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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47, Dec 2018

'미디어아트의 윤회전생'으로 생각하는 미디어아트의 계승과 보존

Japan

Reincarnation of Media Art
2018.7.21-2018.10.28 야마구치, Yamaguchi Center for Art and Media(YCAM)

올해로 설치 30주년을 맞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다다익선'은 가동이 전면 중단되었다. 모니터의 영상이 모두 꺼진 이 작품은 살아 있는 것일까 죽은 것일까. 뱅크시(Banksy)의 '풍선과 소녀(Girl With Balloon)'는 소더비 경매에서 낙찰 후 스스로를 분쇄하고 '쓰레기통 속의 사랑(Love is in the Bin)'이라는 새로운 작품명을 얻었다. 원래 작가의 의도대로 전부 분쇄되었다면 그 작품은 죽음을 맞이했다고 할 수 있을까. 위의 사건들로 작품의 탄생과 죽음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커진 최근, 야마구치 정보 예술 센터(YCAM)에서는 개관 15주년을 맞이하여 아트 유닛 엑소니모(exonemo)와 공동기획으로 지난 7월 21일부터 10월 28일까지 '미디어아트의 윤회전생' 전시를 개최했다. 엑소니모와 YCAM의 논의에서 나온 ‘100년 후의 미디어아트의 모습’이라는 아이디어로 전시 공간에 고분처럼 보이는 ‘미디어아트의 무덤’을 만들고, 그 안에 8팀의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 중에서 죽음을 맞이했다고 생각한 작품들로 전시했다.
● 서효정 SADI 교수 ● 사진 YCAM 제공

'Archives of Rafael Lozano-Hemmer’s Amodal Suspension Relational Architecture 8' 2003 Photo: Shintaro Yamanaka (Qsyum!) Courtesy of Yamaguchi Center for Arts and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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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정 SADI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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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아트는 컴퓨터와 같은 전자기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고장이 나거나 기술 환경의 변화에 따라 작동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아, 전통적인 미술작품과 비교하면 보존이 매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작품이 더는 작동하지 않게 된다면 작품은 죽은 것일까? 작품의 죽음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이 전시에서는 기기가 고장 나거나 해당 기술이 사라져 수리나 재현이 불가능해지는 물리적인 죽음뿐 아니라, 작가가 생각하는 다양한 측면에서 작품의 죽음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전시장에는 고분처럼 만들어진 무덤이 있고 그 주변에는 질문과 답이 쓰인 배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제까지 YCAM과 함께 작업했던 약 100명의 작가에게 자신의 작품의 수명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습니까?’,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100년 후에 어떤 방식으로 당신의 작품과 만나고 싶습니까?’, ‘작품의 죽음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YCAM의 미디어아트의 무덤에 넣고 싶은 자신의 작품이 있습니까? 있다면 어떤 형태로 넣고 싶습니까?’라는 네 개의 질문으로 설문을 하고 그 답을 적은 것들이다. 


작가들의 답변은 전시장뿐만 아니라 웹사이트(https://rema.ycam.jp)에도 공개되어 있어 많은 사람에게 미디어아트의 본질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있다. 관람은 오디오 가이드를 선택하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종이 프린트, 카세트테이프플레이어, 비디오카메라, CD 플레이어, MD 플레이어, DVD 플레이어, IC 레코더, iPod, iPhone, iPad 등 다양한 미디어를 준비하여 관람객이 어떤 미디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정보(텍스트, 이미지, 사운드, 동영상 등)와 경험 방식이 달라져 지난 수십 년간 일어난 미디어의 변화를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View of Masaki Fujihata’s <YMO Techno Badge>(1980-1981) 

Photo: Shintaro Yamanaka (Qsyum!) 

Courtesy of Yamaguchi Center for Arts and Media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무덤 안으로 들어서면 마치 유물이 전시된 듯 유리 상자 안에 작가들이 죽음을 선고한 작품들이 놓여 있다. 사람의 죽음에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듯, 작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이 죽었다고 생각한 이유도 다양하다에토 코이치로(Koichiro Eto) <WebHo-pper>(1996)는 사용자가 접속한 웹 서버의 위치정보를 시각화하여 웹이 세계를 연결하는 통신망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TCPDUMP’라는 툴을 사용하여 미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인터넷 회선을 통과하는 통신정보를 가로채, 어느 IP에서 어느 IP로 접속했는지 기록을 저장한 하드디스크를 전시했다. 


