즈 조각의 부서진 부분을 복원한다. 알고리즘은 셀프러닝 기능으로 익힌 고고학, 역사, 문화 지식을 기반으로 복원 부분의 모델을 3D 프린팅으로 인쇄한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는 조각과 복원 부분이 거의 맞아떨어졌지만 가끔 기계가 엉뚱한 부분을 프린팅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 부분도 인공지능이 헬레니즘 문명을 어떻게 이해하는지를 보여줘서 흥미롭다.





Bernd Lintermann <YOU:R:CODE> 2017 

Interactive installation with multichannel projection; 

idea: Peter weibel; concept, realisation: Bernd Lintermann; 

audio design: Ludger Trummer, Yannick Hofmann; flip-dot display: 

Christian Lölkes; technical support: Manfred Hauffen, 

Jan Gerigk; setup, planning: Thomas Schwab; 

production of the ZKM_Hertz-L6b Photo: Dennis Dorwarth





한편 자율주행차량과 관련한 윤리적 논점과 인공지능의 오류를 드러내는 작품들도 있다. <Ethical Autonomous Vehicles>는 차량 보험회사, 생명보험회사, 윤리 의식이 엮인 딜레마를 게임으로 표현했다. 관람객들은 사고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다양한 결정들을 플레이하면서 자율주행차량이 어떤 이익 관계에 얽히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을 다소 극단적인 방식으로 경험해보고, 실제로 어떻게 사고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지 고민해 볼 수 있다. 같은 주제를 가지고 ZKM IOSB는 전문가 인터뷰를 담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자율주행차량(Autonome Fahrzeuge)>을 선보였다. 영상 속에는 차량(드론 포함)에 앞으로도 보완해야 할 기술적인 오류들이 많으며 결국엔 운전자의 판단이 주요 결정권을 가질 것이라는 전문가의 인터뷰가 있었다. <Faces in the Mist>와 신승백과 김용훈의 <동물 분류기>는 머신 러닝을 통해 학습된 기계들의 판단 오류를 드러낸다. 


전작은 기계가 얼굴로 오인한 구름 이미지를 인물초상의 얼굴 부분에 설치했는데 초상과 태블릿 화면의 구름 형태가 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오는 시각적인 재미를 준다. <동물 분류기>는 인공지능이 분류한 독특한 동물 카테고리를 표본형식으로 재현했다. 작품은 애초에 인간이 한 분류 행위 자체의 부정확한 지점을 지적하며 인공지능이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들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이 외에도 전시장에는 가짜 뉴스, 비트코인, 코드의 계보, 기술적 특이점(Singularity)을 넘어선 인공지능이 화자가 되는 작품들도 있다. 인공지능은 거대한 자본이 필요한 산업이다. 현재 구글을 비롯하여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위해 달려들고 있는데 이는 곧 기술이 결국 거대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미 많은 부분이 그렇지만, 정보를 소유하는 것이 곧 권력을 가지는 현재와 미래사회에서 기업이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통제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작가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경고한다.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1995)에는 기계가 인간이 만든 진화계통수를 파괴하는 장면이 있다. 우리가 DNA에 저장된 생체정보로 구성되듯 기계 역시 프로그램과 데이터로 존재하는 비슷한 유전적 특징을 가진다. 기계와 인간이 그 어느 때보다 가깝게 상호 접속하는 지금, 인간과 생명을 나누는 익숙한 경계의 재정의가 요구되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인간을 생각하고 언어를 사용하며 도구를 만들어 쓰고 사회를 이루어 사는 동물이라 정의한다. 


그렇다면 지금 독자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당신에게 말을 거는 기계 속 그 존재는 누구/무엇인가? 그리고 환경변화는 사회 관점의 변화와 연결되기 마련이며 변화하는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한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지금, <Open Codes>전이 남녀노소를 막론한 시민 교육의 임무를 수행하길 자처하며 이것은 궁극적으로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관장 바이블의 선언이 유난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직 도달하지 못한 결론을 위한 토론에 관람객들이 활발하게 참여해주기를 간곡히 바라며 전시는 입장권, 와이파이, 음료, 과일과 책상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그래서인지 전시장은 다양한 견해가 자유롭게 오고 가는 분위기다. 한쪽에서 기사를 마감하는 내 옆에서 작품에 관해 토론하던 한 관람객들이 했던 말 일부를 전하며 글을 마치려고 한다. “돈을 받지 않을 뿐이지 어쩌면 우리 모두 이미 구글을 위해서 일하고 있는지도 모르지.”     



글쓴이 한정민은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 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핀란드 알토 대학교에서 현대미술과 이론 석사학위 과정을 밟던 중 현재는 독일 카를스루에 조형예술학교(Hochschule fur Gestaltung)에서 미디어 아트를 전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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