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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46, Nov 2018

류정민_EIN STEIN: 생각의 생각

2018.9.7 – 2018.10.5 갤러리 압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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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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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의 꿈



허름하고도 세련된 느낌이 교차하는 지하의 전시 공간에는 기묘한 돌들이 들어와 있다. 그 돌들은 마치 처음부터 그 공간에 있었던 듯 능청스럽게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 돌들의 고향은 원 래 그곳이 아니다. 그곳은 작가 류정민이 만든 마법의 세계로부터 건너온 돌들이 전시라는 이름으로 잠시 머무는 임시 거주지이다. 그곳에는 마법의 주문에 걸린 돌들이 펼치는 조용하면서도 환상적 인 군무(群舞)로 가득하다. 보라! 중력에 순응하면서 바닥에 사뿐히 안착한 사각의 돌이 지 닌 미묘한 자태도 그러하지만, 경사면 구조물에 비스듬하게 접지한 채 아슬아슬한 자세로 관객을 맞이하는 커다란 돌의 위태로운 위 상, 암벽 등반을 하듯이 벽에 붙어 있는 작은 돌들의 힘겨운 사투, 천장에 달라붙어 있거나, 매달린 거대한 바윗덩어리의 신묘한 공중 부양 등, 중력에 저항하는 돌들의 불안한 반란이 거기에 있다. 이처 럼, 그의 만들어진 돌()’은 현실계 물질인 의 정상적인 존재 방 식을 비틀면서 전시장 바닥에서, 벽에서, 천장에서 자신()의 존재 를 위한 새로운 자리를 만들어나간다. 


류정민의 이번 개인전 주제는, 물리학자 아인슈타인(EIN-STEIN)의 이름을 분절하여 만든 독일어로 하나(Ein)의 돌(Stein)’ 이다. 이러한 주제어는 둔탁한 돌을 상상력을 품은 존재로 변주하 기에 제격이다. 게다가 이 주제는 이 증식시키는 돌들의 군집(群集)적 가족성과 더불어 그것이 관계하는 다양한 만남의 관계학 사회학적 맥락을 연상케 함으로써 돌의 내재적 미학으로부터 확장 하는 여러 담론을 기대하게 만든다개인전 부제를 위한 이름의 분절과 치환에서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듯이, 그는 중력과 관계하는 물리학과 과학의 기본적 질서를 로우테크놀로지를 활용해서 배반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돌은 자연석이 아닌 자연석의 외피를 닮아있는 살아있는 돌이기 때문 이다. 





<EIN STEIN_생각의 생각_P16> 

스티로폼, 자석, 피그먼트 프린트, 철판에 아크릴 페인트, 

입체 포토 콜라주 27×27cm




작가는 실재하는 자연석의 형상을 스티로폼으로 깎아 만들고 그 표면을 촬영한 수십에서 수천 장에 이르는 사진의 파편들을 마 치 돌의 실제 피부처럼 그 위에 붙여 가짜 돌을 만든다. 흥미로운 것은, 그의만들어진 돌은 사실을 위장한 허구이자, ‘실재보다 더 실재적인 시뮬라크르(simulacre)로서의 존재론적 위상을 극대화 의 방식으로 드러낸다는 것이다. 즉 광물성의 이란 무생물, 무기 체이며 그 자체로 있는 즉자적(An-sich) 존재일 따름이지만, 그의 만들어진 돌 자신을 스스로 객관화시켜 반성적 성찰을 거듭하 는 인간과 같은 대자적(fur sich) 존재로 은유 되거나 더 나아가 헤 겔(Hegel)식의 즉자적 대자(an und fur sich)’와 같은 변증법적 존 재로 변주되어 나타난다는 것이다.

 

도대체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주지하듯이, 물과 땅을 만난 퇴 적암(堆積巖), 불과 땅을 만난 화성암(火成巖), , , 공기, 땅을 만 난 변성암(變成岩)처럼돌의 순환(rock cycle)’은 인간의 생로병사 를 은유한다. 화성암처럼 단단해지고(), 변성암처럼 시련을 겪다 가(로병) 퇴적암처럼 흙과 몸을 섞는() , 그리고 이어지는 순환 은 /우리의 인생에 대한 적절한 비유로 간주되는 메타포다. 그의 만들어진 돌은 어떠한가? 공중에 매달려 있거나 벽에 붙어서, 그리 고 지면에 삐딱하게 위치하면서 중력에 저항하거나 그것을 거부한 다. 또는 만들어진 돌 내부에 설치된 자석과 외부의 전자적인 로우 테크놀로지의 도움을 받아 공중 부양의 기술을 현실화시키면서 그 의 가짜 돌은 반()중력과 탈() 중력을 실현한다.  가짜의 돌 을 움직이는 가상의 생명체로 변환시킴으로써 인간 존재론을 은유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그의 만들어진 돌 자연석의 인생 은유 보다 더 직접적이면서 역설적이다. 작가는 종이처럼 구겨진 철판, 구름처럼 가벼워진 돌덩어리, 곡 예사처럼 가느다란 철선 위에서 균형을 잡고 있는 바위를 통해서 우리의 인생을 은유하고 들여다본다. 구체적으로 사진/조각/설치 의 조형 언어로, ‘사유/상상을 오가며 /돌들의 관계 속에서 과 학/연금술 사이의 만남의 관계학을 탐구한다. 그의 돌(),  잠 재적/실제적 운동체, 바슐라르(G. Bachelard)가 저작 물과 꿈 (L'eau et les reves)’에서 언급했던 물질적 상상력을 계승한다. 그 것은 대상의 표면과 내면에 함께 침투하는 상호작용의 상상력이다. 그런 면에서 가상의 생명체로 물질을 변주하는 류정민의 상상력이 란 가히 돌의 꿈이라 부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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