작가에 의하면<WebHopper> 시스템은 기술적으로는 어디라도 다시 설치할 수 있지만, 정보보안에 대한 의식이 변화한 지금 어딘가에 설치하거나 IP 정보를 저장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이 작품을 죽은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1980년대부터 컴퓨터를 사용한 인터랙티브 작업을 발표해 온 이와이 토시오(Toshio Iwai)는 화면 위에 그림을 그려 음악을 만드는 슈퍼패미컴 게임 소프트웨어 <Sound Fantasy>(1994)를 선정했다. 패키지나 취급설명서까지 완성되어 곧 발매를 눈앞에 두고 있던 작품이 기업의 갑작스러운 발매 중지 결정에 태어나지도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작가에 의하면 이 작품을 준비하며 쏟은 정열이나 시간, 핵심이 되었던 아이디어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이후 사카모토 류이치(Ryuichi Sakamoto)와 함께 한 공연이나 야마하와 개발한 전자악기 <TENORI-ON>과 같은 작가의 대표 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한다토쿠이 나오(Nao Tokui))는 세 개의 앱을 당시 사람들이 사용하던 아이폰과 함께 전시했다. <Mosquito> 3차원 음향 기술을 이용하여 모깃소리가 가까이 왔다고 생각한 순간 아이폰을 흔들어 모기를 잡는 앱이다. <9 1>은 아이폰을 들고 점프를 하면 슈퍼마리오 게임의 점프 사운드가 발생하는 앱으로, 현실 공간이 게임 같은 세계로 바뀌는 경험을 준다. <10 seconds ago>는 제목 그대로 마이크로 들어온 소리를 10초 늦게 내보내는 앱이다. 작가에 의하면 이 시리즈는 스마트폰이라는 창을 통해서 세계를 새로운 시점으로 바라본다는 의도를 바탕으로 만든 스케치와도 같은 작품들이라고 한다. 





Players for the audio-visual guide that the visitors could choose

 Photo: Shintaro Yamanaka (Qsyum!) Courtesy of Yamaguchi 

Center for Arts and Media  





앱을 공개하기 위해서는 애플스토어의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발표 당시에는 문제없이 합격하여 배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기능이 너무 단순하다는 이유로 통과하지 못하여 현재 이 앱을 배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기업의 논리에 따라 작품의 생사가 좌우되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엑소니모(exonemo) ‘Spiritual Compu-ting’(2009-) 시리즈 중 가상의 전시회를 알리는 <ゴット·イズ·デット>(2011)(로 발음) 포스터를 전시했다. 일본어 표기의 유사성으로 ‘God is dead’를 떠올리게 되지만 의미가 없는 말로, 사람의 잘못된 연상 작용으로 실제와는 다르게 느끼게 하는 것을 주제로 한 작품이라고 한다. 작가에 의하면 이 포스터의 날짜에는 비밀이 있는데, 전시 기간 언제 보아도 전시가 내일부터 시작하도록 매일 다음 날의 날짜가 기록된 포스터로 바꾸어 붙였다고 한다. 즉 이 전시회는 언제나 내일부터 시작하지만, 영원히 시작하지 않기도 하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이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개최하지 않는 가상의 전람회를 상상하는 것으로, 포스터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창고에 있던 이 포스터를 꺼내어 조명을 비추어 전시함으로써 과거의 날짜가 되어버렸으므로, 이 전시는 과거에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에 가상의 전시회는 죽음을 맞이한 것으로 작가는 생각했다영상이나 설치작업, 무대작품으로 발표해 온 다카미네 타다스(Tadasu Takamine)는 작품에 있어 현장성을 중요한 요소로 생각한다.  <제목 불명>(1990)은 작가가 학생이었던 시절 발표한 것으로 작품의 현장성을 다루게 된 전기가 된 작품이라고 한다. NTT에 발주해서 교토시 미술관의 전시실과 작가의 집을 전용회선으로 연결하고, 관람객과 작가가 1  1로 얘기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다. 전시실에 방문한 관람객이 다이얼이 없는 전화의 레버를 돌리면 작가의 집의 전화가 울리고 얼굴을 모르는 관람객과 대화를 나누었다. 작가가 이 작업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누군가 연결되기를 갈망하던 작가 자신이 더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모바일 폰의 등장에 의해 고정전화를 사용한 작품의 전제가 변해버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라파엘 로자노-헤머(Rafael Lozano-Hemmer) <Amodal Suspension>(2003) 2003 YCAM 개관을 기념한 오프닝 작품으로 이번 전시에는 당시 체험한 사람들의 기억을 되살릴만한 휴대전화, 사진, 신문 기사 등이 전시되었다. 




Exhibition view <Artists’ voices> Photo: Shintaro Yamanaka 

(Qsyum!) Courtesy of Yamaguchi Center for Arts and Media  





이 작품은 관람객이 휴대전화나 인터넷으로 보낸 메시지가 서치라이트의 깜빡임으로 변환되어 YCAM 주변의 하늘을 빛으로 수놓은 작품이다. 20일간 94개국, 40만 명의 방문객이 접속하여 약 1만 건의 메시지가 빛의 형태로 바뀌어 정보화시대 커뮤니케이션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작가는 그 시간, 그 장소만을 위해 작품을 만들어 체험의 일회성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으므로 재연을 희망하지 않고, 작품이 체험한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것이 계속 살아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한다후지하타 마사키(Masaki Fujihata) <YMO테크노배지>(1980-81)는 사카모토 류이치가 활동했던 음악 그룹 YMO(Yellow Magic Orchestra)를 위해 전자 기판으로 만든 배지로, 센서를 손가락으로 건드리면 LED가 빛을 내고 소리가 발생하며 부품에 접촉하면 음의 높이가 바뀌는 악기와도 같은 장치이다. 작가는 이 배지는 당시의 테크노라는 개념을 작은 기판 위에 집약한 상징 같은 것이다. 기계가 반복적으로 만들어 내는 정확한 비트에 인간을 동조시키는 것이 당시 음악적으로 테크노의 과제였다고 생각한다. 음악 자체의 동향이 그 이후 계속 변화해 상징의 역할은 벌써 끝났다고 할 수 있다라며 이 작품이 죽음을 맞이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치야 카즈히코(Kazuhiko Hachiya)는 작품 <Vanishing Body>(1997)에 관련된 문서를 전시했다. 두 개의 방으로 이루어진 전시로, 관람객은 방에 들어갈 때 옷을 입은 채로 들어갈지, 옷을 전부 벗고 들어갈지를 결정해야만 했고, 옷을 벗겠다고 선택한 관람객만이 특별한 뷰어를 받아 다른 방에 있는 상대의 신체를 적외선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작가에 의하면 이 작품은 관람객을 안전지대로부터 퍼포머의 위치로 유도하는 것을 의도하여 제작한 것으로, 나체가 되어 작품을 체험한다는 것이 현대의 프라이버시 의식이나 윤리관의 변화에 따라 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죽은 작품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작가는 이제는 작동하지 않게 된 미디어아트 작품이 곰벌레의 휴면상태와 비슷해서, 잔혹한 환경을 이겨 내고 수분을 만나면 부활하듯 작품도 어떤 계기가 있으면 다시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에 부활을 위한 최소한의 기록으로 제작 당시의 메모를 전시했다물리적으로 더는 작동하지 않아서, 사회의 가치관이 바뀌어서, 작가 생각의 변화에 따라, 규칙의 변화에 따라 등등 다양한 관점에서 미디어아트의 죽음을 정의하고, 미디어아트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전시였다. 공간 속의 물질로서의 존재만이 아니라 시간 위에서 변해 나가는 경험도 중요한 요소로 작동하는 미디어아트는, 되도록 원본 상태로 영구적 보존하려는 미술관의 기준에 잘 맞지 않아 소장되는 것이 어려웠다. 





View of children's climbing on the <Mausoleum of Media Art>

(21 July 2018) Photo: Shintaro Yamanaka (Qsyum!) 

Courtesy of Yamaguchi Center for Arts and Media


 


백남준의 작품들도 지금 세계 여러 미술관이나 연구기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보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원본과 같은 상태로 보존하려는 것이 과연 미디어아트에 적절한 보존 방식인지 여전히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이 전시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작품의 탄생을 담당했던 작가들에게 직접 작품의 죽음을 선언하도록 하고, 만일 작품이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면 어떻게 그 형태를 바꾸어 환생시키고 미래에 전달할 것인지 다양한 시각에서 고민과 논의가 이루어진 것이라 하겠다. 또 하나, 이 전시를 보며 일본 미에현에 있는 이세신궁을 떠올렸다. 이세신궁은 보존을 위해 20년에 한 번씩 신궁을 새로 짓는식년천궁을 실시한다. 


흔히 과거의 유산을 보존한다고 하면 되도록 손을 대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는 것을 떠올리는데, 하라 켄야는 이를 서양식 보존이라 하고 일본식 보존 방법으로 식년천궁을 예로 들었다. 그대로 두고 보존하는 것에는 유효기간이 있기 마련이라 똑같은 것을 다시 만드는 것을 통해 계승, 보존해 나간다는 발상이다. 식년천궁의 경우 20년에 한 번 새로 짓기 때문에 공사를 이끌었던 장인이 20년 후 공사를 할 수 없게 되어도 그 제자들이 20년 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공사를 할 수 있고, 공사에 참여한 다음 세대에게 전수되어 제작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이 사회에 남겨지게 된다. 백남준 작품의 보존 문제에서 볼 수 있듯이, 기술은 바뀌어 나가고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라지게 될 것이다. 전통적인 미술작품들처럼 미디어아트를 원본의 상태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유지와 보수 때로는 재탄생시킬 수 있는 기술, 사람과 환경 같은 인프라도 포함하여 지속해서 사회에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지금은 모니터가 꺼져 죽음을 맞이한 것과 같은 백남준의 작품을 어떻게 환생시키고 미래에 남길 것인지 우리가 모두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글쓴이 서효정은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IDAS)에서 디지털미디어디자인을 전공하고 피지컬 컴퓨팅을 활용한 교육환경에 대한 논문을 쓰고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인터랙티브 미디어 퍼포먼스와 인스톨레이션을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해오다가 최근에는 데이터 시각화, 머티리얼 컴퓨팅, 컴퓨테이셔널 디자인 등을 주제로 교육프로그램을 연구하며 SADI에서 교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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